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31화 (31/191)

31화. < ep7. 뿔달린 강아지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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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마라도. 균열 이후 지형이 뒤바뀌었지만, 한국의 최남단은 여전히 마라도였다.

공식적으로는 말이다.

마라도보다 5km정도 더 가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섬이 하나 있었다. 섬의 이름은 없었다. 굳이 이름을 붙이기보다 아는 자들 사이에서만, <균열 사후 연구기지>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승아가 말한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이 <균열 사후 연구기지>였다.

승아와 강서, 그리고 하린은 균열 연구기지의 가장 깊숙한 곳. 최하층 괴수연구부 출입제한 지역에 들어가 있었다.

최하층의 출입제한 지역에는 균열 사후 연구기지에서 일을 하는 연구원이더라도 연구기지의 소장의 특별허가를 받지 못하면 출입할 수 없었다.

신승아의 동행을 조건으로 미리 허가를 받아 놓았기 때문에 들어올 수 있었다. 원래라면 그렇게 하더라도 불가능 했을 테지만, 신승아는 논문에 ‘판다’라는 글씨를 넣을 때 발동되었던 막무가내식 우기기가 이곳에서도 발휘되었다.

“맙소사...이건...”

하린이 경악했다. 하린은 그 불길한 기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4년 전 남측 하프라인 배리어 부근에서 발견 된 거다. 우연히 그때 그 구역을 담당한 국가가 우리나라라서 비밀리에 들여올 수 있었지.”

승아는 하린과 강서에게 ‘블랙 독(Black Dog)’에 대해 설명했다. 블랙독이 바로 승아가 강서에게 말했던 ‘뿔 달린 강아지’였던 것.

‘블랙 독’은 균열 사후 연구기지의 1급 기밀 사항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블랙 독의 존재를 밝히는 것은 전 국가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와 같은 것이었다. 블랙독은 아직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공포로 기억되는 마수(魔獸)의 기운을 두르고 있었으니까.

한국이 ‘블랙 독’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밝혀진다면, 블랙 독이 사살될 뿐 아니라 한국 정부도 그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균열 사후 연구기지>에서는 ‘블랙 독’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블랙 독’을 보며 강서가 나지막히 말했다.

“마수의 기운이네요.”

“그래, 그래서 우리도 이걸 들여오는 게 맞는 선택인가 싶었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어. 아직까지는 마수의 새끼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게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수. 마수는 몬스터와 비슷하게 보이나 특별히 사악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개체를 묶어 지칭하는 말이었다.

마수는 각자 명명되는 고유의 이름이 있었으며, 몬스터와는 다르게 종류 당 한 개의 개체만 존재하였다.

유니크한 만큼 강력한 힘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신전의 도움으로 하프라인의 벽을 건설하기 까지 인류가 몰아내는 데 가장 애먹은 대상이 바로 마수였다.

“연구자로서는 굉장히 부끄러운 말이지만....4년 째 연구는 진척이 없다. 기본적인 연구는 할 수 있는데 저 ‘블랙 독’에 직접 손을 데는 건 불가능해서 말이지.”

“마수의 기운 때문에요?”

약간의 불안감이 있는지, 하린이 허리춤에 찬 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승아에게 물었다.

강서에게도 마수는 꽤나 익숙한 존재들이었다. 이성이 존재하지 않고 오직 본능만이 존재하는 마계의 짐승들. 이성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 본능의 기감과 판단이 평범한 인간보다 훨씬 나았다.

거기에 능력과 힘까지 더해지니 확실히, 마수는 평범한 몬스터와는 다른 의미로 까다롭고 강력한 존재였다.

“그래, 저거 어떻게 해보려다가 여럿 죽어났다. 진짜 죽은 건 아니지만 저 기운에 노출 되면 <암탈 신드롬>이랑 똑같은 증세를 보이더라고.”“...”

“제어해보려고 시도도 했는데 안 되더라. 김수혁도 불러다 놨었는데 잠깐 약화시키는 정도가 최대였어.”

마탑주아저씨도 못한다니...

하린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김수혁이 손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김수혁은 한국 내에서 마법에 대한 지식도 제일 많았고, 실력도 가장 뛰어났다.

애시당초, 신승아와 함께 국내 최고의 천재로 추앙받으며 15살부터 범세계적인 클래스를 보여준 김수혁이었다.

그런 김수혁이 하지 못하는 일이라면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이 마수의 기운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강서가 없었을 때를 가정하고 한 이야기였다.

강서는 유리 안쪽에 누워있는 사람머리 크기의 생명체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 생명체는 마수의 새끼 정도로 보일만했다.

모양새도 마수의 그것과 같았고, 적어도 두르고 있는 기운은 마수의 기운이 확실했으니까.

하지만-

“이거 마수의 새끼가 아니네요.”

강서가 신승아를 돌아보며 확신있게 말했다.

강서는 이 생명체가 마수의 새끼가 아니라는 것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느껴지지 않지만 그 내부에 마수의 기운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뭐...?”

신승아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물론 강서가 내뱉은 말이 허투루 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신승아가 관찰한 바로는 강서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과학자로서 해야만 하는 한 가지 질문이 있었다.

“...근거는?”

신승아는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강서가 뱉은 말에는 어떤 근거도 없었다. 말 그대로 가설.

하지만, 학계에서도 그렇듯 권위있는 전문가의 가설은 사실의 씨앗이었다. 언제든지 꽃으로 피어날 수 있었다. 충분한 근거만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강서는 지금, 적어도 괴수생물학 분야에 한해서는 신승아가 유일하게 신뢰하는 인물이었다. 언제나 선두를 달려온 신승아에게 처음으로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기대에 가득 차서 승아가 질문했지만, 강서는 너무도 가볍게 신승아의 기대를 저버렸다.

