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6화 (16/191)

16화. < ep4. 두번째, 던전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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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소꿀16

하린은 가슴께로 내려온 새하얀 에너지 볼트 구체를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새하얗다...’

감은 눈으로 느껴지는 백색의 구체는 오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자 그리고 구체를 가운데에 두고 양손을 마주보게 해봐요.”

사람 머리만한 크기의 에너지볼트 구체를 가운데 두고 하린은 강서의 말처럼 양 팔을 벌렸다.

시청자들은 지금 강서가 하린에게 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단지 팔을 벌리고 있는 하린의 모습에서 오묘한 고귀함을 느꼈다.

-하린 뭔가 빛나는 거 같지 않냐?

-뭔가 좀 흠... 있어 보이긴 하는데 뭔지를 모르겠네.

사람들이 오묘함을 느끼면서 강서의 말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강서는 갑자기 벌려져 있는 하린의 양팔을 잡아 에너지 볼트 쪽으로 모아버렸다.

턱-

사람들은 경악했다. 기본적으로 에너지 볼트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구체. 마력은 본디 형체가 없는 유체(流體)였다. 어디로 흘러도 이상하지 않은 것.

저런 식으로 사람의 몸이 닿으면 십중팔구 사람의 몸으로 마력이 흘러들어올 것이었다.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형체가 없는 마력에 형체를 부여하고 성질을 부여해주는 체계적인 방법이 바로 마법.

즉 에너지 볼트 내부의 마력이 다른 곳으로 흐를 경우 형체를 이루던 마법식이 붕괴되면서 에너지 볼트가 폭사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자, 잠깐 아저씨!!”

그 폭사에 당하는 것은 가장 가까이 있는 하린과 강서가 되는 것이었다.

본래 마법진이나 마법에 직접 물리적인 개입을 하는 것은 절대적인 금기사항이었다. 마법실험에서도 여러 번의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채팅창에 경악을 하는 댓글들이 올라왔다.

-아니 저걸 손으로 건드리면 어떡해.

-판다아재 마법 아는 거 맞냐? 아니 저거;;

-사고나게 생겼네. 저 정도 거리면 진짜 위험할건데.

-진짜냐?

-조심해!! 터진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지 않은 댓글들도 있었다. 알 수 없는 여유를 뽐내는 시청자들이었다.

-쯧, 아직 덜 봤군.

-인석들아! 내가 판다방송 처음 봤을 때는 말이야...

-믿음이 부족한 자여...

-믿어 그!

많은 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판다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기대와 같이-

“...어?”

[‘에너지볼트’와 링크됩니다.]

강서는 이번에도 이변을 보여주었다. 하린의 손이 에너지볼트에 분명 닿았지만, 에너지볼트가 터지지 않은 것이다.

대신에 하린의 시스템 데이터에 ‘에너지 볼트와 링크되었다.’는 한 문장이 나타났다.

시청자들은 연이어 경악을 했다. 채팅방은 정말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

-아ㅣ니...

-뭘 한 거야 저 아재 지금.

-에너지볼트에 손이 닿았는데 안 터진다고? 마법에 물리적인 개입을 하면 터지는 게 상식이잖아.

-원래 저 판다아재는 상식 밖이야...

‘BJ대마법사’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게 무슨 일일까요...?]

‘치킨집 사장’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늘도 그저 빛....항상 믿습니다. 판-다]

‘판-다’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아, 괴라는 나물...오늘도 『판-다』라는 것을 해버렸다...]

.

.

.

.

-원래 믿었습니다. 킹 갓 제네럴 더 슈퍼매지션 판다...

-킹직히...말이 되냐? 다른 세계 살다온 사람 아님?

-어케했노...판다련ㄴ아

-판다...The Rule Breaker...

-킹치만- 이것도 소소한 꿀팁이라는 사실...어메이징 킹다갓재

-그래서;;링크가 뭐냐;; 이젠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음. 알아서 했겠지.

사람들이 놀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마법진에 손을 대면 폭발한다>라는 법칙을 강서가 무시해버렸기 때문.

15년간 증명되어온 그것은 이미 <불은 뜨겁다> 수준의 상식이었다. 마법자체에 손을 대는 것이 정말 위험한 일이라는 것은 어린아이도 알고 있을 정도.

그렇기에-

하린도 얼이 빠진 상태였다. 에너지 볼트에 손이 닿기 직전까지는 꼼짝없이 사고가 나는 줄 알았으니까.

“어...제 스킬창에는 에너지볼트 옆에 <링크상태>라는 표시가 생겼네요...저도 이게 뭔지 잘은 모르겠는데...”

당황해하는 하린 대신 강서가 설명을 이어갔다.

“그냥 만지면 터집니다.”

강서는 하린의 스마트 워치를 보며 강조해 말했다.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강서가 몇 가지 조치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무턱대고 따라한다고 아무렇게나 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생각 없이 손을 대었다가는 말 그대로 대형사고가 터질 수 있는 일이었다.

-드디어 킹팁타임이구나~

-이번엔 또 무슨 짓을 저지를 까...

-링크가 도대체 뭐야?

“링크는 마법체(魔法體)와의 연결을 뜻합니다. 보통은 시체를 다루는 네크로멘서들이나 소환사들이 주로 사용하죠.”

그렇다. 강서가 하린에게 시킨 것은 네크로멘서들이 사용하는 링크와 동일한 것이었다.

-아, 그 링크.

-아니 그게 무생물한테도 가능한 거였어?

-설마 돌멩이도 링크 한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마법체라자낰ㅋㅋ킹멩이가 왜나옴

-『매직-스톤』

사람들은 강서가 네크로멘서를 언급하자 아는 체를 했다.

