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 ep6.아그다드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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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까 보았던 그 41개의 동굴이 모두 항마괴수들이 갇혀있던 공간입니다. 마법사들이 마법적 성취를 위해서 고대룡 마우레니아의 가디언들을 실험체로 모으다 보니 그게 41개에 달하게 된 거고요.”
-에이;; 이건 구라지
-킹직히- 재미는 있는데 판타지자너
-판-다지 소설 ㅇㅈ
-ㅋㅋㅋㅋㅋ판-다지
“진짜에요?”
하린조차 강서에게 되물었다. 강서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 판타지 소설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단 대륙. 태초부터 존재하던 고대룡 마우레니아와 그의 수하 가디언들. 마법을 중심으로 그에 대항하는 인류. 그 안에서 있어졌던 작은 사건.
강서는 사실감있게 전달했지만 시청자들에게 그건 어디서 들어본 듯한 것들이었다. 소설이나, 영화나, 만화 등등
“그럼요. 어쨌든, 그래서 41개에 달하는 가디언들을 그 공동 속에 가두고 마법사들은 수년을 실험했습니다. 인간에게 사용하면 죽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마법까지도요.”
-ㄹㅇ원래 나쁘다는 가정 하에 인간이 가장 악하다;;
“그러다보니 가디언들은 종래에 마법에 거의 면역이 되었습니다.”
“면역이요? 그게 가능해요?”
“네 그래서 마법에 저항한다 해서, 항마괴수라는 이름이 붙었죠...이 뒤의 이야기가 더 있기는 한데...”
‘아그다드a’님의 ‘1000원’후원!
[???: 아프다고요? 더 맞아보세요!]
하린은 화들짝 놀라며 강서에게 물었다. 마법면역이라는 말이 가진 무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던전 중에 마법면역 능력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가 있었다. 모두가 알만한 이름들이었다...
-에?
-마법을 맞아도 영향이 없다고요?
-잠깐 이거 설마...
하린과 시청자들을 동시에 관통하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판다가 말한 항마괴수가 아그다드만이 아니다.’
강서가 말한 스토리에서 항마괴수들은 마법면역을 가지고 있었다. 너무 많은 마법실험을 당해서 그런 것이라고 강서는 이야기했다.
그런데 마법면역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신체에 알 수 없는 문자들이 가득히 기록되어 있던 것.
‘야래야래’님이 ‘1000원’을 후원!
[아재 그럼 아그다드 몸에도 문자같은 거 새겨져 있나요?]
아이러니하게도, 아그다드의 동굴이라는 던전은 굉장히 유명했지만, ‘아그다드’자체는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
마탑이 아그다드를 잡지 못했기 때문. 만일 아그다드를 성공적으로 레이드 했다면 영상을 공개 했겠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다.
보안의 측면에서도, 마탑의 위상에서도 득이 될 것은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이죠.”
-확실히 스토리는 갸꿀잼;;
-근데 인증이 없으면 뭐다?
-판-다지 소설이제
‘소르므’님이 ‘1000원’을 후원!
[야 소름인게;; 마탑이면 마법면역 던전을 어떻게 클리어하냐? 아재 이거 어떻게 알았어요?]
-와...마탑이라 클리어 못해서 쟁여 논 거네
-아재아재 이거 팩트에여?
시청자들의 채팅이 계속 올라왔지만 강서는 마탑주 김수혁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었다.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예시간 01:11]
하린도 강서가 일어나자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긴장을 한번 털어내기 위해 가볍게 점프를 했다.
* * *
*
세 번째 퀘스트.
내용: 미궁을 통과해 보스룸에 도달한 당신! 보스룸 안에는 보스:아그다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그다드를 처치하세요.
보상: ???
*
“후우...”
하린은 심호흡을 했다. 이대로 보스룸을 열면 그 ‘아그다드’를 만나게 된다.
“긴장되세요?”
강서가 하린에게 물었다. 하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라고 하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마, 제가 그렇게 무리하게 강요하지 않았어도 하린님은 검을 들었을 거에요.”
방송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강서가 말했다.
“치- 그걸 어떻게 알아요.”
“오히려 제가 있어서 늦어졌죠.”
“...?”
“처음에 오키아 굴에서 제가 처음 오키아를 잡을 때 포켓을 열었다 닫았다 했잖아요.”
“...그때는 아저씨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으니까요. 위험할 수도 있었으니까.”
사실 강서는 처음 오키아의 굴에서부터 하린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집 한쪽에 걸려있는 검과 오른손에 박혀있는 굳은살을 통해 하린이 검을 잡았다는 것까지 추론할 수 있었고 말이다.
