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20화 (20/191)
  • 20화. < ep4. 두번째, 던전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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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은 몸을 뒤로 기울이고 왼팔로는 땅을 짚으며 반대 손으로 배를 두드렸다. 당장이라도 꺼억-하고 트림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자세.

    “아, 진짜 잘 먹었다.”

    엄청난 맛이었다.

    하린이 생각하기에 그건 주관적인 말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이었다.

    채소와 함께 싸먹는 모르모르 수육은 난생 처음 느끼는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했다. 외관이 그렇듯 돼지수육과 비슷하게 생긴 고기였지만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식감이었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하린의 입안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보니 또 방송을 잊을 정도로 열중해서 먹어버렸다.

    ‘또 먹고싶다.’

    누구보다 맛있게 먹어버리고 말았다.

    -이게 던전이다;;

    -이게 복합형 던전이냐 뷔페형 던전이냐

    -ㅋㅋㅋㅋ뷔페형던전ㅆㅇㅈㅋㅋㅋㅋ

    -역시 먹방이 맞았자너;;

    “설마 이 나뭇수액이 모르모르의 잡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할 줄이야....”

    모르모르는 체내에 암탈페르네폴리스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식용몬스터로 분류되었다. 이유는 특유의 냄새 때문. 참고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만큼 지독한 체취가 낫기 때문이다.

    어떤 조리방법을 사용해도 그 잡내를 잡을 수가 없었고, 결국 비식용몬스터로 분류되었다. 게다가 발견하기조차 어려웠으니, 식용으로 분류되는 것이 더 웃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강서는 모르모르의 잡내를 잡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바로 모르모르가 몸을 숨긴 나무. ‘카인디케스테놀라’의 암나무 수액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모르모르는 물론 카인디케스테놀라 암나무 자체의 개체수가 수나무의 20분의 1정도로 적었기 때문에 발견되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나무 중간에 축적된 수액을 모아 물과 함께 끓이고 모르모르의 고기를 10분정도 담궈 놓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모르모르의 잡내가 모두 사라졌다.

    강서는 해결한 고기를 두 덩어리로 나누어 통째로 삶았고, 하린은 엄청난 속도로 먹어치웠다.

    다 먹자마자 들려오는 알림소리.

    [마력 3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이건 진짜...”

    하린은 눈앞에 나타난 상태창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마력이 이렇게 쉽게 오를 수 있는 거였다니. 하툰을 적어도 30마리는 잡아야 성장포인트 3을 모아 마력을 올릴 수 있었는데, 일시적이라고는 하지만 강서는 음식으로 3을 올려버렸다.

    만약이게 2인 파티가 아니라 대규모레이드였다면, 아마 엄청난 버프가 되었으리라.

    -일해라! 린!

    -근무해라!

    하린은 고기를 먹는 동안에도 방송을 정지시키지 않았다. 요리를 특별한 컨텐츠로 다룬 것은 저번 뿐, 오늘은 본격적인 요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요기를 해결하기 위한 요리였다.

    생각보다 훨씬 맛있게 먹방처럼 먹어버렸지만.

    “아저씨 시청자들이 재촉하는데요? 로코크의 늪은 다 와 가는 건가요?”

    “사실 아까 도착 했습니다. 저쪽에 짙은 녹색 나뭇잎을 보면-”

    “어? 정말이네요.”

    강서가 가리키는 곳에는 강서의 말처럼 확연히 짙은 녹색잎의 나무들이 있었다.

    “저게 로코크의 늪이 시작되는 증거입니다. 풀에 대한 이런 기본적인 지식과 몬스터들의 습성만 알아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죠.”

    -아...예;;

    ‘척척석사’님이 ‘1000’원을 후원!

    [참고로 말씀드리면 판다아재가 알려준 것 중에 저희 학계에서도 몰랐던 사실이 3묶음 정도가 되는데 이쪽은 이미 난리입니다...사실상 실험만 구조화해서 학술지에 논문 내면 당연히 등재될 수밖에 없는 것들이라서...]

    ‘척척석사’님이 ‘1000’을 후원!

    [학자로서 기쁘면서도 랩에서 3일치 밤샘을 생각하면 이게 영....]

