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1화 (11/191)

11화. < ep2. 처음, 던전.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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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보스(fast boss) 일명 패보. 스테이지형 던전에서 본래 스테이지보다 빠르게 보스가 출현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패스트보스는 던전 클리어 시간을 앞당긴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헌터들은 패스트보스를 싫어했다.

-와 패보 떴네;;

-역시 킹키아킹. 방송잘알;;

-이 남자. 보스라면 어떨까?

[스테이지4에 진입합니다.]

[스테이지4에 보스가 등장합니다.]

[스테이지5가 생략됩니다.]

그 이유는 스테이지의 난이도가 극악으로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패스트보스는 정확히 말하면 마지막 스테이지와 그 앞의 스테이지가 합쳐지는 것.

스테이지가 앞당겨진 만큼 몬스터의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쿠구궁-

던전이 흔들리며 스테이지 4의 지형이 변했다.

강서가 방송화면에 보이지 않게 하린을 툭-건드렸다.

왜인지 넋을 놓고 있던 하린은 움찔하다가 강서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방송을 진행했다.

“네? 아! 여러분! 보스룸에 진입한 것 같아요. 이번에는 패스트 보스네요.”

-?

-근만해라 그무태만;;

-할만 하지. 어차피 이번에도 판다가 식쇽샥하면 끝나자너;;

-ㅋㅋㅋㅋ식쇽샥ㅇㅈㄹㅋㅋㅋㅋ

“몬스터가 많아졌네요.”

-많아졌네요ㅋㅋㅋㅋㅋㅋ

-아니 아재;; 저기 오키아킹도 신경써줘요...

-많아지기만 한 거 아니고 패스트보스라니까요?극악의난이도라니까요?

-???: 킹런 것 같네요.

-???: 아, 네.

강서의 말대로 스테이지4의 몬스터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난 상태였다. 보스를 포함하여 각기 다르게 생긴 20마리 정도의 오키아들이 강서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강서가 보여준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위험하다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 누구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다만 강서만 조금은 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다.

‘문서 하나가 오늘까지였던 것 같은데...’

고지서 중 급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 하나 있었던 게 생각난 것이다. 본래 일자리를 찾아보고 정 없으면 대출을 하려 했는데 던전에 들어와 버렸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처음 커뮤니티 센터의 공무원이 5시까지 꼭 처리하라고 신신당부했던 것이 떠올랐다.

워치에 대고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는 하린을 툭툭 건드렸다.

“저, 급하게 가봐야 할 것 같은데 혹시 일찍 끝내도 되는 건가요?”

“네?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제가 오늘까지 처리해야할 고지서가 있는 데 갑자기 여기로 들어와 버린 거여서..”

“고지서요??”

하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헌터가 돈 걱정을?’

하린같은 9티어 헌터도 평균정도만 던전사냥을 나간다면 1억에 가까운 연봉을 벌 수 있었다.

물론 방송으로 버는 돈을 빼고도 말이다.

하물며 강서정도의 실력자가 급하게 처리할 고지서가 있다는 것이 하린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강서가 나간다는 데 말릴 수는 없는 노릇. 하린은 강서에게 수혜를 받는 입장이지 뭘 허락하고 말고 할 입장은 아니었다.

다만 패스트 보스까지 일어나버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걱정될 뿐.

“가능하시다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하린을 보며 강서는 천천히 돌멩이를 주워들었다.

외형은 똑같았다. 오키아킹은 노멀 오키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머리에 왕관같이 생긴 돌기가 나있는 것이 전부.

-그래도 오키아의 굴인데 패보는 좀 위험하지 않나.

-어렵긴 할 텐데.

-판다;;

-He is not human

오키아 킹과 노말 오키아의 차이점은 훨씬 빠른 민첩성.

그리고 다른 오키아들을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특유의 제어력이었다.

사람들이 패스트보스가 위험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안 그래도 수가 늘어나면 힘들어지는 데, 이 던전에서는 오키아 킹의 영향으로 그 정도가 더 격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알림음이 울렸다.

[던전의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E- → E]

“헉-”

하린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던전의 난이도가 올라갔다.

그만큼 마지막 스테이지의 난이도가 어렵다는 이야기. 하린은 스마트 워치를 보며 이야기했다.

“...솔직히 저도 지금 잘 모르겠는데요. 할 수 있을까요?”

