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9화 (9/191)
  • 9화. < ep2-1. 그시각 던전 밖에서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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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가 회귀한 2030년도의 지구는 던전을 위주로 흘러가고 있었다. 수많은 던전으로부터 부산물들을 통해 이익을 취하고, 그 이익을 유통하고 교환하며 세계의 경제는 유지되었다. 그 파이는 점점 커져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되었다.

    여러 가지로 분류되는 던전의 종류 중 <인스턴트 던전>이라는 것이 있었다.

    인스턴트 던전은 ‘어느 곳에서든 갑자기 발생하며, 클리어하는 동시에 사라지는 던전’을 의미했다. 동시에, 외관으로 던전의 등급과 난이도 정도만 알 수 있다 뿐이지 어떤 던진인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인스턴트 던전을 발견하면 철칙은 헌터관리국에 먼저 신고하는 것이었다. 헌터관리국이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인스턴트 던전의 관리였으니까.

    헌터관리국 던전관리과 3팀 소속 말단직원 방종혁은 오늘도 공원에 인스턴트 던전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중이었다.

    “아이씨 왜 공원이야...”

    헌터관리국 던전관리과 직원들이 가장 기피하는 것이 일반인이 밀집된 공간에 나타난 인스턴트 던전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시내나 공원같이 일반인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인스턴트 던전이 나타날 경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사람이라도 들어갔으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말단직원이 덤탱이를 쓰고 옷을 벗어야 하는 것이 기정 사실.

    이미 종혁은 아무도 던전에 들어가지 않았기를 일곱 주신에게 차례로 한번 씩 기도를 하고나서 차에서 내렸다.

    턱-

    차문을 닫고 주변을 살피자 한눈에 보아도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있었다. 종혁은 찬찬히  뛰는 척을 하며 헌터관리국 직원 명찰을 한손에 들어보였다.

    “헌터관리국입니다- 잠시만 비켜주세요.”

    헌터관리국이라는 소리에 사람들은 자리를 비켜주었고, 갈라진 사람들 사이로 종혁이 다가갔다. 종혁은 던전분석기의 전원 버튼을 눌러 자동분석을 실행시키고 손을 들어 신고인을 찾았다.

    “여기 혹시 신고자분 계십니까?”

    “저에유.”

    “협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종혁의 말에 한 중년 여성이 인파속에서 손을 들었고 종혁은 ‘사건발생일지’라고 적힌 파일을 열고 펜을 꺼내들며 협조를 부탁했다.

    “먼저 간략하게 사건경위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니 글쎄~........”

    여성은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설명을 다 들은 종혁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했다.

    ‘시발...’

    여자 한명 남자 한명이 뛰어 들었는데 헌터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 다 복장은 평범해 보였다는 이야기.

    종혁의 머릿속에서 그 두 사람은 이미 일반인으로 판명되었다. 말하자면 문제가 생길 경우 자신이 다 뒤집어쓰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음에도 종혁은 살이 떨려오는 기분이었다.

    [던전 분석 완료.]

    여성과의 대화를 마치고 일지를 덮자 던전분석기가 완료 알림음을 울려왔고 종혁은 던전분석기를 확인했다.

    +

    던전명 : 오키아의 굴

    종류: 스테이지형

    등급 : E-

    +

    그나마 다행이었다. E-급 스테이지형 오키아의 굴이라면 섣불리 스테이지에 들어서지만 않는다면 딱히 문제가 생길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가정, 사람 일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예측 밖의 영역이었다. 그것이 던전 안이라면 더더욱.

    종혁은 곧바로 자신의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종혁아 무슨 일이냐?]

    [네, 팀장님 인원 지원요청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 터졌냐? 아까 공원?]

    [네 성인 남녀 둘이 들어 갔다네요.]

    [에이씨...좀 있으면 퇴근인데. 일단 알았다. 요청 때릴게 기다리고 있어.]

    뚝-

    종혁은 요청을 한 인원이 오기까지 주변의 상황을 정리했다. 간이 바리게이트를 두르고 사람들에게 별일 아니라고 둘러대며 귀가조치 시켰다.

    물론 주위를 서성거리거나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기는 했다.

    시간이 꽤 지나고 종혁은 멀리서 인원 세 명을 대동한 채 달려오는 팀장을 보았다. 도착한 3팀장은 종혁에게 사건발생 일지를 빼앗듯이 가져가 스마트 워치를 이용해 스캔했다.

