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33화 (33/191)

33화. < ep8.아우헤타이로 (2) >

======================

‘파크파크’님이 ‘1000원’을 후원

[역시...그는 사람이 아니었어.]

“...”

수혁과 하린도 말을 잇지 못했다. 강서가 상상도 못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던전에 들어간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몸과 얼굴이 바뀌어 나타난 것.

인간의 형체를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확실히 올백으로 넘긴 갈색 머리에 약간 회색빛이 도는 피부는 확실히 ‘평범하다.’말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몸의 비율도 달랐다. 팔이 짧은 편이었고 아주 굵었다. 들고 있는 망치와 그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치 망치질을 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은 팔.

시청자들은 긴가민가할 수밖에 없었다.

판다가면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아 그들이 아는 <판다>와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는데, 도저히 평소와는 일치되지 않는 모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래서 판다아재 맞는 거야 아닌 거야;;

-이정도 변화면 불법유턴이지;; 태세변환도 아니고 외모를 변환해버리면 어떡함;;

채팅을 보며 강서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전히 너무 미세한 표정변화였지만 본래보다는 자연스러운 표정. 그건 <유흔결계>의 영향이었다.

[동화율 1.1%]

유흔결계의 영향으로 아우헤타이로의 몸에 들어오며 동화가 일어난 것. 아우헤타이로 시절의 정신과 일부 연동되었다.

강서는 적어도 이 유흔결계에 들어와 있는 동안은 4000개의 세계를 경험한 <무감각한 회귀자>일 뿐 아니라, 극히 일부였지만 동시에 장인정신과 복수심으로 불타오르는 <열정가득한 대장장이>였다.

“이 친구는 ‘아우헤타이로’라고 합니다. 저는 잠시 몸을 빌렸을 뿐이고요.”

“몸을 빌렸다고요?”

강서의 말을 하린이 능숙하게 받았다. 따로 중계를 해본 적은 없었지만, 방송경력은 역시 무시할 게 아니었는지 정확히 흐름을 파악하고 있던 것이다.

-그럼 구현 마법 같은 건가?

-ㅇㅇㅇ그렇네. 딱 보니까 사이즈가 그렇다.

-판다좌 이제 그 어렵다는 구현마법까지...

웃기는 소리.

수혁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건 구현마법 따위가 아니었다. 마탑 본부 <종탑 오큘러스>의 탑주이자 그의 스승인 <에스티아 마리아>가 와도 저 정도의 구현마법은 불가능했다.

성흔이 관련되었다면 또 모르는 일이었지만, 저 정도의 구현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성흔이 있었다면, 수혁이 이미 알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수혁은 그런 성흔을 알지 못했다.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다. 저건 구현마법 따위가 아니라고.

‘도대체 뭐지?’

완벽한 사실감이었다. 모든 사물이 또렷했다. 오감 전부가 하나의 오차없이 화면으로 전달되었다.

그건 구현마법으로 닿을 수 없는 영역이었다. 구현마법은 ‘기억’을 기반으로 펼치는 마법이었으니까. 아무리 또렷한 기억을 가지고 있어도 흐릿함이나 누수없이 장면을 재구현하는 건 불가능했다.

‘핸트폰’님이 ‘10,000원’을 후원!

[킹현마법 수준...]

구현마법은 애초에 일반인들이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적어도 3티어 이상의 마법사클래스는 되어야 시도해 볼 수 있는 고위마법인데다가 티어만 높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마법에 대한 이해도와 섬세함을 많이 필요로 하는 마법이었다.

김수혁 정도 되는 마법사이니 알 수 있었던 것이지, 절대다수의 시청자는 그것이 구현마법인지 아닌지 구분할 방법이 없었다.

“저건 구현마법이 아닙니다.”

수혁의 말과 함께 채팅창이 멈칫했다. 적어도 ‘마법’에 한해서는 수혁의 말이 곧 오피셜이었기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BJ대마법사’님이 ‘10000원’을 후원!

[마법부 장관님 입장하십니다.]

-ㅋㅋㅋㅋㅋㅋ당신은요?

-마법부 장관ㅇㅈㄹㅋㅋㅋㅋㅋㅋ

-닉값 증발해버렸자넠ㅋㅋㅋㅋ

“구현마법이 저렇게까지 또렷할 수는 없습니다. 구현마법은 어디까지나 기억을 토대로 회상에 사실감을 더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이 한계죠.”

