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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9화 (19/191)

19화. < ep4. 두번째, 던전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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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참....’

또 강서의 도움으로 하툰을 해결했지만, 하린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좋았다. 장난기가 들어간 말이었지만, 채팅창에서 시청자들이 ‘세계최초링크 성공’, ‘대마법사린’하면서 자신을 치켜세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판-다’를 앞에 두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이제 마음대로 해도 되요. 저는 마력을 아낄 테니까 지나가다가 보이는 몬스터 있으면 아저씨가 좀 잡아주세요.’

실제로 마력을 아낀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괜히 우쭐해져서 장난식으로 말한 것이었다. 강서가 몽둥이를 아무리 휘둘러도 하툰의 몸 반을 날려버리는 장면보다 더 보여주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

오만이었다. 강서는 이미 시청자들의 관심을 있는 대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퍽-퍼억-

강서가 휘두르는 몽둥이질 한번마다 채팅창에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공격력이 강했던 것은 아니었다. 끽해봐야 오키아보다 조금 강한 하툰을 여러 번에 걸쳐 때리고 있었으니, 첫 번째 던전에서 오키아킹을 단번에 잡아낸 돌멩이보다 데미지가 못했던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하툰을 때리는 몽둥이질의 타격음이 사람들의 귀에 청량감이 느껴질 정도로 시원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ㅗㅜㅑ

-소리가 진짜 시원시원하다. 어떻게 저렇게 찰지게 때릴 수가 있지.

-역시...킹둥이는 타격감을 담당하고 있는 건가.....

-빨래도 저렇게는 안 팸;;

-몽둥이 ASMR은 처음이자너;;

하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서는 별 상상도 못한 것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본인의 의도나 의지같은 것은 단 0.1%도 포함되지 않아 보였지만..

확실히 타격음은 강서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강서는 몽둥이가 부러질까 일부러 힘을 빼고 때리고 있었다.

몽둥이에 데미지가 가지 않는 수준으로.

‘초등학교15학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재 마법말고 꿀팁 없어요?]

“판다아저씨. 시청자분들이 오늘은 팁 없냐고 묻는데요. 혹시 오툰의 숲에서도 특별한 팁 같은 게 있나요?”

-ㅇㅇㅇㅇㅇ

-오늘의 꿀팁은 스컹크 볼트지.

-ㅇㅇ스컹크 볼트면 한방이지.

-스컹크 볼틐ㅋㅋㅋㅋㅋㅋㅋ

-사실 하툰이 폭발에 죽은 게 아니라 냄새에 죽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

-그건 마법사만 쓸 수 있자너;;

하린은 이마에 생기는 사거리 표시를 간신히 억눌러가며 웃음을 지었다.

“여러분들 자꾸...”

“...아.”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 번 화내는 리액션을 하려는데 강서가 무미건조한 탄성을 뱉었다.

-ㅋㅋㅋㅋ또 나왔네. 판다의 상징.

-아.

-느낌표도 아니얔ㅋㅋㅋㅋㅋ

-분명 저것도 탄성으로 분류될 텐뎈ㅋㅋㅋ

“그러고 보니 하나 알려드릴 만한 게 있네요.”

강서는 그렇게 말하며 헤롱헤롱거리던 하툰의 뒤통수를 쳐서 마무리했다. 그리고 나서는 주변을 둘러본 뒤 가장 높은 나무를 찾아 능숙하게 타고 올라갔다.

어느 정도 올라간 강서는 한쪽 방향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다시 내려와서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죠.”

“...저쪽에 뭐가 있나요...?”

하린은 강서에게 되물었지만 강서는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몸을 돌려 이미 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 * *

“이건...”

하린과 강서가 도착한 곳에는 모르모르의 집이 있었다.

-모르모르 집이네.

-와 저 찾기 힘든 걸 한 번에 찾았다고?

-아니 애초에 오툰의 숲에 모르모르가 살고 있었냐...?

-판저씨가 또오....

-캉다아재 이걸 도대체 어떻게 봤어요.

강서는 시청자들의 물음에 대답하며 천천히 모르모트의 구덩이로 걸어갔다.