“감이에요.”

“...응? 감이라고?”

신승아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어이가 없을만한 대답이었다. 과학적 근거를 물었는데 ‘감’이라고 대답하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강서는 따로 사족을 붙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블랙 독’을 바라보며 익숙한 이름을 하나 떠올렸다.

‘아우헤타이로’

그 전설적인 대장장이의 용광로가 필요했다.

“누구부터 시작할지 고민됐었는데...가야할 곳이 결정됐네요. ‘블랙 독’에 대한 이야기는 다녀와서 다시 하죠.”

그렇게 강서가 <누군가를 위한 비석> 앞에서 다짐한 첫 대상자가 결정되었다.

* * *

제목: 판다지아 팔리는 거 보이냐

글쓴이: 동굴 주인

내가 이름 지었다 뿌-듯

-오 ㄹㅇ이네. 큐튜브 클립보니까 이 닉 맞음

-ㅋㅋㅋㅋㅋ백수인생 최대 업적ㅇㅈ

-나였으면 엄마한테 자랑했다.

-글쓴이: 이미함

ㄴㅋㅋㅋㅋㅋ칼자랑 빌런ㅋㅋㅋㅋ

ㄴ???(만 29세/무직): 엄마! 내가 판다지아 이름 지었다!

ㄴ속보)글쓴이 어머니 2시간 째 오열 중.

강서에게 독점 판매권을 넘겨받은 마탑은 ‘판다지아’를 빠르게 생산해 시장에 런청시켰다. 말 그대로 출시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수량이 풀리지는 않았으나 써 본 사람들은 모두-

‘대 괴수용 모기 퇴치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킹-갓 지야ㅁㅊㄷㅁㅊㅇ’ 등 찬사를 보냈다.

사람들은 그 효과에 놀라며 파충계열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아쉬워했다.

만약 다른 계열에도 똑같이 힘을 발휘하는 ‘판다지아’같은 것이 있었다면 던전 레이드의 격이 한 단계 올라갈 것이라면서 말이다.

-이거 어형계열 용은 없나. 수(水)속성에 쥐약인데 필드형 던전 들어갔을 때 골라잡기가 너무 힘듬;;

-;;; 인생 너무 편하게 살려고 하자너 그게 다 있었으면 생고생해서 스쿼드 안 맞추지 필요한 속성으로 판다지아 몸에다 뿌리고 솔로레이드 하면 되잖아.

ㄴ이거맞다;;

ㄴ킹캇 판다아재도 노력을 하라 하셨거늘...

하지만 놀랍게도- 마탑에서는 각 계열에 해당하는 판다지아을 가지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시장에 풀지 않았을 뿐.

강서가 김수혁과 거래를 할 때, 레시피를 모두 넘긴 것이다.

애초에 김수혁은 강서에게 무한도 카드를 내밀었을 때부터 강서가 모든 게열에 해당하는 판다지아 제작법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파충계열 하나로도 충분히 귀한 물건이었지만-

‘어형계열, 파충계열, 금조계열, 충수계열...’

모든 계열의 퇴치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의미가 달랐다. 시장의 파이가 격이 달라진다.

지금은 보급기간이라고 하지만, 만약 ‘판다지아’자체가 ‘포션’같이 던전에 필수적인 아이템이 된다면...

그 가치는 지금의 10배. 아니 그런 숫자로 가늠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던전에 ‘필수’라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인식된다면, 가격이 얼마더라도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구매 할 테니까.

김수혁이 괜히 ‘무한도카드’까지 내민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마법적 지식에 대한 탐구와 마법의 경지에 대한 추구를 제외한다면, 김수혁의 최우선은 ‘효율’이었다. 그가 손해보는 거래를 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수익은 모두 마탑의 소유가 되었다. 강서는 무한도 카드도 있는데 따로 수익은 필요 없다면서 개런티를 모두 넘겼기 때문. 수혁의 입장으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훗날 김수혁은 후회하게 된다. 이 때라도 강서에게 가서 빌었어야 했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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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샀다고?”

“그...진실의 서를...”

김수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진실의 서 라니.

아침에 강서로부터 문자가 와 있었다.

[카드 좀 조금 쓰겠습니다.]

돈도 써본 사람이 쓸 줄 안다는 말이 떠오르는 문자였다. 무한도카드를 내어줬는데 쓰기 전에 문자까지 보내다니.

선인도 이런 선인이 없다고, 이정도면 봉이라고 김수혁은 생각했다.

진실의 서를 구매했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진실의 서. A급 던전에서, 주로는 드래곤 레어 같은 던전에서 발견되는 아이템이었다. 일정한사실을 기록하면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판명해주는 아이템.

굉장히 유용한 아이템이었지만 드랍율이 극악에 가까웠기 때문에 대형 길드들은 상징적인 의미로 한 두장씩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일은 굉장히 드물었다.

그렇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만큼, 진실의 서는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몇 장을 샀다고?”

“그...현재까지 120장 정도 샀고, 계속 구매중이라고 합니다.”

“...”

“마탑 총 재정에 약 5%정도가 소비 되었고 만약 200장이 넘어갈 경우 10%가 초과할 것으로 예상 됩니다. 지금 이미 소문이 퍼져 있어서 판매하는 측에서 계속 값을 높게 부르고 있다고...”

마탑 재정의 5%...김수혁은 머리가 아찔해졌다. 말이 5%지 일반사람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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