수혁이 구현마법이 아니라 단정짓자. 시청자들은 채팅창에 여러 가지 추측을 던졌다. 저게 사실 강서의 본모습이라느니, 마탑주 따위가 『판-다』를 판단할 수 없다느니 말이다.

난무하는 여러 가지 추측들을 일축하는 것은 강서의 역할이었다. 강서는 지금의 상태를 <히든 던전>이라고 정리했다.

“히든 던전.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 히든 던전이란 게 을 이야기하는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 * *

제1망록시기.

인류 역사 속에서 아무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 시기가 수번이 있었는데, 그 중 첫 번째 시기를 일컬어 사람들은 ‘제1망록시기’라 불렀다.

마치 누군가 작위적으로 그 시대의 흔적들만 골라 지운 것처럼 어떤 유적도 남아있지 않았고,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았다. 복원하려는 노력도 여러 가지 있었지만 결국 인류가 노력 끝에 얻어낸 수확은 221개의 이름 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나라가 있었는지, 어떤 문화가 있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추측이 있었다. 15년 전 <균열>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가설, 결국 세계의 흐름과 역사를 조종하는 것은 한 조직이고 그 조직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역사를 지워버린 것이라는 가설. 등등

그 누구도 알지 못했지만, 강서는 그 시대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우헤타이로’라는 이름으로 그 시대를 살아갔었으니까.

강서는 ‘판다지아’ 계약당시 수혁을 통해 간략한 설명을 들으며 <제1망록시기>라는 것이 어느 때를 가리키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아우헤타이로는 제1망록시기의 200년을 모두 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반절 정도는 걸쳐있었다.

“그래서- 아우헤타이로에게 최대 이슈는 신조 가루다였습니다.”

‘김기자’님이 ‘10,000원’을 후원!

[지금 최대 이슈는 왜 대장장이가 몬스터를 잡고 있느냐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ㅇㅈ이자너;;

-ㄹㅇ대장장이가 망치질을 왜 몬스터한테 하냐곸ㅋㅋㅋ

-긴가민가 했는데, 지금 확신했다. 저건 판-다가 확실하다

-ㅋㅋㅋㅋㅋ외면은 바뀌어도 내면은 바뀌지 않는다...

-???: 망치 나가신다!

꽝!

아우헤타이로. 그러니까, 강서는 망치를 들고 몬스터 <잇샤>의 머리를 내려찍고 있었다. <잇샤>는 아르망과 유사하게 생긴 소를 닮은 몬스터였다.

조금 더 특징을 짓자면 갈색 빛이 도는 갈기에 단단한 뿔을 가지고 있다는 것.

강서의 망치질에 잇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머리가 땅에 박히며 몸이 축 늘어졌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도저히 살을 때린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소리였다. 망치와 망치가 부딪히면 날 것 같은 괴랄한 소리가 울렸다.

-아니 도대체 이 방송은 왜 자꾸 몬스터가 불쌍해지는 거냐;;

-너무 일방적이자너;;

-???: 긴장감이 무려 제로!

‘마으스’님이 ‘10,000원’을 후원!

[아재 그래서 대장장이가 왜 몬스터를 잡는 건가요?]

그 당연한 듯 몬스터를 잡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현대에서의 대장장이와 거리가 너무 멀었기 때문이었다.

대장장이 클래스를 선택하는 각성자는 분명 있었다. 하지만 강서처럼 몬스터를 직접 잡는다는 건 현대에서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분명 대장장이는 생산 클래스로 분류되었으니까.

“아, 재료가 필요하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고럼 재료는 유통이 적은 게 좋지~

-당연히 직접 공수하는 거자너;; 상식아님?

-저 세계 상식 수준...

-ㅋㅋㅋㅋㅋㅋ신선하면 좋은 건 맞는데...

꽝!

강서는 잡고 있는 잇샤의 뿔을 향해 들고 있는 망치를 다시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큰소리와 함께 잇샤의 뿔에 금이 갔다. 거기서 강서가 힘을 주어 살짝 당기자 똑-소리를 내며 뿔이 부러졌다.

'529529'님이 '10,000원'을 후원!