그러면서 포켓에서 미리 넣어둔 나뭇잎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구덩이 옆으로 솟아있는 나무의 낮은 가지에서 이파리를 하나 떼어냈다.

“눈으로 직접 찾은 건 아니고요. 이게 아까 제가 타고 올라갔던 나무의 이파리이고-, 이쪽이 여기 구덩이 옆에 있는 나무의 이파리입니다.”

-....?

-같은 거 아님?

-같은 거잖아.

-??

하린도 강서가 내민 나뭇잎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러게요... 저는 실제로 봐도 같은 나무인 것 같은 데요?”

강서가 두 개의 이파리를 내밀었지만 시청자들은 물음표를 던졌다. 외관으로 보기에 전혀 차이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강서는 스마트 워치에 카메라에 나뭇잎을 가까이 대었다.

“맞습니다. 같은 나무이기는 하죠. 하지만 이쪽은 암나무고 이쪽은 수나무입니다. 이파리를 보면 수나무 쪽의 무늬가 좀 더 촘촘한 게 보이시죠?”

“.....”

“또, 멀리서 보면 암나무가 수나무에 비해 위로 뾰족하게 자라기 때문에 알고 찾아올 수 있었습니다.”

-...?

-?

-아니 아무리 봐도 같은 것 같은데요...

-역시 판다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자너;;

하린은 어이가 없었다. 무늬의 촘촘함이라니. 그런 것으로 암나무와 수나무를 구분할 생각을 하고, 또 하는 사람은 아마 강서밖에 없으리라. 이제는 알고 있는 게 신기하지도 않았다.

“어쩄든 그렇다 치고 중요한 건...”

하린은 말을 끌며 모르모르의 집을 가리켰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만한 질문을 대신 던져주었다.

“저 모르모르의 집을 찾은 거랑 그 나뭇잎이 다른 거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

-이거 맞다.

-하린 정신 차렸네.

-초심 찾았네.

“모르모르는 이 나무, 그러니까 카인디케스테놀라 암나무 아래에 거처를 마련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암나무에서만 나는 특유의 향이 모르모르의 냄새를 감춰주기 때문이죠.”

-캬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박-식

-카...뭐요?

-ㅂ신아 당연히 나무 학명이겠지.

- ㄴ찐;;

- ㄴ너 친구없지, 누가 몰라서 묻냐;;

-속보) 판다 식물학계 까지 진출해.

강서가 나무의 이름을 알고 있었던 것은 역시 <허브마스터 패닝>시절 덕분이었다. 현재 지구에서 카인디케스테놀라의 이름을 동일하게 명명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리없이 이름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강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모르모르의 집 앞에 섰다. 모르모르의 집은 땅에 구덩이를 움푹하게 판 후 주변을 나무로 둘러쳐서 쌓은 움막 형태의 집이었다.

-이 귀한 장면을 보네

-이거 찾은 다큐멘터리 팀도 몇 없잖;;

-판다큐멘터리자너;;

-자 이제 내부를 탐색하자!

모르모르는 기본적으로 발견하기 자체가 어려운 개체였다. 모르모르의 개체수가 엄청나게 적은 것도 이유 중 하나였고, 기본적으로 눈이 닿지 않는 곳을 파악하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났다.

광활한 필드형 던전에서만 관찰되는 이 개체는 한동안 숨기의 귀재로 유명해져 일종의 챌린지처럼 많은 헌터들이 찾아다녔지만, 정말로 찾지 못하는 팀들이 많아져 금방 사그라들었다.

모르모르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었는데, 바로 집을 아주 정성스럽게 짓는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최적의 장소를 찾아 한땀 한땀 나무를 엮어 집을 짓고 평생동안 그 집에 살았다. 부숴지면 보수하고, 주기적으로 점검 및 보강을 하였다.

심지어 인간이 지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정교함이 느껴지는, 조금 투박해도 정성 가득한 집이었다.

.

.

.

그 집이었다. 강서가 부수기 시작한 것은.

“....에? 그걸 왜...”

쾅- 콰광!

