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7화 (17/191)

17화. < ep4. 두번째, 던전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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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볼트는 그냥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하나의 소리를 남기며 사라졌다.

뽀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뽀옹?

-뽀오옹?

-왜 뿌웅도 하짘ㅋㅋㅋㅋㅋ

-ㅋㅋㅋㅋ엌ㅋㅋㅋㅋ잼린

-메모...링크는...방귀소리..

방귀소리를 연상시키는 뽀옹-소리와 함께 에너지볼트가 사라지자 채팅방은 시청자들의 엄청난’ㅋ‘수에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하린의 얼굴은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붉어져 있었고, 강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손으로 턱을 잡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익...여러분 제가 한 거 아니에요! 시키는 대로 밖에 안 했다구요!!”

“가능 할 줄 알았는데...”

-판다아재도 예상치 못한 마법실력ㅋㅋㅋㅋㅋㅋ

-킹갓린 인정합니다.

-올해의 코미디언상ㅋㅋㅋㅋㅋㅋㅋ

웃음이 가득한 채팅창이었지만 사실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하린과 강서를 발견한 하툰이 몽둥이를 들고 달려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

하툰은 몽둥이를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하린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고, 다시 자신에게 익숙한 모양대로 머리위에 에너지 볼트를 생성하려 했다.

“아.”

그때 강서가 한 음절을 뱉었다. 잊고 있었던 한 가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자신도 처음 에너지 볼트를 다룰 때 한 손이 아니었던 것. 처음에는 두 손으로 다루었던 기억이 머릿속에 있었다.

“하린님, 다시 앞쪽으로 만들어 봐요.”

“안!....”

하린은 안한다고 일갈하려다가 강서의 얼굴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 한 번으로 강서를 못 믿겠다고 하기에는 이전에 강서가 보여준 것이 너무 많았다.

“...이번엔 믿어도 되는 거에요?”

“그럼요.”

솔직히 말하면 기습없이 하툰을 한 번에 쓰러트릴 자신이 없기도 했고.

다시 한 번 가슴 부근에 에너지볼트를 생성한 하린은 시키지 않아도 양손을 에너지 볼트에 갖다 대어서 링크를 시도했다.

[‘에너지볼트’와 링크됩니다.]

-ㅋㅋㅋㅋㅋ방귀로 사냥 가능?

-고럼, 스컹크 퀸 하린이라면 최소 하툰 질식사자너;;

-ㅋㅋㅋㅋㅋㅋㅋㅋ스컹크 퀸ㅋㅋㅋㅋ

-또?

채팅창들은 하린의 링크를 비웃는 댓글들로 가득 찼지만, 강서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하린에게 말했다.

“다시 한 번 던져보세요. 아까는 설명을 좀 투박하게 했네요. 눈을 감은 뒤, 양손을 깍지껴서 마주 잡고 천천히 과일 즙 짜듯이 조이면 됩니다.”

하린은 에너지볼트를 하툰이 달려오는 방향으로 던진 뒤 강서가 말한 대로 즙을 짜듯 양손을 천천히 조였다.

전에는 손안에서 피시식 새어나가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팽팽하게 밀어내는 힘이 느껴졌다. 강서역시 그것을 알고 있는지 뒷말을 덧붙였다.

“그 밀어내는 힘을 터트려 버린다는 생각으로 더 강하게 해보세요. 새어나가는 곳이 없도록.”

하린은 강서의 말대로 깍지 낀 손을 더 강하게 조였고, 하툰이 웃음을 지으며 에너지볼트를 절묘하게 피하는 순간-

콰광-

에너지볼트가 공중에서 터졌다. 동시에 하린의 시스템 데이터에 믿을 수 없는 두 문장의 문구가 나타났다.

[연계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에너지볼트: 폭사]

그 장면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던 채팅방이 잠시나마 정말 찰나의 순간동안 멈췄다. 모두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던 것이다.

물론 그걸 직접 자기 손으로 해낸 하린조차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스킬을 생성해버린다고?

-...?

-...이게 에너지 볼트라고?

-아아, 또 판-다해 버렸다.

-?

-저게 뭐야...

터트린 에너지볼트가 만들어낸 상황은 처참했다.

하툰의 한쪽 팔과 함께 상반신2/3가 통째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가히 충격적인 장면이라고 말할 만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만을 보고 놀란 것이 아니었다.

-지금 닿기 전에 터트린 것 맞지?

-아니 에너지 볼트가 형태변환을 한다고?

-이....ㅅㅂ....불공평한 세상...

-여러분 신은 존재합니다. 제가 눈으로 봤어요

-속보)킹멩학과 퍽퍽박사 이번엔 마법계도 뒤집어...

-대-판다

바로 1서클 마법인 에너지볼트가 가장 높은 수준의 데미지를 자랑하는 형태변환. <폭사>를 시행했기 때문.

“아까는 제가 설명을 조금 미흡하게 했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링크를 하면 이런 식으로 응용이 가능합니다.”