“스켈레톤도 무생물이죠.”

-아 예;; 오답노트 써오겠습니다. 퍽퍽박사님.

-단-호

-ㅋㅋㅋㅋㅋㅋㅋ멍청자(대충 멍청한 시청자라는 뜻)도 때리자너

-무분별 난타;;

강서는 시청자들의 웃긴 드립가운데서도 진지한 표정을 잃지 않고 설명을 계속했다.

“네크로멘서와 소환사가 링크가 가능한 것처럼 이런 정통마법에도 링크가 가능합니다. 다만-”

-킹만?

-짱만?

“두 계열은 각자가 사용하는 링크방법이 동일한데 반해, 정통마법은 마법체마다 링크방법이 다릅니다.”

-응? 저게 뭔 말임? 좀 어려운데.

-대마법사: 퍽퍽박사님, 이 부분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대마도사: 퍽퍽박사님, 이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대마법사 대학생 행zzzz

-걍 잠자코들어 천한 것들아;;

“쉽게 말해,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방법은 ‘에너지 볼트’에만 적용된다는 말이죠.”

-아....

-왜....

-ㅋㅋㅋㅋㅋ마법사의 절귴ㅋㅋ

-그러게 날로 먹을 생각을 하면 안 되지.

-그만 쉬어라. 땅이 꺼져버리자너;;

하린방송에 들어온 사람들 중에는 정통마법사들도 있었다. 그들한테는 아쉬운 이야기였다.

만약 어떤 마법체와도 링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정통마법의 지위가 훨씬 더 올라갔을 테니까.

“에너지 볼트의 링크방법은 <마나가 흐르지 않는 손>으로 <직접 접촉>하는 것입니다. 제가 하린님의 손을 직접 잡은 것도 마나트랙을 짚어서 막기 위해서 였죠.”

-그새?

-아니 마나트랙이 고런식으로 누른다고 막히는 거임?

-???:킹런 것 같네요.

“아...그래서...”

하린도 강서가 말하기 전까지는 몰랐다는 듯 탄식을 뱉었다. 갑자기 손목을 잡길래 혹시나 했는데, 강서가 말한 뒤 양손을 보니 손목의 바깥쪽에 붉게 눌린 흔적이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하린도 지금 암

-하린도 모르는 <하린의 링크이야기>

-이거야 말로 소환수....

-멍청속성 소환수자너;;

-ㅋㅋㅋㅋㅋ호스트라고 임맠ㅋㅋㅋ

‘판-다’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래서 링크가 좋은 거임?]

링크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링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시청자는 얼마 없었다. 그나마 좀 아는 마법사 계열의 헌터들이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해주었지만-

-링크는 소환사랑 소환수를 이어주는 매개지.

-소환사의 의지를 소환수에게 강요하는 일종의 조이스틱?

-ㅋㅋㅋㅋㅋㅋㅋ조이스틱은 너무한 거 아니냐.

-소환수 게임캐릭터행;;

-???: 사장님 나빠요.

역부족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소환물이 아닌 마법체와의 직접링크는 지금 강서가 처음 선보인 것이었으니까.

‘판-다’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니 그니까 마법체랑 연결되면 뭘 하는 거냐고;; 고래깡 먹고 싶었는데 이거 보내느라 못 먹잖ㅇ]

-판다 악덕업주행;;

-한입만.

-그러게. 마법체랑 연결되는 건 나도 처음 봐서.

-오른쪽 왼쪽으로 막 움직일 듯. 최면공격;;

-ㅋㅋㅋㅋㅋ저 하얀 게 와리가리거리면 최면 걸릴 것 같긴 하다.

-???: 여러분 에너지 볼트는 정신계열 마법으로 상대방의 정신을 홀...

-ㅋㅋㅋㅋㅋㅋㅋ마법의 재구성ㅋㅋㅋㅋ

“링크를 하면 여러 가지 것들을 할 수 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이겁니다.”

강서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하린에게 속삭였다.

“하툰에게 던져도 될 것 같아요. 빠르지 않아도 됩니다. 아까처럼 정확하게만.”

하린은 ‘바짝’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거리감에 순간 움찔 했지만 가볍게 끄덕이고는 강서의 말대로 구체를 던졌다.

하린의 손을 떠난 구체는 아까보다 천천히 날아갔다. 천천히라는 강서의 말에 하린이 과하게 반응 한 것이다.

혹여나 하툰이 목풀기 운동이라도 한다면 보고 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렇게 천천히 맞아도 아프냐?

-그렇지 않을...까?

-킹치만- 무성마법인데 속도도 중요하지 않나.

무성마법은 속성이 없는 마법을 말했는데, 이럴 경우 물리적 타격데미지에 의존을 했다. 시청자들의 말처럼 속도도 꽤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강서의 표정은 태연했다. 그저 천천히 날아가는 구체를 바라볼 뿐.

그때,

-어...? 야 저거 하툰이 뒤돌아 보는 것 같은데?

-피하는 거 아니냨ㅋㅋㅋㅋ

-이것이 하린의 『자비』

-아아...또 다시 예능의 신이 오시는 구나...

하툰이 거짓말 같이 뒤를 돌아보며 날아오는 구체를 보았다. 하린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은 하툰은 우측으로 몸을 움직이며 피하려 했다.

“하린님 눈 감고 오른손 주먹 쥐세요.”

“네?”

“주먹이요. 이렇게.”

강서는 하린 앞에서 오른손을 들고 주먹을 쥐는 시늉을 했다.

하린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강서의 말처럼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손안에 느껴지는 구체를 꼬옥 쥐었다.

동시에-

에너지볼트가 사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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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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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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