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25화 (25/191)

25화. < ep6.아그다드(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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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혁은 퀘스트형 던전 ‘아그다드의 동굴’까지 직접 강서와 하린을 묵묵히 안내했다.

도착한 아그다드의 동굴은 겉으로 보았을 때에는 전혀 특별할 것이 없어보였다.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퀘스트 던전 이었지만 다른 던전들이랑 외관상으로는 전혀 구분될 만한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마만큼이나, 검은색 로브를 두른 채 걸어가는 김수혁의 모습도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화려한 장식도 특징도 없이 오로지 효율만을 추구한 듯한 단조로움.

그는 안내를 하며 강서와 하린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던전에서 나오시면 잠시 시간 좀 내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린은 의아함에 참지 못하고 되물으려 했다.

사실 하린이 묻고 싶은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 김수혁’이 지금 자신과 강서를 안내하고 있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

그는 세계정상급 마법사였다. 마음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A급 던전을 오갈 수 있는 최고급인력. 강서가 ‘판다’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김수혁’급의 네임드는 아니었다.

결국 강서가 지금까지 클리어한 던전들은 모두E급에 불과했으니까. E급과 A급의 수준은 그 사이에 바다보다 깊은 간극이 있었다.

그렇기에 하린은 더 궁금했다.

그가 신승아와 아는 사이인 것인지, 왜 직접 안내를 해주는 것인지, ‘아그다드의 동굴’의 입장권을 왜 팔게 되었는지.

그런 궁금증이 가득 차있는 상황에 따로 시간까지 내어달라고 하니 하린이 질문을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하린이 채 입을 떼기도 전에.

“그러죠.”

강서가 대답했다.

하린은 알지 못했지만, 그건 김수혁이 마탑주이기 때문이었다. 아마 그가 제안하지 않았으면 강서가 먼저 <누군가를 위한 비석>에 대해 물어봤으리라.

강서의 의외성 대답에 하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강서를 올려다보았지만, 강서는 이미 몸을 돌려 아그다드의 동굴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수혁은 고개를 옆으로 살짝 오른쪽으로 기울여 인사하는 특유의 몸짓으로 강서와 하린을 배웅했고, 하린과 강서도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퀘스트형 던전. <아그다드의 동굴>앞에 섰다.

“...”

“후우...”

그렇게 하린의 쉼호흡을 신호로.

던전에 진입했다.

* * *

하린은 능숙하게 방송을 켰다. 신승아를 통해 이미 방송촬영 의사는 마탑에 전달된 상태.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오 생방 개꿀

-개꿀 ㅇㅈ

-와 이정도 접속이면 겜방시절 하린 가뿐히 압-살

-ㅋㅋㅋㅋㅋ킹다와 함께라면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린은 밝은 목소리로 손을 흔들었고 강서는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한 채 고개만 꾸벅 숙였다. 시청자들은 저마다의 인사를 하며 강서와 하린을 밝혔다.

-뽕하(뽕린 하이라는 뜻)

-판저씨 ㅎㅇ

-판-다

‘선풍기’님이 ‘1000원’을 후원!

[여기ㅇㄷ? 왠지 눈에 익은데]

눈치 빠른 시청자 한명이 던전의 익숙함을 느꼈는지 장소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리고 하린은 그 포인트를 놓치지 않았다.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잔뜩 쌓으며 말꼬리를 늘인 것이다.

“네!! 잘 알아보시네요. 이곳은 무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두구두구두구

“무려어...”

-무려, 무려빌런이다;;

-???:네 맞습니다. 이곳은 『무려』입니다. 그럼 여기서 이만 방송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씨유레~

ㄴㅌㅋ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개웃ㅋㅋㅋㅋ

“...‘아그다드의 동굴’입니다!”

하린의 말과 함께 채팅창이 ‘?’로 가득 찼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는 의미의 채팅이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린과 ‘아그다드의 동굴’간의 접점을 전혀 찾지 못했을 테니까.

‘내가 바로 스’님이 ‘1000원’을 후원!

[?]

‘초한지’님이 ‘1000원’을 후원!

[?? 하린님 마탑가입 했어요?]

-왜 때문에 거기야???

-판다아재에 껴서 1+1 납치당한 거 아님?

-사은품린;;

-ㅋㅋㅋㅋㅋㅋㅋ판저씨 팩트좀 주라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강서나 하린이 마탑에 들어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마탑에 속하지 않는 이상 아그다드의 동굴에 들어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었으니까.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는데, 음...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입장권을 구했어요.”