강서가 말한 아는 사람이란 것은 링크를 사용하는 네크로멘서나 소환사였다. 그들은 소환수를 폭사시키는 스킬을 가진 경우도 종종 있었으니까.

물론 대부분의 경우 해당사항이 없고, 정말 고티어 헌터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였지만.

-...예? 뭘 알아요?

-...누가요?

-이계 헌터다;;

에너지볼트가 가장 낮은 수준의 서클로 분류되는 이유는 특별한 속성을 가지지 않는 무성마법인데다가 형태변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별 거 없이 단순히 던져서 물리데미지를 입히는 마법스킬인 것. 하지만 방금 강서가 <링크>를 통해 폭사라는 형태변환을 보여주었다.

폭사형 형태변환을 가진 스킬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강서가 아는 것은 훨씬 많았지만 지구에서 밝혀진 마법 중에서는 많지 않았다.

그 얼마 안되는 폭사스킬이 자주 쓰이는 이유는 데미지의 측면에서 <폭사>만한 형태변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방증하는 것이 지금 상반신의 반이 넘게 터져나간 하툰의 시체.

하린이 형태변환 없이 그냥 던졌을 때와 엄청난 갭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번에는 특별히 마법사 계열의 헌터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BJ대마법사’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아...신은 존재했습니다...꿀팁의 신이시여...]

‘대마도사’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판다. 집에 판다인형 모셔놓고 하루에 세 번 큰절할게요.]

‘오백서클김팔만’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아저씨 사람이죠!?]

.

.

.

.

.

-???: 이젠 아니야...

-아아, 또 소소한 꿀팁을 줘버렸잖아? 이런 별 거 없는 팁을.

-킹직히- 판다는 나라에서 국보로 지정해야한다...

-아ㅣ니;;

-HE is not human

-미쳐 버리자너;;

-지야 ㅁㅊㄷㅁㅊㅇ

.

.

.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은 당연했다. 방금 강서가 보여준 것만으로도 마법계에 큰 바람이 불만한 엄청난 일이기 때문.

마법사계열의 헌터들은 헌터협회 외에 <마탑>이라는 특수 기관이 존재했다. 마탑은 전 세계에 마법사계열 헌터들이라면 몇몇을 제외하고 전부가 가입되어있는 세계 최고 마법기관이었다.

이 마탑에서 하는 일 중 하나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마법의 수준을 나누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폭사>형 형태변환을 가진 스킬은 죄다 3서클 이상의 스킬. 3서클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헌터는 5티어 헌터 정도로 인정받았다.

게다가, 폭사형 형태변환은 시체의 부산물을 거의 훼손하기는 해도 적은 마력으로 높은 파괴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애용되었다.

애시당초 마법사의 강점이 강력한 공격력이기 때문.

그런데 지금 강서는 1서클 스킬로 폭사형 형태변환을 보여주었다. 물론 1서클이라 그것이 3서클의 폭사형 마법에는 준할 수 없겠지만-

‘어쩌면, 모든 2서클 마법보다 에너지 볼트가 강력해 질지도 몰라...’

하린이 그리 생각했고, 하린의 방송을 보는 마법사 계열의 모든 시청자들도 그리 생각헀다.

낮은 등급인 1서클 스킬 에너지 볼트에 폭사가 가능하다는 것 하나만으로 헌터계에서 마법사 계열자체의 전투력이 증강될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안 그래도 강력한 파괴력이 자랑인 마법사에게 강서가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하린은 강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만나자마자 첫 방송중에, 아무도 모르던 꿀팁으로 오키아 시장을 바꿔놓고 메로구이 열풍을 불러 일으키더니. 이제는 마법계까지 뒤집어 놓았다.

하린도 강서가 공개한 <마법체와의 링크>가 가진 영향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도 한 명의 마법사였으니까.

강서를 보면 혼란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고맙기도, 대단하기도 하고 또....

하린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스마트 워치를 바라보며 멈춰있는 방송을 진행했다.

“여러분 보셨어요?”

-물논.

-판다의 『판다』를 보았지.

-ㅋㅋㅋㅋㅋ솔직히 이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옴ㅋㅋㅋㅋㅋ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킹직히 이건 인정이지.

-만회는 ㅇㅈ. 물론 오늘 명장면은 뽀옹임.

-최초로 에너지 볼트를 형태변환 해버렸다;; 물론 오늘 명장면은 뽀옹임.

-대마도사: 가르침을 주십시오...

-ㅋㅋㅋㅋㅋㅋ대마도사 계속 나오넼ㅋㅋㅋ

“근데 갑자기 생각난 게 폭사형 마법이라도 데미지 크기는 다 다르잖아요.”

-ㅇㅇ 그렇지.

-ㅇㅇㅇㅇㅇ

“1서클에 랭크되어 있는 마법 중에는 폭사형 마법이 없었고요. 그래서 생각해 낸 건데...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지 않아요?”

-봤잖아? 아까 하툰 터져나간 거

-정밀한 수치는 여기서 알 수가 없자너;;

-역시 멍청린이자너;;

-뽀옹린이지;;

“이씨...계속 그놈의 뽀옹뽀옹하면 방송 꺼버릴지도 몰라요!!!”