하린은 그걸 봤냐는 듯 놀라더니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실 던전에 들어올 때 마다, 집에서 할아버지 사진을 볼 때마다 다짐을 해요. 방송은 분명 즐겁지만 언젠가 할아버지를 찾으러 하프라인 밖으로 나가는 게 목표니까...”
“...”
“고마워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유예시간이 종료되었다.
[보스룸: 아그다드의 궁에 진입합니다.]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끼익-하고 열리는 철문소리가 보스룸의 무게감을 더했다.
-오오 아그다드 최초 공개네
-개꿀!
-보스룸on
- 판다 일발장전-
어둠이 조금 걷히며 아그다드의 형체가 드러났다.
아그다드는 확실히 도마뱀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3m정도 되는 긴 거리에 1m는 되어 보이는 높이 그리고 강서가 말한 것처럼-
“진짜 문자가 써져있네요...”
아그다드의 몸에는 다른 마법면역특성을 가진 몬스터와 같이 특유의 알 수 없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하린은 숨을 한 번 더 몰아쉬었다.
마법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 말은 즉, 검을 들어야 한다는 것.
물론 이번에야 강서가 그렇게 까지 몰아붙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하린은 결심했다.
오늘 부터는 조금씩이라도 검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져야한다고.
하린은 강서와 눈을 마주쳤다.
“제가 먼저 해볼게요.”
강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다는 데 말릴 이유도 마음도 없었다.
오히려...
용병왕 오도아게르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믿지 못하겠지만, 오도아게르에게는 강서만이 아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가 원래는 검을 들 수 없는 몸이었다는 것.
하린과 비슷한 이유였다. 어린시절 사령술사에 저주에 걸려 직접 부모를 찔러 죽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래서 하린이 가지는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혼자 싸워보겠다는 하린을 보며 떠오르는 오도아게르의 기억
검을 잡기까지의 처절한 과정과 용병왕이 되기까지의 수많은 고민, 사건들, 수많은 죽음, 그리고 다시.
다시 한다는 건 생각보다 처절한 일이었다.
팟!
하린이 검을 들고 앞으로 뛰었다. 오른손으로 잡은 하린의 검이 수직으로 내려 그어졌다.
충분히 위협적인 움직임이었지만 아그다드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있었다.
깡!
하린의 검이 튕겨져 나왔다. 아그다드의 내구도를 뚫지 못한 것이다. 하린은 당황하지 않고 몸을 옆으로 한 바퀴 돌리며 아그다드의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이건 정면으로 이길 수 없다.’
적당한 검으로 뚫을 수 있는 내구도가 아니었다.
사실 항마괴수 내에서 수준을 따지자면 아그다드는 강력한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약한 축에 속했다. 그 방증으로 마법면역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만 한 능력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하린 혼자서 잡을만한 수준이었으면 마탑에서 어떻게든 해결 했으리라.
하린도 스스로 혼자서 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검을 들었다고는 하지만 E급 나부랭이를 잡다가 갑자기 수준이 너무 올라갔다.
하지만 자신의 머릿속 퓨즈가 끊어지기 전에 조금의 피해라도 주는 것. 그것이 이번 ‘검잡이’의 목표였다.
아그다드는 하린이 측면으로 파고드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보지 않았다.
찰랑-!
아그다드의 꼬리에서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며 무언가가 하린에게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그건 두꺼운 쇠사슬이었다.
꽝!
하린은 본능적으로 검집과 검을 들어 아그다드가 휘두른 쇠사슬을 막아내었다. 단순히 쇠와 쇠가 부딪힌 거라고 하기에는 괴이할 정도의 큰 소리가 나며 하린의 몸이 벽면으로 날아갔다.
“크윽-!”
가가각!
하린은 몸을 앞으로 숙이며 검을 땅에 박아 넣어 벽면까지 날아가 부딪히는 것을 면했다.
“무슨 공격이-”
하린은 그 말도 안 되는 타격에 입을 열려고 했지만 아그다드는 그 찰나의 순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휙-
다시 한 번 아그다드의 꼬리에 매달린 쇠사슬이 휘둘러졌다.
아그다드의 꼬리에 달려있던 쇠사슬은 평범한 쇠사슬이 아니었다. 아그다드 본신을 속박했던 룬문자가 새겨진 쇠사슬. 아그다드의 몸에 새겨진 것처럼 쇠사슬에도 빼곡하게 문자들이 적혀있었다.
게다가 그 굵기도 사슬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쳤다. 쇠사슬을 구성하는 하나의 고리가 거의 하린의 머리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졌으니 하린이 놀라고 당황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횡으로 휘둘러지는 쇠사슬의 궤도에서 하린은 몸을 숙여 벗어났다.