    -ㅋㅋㅋㅋㅋㅋ응 기본적인 지식이야~

    -응 어렵지 않아~

    -척하(대충 척척석사 하이라는 뜻)

    -아재 주 포지션이 있기는 한가요?

    “척척석사님 감사드려요! 흠 주 포지션이요? 판저씨!! 시청자분들이 포지션을 묻고 있습니다!”

    -ㅋㅋㅋㅋ판저씨 입에붙는다zzz

    -판저씨 똑똑한 거 보면 탐색꾼계열 아닐까.

    -그렇다기에는 킹멩이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냥 퍽퍽박사 정도로 합의 보는 게 낫자너;;

    “음...전투 포지션 말하는 거죠?”

    하린과 강서가 더블 스쿼드로 던전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던전레이드는 펜타스쿼드로 진행된다. 즉 5명이 한 팀이라는 이야기.

    그래서 포지션을 일반적으로는 5개로 분류한다. 탐색꾼, 탱커, 메인 딜러, 버퍼, 그리고 <코어 드라이버>로.

    탐색꾼은 주로 스쿼드의 방향을 제시하고 몬스터를 감지하는 역할을 하며 전투시에는 보통 탱커의 보조를 맡는다.

    탱커는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어 스쿼드가 받을 타격을 대신 감당하는 역할을 하고 ,메인 딜러는 스쿼드의 공격력을 담당한다.

    버퍼는 팀 전체에 도움이 되는 버프스킬과 메인 딜러의 보조를 맡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어 드라이버.

    코어 드라이버는 스쿼드의 오더와 중심을 잡는 일종의 지휘관의 역할이다. 즉, 스쿼드의 색깔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코어 드라이버. 줄여서 <코드>라고 불리는 이 포지션은 스쿼드와 전술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자리였다.

    ‘포지션이라...’

    강서는 골똘히 생각해보았지만 이렇다 할 답이 있지 않았다. 안 해본 것도 없었고, 할 수 없는 것도 없었다.

    “메인 딜러 1000번 탱커계열은 한 1500번 그리고 나머지는 음....해봐야 100번이 안될 것 같은데요.”

    -...?

    -여기 던전을 수천 번을 돈 사람이 있다?

    -ㅋㅋㅋㅋㅋㅋ허언이 또

    -킹다아재 프로 구라러;; 표정하나 안변하자너

    -아니 잠깐.

    ‘방랑자 B’님이 ‘1000원’을 후원!

    [이 아재에 허언은 격이 다릅니다. 수천 번이 아니라 오조 오억 번이라도 믿으세요.]

    -ㅋㅋㅋㅋㅋㅋ방랑자 B 하이

    -근데 이거 맞다. 이건 판저씨 첫방 본 사람들만 알 수 있음

    -좀 과하긴 한데, 그냥 미드셈

    -첫방 시청자 손!

    - ㄴ1111

    - ㄴ222222

    시청자들은 강서가 1000단위를 이야기하자.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했다. 균열사건이후 쉬지않고 일주일에 한번 씩 던전을 클리어해도  1000번이 채 되지 않는다.

    일주일에 두 번 씩 가더라도 1500번 수준에 그치는 마당에 3000번에 가까운 던전경험을 이야기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었으나. 만약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시청자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강서의 말이 허언증으로 받아들여진 것.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강서가 말한 한 번은 던전 클리어 한번이 아니었다.

    그 수 천 번의 던전 클리어경험이 포함된 한 번의 인생도 아니었다.

    수천 번의 던전을 경험한 인생을 수십, 수 백 번 회귀하여 반복한 하나의 생(生)을 한 번으로 쳐서 말한 것.

    그들은 절대. 강서가 말한 바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

    “와...”

    하린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녀가 던진 에너지 볼트가 로코크의 등껍질을 헤집어버리고 단번에 로코크를 처치했기 때문이었다.

    [‘로코크’를 처치하였습니다]

    [성장포인트를 0.21획득합니다]

    어떻게 보면 한 마리에 몬스터를 처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나.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와...로코크 등껍질을 한 번에 터뜨려 버리네. 에너지볼트가

    -이거로 3서클 데미지 입증한 거자너

    -판저씨 도대체 뭘 한거야...

