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 ep4. 두번째, 던전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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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이 짧게 끊어 올린 던전 영상들은 전 세계가 이용하는 대표적 영상업로드 사이트 <큐튜브>에서 올리는 족족 대히트를 쳤다.
강서의 돌팔매질 영상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해외로도 퍼져나갔다.
그 중 한 영상의 경우 24시간 조회수가 백만을 초과할 정도였는데 보통 국내의 메가히트 영상의 기준이 24시간 100만인 것. 그리고 영상의 주인공인 강서가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엄청난 결과였다.
대 히트를 친 그 영상은 바로 강서가 6마리의 오키아를 순차적으로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구사하며 잡아내는 영상이었다.
영상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국어로 된 제목뿐이었지만 외국인들도 찾아와서 영상을 보고 댓글을 달았다.
-Who is He.
-He is panda
-He is not human
-He is King-meng-e
-고만해라;;
물론 대부분의 댓글은 한국어로 되어있었다. 그 중 몇몇은 단순히 강서를 찬양하는 댓글.
-진짜 저것 <갓>이외에 형용이 불가능하다.
-<갓>: 판다아재가 갓인 게 아닙니다. 제가 <판다>인 거에요.
-이건 갓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그저 빛...
그리고 몇몇은 강서를 의심하는 댓글,
-무조건 시스템 데이터 조작한 거지 저게 스킬없이 어떻게 가능해.
-아니 나는 저거 스킬이라고도 생각 안 듦. 고유능력이야.
-딱 봐도 고 티어 헌터가 고유능력가지고 장난질 치는 거잖아.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적다고 하기는 꽤 되는 수였다. 물론 그들의 말에 근거는 없었다. 그들의 근거는 ‘저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는 그들의 생각뿐이었다.
강서는 물론이고 하린도 그런 댓글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또 다른 댓글로는 강서를 애타게 찾는 댓글들이 있었다.
-혹시 이 글 읽으시면 연락 카인 길드 본사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저희 카인길드는.....
길드나,
-헌터협회입니다. 협회에 한번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협회측에서 속칭 판다님에게 해드릴 수 있는....
헌터협회같은 곳에서 강서를 찾으며 알맞은 대우를 해줄 테니 연락한번 달라는 댓글이 달려있었다.
그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연락처를 알아냈는지 하린에게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와있었다. 물론 하린은 오는 족족 차단해버렸지만.
하린은 조금의 분함이 있었다. 강서의 무위에 대한 순수한 감탄도 있었지만 다시 돌려본 영상들을 볼 때 마다 자신이 너무 멍청하게 보였던 것이다.
강서와 비교되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비교를 하는 댓글들을 보며 가슴속에 화가 쌓인 것이다. 참지 못한 하린은 빠르게 다음 던전을 결정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린입니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여러분들이 조금 더 방송을 기다리셨을 것 같은데요.”
-ㅗㅜㅗㅜㅑ 판다방송 시작하는 건가요!
-판다 나옴?
-안 나옴?
시청자들은 방송을 켜자마자 판다를 찾았고 하린은 안 그래도 쌓인 화를 목소리와 함께 터트려 버렸다.
“하린방송이라구요!!!”
-아이고 귀청아 그래서 나옴?
-안 나옴?
-에이, 나오네 어차피 나올 거 추린아 하하다;;
-ㅋㅋㅋㅋㅋㅋ댓글로도 느껴지는 망부석의 무게감.
-이렇게 오매불망하는 데 그냥 보여줘랔ㅋㅋㅋㅋ
‘망부석’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ㄱㄹㅅ ㄴㅇ?]
하지만 하린의 일갈에 조용해질 시청자들이 아니었다. 방송에 내공이 쌓인 시청자들은 하린의 화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강서의 참여여부를 물어왔다.
“저도 있습니다.”
보다 못한 강서가 목소리로 인사했다. 하린은 하는 수 없이 강서 쪽으로 화면을 돌렸고 강서는 그래도 두 번째라는 것인지 시키지 않은 자기소개까지 했다.
