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ep2. 처음, 던전.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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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소꿀8
-지금 내 눈이 제대로 된 게 맞는 거냐?
-고거 킹리적 갓심임;;
-말이 되냐? 방어력이 2나 오른다고?
방어력2. 하린이 강서가 만든 오키아 스테이크를 먹고 오른 수치였다. 어떻게 보면 높다고, 또 어떻게 보면 낮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수치였다.
처음 각성하면 제공받는 헌터협회산 기본 가죽슈트가 가진 방어력이 3정도였다. 2라는 것은 애매한 수치였다. 오른다면 고맙지만 9티어를 벗어난 헌터라면 안 올라도 그리 아쉽지 않은 수치.
문제는 그것이 음식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었다.
-판다아재 데이터에 이번에도 아무것도 안 떴지.
-ㅇㅇ 이젠 저게 정지화면 아닌가 싶다.
-괴라는 나물...
-그냥 맛있기만 하면 『판-다』가 아니자너~
-소소하네;;
“....아저씨 이거 지금 제 방어력이 오른 것 같은데요?”
“그런 것 같네요.”
하린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요리로 인한 버프가 아예 없던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리스킬이 꼭 필요했을 뿐더러 스탯을 올려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체력회복 속도를 올려주거나 포만감을 오래 늘려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강서는 그 자리에서 10분 안 걸려 뚝딱 만든 요리로 하린의 스테이터스를 올려버린 것이다. 세계 최초였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일. 하지만 강서는 표정도, 마음도 덤덤했다.
-여러분 지금 <이 사람은> 세계최초로 요리스킬 없이 스탯버프효과를 처넣어놓고 ‘그런 것 같네요.’라고 하고 있습니다. ㅅㅂ....
-어케했노 판다련ㄴ아
-킹런 것 같네요;;
-그냥 요리사로 전향하자. 혹시 킹팔매질 맞아도 버프되면 인정한다.
-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이냨...ㅋ...ㅋㅋ......근데 저 아재는 왜 진짜 될 것 같지.
- ㄴ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아저씨 도대체 정체가 뭐에요?”
하린은 상태창을 켜 진짜로 올라버린 자신의 스탯을 보며 강서에게 물었다.
강서는 그런 하린에게 대답없이 되물었다.
“갈까요?”
* * *
하린은 자꾸만 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오키아 고기를 털어버리며 생각했다.
‘이제는 조금 위험해.’
강서로 인해 시청자 수가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었고 강서를 보러 온 사람에게 강서를 더 보여주는 것도 하린의 합리적인 전략이었다.
그 덕으로 하린 방송을 보러 들어왔다가 다시 나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들 강서의 꿀팁 세례에 발을 한 번 담갔다가 빠져버려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었다.
하린은 그것을 잘 이용했지만 언제까지고 그러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어찌 되었든 이 방송은 하린의 방송. 강서를 보러 온 것은 보러 온 것이고, 그런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어필해야하는 것이 하린의 의무였다.
하지만 하린은 야심작으로 준비한 요리방송에서도 과도하게 휘둘렸고, 진행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키아 스테이크를 먹는 중간에는 잠깐 정신을 놓는 사고까지 벌인 상태. 이제는 활약해야 할 시간이었다.
‘분명 이쪽이 쉬운 길이랬지.’
요리도구를 정리하는 동안 방송을 잠시 정지시켜 놓고 강서와 합의를 했다. 더 쉬운 길로 가자고. 강서는 별 감흥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강서와 하린은 더 쉬운 스테이지로 향하게 되었다.
2분여를 걸어 도착한 스테이지에는 3마리의 오키아가 있었다.
“좋았어!”
세 마리 정도면 양호한 숫자였다. 아무리 쉬운 스테이지라고 하더라도 하린의 예상 외로 너무 쉬운 숫자였다.
“여러분 잘 보시라구요. 이제 제가 활약할 차례니까.”
하린은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며 브ㅡ이자와 함께 웃음을 지어보였다.
-?? 하린이 할 수 있는 게 있었음?
-아, 얘가 이 방송 BJ임? 판다가 아니고?
-ㅋㅋㅋㅋㅋ주객전도 어마어마 하자너~
“이익! 무조건 혼자 할꺼야!! 아저씨!”