    로코크 자체가 강한 몬스터는 아니었다. 로코크는 오툰의 숲 같은 E급 던전에서도 발견되는 약한 몬스터. 악어의 형상을 가지고 있는 로코크가 3서클 공격마법의 기준이 된 것은 바로  등껍질의 방어력 때문이었다.

    특출난 방어력을 가진 로코크이기에 2서클 마법 중에는 로코크의 등껍질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3서클 이상의 마법들 만이 그들의 등껍질을 파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서가 에너지볼트 링크의 방법을 공개함으로써 에너지볼트는 3서클마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공격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BJ대마법사’님이 ‘10000원’을 후원!

    [눈물이 납니다ㅠㅠ 진짜...으스대던 같은 서클 소환사새끼 에너지볼트 없는데 줘 패주러 가야징]

    -ㅋㅋㅋㅋㅋㅋ대마법사 애너지볼트로 개 신났네

    -하긴 정통파 아니면 굳이 에너지볼트 배우진 않지 1서클스킬은 보통 전용스킬 채우니까.

    아티팩트나 클래스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마법사가 배울 수 있는 1서클 스킬 슬롯은 두 칸 정도. 소환사같은 특수클래스는 보통 전용스킬로 1서클 슬롯을 채웠다.

    말하자면 마법계 자체의 지위 뿐 아니라 마법계 내에서 정통마법사의 지위도 반등하게 된 것. 하린의 방송을 보던 많은 정통파 마법사들은 직접 에너지볼트 폭사를 시현해보며 탄식을 금치 못했다.

    아무래도 특수클래스 보다는 아쉽다는 평을 받고 실제로 같은 서클의 마법사더라도 클래스로 무시 받고는 했었지만 에너지볼트 하나로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서클 마법의 마력소모량을 가지고 3서클에 해당하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감탄할만한 어드밴티지였다.

    -개꿀!

    -이게 그 늬들이 말하던 『판-다』냐?

    -ㅋㅋㅋㅋㅋ판-다

    -정통파 마법사의 영웅이네 진짜.

    “도대체 이런 건 어떻게 아는 거에요?”

    “간단합니다.”

    강서는 익숙한 한마디를 뱉었다.

    -설마....판다가 또오

    -오조 오억 번 에너지볼트를 날리면 되는 겁니까...?

    -간만연;;

    -간만년;;

    “많이 연습하면 됩니다.”

    “...여러분 진짜 얄밉죠.”

    하린은 질린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시청들 또한 하린과 동조하며 강서의 말에 담긴 악랄함을 비난했다.

    그 누구도 그것을 사실이라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실제로 강서가 에너지볼트의 마법진으로 링크방법을 추론하고 확인하는데 까지 걸린 끔찍할 정도로 긴 시간을 알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ㄹㅇㅋㅋㅋㅋㅋ

    -사탄의 언어 『노-력』

    -사탄: 스승님 노력해도 도저히 당신을 닮을 수 없습니다.

    -대마도사:....?

    -대마법사:....?

    파이베브스의 생을 수십 번을 살고도 모든 마법체의 링크방법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서가 말해준 에너지볼트 링크방법이 가지는 의미는 깊고 심오했다.

    로코크 세 마리를 처치한 하린은 마력이 바닥나 가는 것을 느끼면서 방송종료의 시간을 보았다.

    “으음~ 여러분 슬슬...”

    -이걸?

    -아니 하린 저번부터 왜 그럼;;

    -방송분량 창렬이자너;;

    “저에겐 더 이상 마력이 남아있지 않다구요!! 이건 방송 종료가 아니라....”

    크르르-

    말을 잇던 하린은 소름끼치는 저주파소리를 들었다. 낮게 깔린 울음소리. 털이 곤두서며 몸이 찌릿찌릿 거렸다.

    하린은 생각했다. 이건 틀림없이 그것이라고.

    “이건...”

    .

    .

    .

    .

    .

    “오툰이네요.”

    하린의 말흘림이 긴장감을 더했고, 강서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보스의 등장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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