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30화 (30/191)
  • 30화. < ep7. 뿔달린 강아지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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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 타닥!

    숯불의 불 알갱이가 터지는 소리였다.

    강서가 꼬치구이를 굽고 있었기 때문. 물론 언제나 그래왔든 평범한 꼬치구이는 아니었다. 던전 속에서 하린의 체력을 즉시 회복시켜주었던 아바무의 꼬리를 재료로 한 꼬치구이였다.

    바베큐가 이루어지는 곳은 놀랍게도 김수혁의 집무실이었다.

    김수혁은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마법으로 냄새를 빼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었지만, 그런 곳에 마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비효율 적이었다.

    애초에 이야기가 끝나고 나가서 먹으면 될 일.

    ‘저걸 도대체 왜 여기서...’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강서와 하린이 보스룸에 들어갔을 때 신승아는 바로 김수혁이 있는 마탑으로 출발했다.

    언제나 그랬듯, 신승아는 노크도, 허락도 없이 김수혁의 집무실에 처 들어 왔고, 김수혁은 어쩔 수 없이 신승아와 함께 강서일행을 맞았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아, 나도 아바무 꼬리 먹고 싶어. 요리해주라.

    -...여기서요?

    -응 괜찮아. 내가 허락할게.

    신승아가 강서에게 아바무꼬치를 요구했다.

    김수혁은 절대 안 된다며 말리려 했지만 차마 안 된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신승아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오늘 넘겨받기로 했던 ‘R-33’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

    필히 그건 아바무 꼬리를 허락하지 않으면 R-33을 주지 않겠다는 협박이었다.

    김수혁은 부들부들 하면서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마도공학 기기를 설명서 없이 탐색하는 건 그가 가진 유일한 취미였다.

    새로 알아가는 그 즐거움을 고기냄새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R-33은 아직 학계 테스트도 받지 않은 신작 중의 신작.

    얼리어답터는 제작자를 절대 이길 수 없었다.

    “....그럼 요리하고 계신 거 마치고 설명을 좀 드릴까요?”

    “아니요. 그냥 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구우면서 들을게요.”

    승아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킁킁거리며 말했고, 하린이 어색하게 손을 들며 동조했다.

    “거 되게 일하는 거 좋아 하네. 어떻게 이런 냄새를 맡으면서 일 얘기를 할 수 있지?”

    “...그건 저도 조금 공감이에요.”

    하린은 던전에서 돌아오자마자 김수혁에게 회복마법을 받고 승아의 B-931안의 인큐베이터에서 30분간 수면을 했다.

    마법과, 그 마법의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마도공학 기술의 조합은 30분 만에 갈비뼈 2개를 완벽히 붙이는 쾌거를 달성했다.

    꼬르륵-

    강서는 먼저 날카롭게 깎은 나무꼬지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린 아바무의 꼬리를 끼웠다. 그리고는 숯불을 올려 그 위에서 아바무의 꼬리로 바베큐를 했다.

    강서가 이야기하기로 ‘가장 느낌있게 먹는 법’이었다. 텁텁한 숯불향과 번들거리는 표면에 갈색 그을음은 굉장히 잘 어울렸다.

    마치 불에 구운 소세지를 연상케 하는 모습. 물론 냄새는 더 했다. 겉 표면에 지방질이 가득한 아바무의 꼬리는 딱 보기에도 풍미가 가득할 것 같았다.

    치익-!

    기름이 숯불 위에 떨어지며 소리를 내었다. 신승아는 그 소리를 들으며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소리였다.

    수혁은 하린과 강서를 묶어서 제안했다. 방송을 조금 보며 알 수 있었다. 이 둘로 이루어진 파티는 꽤나 안정적이었다.

    수혁도 강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비교가 되는 수준일 때, 시청자들의 집중도가 갈라질 때 였다.

    이번 던전레이드로 하린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강서와의 격차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말하자면 고렙의 뉴비키우기. 그게 딱 하린방송의 모양새였다. 무슨 일이 있지 않은 이상 한동안 변동은 없을 것 같았다.

    “...판다님과 하린님에게 저희 마탑에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바로 스폰입니다.”

    “스폰이요?”

    하린이 꼬치구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눈만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스폰이라 함은 보통 길드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고티어 헌터들이 사기업의 후원을 받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마탑은 사기업이라기도 애매할뿐더러, 뭔가를 홍보할 이유도 없었다. 심지어 세계에 마탑이라고 하면 모르는 자가 없기도 했고.

    “네, 조건은 간단합니다. 원하시는 모든 금전적 지원을 저희 마탑에서 해드립니다.”

    “....네?”

    하린이 처음으로 아바무의 꼬리에서 눈을 뗐다.

    “물론...저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면 힘들겠지만....두 분 혹시 지금 정산을 따로 하고 계신가요?”

    “안 그래도 이번 던전 나오면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일단 저번 던전까지는 아저씨 통장을 따로 만들어서 다 모아놨어요.”

    “이걸 드리죠.”

    “...?”

    김수혁은 손이 비어있는 하린에게 검은 색 카드 두 장을 내밀었다.

    “저희 마탑에서 제공하는 첫 번째 후원품입니다. 판다님것 까지 두 장 사용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한도는 없어요.”

    “한도가 없다고요...?”

    하린이 ‘그게 가능해?’ 라는 표정을 지으며 김수혁을 바라보았다. 하린도 꽤나 돈을 써보았기에 한도가 없다는 말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

    “금전적 지원에 대해서는 딱히 연연해 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서, 채팅방에 도네이션정도는 그냥 하나의 채팅처럼 보셔도 될 겁니다.”

    “오 김수혁 통 큰데.”

    신승아가 하린에게 다가와 그가 제공한 카드를 보았다.