    “일단 이걸로 간이보고 드리고 진입하자고. E급 던전 정도면 셋이서 가능하겠죠?”

    “그럼요 팀장님. 협회소속으로 들어온 헌터라 염려하시는 거면 안 해도 되요. 여기 세 명 다 길드 스카웃도 받았었거든요. 저는 최근에도 러브콜 받고 있고.”

    팀장이 대동한 3명은 헌터협회 소속의 헌터였다. 헌터협회에 소속된 헌터들은 이런 식으로 관리국의 던전관리과와 연계되어 민원처리나 돌발사건처리를 맡기 때문에. 길드에 비해 약하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예 그럼 믿습니다. 종혁이 너는 진입 전 최초대응기록 작성해놓고 혹시 모르니 던전분석기 다시 돌려놔. 나는 과장님 최종허가 받을 게. 세분은 몸 좀 풀고 계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래요.”

    3팀장의 진두지휘 아래 강서와 하린의 구출(?)작전준비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고 3팀장은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탁

    [여보세요.]

    [아, 예 과장님 조금 전에 저희과 인트라넷으로 던전진입허가 신청했는데요. 혹시 보셨나요?]

    [봤지.]

    [아, 그럼 바로 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제 발생하지 않도록.]

    [아니, 들어가지마]

    .

    .

    .

    “예...?”

    3팀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인스턴트 던전사고의 경우 초기대응이 생명이다. 몬스터와의 조우 여부가 일반인의 생존여부를 결정했으니까. 빠르게 진입할수록 생존확률은 올라갔다.

    [들어가지 말라고.]

    그래서 이해할 수 없었다.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귀찮아 지는 것이 과장이었다.

    누군가 사표를 써야하는 상황이라면 말단 직원이겠지만, 과장도 사건이 터지면 처리할 일과 문서 양 자체가 엄청나게 불어난다.

    당연히 사고발생을 달가워하지 않아야 정상. 그런데 던전관리과 과장은 던전 진입을 단호하게 불허하고 있었다.

    “과장님 아무리 그래도...”

    [아, 그냥 들어가지 말라면 들어가지마. 내가 책임져. 바쁘니까 끊는다.]

    뚝-

    과장은 그렇게 일방적으로 전화를 꺼버렸다.

    “....”

    “....”

    “....”

    3팀장은 권력의 힘을 다시 한 번 체감했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였다. 이건 말 그대로 까라고해서 까는 모양.

    “팀장님 바리게이트도 치워요?”

    물론 종혁의 입장에서는 기분좋은 일이었다. 들어간 사람들이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사고가 터지더라도 과장이 책임진다는 데, 말 바뀌기 전에 얼른 치우고 철수하는 게 상책이었다.

    싱글벙글하며 누구보다 먼저 자리를 정리하던 종혁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떨어졌다.

    “....아니. 진입한다.”

    * * *

    대한민국 헌터관리국 던전관리과 과장 김만식. 그는 유능했다. 40대가 되기 전, 10년째 그 중요도가 성장하고 있는 헌터관리국에서 과장을 달았고, 그가 던전관리과에 재임한 뒤로 던전사고 발생률도 현저히 감소했다.

    그런 김만식에게는 의외의 취미가 있었다. 바로 근무시간 중 인터넷 방송을 보는 것이었다.

    김만식은 오늘 집무실의 자리에서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평소라면 이 시간에 던전관리과의 각 팀 사무실을 들락거리며 던전관리에 대한 통계적 지표를 관리하고, 실황을 파악했겠지만, 오늘만큼은 자리를 떠날 수 가 없었다.

    오늘 아침부터 인터넷 방송 사이트 <트프리치tv>를 뜨겁게 달군 방송 때문이었다.

    판다. 익숙하고 별거없는 두 어절이었지만, 그 단어가 오늘 트프리치tv에 끼친 영향은 거대했다.

    가상현실게임 BJ로 활동하다 던전방송으로 넘어간 BJ하린의 방송에 게스트가 한명 등장했는데 그의 피지컬은 탈-인간 급이며, 그가 주는 팁은 이 세상의 팁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이미 트프리치tv방송을 보는 사람들이면 모두 알았으리라.

