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ep2-1. 그시각 던전 밖에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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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생물학. 15년전 균열 이후 몬스터가 출현하게 되며 새로 생긴 학문분야였다. 다른 학문들은 많은 부분 탐구 된 대 반해, 괴수생물학은 모든 부분이 미지의 영역이었다.
균열이후 발견된 괴수들은 기존의 인간이나 동물들과는 전혀 다른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연구시도마다 새로운 것들이 발견되었고, 그 발견된 것을 통해 연구할 수 있는 것만 해도 무궁무진했다.
즉, 쉽게 말해 연구의 속도가 느리고 연구할 양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연구진은 부족한 것이 괴수생물학 분야의 실정이었다.
처음에는 관련된 다른 과의 석박사들을 끌어다가 쓰려했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괴수생물학 연구진이 되는 기본 전제가 각성이라는 것.
괴수를 다루는 특성상 불미스러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각성자가 아닌 자를 연구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기도 하고.
그렇다고 연구진이 강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이 9티어나, 혹은 지금은 없어진 예비헌터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자체로 다른 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들이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
똑똑-
끼익-
“야 상진아. 혼자 랩에서 뭐해?”
“아 선배. 하나 좀 실험해 볼 게 있어서.”
상진은 괴수생물학을 공부하는 석사과정의 연구생이었다. 각성을 하기는 했지만 실전에서 헌터로 활동하는 것은 자신과 맞지 않았고, 공부하는 쪽이 더 재미있어 선택한 길이었다.
그는 석사과정을 시작하고 던전방송을 종종 찾아보곤 했었는데 최근에는 그가 예전에 보곤 했던 BJ하린의 던전방송을 보는 편이었다.
참고로 그의 닉네임은 ‘척척석사’. 던전방송을 하는 BJ들에게 채팅으로 팁을 주었는데 연구한 전부를 알려줄 수는 없어 조절하여 알려주었더니, 팁들이 도움은 되나 조금 모자라다며 다른 시청자가 그런 별명을 지어주었다.
“실험?”
“네, 던전방송을 보는 데 재미있는 것을 봐서요...”
“적당히 쉬어가며 해, 네가 왜 열심히 하는지는 알지만 어제도 네가 연구실 문 닫았잖냐.”
“아하하...아! 선배님 혹시 오키아의 페로몬이 아밀라아제나 라이소자임이랑 반응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을까요?”
“아밀라아제랑...라이소자임이면...침 말하는 거냐? 무슨 소리야 갑자기, 너도 알잖아 그렇게 효소하나하나 다 따져서 실험해보면 우리가 200년을 살아도 몬스터 다 못 따져 볼 거다. 반응실험은 큼직한 거 몇 개가 한계지.”
“역시 그렇죠...?”
상진의 학교는 10년 전 몬스터로부터의 피해를 수복하며 세워진 대한민국 최고대학 한국대학교였다. 게다가 한명의 교수의 영향이기는 하지만 괴수생물학 분야에 있어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학교였다.
적어도 괴수생물학 분야에 있어서는 상진의 랩(Laboratory)에서 알지 못한다는 것이 <그 누구도 모른다>는 뜻과 같았다.
상진은 자신이 보았던 ‘판다’를 생각하며 섬뜩함을 느꼈다.
‘도대체 어떻게 안 거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판다가 보이는 행동이 자연스러웠다. 마치 그걸 알고 있는 게 당연한 것이 모르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처럼. 정말 ‘소소한 팁’같은 느낌의 말투였다.
“그럼 혹시 오키아의 암탈페리네플루스를 생체조직에서 분리하는 연구가 있었던가요?”
“암탈을 생체조직에서 분리한다고? 무슨 소리야 그게 됐으면 진작에 식용이 됐겠지. 헛소리 할 거면 논문 초록 정리나 한번 더하고 일찍 집가서 자.”
“이것 좀 보실래요?”
상진은 연구실 책임을 맡고 있는 박사과정선배에게 자신이 주므르고 있는 오키아의 둔살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 둔살은 강서가 한 것처럼 커피에 한번 적신 후 아르망의 우유에 담근 것이었다.
“....뭐야 이게....”
상진의 선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연구과정에서 끊임없이 현미경으로 봐왔던 물질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엉겨 붙어 덩어리 째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암탈. 풀네임은 암탈페리네플루스. 미국의 괴수생물학자가 최초로 명명한 이름. 인간에게 치명적인 괴수물질인 암탈은 대부분의 괴수생체조직에 존재했다. 인간이 몬스터를 먹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암탈을 섭취하면 각성여부와 상관없이 단백질 합성이 저하되고 혈압이 낮아진다. 그리고 이것은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자연 배출이 되지 않아 섭취할수록 체내에 축적되었다.
그 암탈이었다. 상진이, 아니 강서가 오키아의 둔살로부터 분리해낸 것은.
“.....신교수님께 당장 연락드려봐. 아니 내가하지. 너 그거 촬영 하고 있어?”
“이미 교수님 스마트워치로 보냈어요. 말씀드리면 알거에요.”
“오케이.”
상진의 선배는 그 말과 함께 연구실을 뛰어나갔다. 그들이 말한 신교수의 연구실은 지하 깊숙한 곳에 있었으니까.
“휴...”
상진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 우스겟 소리로 혼잣말을 하며 긴장을 덜어내었다. 일이 자신의 손을 떠났다.
“척척박사한테 넘어갔으니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시겠지.”
상진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몸을 둘러보았다. 손 떨림은 멈추었으나 두근거리는 심장은 멈출 줄을 모르고 계속 뛰고 있었다.
혁신. 그 말로도 도저히 형용되지 않았다. 하린방송에서 ‘판다아재’가 보여준 것은 그 이상의 무언가.
“변혁? 진화? 변화?”