강서는 모르모르의 집 앞에 서서 들고 있던 몽둥이로 모르모르의 집을 부수기 시작했다. 여전히 타격음은 경쾌하게 울려퍼졌다.

-???

-철거빌런;;

-킹다아재 화났어요?

-거, 아까운 거 그냥 내비두지...

-ㅋㅋㅋㅋㅋㅋ갑자기 태세변환

“아니 아저씨 그걸 왜 부숴요???”

“모르모르는 집을 소중히 여깁니다.”

-그니까 왜 부수냐고욬ㅋㅋㅋ

-ㅋㅋㅋㅋ무표정빌런ㅋㅋㅋㅋ

강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린이 모르모르를 발견했다. 하린은 모르모르를 발견했다고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하려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탄식에 말을 잇지 못했다.

“앗 저기! 아앗...”

-ㅋㅋㅋㅋㅋ모르모르 나라잃은 표정ㅋㅋㅋㅋ

-판다아재가 빌런이었네;;

-흉악함 그 자체;;

-아 표정 개웃곀ㅋㅋㅋㅋㅋㅋㅋ

멀리서 부숴지는 집을 발견한 모르모르가 방금 잡은 듯한 물고기를 문 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나라를 잃은 표정. 어찌 보면 맞는 말이었다. 모르모르는 평생을 한 집에서 살았으니 숨어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모르모르에게 집은 세상이자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 왔네요.”

강서는 고개를 돌려 모르모르를 확인했지만, 태연하게 다시 고개를 돌려 멈추지 않고 다시 집을 부수기 시작했다.

쾅-

퍼석-퍽

모르모르는 그런 강서를 보며 충격을 받은 표정 그대로 입에 물고 있던 물고기 까지 떨어뜨렸

다.

툭-

팔딱팔딱

그 행복할 정도로 코믹한 명장면에 사람들이 도네이션을 쏘기 시작했다.

‘모르모르’님이 ‘1000원’을 후원!

[앗.아앗...나의 펜트 하우스가...]

‘???’님이 ‘10000원’을 후원!

[사탄: 아...이건 좀....]

‘집’님이 ‘1000원’을 후원!

[사요나라...모르모르쿤....]

-ㅋㅋㅋㅋㅋㅋ이거 개그방송이냨ㅋㅋㅋㅋ

-아니 아 살려줘 배아팤ㅋㅋㅋㅋㅋ

-사탄: 교수님 이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이것이 악마자나;;

-아니 타격음이 왜이리 구슬프게 울리는 거냨ㅋㅋㅋ

꾸에에엑!!

모르모르는 구슬픈 울음소리를 오툰 숲에 울려 퍼뜨리며 강서를 향해 돌진했다. 강서는 한번 흘깃하고 모르모르를 쳐다보더니 어김없이 계속해서 집을 부수기 시작했다.

“모르모르는 집을 아주 소중히 여깁니다. 일생동안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집이죠.”

“...”

“심지어 짝짓기시기가 되어도 집을 옮기지 않습니다. 서로 각자의 거처에서 쭉 살아가죠. 그래서 모르모르의 개채수가 적은 것입니다.”

-그래요 정말 소중한 것 같네요.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서 뭐가 팁인거얔ㅋㅋㅋㅋ

-행복하게 웃는 팁.avi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집을 이렇게 부수고 있으면 100이면 100 모르모르가 돌진을 합니다. 그때 이렇게 한걸음 물러나면-”

모르모르가 거의 강서의 5m거리에 도달했을 때, 강서는 집을 부수는 것을 멈추고 한쪽 발을 뒤로 빼며 한걸음 물러났다.

꾸에...?

쾅-!!

모르모르는 그대로 정면에 있던 자신의 집에 들이 받았고 모르모르의 집은 강서가 충분히 두드려 놓았는지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끼익- 쿠광쾅-

모르모르는 그대로 나무와 돌로 이루어진 집의 잔해에 깔렸다. 몸집에 비해 꽤나 큰집이어서 인지 아니면 머리를 박으며 정신을 잃었는지 모르모르는 움직이지 못했다.

몽둥이를 내려놓고 손을 턴 강서는 하린을 돌아보며 말했다.

.

.

.

.

“수육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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