“판다입니다.”
-그가...왔다..
-킹갓 The 슈퍼스트리머 판다...
-여러분 이 사람은<판다아재>입니다. 킹갓이라고도 하지요.
-와 이 방송을 라이브로 보게 되다니...
‘판통령’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일동 차려엇- 경례!]
-판-다
-판—다
-(대충 눈치보며 손끝을 올린다)판다?
-화면을 떠날 하린을 위하여 묵념-
-ㅋㅋㅋㅋㅋㅋ굴러온 돌 박힌 돌 뺴냈ㅋㅋㅋ
‘씨이...이번에는 꼭 마법으로 보여주고 말겠어.’
하린은 채팅창을 보며 부글부글끓는 속을 잠재우고 미리 준비해온 막대기를 꺼내들었다.
“맞아요. 이번에도 여러분이 사랑해 마지않는 판다아저씨와 함께 던전방송을 준비했습니다. 그치만-”
-킹치만??
-여기서 킹치만을 꺼내버린다고??
-이걸?
“후후후후, 제가 밤잠을 못 잤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제가 너무 구겨졌어요! 엄연히 제가 호스트고 판다아저씨가 게스트인데!
하린은 화면을 향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강서는 하린의 뒤에서 영문을 모른 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막대기는 왜 들고 있는 거지?’
강서는 이번 던전에 대해서 간략한 설명만 듣고 하린에게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하린이 화면을 보고 등 뒤에 나무 막대기를 감춘 채 요상한 웃음을 짓는 걸 보고, 뭔가 있구나 싶었긴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통곡의 막대기!”
-통곡의 막대기?
-비장의 아티팩트인가.
-저번엔 페이퍼를 지르더니 이번에는 아티팩트를 지른 거야?
-대재벌 린;;
시청자들이 막대기를 보고 아티팩트냐며 재벌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자 하린은 다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티팩트 아니고, 여기서 통곡은 판다 아재의 통곡소리입니다.”
-예?
-킹다곰아재가 왜?
-...?
“후후, 오늘 킹-멩이는 금지입니다. 오늘 판다아저씨는 이 막대기만 가지고 싸울 거에요. 물론 이 막대기는 평범한 나무막대기고요. 오늘 아침에 집 옆에 산에서 꺾어왔어요”
-이걸 이렇게 연결한다고?
-아니;;;꿀잼방송을 노잼방송으로 만들어버리면 어떡함;;
-환경파괴린이자너;
-시청자의 시청권을 보장하라!!
-ㅂㅈㅎㄹ
하린이 강서를 바라보며 나무막대를 건네자 강서는 멀뚱멀뚱 서 있다가 막대기를 받았다.
“여기요.”
“아, 네”
-ㅋㅋㅋㅋㅋㅋ저 아재 지금 처음 들었어.
-킹다곰아재라면 막대로도 뭔가 보여주지 않을까...?
-막대도 던지는 거냐?
-<킹팔>이 빠져서 그냥 매질이 되어버렸네;;
-매질ㅋㅋㅋㅋㅋㅋ
하린은 콧바람을 내뿜으며 자신감을 선보였다.
“흥, 잘 봐요. 오늘은 오키아가 없는 던전이라서 제 에너지 볼트가 충분히 먹힐 거라고요.”
-???: 아, 네
-???: 그런 것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본인은 모르는 타격감
-하린 아프자너;;
“이익! 잘 봐요. 진짜 보여줄 테니까.”
하린이 그렇게 씩씩거리며 움직이려하자 강서가 하린을 톡 건드렸다.
“왜요!”
“던전소개...”
강서는 하린이 던전소개를 빼먹었다는 것을 지적해줬다. 하린이 움찔 하고 동공이 흔들리는 모습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zzzzzzzzz
-초보에게 배우는 던전방송ㅋㅋㅋㅋㅋ
-하린 개그캐릭터로 전향했자너;;
-메모...판다 옆에선...개그...
“하아...”