“네?”
“끼어들지 마세요!! 제가 혼자 할게요!”
하린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분을 내며 스테이지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하린의 앞발이 초록빛 경계선을 넘자 스테이지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타났다.
[stage3에 진입합니다.]
키에에!
케엑!
분을 내며 달려갔지만 하린이라고 아무 수도 없이 무작정 달려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몰랐지만 하린도 강서에게서 눈이 예민한 것을 배운 상태!
“자 여러분 꿀팁은 판다아저씨만 드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잘 보세요.”
-보여주나?
-하린 가나연?
-ㄱㄴㅇ
오키아들에게 달려든 하린은 자랑스럽게 눈앞에 마법진을 그리며 에너지볼트를 생성해서 머리위에 띄웠다.
“아까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린 대로 오키아의 약점은 하나밖에 없는 외눈! 이곳에 신경이 몰려있어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데요!”
-제 점수는요.
-여기까지는 양호하다. 자신감은 원래 방송에서의 하린이랑 똑같음.
-판다아재 소소한 꿀팁 듣다가 하린의 대단한 팁 들으니 하품 나오자너;
-추린아 하하다;;
“아무리 무성마법에 강하다고 하더라도 가장 예민한 부위에 에너지볼트 두 방을 함께 맞는다면?”
하린은 방송정지를 풀기 전 미리 에너지볼트를 메모라이즈 해두었다. 하린은 아직 메모라이즈 스킬이 없기 때문에 본래 사용할 수 없어야 했지만-
“짜잔! 여기 제가 비싼 돈을 주고 산 메모라이즈 페이퍼 입니다! 이거 준비해오려고 이번 달 식비를 대폭 줄였잖아요..힝”
메모라이즈 페이퍼 덕분에 사용이 가능했다.
<메모라이즈 페이퍼>는 미리 종이에다가 마법진을 새겨 넣어 여타의 준비과정 없이도 바로 저장해놓은 마법이 발동되도록 돕는 종이였다. 초심자가 사용하기에는 조금 과도한 물건. 꽤나 가격이 나가는 물건이었다.
-와; 오키아 잡으려고 메모라이즈 페이퍼까지 사오네. 이건 인정이지.
-대재벌 린;;
-준비성on
-이래서 아무리 티어가 높아져도 솔로잉은 잘 안하는 거자너;; 효율 꽝
-9티어가 킹모라이즈라니..손나..
-.킹직히, 돈 많은 BJ 버프다;;
-착한 돈지랄on
채팅방의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다. 한쪽은 ‘무슨 오키아를 잡는데 메모라이즈 페이퍼까지 쓰냐, 그럴 거면 다른 사람들 하는 것처럼 파티사냥을 해라. 돈지랄이다.’라며 하린의 소비를 비판하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쪽은 ‘그래도 준비성이 대단하다. 이정도 준비성은 보여줘야 BJ지’라며 하린의 준비성을 칭찬하는 의견이었다.
어찌되었든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이미 메모라이즈 페이퍼에 에너지볼트가 기록되었고, 하린이 그것을 이용해 오키아를 잡아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하린이 대기화면에서 에너지볼트를 기록해 놓은 페이퍼도 딱 세 개.
스테이지가 나타나자마자 하린이 자신있게 달려들 수 있었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세 마리라면 충분하지.’
사실 메모라이즈 페이퍼를 기록하는 것은 몇 개를 하던지 상관이 없었으나, 사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몇 가지 예외는 있었지만, 마법사는 보통 개인의 마력 스테이터스 수치에 따라 다룰 수 있는 스킬의 수준 올라가고, 마나량이 늘어났다.
메모라이즈 페이퍼도 마찬가지였다. 마력이 올라가면 한 번에 많은 양도, 다양한 스킬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하린의 수준으로는 딱 세 개정도가 적당했다. 그 이상으로 사용하게 되면 마력회로가 꼬여 마법이 정상적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린은 자신있게 꺼내든 메모라이즈 페이퍼 한 장을 사용해 자기 머리 위에 에너지 볼트의 구체를 하나 더 띄웠다. 이로써 하린이 생각하던 그림이 완성 되었다.