    확실히 그건 마탑주들만이 제공할 수 있는 무한도 카드였다.

    “무한도면 조금 위험한 거 아닌가요? 얼마든지 쓸 수 있다면...”

    김수혁은 가볍게 웃으며 하린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김수혁이 무한도 카드를 제공하는 사람은 하린과 강서가 처음이 아니었다.

    지금은 득이 안 돼 모두 잘라버렸지만 그들도 처음 계약을 맺을 때 그렇게 말했다. 무한도가 정말 괜찮겠냐고.

    “괜찮습니다. 하린님이 상상할 수 있는 액수 내에서는 얼마든지 사용해도 상관없습니다. 아무리 사용해도 마탑 재고에 조금도 영향을 주진 못할 거에요.”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마탑은 오래되었고, 오래된 만큼 돈이 많았다. 게다가 김수혁이 이렇게 장담하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세간에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마탑사이에도 재정수준에 차이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많다고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저희 한국지부는 재정의 측면에서 최고를 자랑합니다.”

    김수혁의 말대로 마탑 한국지부는 모든 마탑을 통틀어서도, 마탑의 본부격인 <오큘러스>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재정을 축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수혁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강서였다.

    대륙 제일의 상인. 세계최고의 부자. 전 대륙을 제패한 제국의 왕자.

    그 모든 삶을 살아본 사람이 금전감각을 잃을 정도로 회귀를 거치게 되면 씀씀이가 어떻게 되는지. 겪어보지 못한 김수혁이 알 리가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무한도’라는 말이 어떻게 돌아오게 될지, 김수혁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다.

    “좋네요.”

    강서는 그렇게 말하며 아크만 제국의 왕자로 살았던 시절을 떠올렸다.

    무한도.

    어쩌면 강서에게 그건, 익숙한 말이었다.

    “근데, 이렇게 후원해주면 마탑이 얻는 건 뭔가요? 마탑이 따로 이름을 홍보할 필요는 없을거고...”

    하린이 핵심을 짚는 질문을 했다. 지금까지 김수혁이 말한 것만 미루어보면 마탑이 얻는 것은 없었다.

    “이제부터 그 부분을 좀 말씀드리려 합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저희 마탑에서 얻는 게 없죠.”

    김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저희는 ‘판다지아’의 독점 판매권을 원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한 달에 한번정도 판다님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요.”

    타닥!

    강서는 잘 구워진 꼬치를 접시에 담으며 대답했다. 노릇노릇 잘익은 아바무의 꼬리는 승아와 하린의 눈이 돌아가 달려들 정도로 먹음직스러웠다.

    “대신 저도 추가할 조건이 몇 가지 있는데....먹고 하시죠.”

    “저는 됐습니다. 기다리죠.”

    강서가 아바무 꼬치구이를 건네자 김수혁은 한 손으로 내저으며 거절했다.

    “이 냄새를 거절할 수 있다니....”

    하린이 꼬치구이를 한입 베어 물며 말했다. 쫄깃쫄깃하게 잡아당기는 꼬치구이의 식감은 배어있는 육즙이 마치 무한정 솟아나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와...”

    두 번째 먹는 것이지만 하린은 감탄사를 한 번 더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맛인데 체력회복 정도는 당연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

    이미 한번 먹어본 하린이 그러했으니. 처음 먹어본 승아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꼬치를 한 입 베어 문 신승아는 으어화워아-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강서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거 진짜 내 타입이다. 맛있어. 너무 맛있어.”

    김수혁은 하린과 신승아를 한 번씩 처다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판다’와의 거래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저 먹는 것에 정신이 팔린 멍청한 꼴을 더 보지 못하고 진작에 쫓아내 버렸으리라.

    * * *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빨리나와! 안 궁금해? 뿔달린 강아지. 난 처음 봤을 때 진짜 신기했는데.”

    강서가 고개를 꾸벅이고 김수혁의 집무실을 나갔다. 승아와 하린은 고기를 먹고 진작에 나가  강서를 재촉하는 상태. 김수혁과 강서의 뒷이야기가 길어진 것이다.

    김수혁은 뜻밖의 많은 정보를 얻었다. 강서가 선불이라며 수혁에게 던져준 과제는 수혁의 탐구심을 불타오르게 했다.

    그리고 상상도 못한 제의를 받았다.

    강서가 부탁한 일은 한 번 생각해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김수혁은 아직 강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가늠할 수 없었다.

    설명을 요구했을 때, 돌아온 대답은 ‘부탁합니다.’정도였으니까.

    김수혁은 가죽 의자에 앉아 양손을 깍지끼고 턱을 괴었다.

    김수혁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할 때 나오는 특유의 자세였다. 그렇게 눈을 감고 머리를 정리하려는 데-

    신경쓰이는 것이 하나 있었다.

    킁킁.

    아바무 꼬리로 만든 꼬치구이 냄새가 계속 수혁의 코를 찔렀다.

    “....도움이 안되는 군.”

    냄새를 몰아내는 마법을 사용하려 수혁이 눈을 뜨자, 책상위 접시에 하나 남은 꼬치구이가 보였다.

    킁킁.

    분명 마법을 사용해 냄새를 몰아내려 했으나. 김수혁의 손이 멈칫했다. 마지막으로 구운 꼬치구이였다. 아직 미세하게 김이 나고 있었다.

    “....”

    [스킬: 마법강화가 활성화됩니다.]

    [스킬: 사일런스가 발동됩니다.]

    [스킬: 스페이스 락(space lock)이 발동됩니다.]

    냄새를 몰아낸다고 하기에는 조금 적절치 않은 마법들이 발동되었다.

    “....그 <하프 룬>이라는 걸 연구하려면, 에너지가 충분해야 하니까.”

    변명아닌 변명을 하며 김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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