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5화 (15/191)
  • 15화. < ep4. 두번째, 던전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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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소꿀15

    “자 잘 보세요 여러분. 하툰 사냥법을 알려드릴게요.”

    -하암~

    -잠꺼라 불온다~

    시청자들은 강서의 활약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하린은 꿋꿋하게 자신이 계획한대로 방송을 진행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대로 하린이 쭉 방송할 시, 하린에게 있는 욕 없는 욕이 다 날아올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이제 대부분의 시청자는 하린의 팬들이 아니라, 큐튜브나 다른 방송의 홍보에 의해 강서를 보러 온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하린은 적어도 초반에 자신의 존재감을 어느 정도 각인시켜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강서가 활약해버리면 그 반응을 이기고 무언가를 보여주는 게 불가능 했다. 강서의 반응은 정말로 뜨거웠으니까.

    ‘안 그러면 정말로 판다방송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실제로 지금 하린방송에 들어와 있는 사람 중에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그만큼 강서에 대한 소문이 이곳저곳 퍼지고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는 것.

    큐튜브에 올라가 대히트를 친후 하린의 방송에는 미어터질 듯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 하린이 정점을 찍었었던 시절에 육박하는 시청자 수였다.

    강서와 함께한 단 두 번째 던전이었다. 그만큼 강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린은 멀찍이 있는 하툰을 나무 뒤에 숨어 바라보았다. <오툰 숲>은 꽤나 우거진 숲이었다. 우거졌다는 것은 곧 숨을 곳이 많다는 의미.

    하린같이 마법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장소였다. 마법을 날린 후 은폐와 엄폐가 용이하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물론, 하린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이 던전을 선택했다.

    하린은 가볍게 하툰에 대해 설명하며 방송의 분위기를 끌었다.

    “하툰은 저번 오키아와는 다르게 무성마법 면역같은 특별한 능력은 없습니다. 대신 모든 스테이터스의 밸런스가 잘 맞는 편이죠.”

    특별한 능력이 없다는 것은 환영 받을만한 것이었지만 반대로 모든 스테이터스 밸런스가 잘 맞는다는 것은 편법을 쓸 만한 특별한 약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린이 열심히 찾아본 바로는 하툰에게 오키아의 눈 같은 특별한 약점은 없었다.

    그말은 즉슨, 오키아처럼 약점을 공략해서 잡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소리. 그렇기에 하툰은 잘 사냥하기 위해서 정말로 ‘실력’이 중요한 몬스터였다.

    “그래서 첫 공격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첫 공격은 하툰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죠.”

    하린은 에너지볼트 스킬을 사용해 구체를 자신의 머리위에 띄웠다. 그리고 2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등지고 걸어가고 있는 하툰의 목쪽에 구체를 던졌다.

    [스킬: 에너지볼트를 사용합니다.]

    쾅-!

    크에악!!

    생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것이 이동하여 하툰의 목까지 닿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구체가 닿음과 동시에 먼지가 피어오르며 하툰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오, 명중인가.

    -하린이 마법 적중률은 원래 높음

    -그래서 판다 오늘 나옴?

    -이 기세면 안 나올듯;; 더 강하게 항의하자.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습니다.]

    [‘하툰’이 스턴상태에 빠집니다.]

    정확히 명중한 하린의 에너지볼트는 하툰을 스턴 상태로 만들었다. 치명타를 먹일 경우 이런식으로 몬스터들에게 상태이상을 입힐 수 있었다.

    갈 곳을 잃고 제자리에서 흔들리는 하툰을 향해 하린은 다시 한 번 에너지 볼트를 날리며 마무리를 했다.

    [하툰을 처치했습니다.]

    [성장포인트를 0.11 획득합니다.]

    -단, 두방...이긴 한데.

    -나쁘지는 않은데...쩝

    새로 들어온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기존에 하린방송을 보았던 사람들도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진짜 목이 타는 갈증이 아닌, 실력에 대한 갈증이었다.