하린은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하나 고민을 해보았지만, 도저히 한구석도 시청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애초에 하린 자신조차도 마탑이 왜 아그다드 동굴의 입장권을 팔았는지 알지 못했으니까.

하린이 방송을 틀고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지나가고 있었다.

띠링-!

퀘스트형 던전 특유의 알림음이 떴다.

[던전: 아그다드의 동굴]

[인원과 수준에 알맞게 난이도가 조절 됩니다.]

퀘스트형 던전은 따로 등급이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던전 간의 수준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인원수와 헌터의 수준에 따라 비례하게 조절되었다.

그렇기에 길드들은 퀘스트형 던전을 더 열심히 사수했다. 실력만 예외적으로 뛰어나다면 한 스쿼드 정도의 소수정예로도 클리어 해 버릴 수 있는 게 바로 퀘스트형 던전이었으니까.

-ㅗㅜㅑ 시스템 데이터에 진짜 떴다.

-이건 진짜다. 진짜 아그다드의 동굴이네.

-ㄹㅇ루다가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쌉이득;;

아그다드의 동굴은 마탑에서 공략영상을 올렸었던 던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고, 어떤 형태로 구성된 퀘스트형 던전인지는 충분히 알려져 있었다.

아그다드의 동굴은 총 3개의 퀘스트로 구성된 어떻게 보면 스테이지의 양식을 띠고 있는 퀘스트형 던전. 다른 것이 있다면 스테이지마다 퀘스트를 클리어 해야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알림음이 다시 한 번 울리며 퀘스트가 나타났다.

*

첫번째 퀘스트. 생존.

내용: 수많은 몬스터가 휘몰아치는 던전의 초입. 15분간 아그다드의 수하몬스터 아바무의 파도 속에서 살아남습니다.

보상: 연계 퀘스트 획득, 하급 마나석1개

*

던전의 첫 번째 퀘스트였다.

하린은 서둘러 마탑이 공개한 공략영상을 보고 정리한 것을 떠올렸다. 난이도와 인원수 면에서 격이 달랐지만, 참고할 부분은 분명 있었다.

예를 들면-

“아저씨! 이쪽으로 와요!”

-오. 하린 1인분? 벽면은 정석이지.

-공략영상 보고 왔나봄.

-확실히 한쪽 벽으로 붙는 게 낫긴 함. 특히 웨이브같은 거는.

-특보) 하린 1인분 해

-ㅋㅋㅋ사람구실린ㅋㅋㅋㅋㅋ

위치선정.

하린이 공략영상을 보며 분석하기로, 이 첫 번째 퀘스트에서 놓쳐선 안 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시작 지점이었다.

알림이 울리고 1분 만에 곧바로 시작하기 때문에 ‘어?어?’하고 얼을 타게 되면 그대로 공동의 중앙에서 몬스터의 파도를 맞게 된다.

공동의 중앙은 4면을 막아야 하고 벽면에 붙을 시에는 3면만 막으면 되었다. 3면을 막는 것과 4면을 막는 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었다.

하린은 강서를 향해 소리치며 자기가 먼저 내달렸다.

달리던 하린은 강서가 잘 따라오는지 뒤를 돌아보았지만, 자신의 외침에도 강서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변화없는 판다가면의 표정은 마치 하린을 놀리는 것처럼 보였다.

-???: 응 너나가~

-???: 응 내가 있는 곳이 그린존이야~

-ㅋㅋㅋㅋㅋㅋ 그린존 그자체;;

‘왜...?’

당황스러웠다. 강서가 틀린 적은 없었으나, 적어도 지금만큼은 하린 자신도 틀리지 않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상식수준의 선택이었으니까. 한번에 주먹 4개가 날아오는 것이 3개가 날아오는 것보다 나을리는 없었다.

‘...믿자.’

하린은 잠깐 망설였으나 결국 강서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벽면에 자리를 잡는 게 상식이더라도.

강서는 상식으로 재단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항상 상식 밖의 결과를 보여온 사람이었다.

하린이 고민한 것은 찰나였으나 시간은 촉박했다.

[00:22]

하린이 서둘러 강서가 있는 곳으로 달려 돌아왔다. 강서는 그런 하린의 오른손 잠시 응시했다.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하린의 손을 보며 품에서 자그마한 통을 하나 꺼냈다.

[00:13]

줄어드는 시간이 하린과 시청자의 심장을 쫄깃하게 쥐어짜는 듯 했지만 강서의 행동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헉...허억...아저씨! 그게 뭐에요?!”

하린이 급하게 달려오며 물었다. 벽면으로 가기에는 이미 시간이 늦었다. 강서에게 뭔가 수가 있기를 바라야 했다.