단순히 바뀌거나 달라졌다 정도가 아니었다. 상진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다.
강서가 발견해 낸 이 중대한 사실. 아니- 강서입장에서는 단순히 공유해준 이 ‘소소한 꿀팁’이 도대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아마 던전 사업의 격을 한 단계 올리게 되리라. 그리고-
“어쩌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상진은 오키아를 꺼내어 담고 손을 씻었다. 옆으로 쳐다본 모니터에서 방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사실 상진이 오키아의 살로 실험을 시작한 것은 강서가 보여주고 조금 시간이 지난 뒤였다. 오키아는 이미 옛 저녁에 1,2차 기본 연구를 수행했고 데이터도 정리된 대상이라 연구실에 재료가 없어서 직접 공수해 왔기 때문이었다.
“이게 그렇게 맛있나.”
상진은 방랑자B가 트프리치tv 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았다. 글에는 방송에서 강서가 한 것처럼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오키아 고기가 접시위에 놓여있었다.
제목: 인증) 오키아고기
글쓴이: 방랑자B
지금 판다좌가 알려 주ㄴ대로 구웠는데 진짜 냄새 개ㄱ 미칩니다ㄴ 이거 아직 먹기 전에 찍어서 올렷ㄴ는데 다 먹고 댓글로 자세한 후기는 남ㅁㅁㅁㅁㅁ
-이게 글이냐;;
-(대충 식욕에 미친 짐승이냐고 묻는 댓글)
-ㅋㅋㅋㅋㅋㅋㅋ쓰다말고 처먹으러 갔네.ㅋㅋㅋㅋ
-근데 궁금하긴 하다 하린도 개 맛있게 먹던데
-절.대.인.증.해
“맛있어 보이기는 한데...”
상진은 연구실 구석에 있는 알코올 램프를 힐끗 바라보고 다시 오키아 둔살을 한번 처다보았다. 확실히, 연구실 내에서 취사는 금지라는 조항이 있었다.
“...아니야 그래도 식욕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왜 안옴. 시간 꽤 지난 것 같은데;;
-이새끼 하린했네.
ㄴ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앜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하린』해버렸자너;;
-설명충: <하린하다>는 자신의 방송이면서 나타나지 않거나, 방송중에 갑자기 정신을 놓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속보) 오키아 둔살 둘이 먹다 하나 죽어.
-정보) 하린은 죽지 않음.
새로운 음식에 대한 궁금증인지, 아니면 방랑자B의 빠른 인증 때문인지 게시글에는 엄청난 양의 댓글이 달렸다. 10여분 동안 미친 듯이 달리던 댓글이 조금 뜸해졌을 때 방랑자B가 나타났다.
-글쓴이: 킹갓 제네럴 The 슈퍼쿠커 판다....
ㄴ왔네. 영계는 와이파이 느린 듯
ㄴㅋㅋㅋㅋㅋㅋㅋ방랑자B 저승 방랑설
ㄴ맛있냐?
ㄴ글쓴이: 먹어보기 전까지는 설명해줄 수가 없다. 살면서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음.
-판다...당신은 대체...
-He is not human
꿀-꺽.
상진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보지 않으려고 해도 오키아의 둔살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글쓴이: 일단 메로구이랑 비슷하다는 하린 설명이 킹직히 가장 적절한 듯합니다.
ㄴ아 메로구이 아까 먹었는데 또 먹고 싶네.
ㄴ속보) 메로구이 판매량 알 수 없는 이유로 급증해
ㄴ속보) 메로구이집 사장 김모씨 방긋해
하린의 한 마디로 생각지도 못한 메로구이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바로 강서의 조리법을 이용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실제 오키아의 둔살을 일반인이 바로 구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뭐가 더 맛있음?
-글쓴이: 질문이에요?
-ㅋㅋㅋㅋㅋㅋ내일 해먹어야겠다.
ㄴㅈㄹㄴ
ㄴ어딜 헌터 코스프레를;;
ㄴ그렇네 그러고 보니 방랑자B는 헌터인 거 자동인증 됐네.
식용으로 분류되는 몬스터 식품은 구매가 가능했지만 몬스터 부산물의 경우 헌터 라이센스가 있어야 하고, 전문 거래처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진이 사오는데 오래 걸린 것도 묵혀둔 헌터라이센스를 찾아서 직접 거래처에 다녀왔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버리려면 아까우니까...”
댓글을 보던 상진은 홀린 듯이 알코올램프를 켰다. 상진은 오늘 아침부터 쭉 굶은 상태.
꼬르륵-
아까부터 계속해서 배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몇 번을 알코올램프를 껏다켰다 하던 상진은 후라이팬을 찾기 위해 연구실을 뒤졌다.
상진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고기에 정신이 팔린 동안에도 계속해서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의 내용은 판다를 찬양하는 내용이거나 판다가 누구인지에 대해 논하는 댓글들이었다.
-판다아재 정체가 뭘까?
-진짜 아는 게 하나도 없음...그저 킹갓이라는 것 뿐.
-킹직히 활동 헌터 아니면 저게 가능하기는 하냐?
-ㅇㅇ척척석사가 모르면 뭐...
-그래서 도대체 킹팔매질이 뭐냐?
트프리치tv의 자유게시판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뜨겁게 달아 올라있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이건 단지 시작일 뿐임을.
-야 지금 보스 레이드 들어갔다는데?
-?
-?방금 3스테이지 클리어했잖아.
-패보 뜬 듯;; 나도 가본다 ㅃ
-아, 제발 동접 늘어나서 안 들어가짐;;
ㄴ잘만 들어가 지는데 니네 집 컴이 구데기 아님?
ㄴ해외라서 그런가보다. 보스 들어간 거 ㄹㅇ임?
ㄴ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