쇠사슬이 하린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자마자 하린은 아그다드의 정면으로 도약했다.
점점 손끝이 떨려오고 머릿속이 까맣게 잠식되고 있었다. 아바무를 잡을 때보다 가속도가 심했다. 연속된 충격으로 데미지가 누적된 것.
‘기회가 없어.’
하린은 허공에 뜬 채로 검을 땅에 한 번 긁었다. 긁음과 동시에 몸의 무게를 이동하며 허공에서 방향을 틀었다.
순간적인 방향전환을 통해 하린이 도달한 곳은 아그다드의 왼쪽 옆구리.
공격력으로 방어력을 뚫을 수 없었기에 약점을 찾아 온 것이다. 거의 모든 경우, 사이드는 정면보다 방비가 약했으니까.
하린은 자신의 몸의 무게를 온전히 검에 실어 아그다드의 옆구리에 검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깡-!
하린의 검은 또다시 튕겨져 나왔다.
“이럴 수가...”
퍼억-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그다드의 꼬리에 휘둘러 맞아 하린이 날아갔다. 옆구리에도 흠집조차 내지 못할 줄은 하린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다.
다행히 쇠사슬이 휘둘러질 만큼의 간격은 없었고 가까이서 맞았기에 심각한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갈비뼈가 두어 개는 나가있었다.
날아온 하린을 강서가 받아주었다.
하린은 축적된 데미지와 강서가 주는 안도감에 그대로 눈을 감으려했다. 사실상 오늘은 무리의 연속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하린을 말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잘 기억해요.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강서는 그렇게 말하며 하린의 오른 손에 있던 검을 빼어들었다. 그리고 하린의 몸을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으며 한걸음 앞으로 섰다.
왜 인지는 몰랐지만, 하린에게 오도아게르의 검을 보여주고 싶었다.
강서는 오도아게르를 떠올렸다. 아니 정확히는 그가 첫 번째로 달성한 검, <공간절삭>을 떠올렸다.
‘금제가 깨지지는 않도록...’
강서가 조절을 하더라도 이 스킬을 사용하면 금제가 깨져버릴지도 몰랐다.
분명 가벼운 공격은 아니었다. 과하기도했고.
소소한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형성한 금제는 깨지 않기로 다짐했고, 물론 지금도 깰 생각은 없었지만....이 걸 사용하는 건 금제 중 한겹이라도 충분히 깨질만한 행위였다.
격이다른 공격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서는 검을 쥔 손에 힘을 불어 넣었다.
강서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회귀한 이래로 이리도 즉흥적인 적은 없었다.
[<스킬: 오도아게르의 공간절삭>이 싱크로율에 의해 강제로 실현됩니다.]
[주의! <금제:8위의 약속>이 허용하는 힘을 초과합니다.]
아그다드는 강서를 향해 달려왔다. 몸집에 맞지 않게 빠른 속도, 아그다드는 단숨에 강서앞에 도달했다.
하지만 강서는 아그다드가 눈앞에 도달할 때까지도 미동도 없이 처음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주의! <금제:8위의 약속>이 <스킬:오도아게르의 공간절삭>의 위력을 대폭 감소시킵니다.]
[이 데이터는 시스템 데이터에 표기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그다드가 정말로 강서의 코앞에 도달한 순간-
수억번의 경험이 축적된 단 한번의 베기. 수십번의 회귀로 축적된 처절함이, 공허함이 서린 오도아게르의 그 검이, 횡으로 그어졌다.
'공간절삭'
스걱-
그 검은 빠르다 할 수 없었다. 느리다 할 수 없었고, 강력하다 할 수 없었다. 약하다 하지 못하며 교묘하다고도, 변화무쌍하다고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검이 아니었다.
그 검은 오직- 효율적이었다.
특별한 노하우도, 기술도 없었다. 오직 그 검에는 수억번의 경험이 담겨있었다. 오도아게르가 11회차에 간신히 얻게된 첫번째 고유스킬 <공간절삭>은,
정확히 그어진 만큼, 공간을 도려내었다.
아그다드의 몸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한 줄의 공간을 말 그대로 이 세상에서 소멸시켜버렸다.
[<스킬:오도아게르의 공간절삭>을 대체할 스킬명을 검색합니다.]
[금제의 허용치를 초과하지 않는 동류의 스킬을 검색합니다...]
[...검색완료]
강서가 검격을 마치고 3초가 지난 뒤에야 강서의 시스템 데이터에 처음으로 한 줄의 문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 문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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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가로베기>가 발동됩니다.]
시청자들을 경악케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