하린의 말은 반은 방송의 진행을 위함이었지만 반은 진심이었다.

-believe him!(‘믿어 그!’라는 뜻)

-믿어 그!

‘방랑자B’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 지금 오키아 고기 다 먹어 봤는데 믿어도 되요 하린님. 저 분은 –15티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15티어ㅋㅋㅋㅋ

-오키아 고기로 이미 클라스가 증명 되었자너;;

-ㅋㅋㅋㅋㅋㅋ오키아 고기 먹으면 킹도 행복사할 듯

-앙 키모띠

-ㅋㅋㅋㅋㅋ앙 키모띠 씹ㅋㅋㅋㅋㅋ

하린은 댓글들을 보며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이 방송을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혼자라도, 혼자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긴장감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린은 자신의 뺨을 양손으로 짝- 치고 고개를 한번 흔들어 정신을 깨웠다.

오키아 킹 레이드는 한명이 보스를 마킹하고 한 마리씩 처치해 나가는 것이 정석이었다.

데미지를 줄 수 없는 에너지 볼트지만 잠깐 저지하는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하린은 그리 생각하고 강서를 향해 눈을 돌렸다.

“응..?”

하지만 하린이 보았을 때, 강서의 손에는 돌이 들려있지 않았다.

-오 킹다곰 아재 팔매질 했습니다.

-타자 몸통 가운데로 빠르게 날아가는 직구.

-아, 위험합니다. 공이 눈으로 날아가고 있어요.

강서가 이미 돌을 오키아 킹에게 던진 것이었다.

오키아 킹에게 직선으로 날아가던 돌은 앞에 있던 한 오키아의 돌발적인 행동에 막혔다.

-속보) 옆집 아저씨 새로 산 양말에 구멍나.

- ㄴ그게 왜 속보;;

-아, 이게 웬일인가요. 1루수가 막아섭니다.

오키아 한 마리가 자신의 몸을 던진 것이었다.

물론 그 오키아가 기절하기는 했지만 킹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흠....’

휙-

강서는 다시 한 번 돌을 던졌다. 이번에는 약간 위쪽 방향이었다.

그대로 동굴 벽에 박힐 듯 날아가던 돌은 갑자기 회전을 하더니 아래쪽으로 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히 킹이 있는 방향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 각도 깊은 변화구~

-타자는 대응할 방법이 없습니다.

-삼진인가요?

-ㅋㅋㅋㅋ이 새끼들 야구보냨ㅋㅋㅋ

이번에는 정말 맞을 것 같았다. 다른 오키아가 달려들기 어려운 각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돌은 닿지 않았다. 킹이 몸을 틀어 피한 것이다.

쉭-

노말 오키아들에게는 불가능 했으나 엄청난 민첩성을 가진 오키아 킹이었기에 가능했다.

오키아킹은 가소롭다는 듯이 강서를 바라보았다.

-...킹팔매질이 안먹힌다고?

-이걸?

“어, 어떡하죠?”

“흠, 확실히 빠르긴 하네요.”

강서의 입에서 빠르다는 말이 나왔다. 하린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아저씨가 못 잡는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오키아를 저지하는 것뿐, 혼자서는 한 마리조차 잡을 수 없었다.

강서를 노려보던 오키아 킹이 돌기를 움직였다.

제어력이 발동한다는 신호였다.

오키아 들이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 섰다. 마치 군대와도 같은 모습.

하린은 후회했다. 패스트보스라는 변수를 생각하지 못한 것을.

‘적당히 요리할 때 쯤 그만하고 SOS를 요청해야 됐어. 어떻게 두 명이서 패스트 보스를 클리어한다는 생각을 한 거지?’

오키아 들이 점점 다가왔다. 마치 방진을 이루듯 서로간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다가오는 그들에게 대응할 방법은 없는 것 같았다.

키에엑!

키이!!

-판다아재 어떡해요.

-ㄹㅇ불가능?

-그러면 위험한 거 아닌가? 스테이지 진행 되면 이제 빼지도 못할 텐데.

-우선 뒤로 최대한 빼는 게 나을 듯.

침묵하고 있는 강서를 보며 사람들이 물었다. 정말 불가능하냐고.

‘불가능이라..’

불가능. 가능하지 않다는 단순한 의미를 가진 단어였다.

하지만. 강서에게는 조금은 다른 의미였다.