    하린은 9티어 수준에서 나쁘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뛰어난 편이었다. 본래 던전사냥은 5인 이상 파티가 기본이니 말이다.

    아무런 버프도 받지 않고 그 누구도 탱킹을 해주지 않는데 마법사가 혼자 몬스터를 잡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적어도 저 티어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부족한 것을 느꼈다.

    마치 매운 맛을 먹고 나서 순한 맛을 먹는 것처럼. 하린의 방송은 준수했지만 강서같은 화끈함이 없었다. 강서는 말 그대로 <격>이 다른 방송을 보여줬으니까.

    하린은 그런 시선을 알아서인지 초조함을 느꼈다. 초조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런 채팅방의 분위기 뿐만이 아니었다.

    ‘마력이...’

    에너지볼트가 기초스킬이기는 해도 수십 수백 번을 난사할 수 있는 스킬은 아니었다.

    하툰 한 마리에 두 번씩 에너지 볼트를 쓴다면 몇 마리 잡지 못하고 먼저 마력이 동나 버릴 것이 확실했다.

    내심 잘 맞춘다면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하툰의 방어력밸런스도 좋았던 것이다.

    하린은 마력이 동날 때 까지만 하고 강서에게 넘겨야겠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강서는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하린의 싸움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하린이 그리하기를 원했으니까.

    다만,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조금 도와줄까.’

    당연히, 강서는 마법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었다. 아니 역시- 한 세계의 정점이었다.

    하린이 쓰는 에너지 볼트는 일종의 ‘정통파’ 마법이었다. 그리고 강서는 ‘정통파’마법의 정점 ‘대마도사 파이베브스’의 생을 살았었다. 그것도 수십 번을 반복해서.

    강서가 보기에 하린의 마법사용은 말도 안 되게 부족한 것이었다. 위력이 아니라 그저 스킬 사용자체가 말이다.

    위력은 비교할 수준도 아니었고.

    에너지 볼트는 파이베브스 시절에 강서도 자주 사용하는 스킬 중 하나였는데 그 때의 에너지 볼트와 지금 하린이 사용하는 에너지 볼트 사이에는 바다보다 깊은 간극이 있었다.

    <에너지 볼트>라는 스킬의 이해도도 부족하고 <영창>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

    하린이 말한 끼어들지 말라는 말은 몬스터에 대한 물리적인 개입. 몬스터에 대한 개입이 아니라면? 상관없었다. 강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린이 스킬을 발동하여 다시 머리위에 에너지 볼트의 구체를 띄우자, 강서는 뒤에서 하린의 손목을  덮듯이 잡았다.

    하린의 스킬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조금은 개입하기로 한 것이다.

    강서의 행동에 하린의 귀가 눈에 띄게 붉어지며 당황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갑자기 무슨 짓이에요!!”

    “에너지 볼트는 머리 위에 띄우는 게 아닙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상관없지만 아직 익숙하지도 않은 데 머리위에 올리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에요.”

    “...?”

    강서의 말에 하린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얘들아 지금 판다좌 뭐하냐?

    -...글세 내 눈이 맞다면 마법사한테 마법 훈수 두는 것 같은데...

    -그 말은 뭐다?

    -우리 킹다좌는 마법도 쓸 줄 안다...?

    -OMG 신이시여, 당신은 불공평합니다...

    채팅방은 강서의 개입과 함께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은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강서가 무엇인가 보여줄 것임을.

    강서가 한 것은 단순한 두 문장의 훈수였고, 그 무엇도 바뀌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기대감으로 차올랐다.

    특히, 마법을 사용하는 헌터들은 더더욱.

    꿀팁. 방송의 제목처럼 강서의 상징성이 그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방송에서 강서의 오키아에 대한 <꿀팁>으로 던전산업에 강한 바람이 불었다.