[그래서, 왜 만드는건가요?]

그 도네이션을 본 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누가 끝까지 물어보지 않았다면 하린이 질문했으리라. 하린은 도네이션이 가볍게 힘을 더했다.

“맞아요 아저씨! 그 ‘헤타이로’라는 건 왜 만드는 거에요? 저도 계속 궁금 했어요.”

[헤타이로 제작에 필요한 재료 9/11]

강서는 마치 동화책을 읽어주듯 나지막한 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태어날 때부터, 아우헤타이로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였습니다. 대장장이의 종족인 드워프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인간 사이에서 태어났기에 축복받은 야장실력을 가지고 있었죠.”

-드워프? 그게 뭐야.

-대충 타고난 대장장이 족이라는 것 같은데...으 근데 나는 축복받은 야장실력 있어도 저 얼굴은 싫어;

-팩트)가면 쓰는게 나은 듯

-ㅋㅋㅋㅋㅋㅋㅋ너무하지 않냐ㅋㅋㅋㅋ

시청자가 말한 것처럼 아우헤타이로는 축복받은 야장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외적으로는 간신히 혐오감을 면할 정도의 모습이었다.

드워프의 특징인 오돌토돌한 회색 피부가 인간에게 그리 좋게 비추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영웅들이 아우헤타이로가 만든 무기를 가지고 마수들을 무찌르곤 했죠. 그때에도 마수들은 존재했거든요. 그게 아우헤타이로의 낙이었습니다. 뛰어난 걸작을 만드는 것.”

-참 대장장이네.

-???: 저희집 비결은 특별한 게 없습니다. 직접 공수한 신선한 재료입니다.

-???: 손맛과 정성도 들어가 있죠.

“그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이 바로 <헤타이로>입니다. 아우헤타이로는 헤타이로를 만드는데 25년이 걸렸습니다.”

“...네?”

하린은 강서의 말에 귀를 의심했다. 25년.

아직 하린은 그 만한 생을 살아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25년 이라는 시간을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쓰다니. 하린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태양의 힘이 가장 약한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 매일 6시간씩 25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아우헤타이로의 역작이 바로 <헤타이로>죠.”

25년이기는 했다. 제조법이 완성되고나서 실패를 모두 겪은 뒤에 마지막 생에서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하지만 시행착오를 포함하여 헤타이로의 제조법을 만들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진짜 시간은 겨우 25년이 아니었다.

아티팩트가 <신격>을 얻는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완벽한 재료. 완벽한 균형. 초월적인 노력과 초월적인 시간.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야 <신격>을 얻을 수 있었다. 아우헤타이로의 생에서 헤타이로를 만들기 위해 들어간 시간은 보통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이었다.

-와...25년이면 ㅇㅈ이지

-1분에 한 대를 때려도 330만대네...

-그 망치질을 가루다에게 직접했으면 빠르지 않았을까?

ㄴㅋㅋㅋㅋㅋㅋㅋㅁㅊㅋㅋㅋㅋ발상의 전환

ㄴㅋㅋㅋㅋ실전형 대장장이자넠ㅋㅋㅋㅋ

그 때 도네이션 하나가 올라왔다. 강서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는 도네이션이었다.

‘수즙음이 마동성’님이 ‘10.000원’을 후원!

[아재, 그...딴지 걸려는 건 아닌데 솔직히 아무도 모르는 거를 그렇게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있나요?]

“...”

날을 세우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강서가 아우헤타이로에게 빙의된 것도 알겠고, 히든던전이라 이야기한 것도 알겠다 넘어갈 수 있었지만, 강서가 하는 말들이 참인지는 거짓인지는 대충 넘어가기 힘든 것이었다.

이미 <누군가를 위한 비석>에 적혀있는 영웅의 이름 중 하나를 거론했다.

문화적으로 모든 세계가 공유하는 영웅이었다. 아무리 판다라도 그 이름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이미 근거를 요구하는 질문이 화두에 오른 이상 은근슬쩍 빠져나가기는 불가능. 채팅방에서는 그 도네이션에 동조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만약 근거 없이 말한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면 아무리 판다라도 역풍을 맞을지 모르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강서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 도네이션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은 마치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강서는 단지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

수혁이 자신의 역할을 알아차리기까지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