강서에게 불가능이란 없었다.

존재하지 않았다. 불가능하다는 말은 그 생을 한 번 더 살아야 한다는 말과 같았다.

가능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불가능 하면, 다시 해야 한다.

될 때 까지 한다. 그것이 얼마나 막막하고 아득한 이야기인지는 4000개의 세계를 100만 번 가까이 환생한 강서만이 알 수 있으리라.

‘이게 불가능이라기엔...’

강서는 속으로 씁쓸한 미소를 느끼며 돌을 하나 주웠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아니요. 이럴 때는- ”

강서는 주은 돌을 킹을 바라보면서 다시 던졌다.

‘4회차 마무리 전에 이정도 던졌었나.’

강서는 팔에 느껴지는 부담으로 던지는 돌을 가늠해보았다. <투왕 다비드 하븐>이 4회차 죽기 직전에 던졌던 돌이 이정도가 되었던 것 같았다.

사람들의 눈에는 강서가 그저 닿지 않는 돌을 다시 던진 것처럼 보였다.

그 일련의 동작은 전의 것과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팔의 각도도, 발의 넓이도.

하지만 딱 한 가지가 달랐다.

구속.

콰악!!

“더 빠르게 던지면 됩니다.”

오키아 킹의 눈이 강서의 돌팔매질에 터져나갔다.

이전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압도적인 구속이었다.

오키아 킹은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즉사해버렸다.

[‘오키아 킹’을 처치하였습니다]

“나머지만 잡으면 되겠네요.”

알림음과 함께 강서가 하린을 돌아보며 말했다.

-....

-...그게 다가 아니었다고?

-판다..당신은 대체...

-팬다아재...판다가 아니라 팬다였던거임;;

-아니 그보다. 저게 스킬이 아닌 거잖아.

.

.

.

‘방랑자B’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말했잖아요. 저 분은 –15티어입니다.]

하린방송의 채팅창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 * *

“어디까지 들어간 거야?”

“애초에 일반인이 오키아를 잡는 게 말이 돼요?”

3팀장은 과장의 말을 무시하고 헌터들을 들여보냈다.

3팀장이 특별한 사명감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강압적인 과장의 말투에 왜인지 반발심이 든 것이었다.

안 그래도 원래는 던전진입 허가권이 과장에게 있지 않았다.

인스턴트 던전은 긴급한 사항이기 때문에 팀장에게 권한이 있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김만식이 과장이 되며 수정된 것.

‘왜 이 던전에 진입하는 걸 막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굳이 다 따를 필요는 없지.’

애초에 3팀장은 자신이랑 나이차이도 얼마 안 나는 놈이 과장이랍시고 평소에 반말을 찍찍해대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물론 덕분에 안절부절한 건 말단 직원 종혁이었지만.

3팀장은 일만 깔끔하게 해결해가면 과장도 자신에게 할 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잘하면 상부에 보고되어 던전진입 허가권도 다시 팀장에게 돌아올 수 있으리라.

그렇게 3팀장의 권유로 들어가게 된 협회소속 헌터 무리들이 처음 본 것은 상처하나 없이 깔끔하게 죽어있는 오키아였다.

“상처가 없는 게 더 신기하다니까.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그래봐야 일반인이야. 운이 좋았겠지.”

“어쨌든 더 들어가 보자. 긴장하고.”

자신만만하게 둘러대고 들어오기는 했지만 3명이서 오키아의 굴을 클리어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못할 일도 아니었지만 어쩌면 피해를 감수해야할 수도 있는 난이도. 혹여나 <패스트보스>같은 것이 뜬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들은 2스테이지에 다가가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일반인 둘이서 오키아를 사냥한 일도 말이 안 되었지만 2스테이지를 클리어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야, 이거 뭔가 이상한데?”

“그러게..혹시, 이미...”

“불길한 소리하지 말고 걷기나 해. 죽었어도 우리 임무는 이 던전 클리어 하면 되는 거야.”

“...”

“죽었더라도 그게 우리 잘못이냐? 들어간 자기들 잘못이지.”

조금은 긴장하며 2스테이지에 거의 다 와갈 때 즈음 그들의 귀에 이상한 알림음이 들렸다.

[던전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10초 후 ‘던전: 오키아의 굴’ 밖으로 이동됩니다.]

던전 클리어 알림음이었다.

“...에? 클리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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