물론 진심은 아니었다. 살짝 분하기는 했지만, 이정도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으면 7년 동안 방송을 하지도 못했으리라.

‘하쿠나마타타’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미안린. 대신사과린]

하린은 씨익 웃으면서 흘리듯 한 문장을 뱉었다.

“하쿠나 마타타님을 봐서 봐드리죠. 훗”

-악덕업주린;;

-이걸 도네이션으로 연결해 버리자너;;

“어쨌든...정밀한 수치는 잴 수 없지만, 폭사하는 에너지 볼트가 과연 3서클과 같은 데미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

-무슨 소리야 그걸 어떻게...아

-방송천재 린이자너;;

-? 뭔데 나만 모르냐?

- ㄴ나도 모름

- ㄴ22222

‘BJ대마법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모르시는 분들 많은 것 같은데 오툰의 숲 깊은 곳에는 조금이지만 로코크도 서식함. 하린님은 그거 말하는 듯합니다.]

마탑에서 서클을 나눌 때에는 기준이 필요했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했고, 공격마법, 방어마법, 버프마법, 치료마법 등등 여러 계열의 마법들에 따라 다른 기준이 필요했다.

그리고 ‘BJ대마법사’가 말한 로코크는 3서클 공격마법의 기준이 되는 몬스터였다.

-아 로코크는 들어본 것 같다.

-이걸 이렇게 살리네;;

-빨리 ㄱ

-하린 갓;;

하린은 묘하게 방송의 분위기가 자신에게로 넘어오는 것을 느꼈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강서가 알려준 팁이었지만 그 실행의 주체는 하린이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포인트가 하린에게 있던 것. 대단한 것은 강서였지만 어찌 되었든 세계 최초로 에너지볼트와 링크한 사람은 ‘하린’이었던 것이다.

-근데 킹둥이는 언제보여줌.

-나는 킹멩이보러 왔는데

-킹멩이 타령 좀 그만해랔ㅋㅋㅋㅋ이것도 재밌는데.

...물론 아닌 사람도 있었지만.

하린이 시청자와 대화하는 동안 강서는 과거를 떠올렸다.

하린이 에너지볼트와 링크하며 순간 머릿속을 스쳐간 파이베브스 시절 기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

파이베브스의 수행과제는 <고대룡 마우레니아를 처치하는 것>이었다. 마우레니아는 파이베브스가 살고 있는 아단 대륙의 영원한 숙제였다.

마우레니아가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그의 가디언 들이 수하 몬스터들을 이끌고 움직이는 것  만으로 아단 대륙은 이미 죽어가는 대륙이었다.

파이베브스는 반쯤 죽은 아단 대륙 해안도시에서 태어난 평범한 청년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청년.

평범한 재능을 가지고, 마우레니아를 막아내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 벅찬 과제였고, 언제나 그랬든 반복되는 일이었다.

“파이베브스님! 혼자서 가능 하시겠습니까?”

“글세요. 아마 안 되겠죠?.”

“....”

강서는 파이베브스의 생을 3번째 살았을 때. 간신히 마우레니아의 최측근 가디언, 마법정령<아도르>를 처음 접했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마우레니아의 레어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죽었으니까.

처음 만났을 때 마우레니아는 고사하고 아도르 조차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존재였다. 어떤 마법이든 구사할 수 있는 그는 동시에 어떤 마법이든 파훼할 수 있었다.

“파이베브스라....이름은 기억해두지. 보았던 인간들 중에서 본다면 나름 준수한 축에 속하는 군. 그래도 그따위 마법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나를 이길 수는 없을 테지만.”

“그런가요. 죽었다 깨어난다라...”

‘그 따위 마법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나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아도르가 파이베브스를 처음 만났을 때 한 말이었다.

물론 그 이후로도 파이베브스와 아도르는 수십 번을 만났다. 파이베브스는 아도르를 쓰러뜨리고 마우레니아를 잡아야 했고, 아도르는 파이베브스가 마우레니아에게 가는 걸 막아야 했으니까.

‘아마 13번째쯤이었지.’

13번째 즈음. 대마법사라 불리며 8서클 마법을 어느 정도 사용하게 되었을 때에는 가볍게 이길 수 있었다. 아도르는 파이베브스의 어떤 마법도 파훼하지 못했다.

“어떻게 인간이...”

“여기 ‘그 따위 마법’입니다.”

강서는 더 강하고 화려한 마법도 많았지만 아도르의 마지막을 에너지 볼트로 장식해 주었다.

3회차 때 아도르가 그따위 마법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길 거라 했던 말을 기억한 것이었다.

정작 그따위 에너지 볼트에 터져나가는 아도르 를 볼 때는 통쾌함보다 허탈함이 더 크기는 했지만.

*

상념에 빠진 강서를 깨운 것은 하린의 목소리였다.

“움직일까요?”

“....그러죠.”

로코크가 서식하는 늪으로 이동하면서도, 강서도 알아채지 못한 약간의 아련함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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