강서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지는 장면이었지만 여기서 연달아 세 마리를 잡아낸 다면 꽤나 괜찮은 그림이 그려질 것이 예상되었다.
-보여주나?
-오, 하린 뇌 빡세게 굴렸는데?
-확실히, 나쁘지는 않은 전략인 듯, 하린이 마법 정확도는 좋은 편이니까.
-가나연?
-ㅂㅇㅈㄴ?
하지만 채팅방의 분위기가 썩 좋지만은 않았다. 기대감을 표하는 채팅들 아래로 왜인지 혀를 차는 댓글들이 나타난 것이다.
-쯧. 다 헌터인 척 하더니.
-이렇게 한명이 가버리자너;;
-여러분 이래서 공부가 중요합니다. 메모하세요.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그런 채팅방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하린은 생성한 에너지볼트를 동시에 날렸다. 시청자가 말한 것처럼 하린의 마법 정확도는 수준급이었다.
각성하지 얼마 안 되어 에너지볼트밖에 사용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것에 한해서는 아주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하린이 날린 에너지 볼트는 가장 선두에서 달려오던 오키아의 눈을 맞췄다. 에너지구체가 오키아의 눈에 적중하는 소리가 동굴속에 울려퍼졌다.
펑-
키에에엑!!
“에...?”
‘내가바로헌터’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키아는 무성마법 ‘면역’이에요 하린님...]
-아이고 화상아...
-입헌터놈들 다 어디 갔냐. ㅂㅇㅈㄴ는 무슨. 오키아는 무성(無性)마법에 강한 게 아니라 그냥 면역인거임;;
-이거 맞다. 그래서 오키아의 굴이 초보 헌터한테 별로 인기 없는 거.
-똥린;;
-이게 헌터다...
“어...어어?”
달려오는 오키아를 보고 한걸음 물러서려다가 돌에 걸린 하린은 허우적거리며 뒤로 넘어갔다. 오키아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하린에게 달려들었고, 넘어지던 하린의 가슴께를 오키아의 발톱이 덥쳤다.
그 순간 하린은 자신의 몸이 뒤로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 탄력있는 촉감이 등에서 느껴지며 오키아의 발톱이 하린의 몸을 스쳤다.
[오키아에게 약한 공격을 받았습니다.]
[방어력이 공격을 상쇄합니다.]
하린이 자신도 모르게 올려다 본 곳엔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강서의 얼굴이 있었다. 강서는 하린의 몸을 안듯이 당기며 하린에게 물었다.
“이제 끼어들어도 되죠?“
강서 나름의 배려였다. 본인이 끼어들지 말라고 했으니 위험한 상황이 될 때까지는 손을 쓰는 게 나을 것 같아도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지야~
-캬, 판다 성님, 이제 영상미까지 챙겨 버리자너;;
-판태식이...돌아왔구나...
-The 판다....요리로 복선을 까는 남자...
-방어력상승 복선;;
귓불이 살짝 붉어진 하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강서는 미리 들고 있던 돌멩이 하나를 던졌다.
휙-
강서의 손을 떠난 돌멩이는 가장 뒤에 있는 오키아의 눈을 맞춘 뒤-
키엑!
그대로 두 번째 있는 오키아의 눈으로 날아가 역시 기절시켰다. 그리고 땅에 튀겨 강서의 손으로 다시 돌아왔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강서는 손으로 돌아온 돌멩이를 가장 앞에 있는 오키아, 하린을 덮쳤던 오키아의 눈에 쑤셔 박았다.
강서의 활약에 이번에도 채팅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와...
-할 말 잃.....
-He is not human.
-She is not human
-He is pan-da
-또 다시 판-다 해버렸자너;;
-킹다곰 갓재 마지막 연출 봤냐? 고거 노린게 분명 졸라멋있다.
-이게 헌터지.
-이계 헌터지;; 돌팔매질이 이세상의 것이 아님;;
‘내가바로헌터’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ㅗㅜㅑ...]
‘이건 혁명이다’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혹시 소속 길드 있으신가요? 없으시면 하린님에게 쪽지...]
‘하린쓰’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저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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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뜨겁게 달아오른 것은, 채팅창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