    오늘의 트프리치tv는 판다의 이야기를 전하는 시청자와 그것을 전해듣는 시청자. 둘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만식은 그 중 이야기를 나르는 축에 속했다. 만식은 본래부터 하린의 구독시청자였던 것이다.

    “설마 진짜 6마리를 다 돌멩이로 잡을 줄이야...”

    오늘의 첫 치킨 게임을 내건 것도 김만식이었다. 오키아에 대한 박식한 지식에 혹시 하고 던져본 미션이었지만 정말로 판다는 클리어해버렸다.

    평소 가상현실 게임에서 던전방송으로 전향한 뒤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하린이 안타까웠던 만식은 지금이 하린에게 둘도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트프리치tv의 자유게시판에도 홍보글을 올렸다.

    제목: 니네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게 뭔지 아냐?

    글쓴이: 치킨집사장

    돌멩이임. 나도 오늘 알았자너;; 계속보고 있는데 아직 킹팔매질 1,000,000/ 500,000,000 밖에 안본 게 소름이 돋는다...

    -ㅋㅋㅋㅋㅋ이제 1/500 본거임.

    -킹 멩이

    -대 멩이

    -하린 방송 진짜 판다로 씹 떡상했네.

    ㄴ글쓴이: 내가 골수시청자인데 이거 하린 전성기 시절 가뿐할 것 같다.

    ㄴ에이;; 그래도 아직이지 하린 리즈시절이면 겜방 1위 찍었던 시절인데. 던전방송으로 어딜;;

    ㄴ글쓴이: 나중에 봐라;;

    “쯧, 역시 방송 볼 줄 아는 놈이 얼마 없군.”

    만식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식의 댓글에 혀를 한 번 찼다.

    만식은 소위 말하는 <떡상>을 직감했다. 하린은 사실 가상현실 겜방시절 새벽방송을 틀어도 50000시청자 정도는 가뿐히 찍었던 초 거대 BJ였다.

    그러다가 아직  불명확한 시장인 던전방송으로 뛰어들고 나서는 그 규모가 1/10이하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 하지만 오늘 방송으로 벌써 그 반 정도의 시청자를 찍었다.

    다른 것보다 만식은 하린이 ‘아저씨’라고 부르는 ‘판다’에게서 떡상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 호칭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판다는 하린방송을 원래대로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키였다.

    물론, 만식처럼 판다를 좋게 적으며 홍보하는 게시글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제목 : 아니 판다가 뭔데;;

    글쓴이: 이모텝

    도대체 그 판-다라는 놈이 뭐하는 새끼길래. 남의 방송까지 와서 난리법석인거냐?

    -;; 아니 킹판다의 이름을 이렇게 가볍게 부르는 놈이 있다고??

    -천한 것아;;

    -아니 뭔 설명이라도 하던가 잘 보고 있는 겜방와서 죄다 『판-다』ㅇㅈㄹ하는데

    -Just Right Fanda....

    ㄴ글쓴이: 판다충 역겨워서 지금까지 오기로 안 봤는데 이 댓글 보고 못 참겠어서 본다. 무슨 그 방송은 죄다 정신병자새끼들만....

    강서의 활약을 본 시청자들은 다른 방송에 가서 열성적으로 판-다를 외쳤고, 다른 방송의 시청자들은 상황을 알 수 없으니 당연히 비난하는 목소리도 트프리치tv 자유게시판에 올라왔다.

    하지만 그런 비난하는 게시글들도 언제까지고 계속 올라온 것은 아니었다.

    -보면 후기해라 나도 보던 BJ 하던 판 끝나면 보려 했는데 판이 길어지네.

    -ㅇㅇ판다가 도대체 뭐임? 새로 생긴 유행어냐?

    -글쓴이: 『판-다』

    ㄴㅋㅋㅋㅋㅋㅋㅋㅋ이 새끼 포교됐넼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 판-다.지 임마

    ㄴ글쓴이: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슨배님들....그저 보십시오 후배님들...

    ㄴㅋㅋㅋㅋㅋ판 안 끝났는데 이 새끼 댓글보고 바로 보러간다 개 웃기넼ㅋㅋㅋㅋ

    비난하던 사람들이 일종의 <선발대>역할을 하고, 하린의 방송을 통해 강서를 직접 본 뒤 태도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비난하기보다 궁금증을 가진 것이다. 그렇게 하린의 방송에는 점점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강서가 미친 영향이 트프리치tv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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