점점 개그캐릭터가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하린은 오른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
“이번 던전은 필드형 던전이에요. 2개 이상의 몬스터가 있다고 해서 복합형 던전이라고도 이야기 하죠.”
-오우 이번에도 둘이서?
-사실 판다가 있는데 뭔들이기는 하지.
-던알못이냐;; 나올 수 있는 필드형이 낫지.
필드형 던전은 출입이 가능한 던전이었다. 말 그대로 필드가 펼쳐져있고 2종류 이상의 몬스터들이 존재했는데, 그 중 필드보스를 잡으면 던전을 클리어 하는 것이었다.
중간에 나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판단되면 나가는 것도 가능했기에, 초보자들이 선호하는 던전 중 하나였다.
하린과 강서가 들어온 던전은 오키아의 굴과 같은 등급인 E- 필드형 던전 ‘오툰 숲’이었다.
“스테이지형 던전은 여러분들 지루해 하실까봐 좀 쉴 거구요. 판다아재와 함께는 좀 다양한 것들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좋지. 다양하게. 그러니까 킹멩이 좀 돌려줘
-스테이지형도 괜찮음. 그러니까 킹멩이 좀 들려줘.
-하린 짱. 그러니까....킹멩이 좀 돌려줘.
-???: 여기가 안티 하린 방송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안티들만 모였엌ㅋㅋㅋㅋ
“오늘은 무.조.건 안돼요. 오늘 해보고 나서 정 그러면 다음 방송 때는 줄 테니까 오늘은 참고봐요.”
-시청권도 보장 못 받는 하린방송ㅠㅠ
-억울하자너...
-응? 뒤에 뭐야.
-뒤에 봐봐 하린.ㅋㅋㅋㅋㅋㅋㅋㅋ
-하린님 뒤 좀ㅋㅋㅋㅋㅋㅋ
하린이 시청자들과 실랑이하는 동안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시청자들이 하린에게 ‘뒤를 보라.’는 댓글을 달았다.
‘뒤에?’
하린이 의아해 하면서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막 나무막대로 하툰을 때리는 강서가 있었다.
하린이 시청자와의 말다툼에 몰입하느라 잊었지만 필드형 던전은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
하린이 떠드는 동안 우연히 무리에서 떨어진 하툰이 스타팅 포인트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크엑!
‘흠.’
하툰은 오키아와 같은 수준의 인간형체 몬스터였다. 조금 굽은 등과 회색빛 오돌토돌한 피부를 가지고 몽둥이를 들고 다녔다.
강서는 하툰을 때리고는 있었지만 나무막대가 너무 안 좋았다. 마력을 흘려넣을 수 있었다면 사실 강서의 손에 뭐가 들려있었어도 상관없었지만, 금제로 아무 능력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저 힘과 기술에 의지해야하는 지금의 수준에서 강서는 최대한 노력을 했지만 때릴 때마다 나무가 부러질듯함을 느꼈다.
툭-
크에엑!
“아.”
마지막으로 하툰의 머리를 내려침과 동시에 하린이 들려준 나무가 부러졌다. 다행히 하툰은 그 충격에 쓰러졌지만, 강서는 한 음절을 내뱉으며 하린을 쳐다보았다.
하린은 강서를 노려보았다.
-ㅋㅋㅋㅋㅋㅋ의도된 반항
-완벽한 연기력.
-대 배우 판다-
-ㅋㅋㅋㅋㅋㅋㅋ바로 부러트려버리네.
강서는 하린과 눈을 마주친 채로 슬며시 몸을 숙였다,
그리고 나무막대를 내려놓고 하툰의 나무몽둥이를 주워들었다.
“나무가 너무 약하네요.”
-ㅋㅋㅋㅋㅋ나무가 너무 약하대
-그냥 킹멩이 줘랔ㅋㅋㅋㅋㅋㅋ
-이걸 킹둥이로 진화한다고?
-???: 나무막대의 상태가?!
-‘킹멩이가 안되면 킹둥이로’ by 판다
하린은 다시 한 번 얼굴을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