하린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상식 수준에서는 이 널찍한 공간에서 평범한 편법같은 것은 의미가 없어 보였으니까.

[00:04]

하린이 강서 곁으로 도착 했을 때에는 이미 채 5초도 시간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강서는 이제 막 통의 뚜껑을 연 참이었다.

“이건 저번에 추출한 카인디케스테놀라의 수액에 오키아 킹의 체액이랑 이것저것 좀 섞은 겁니다. 음...이름 같은 게 따로 있지는 않은데...”

-판다아재가 또 뭔가를 꺼내버리고 말았다...

-치트on

-절.대.판.다.해

-그래서 그게 뭐임.

‘동굴 주인’님이 ‘10000원’을 후원!

[이름 없으면 ‘판다지아’ 정도가 어떨까요?]

강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시청자가 빠르게 도네이션을 보냈다. 선점하는 놈이 임자라는 공식이 딱 들어맞는 상황.

-킹다지아;;

-선점력 무엇...

-이건 솔직히 노렸자너;; 액체 나올 때부터

강서는 그 액체를 자기 주위로 한 바퀴 둘러 부었다. 자그마한 통이어서 인지 직경 2m정도의 원을 그리니 통이 텅텅 비었다.

“어쨌든, 파충계열의 몬스터들이 좋아하지 않는 액체입니다. 호르몬이랑 비슷한 느낌인데...아마 약한 몬스터 같은 경우에는...”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남은시간15:00]

두두두두-!

동굴의 안쪽에서 엄청난 발걸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는 필히 아바무가 강서와 하린이 있는 공동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

하린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소리 때문이었다. 분명 던전의 난이도가 조정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린과 강서 둘이 진입했지만, 지금 이곳에 달려오는 아바무의 수는 마탑의 엘리트 수십 명이 조직적으로 스쿼드를 짜서 들어온 그 공식 공략과 똑같은 수일거라고.

수십 마리 정도가 아니었다.

적어도 수백 마리.

‘그래도 아바무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

10초가량이 지나자 회색빛 몸뚱아리를 가진 도마뱀 형태의 몬스터 <아바무>가 보였다. 그들 사이에는 틈이 전혀 없어보였다.

게다가 실력과 인원수에 비례하여 조정된다고 하였으나, 사실상 육안으로는 그 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정도의 숫자.

“아저씨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아니 그보다 왜 수가...”

“그럼요. 괜찮습니다.”

하린은 조심스레 강서에게 물었다. 그만큼 몰려오는 아바무들의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

하지만 아바무와 강서의 거리가 10m쯤 되었을 때-

끼에에엑!!

끼아악!!

앞서 달려오던 아바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멈춰섰다.

하지만 멈추느냐 마느냐는 앞선에 있던 아바무들의 뜻에 달려있는 게 아니었다. 뒤에서 달려오던 아바무들이 관성적으로 앞으로 달리며 그들의 몸을 밀고 넘어뜨렸다.

가장 앞선에 달리던 아바무가 넘어지자 당연한 수순으로 그 뒤의 아바무들도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 시작했다.

우당탕-!

쾅-!

끼엑-! 끼악-!

그렇게 부딪히는 소리와 아바무의 비명소리가 들리기를 30여초-

강서와 하린 앞에, 아바무로 이루어진 작은 동산이 하나 만들어졌다.

‘유나유나예’님이 ‘10000원’을 후원!

[ㅗㅜㅑ...]

.

.

.

.

.

-킹-다

-킹갓 제네럴 마운틴 메이커;;

-....이게 레이드다;;

-캬, 팬-다

-그린존 수준;; 공격형 그린존인듯

-ㅋㅋㅋㅋㅋ그린존이 아니라 판-다존이다.

-판다-존(나쌤)

ㄴ ㅁㅊ 존나쌤 ㅇㅈㄹㅋㅋㅋㅋㅋ

-말이 되냐... 뭐 물같은 거 휙휙 뿌려대고 갑자기 산을 만들어 버리네.

-이러고 쎄쎄쎄하면서 15분만 기다리면 클리어자너;;

시청자들의 반응이 터져 나오는 동안, 웃을법한 하린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시청자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였지만, 아바무의 산이 쌓이는 동안 강서가 읊조렸던 것이다.

강서가 너무도 가볍게 이야기한 한마디였지만.

“10분이면, 이 액체의 냄새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면 아바무가 두 배로 격렬하게 날뛸 거에요.”

하린에게는 청천벽력과 다를 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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