    특히 ‘괴수생태학’과 ‘식품’쪽은 그 반응이 격하기 그지없었다. 제대로 먹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식용 몬스터, 오키아의 수요가 급격히, 말 그대로 수직 상승을 한 것이다.

    아쉽게도 강서처럼 스탯상승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몬스터의 고기로 양질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기는 충분했다.

    그에 따라 오키아가 나오는 던전이란 던전은 죄다 헌터가 꿰차고 들어가 있었고, 사람 제한이 있는 던전의 경우 헌터관리국에서 대기표까지 뽑아줄 정도였다.

    그것도 모자라 아이러니 하게도, 오키아 고기를 먹지못한 욕망의 잔재가 그나마 비슷한 메로구이로 옮겨가며, 뜻밖의 ‘메로구이’ 열풍까지 불게되었다.

    시장은 말그대로 ‘요동’쳤다. 그만큼 강서의 팁이 엄청났다는 것.

    하지만 그건 단순한 몬스터에 대한 팁이었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만약 판다가 <마법>이라는 한 분야에 대한 팁을 준다면...?’

    -보여준다...보여줘야만 한다..

    -가자 킹다아재!

    -듀얼이 되어 버렸자너;;

    -믿어 그!

    -믿어 믿어 그!

    -ㅁㅇ ㄱ!

    그것이 과연 어떤 영향을 불러일으킬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

    게다가 강서의 태도가 ‘이거 진짜 비밀인데.’가 아니라,

    ‘이거 진짜 소소한 건데, 이렇게 하는 게 좋아요.’

    라는 말투이다보니 사람들은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입에서 기회만 된다면 엄청난 팁들이 끊임없이 나올 것 같았으니까.

    물론, 강서에게는 말 그대로 소소한 팁이었지만.

    “눈을 감고 없앴다가, 다시 만들어보세요. 상체 높이로.”

    하린은 귀가 붉어졌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미 강서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어...? 여러분들 눈을 감았는데 구체가 보여요!!”

    하린이 눈을 감고 가슴 높이로 구체를 만든 다는 생각을 하자 가슴 부근에 구체가 형성되었다.

    하린은 분명 눈을 감고 있었는데도 에너지 볼트의 하얀 구체를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스킬을 사용하고 눈을 감을 일이 없었고, 머리위로만 구체를 만들었으니 몰랐던 것. 강서가 시도해보라 하지 않았으면 아마 시간이 꽤 가도록 몰랐으리라.

    -루트를 이렇게 탄다고?; 방송천재 ㄹㅇ

    -방제: 판다아재의 개과천선

    -ㅋㅋㅋㅋㅋㅋㅋ하린이 그 정도는 아니자넠ㅋㅋㅋ

    -방제: 판다아재의 박하린 사람만들기?

    -She is not human

    -ㅋㅋㅋㅋㅋㅋㅋㅋㅋ판박사ㅋㅋㅋ

    ‘BJ대마법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에이 저 정도는 웬만큼 마법쓰는 헌터면 다 아는 거지.]

    후원 메시지를 보낸 시청자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갓 던전을 돌기 시작한 9티어 헌터들은 모를 수 있는 것이었지만 8티어쯤 되면 경험에 의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사실 중 하나였다.

    ‘마법체는 눈을 감더라도 느낄 수 있다.’

    강서가 아니더라도 아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몰랐던 사람들은 환호하다가 열기를 조금 식혔다.

    헌터가 아닌 시청자들은 지금 강서가 준 마법에 대한 팁이 처음에 오키아 굴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대단하고 새로운 사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채팅방에 몇 명의 마법사 헌터들이 나타나며, ‘다 아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자 조금은 실망한 것이다.

    -에이 뭐야. 뭐 대단한 건 줄 알았는데.

    -판다야- 그냥 킹둥이나 보여주자.

    -다 알면 꿀팁방송이 아니자너;;

    -메모...꿀팁과...훈수는...한끗차이...

    하지만 오키아의 굴에서도 그랬듯.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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