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ep2. 처음, 던전.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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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소꿀7
“이건...물입니다. 커피가루를 조금 탔죠.”
-물? 오키아를 커피물에 왜 담금?
-???: 너를 담글 순 없잖아..
-....넘모 무섭자너;;
‘방랑자B’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 지금 킹갓 제너럴 마제스티 the 판.다.님의 말 믿고 오키아 둔살 사왔습니다. 제가 해보고 인터넷에 인증함.]
-가라 선발대
-오늘 방송 진짜 개꿀잼이다.
-오늘 방송 비중: 킹멩이>>>킹다아재>척척석사>방랑자B>오키아
-하린 아무고토안하죠?
실제로, 시청자들이 보기에 하린은 딱히 하고 있는 것이 없었다. 강서의 존재감이 이미 스크린 전체를 장악하고 있었다. 물론 하린도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이쪽이 낫겠어.’
다만 이용할 뿐이었다. 강서의 존재감으로 영상을 뽑아내고 하린은 잠깐잠깐 잊혀지지 않게만 나타나 방송이 너무 교육으로 가지 않도록 감질맛이 나게만 조절했다.
물론 강서의 꿀팁교육이 너무 유익해서 사람들이 지루해 할 틈은 없었지만.
“아니 왜 자꾸 제방송인데 저 빼먹는 건데요!!저도 있거든요! 저거 커피물 다 제가 탄 거라고요!!”
-ㅋㅋㅋㅋㅋㅋ퍽퍽박사와 킹멩이와 커피머신
-속보) BJ하린 커피머신으로 직업 전향해
-판다의...옆에선...커피만타도..떡이 나온다...메모..
강서는 오키아의 둔살을 커피물에 넣고 흠뻑 적셨다. 그렇게 10초정도 충분히 담근 뒤 그 옆에 있는 통으로 옮겨 담은 뒤
“이건 아르망의 우유입니다. 커피물에 담갔다가 아르망의 우유에 담그면...”
아르망은 일리아 군도에 사는 또 다른 몬스터의 이름이었다. 몬스터에게 나온 부산물 중 몇 안되는 식용제품 중 하나였다.
물론 이조차도 젖소에게서 나온 우유보다 향이 강하다는 평을 받으며 그렇게 잘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하린이 던전요리의 컨셉에 맞추려고 혹시 몰라 가져온 우유였다.
‘방랑자B’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 봐도 무슨 상황인지 알아버렸다.
-방랑자B 개 웃기네ㅋㅋㅋㅋㅋ
-고기 사왔는데 우유가 없어 버렸자너;;
-방랑자B 오열중ㅋㅋㅋㅋ
-오늘 시청자들 개그맨이냐곸ㅋㅋㅋㅋㅋ
하린은 확실히 오늘 방송은 여러 가지 운이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적절한 타이밍의 치킨미션, 적재적소에 맞아 떨어진 구독시청자‘척척박사’와 ‘방랑자B’의 코멘트.
하지만 역시 그 무엇보다도 오늘 방송의 운은.
“우유에 담그면, 이렇게 오키아의 둔살 속에 있던 모든 해로운 물질이 나오게 됩니다.”
-야, 판다아재 또 『판-다』 한 듯
-더 이상의 놀람은 never....
-저게 뭐냐. 저게 지금 다 해로운 물질이라는 거지?
강서였다. 강서가 아르망의 우유에 오키아의 고기를 담그자 아르망의 우유에서 커피물이 둥둥 뜨기 시작했는데, 떠오른 커피물은 검은색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그것이 오키아 살에 배어있는 안 좋은 물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사람이 튀어나온 건지.’
하린은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이거 진짜면 혁신아님? 오키아 고기라니;;
-아르망의 우유에 담그는 건 학계에서도 모를 것 같은데 척척석사 등판 안하나.
-와....
-ㅁㅊㄷㅁㅊㅇ
-아직도 놀라냐? 이건 그저....『판-다』 했을 뿐.
-『소소』한 꿀팁이다...
실제로 강서가 지금 선보인 수준의 조리법은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다. 지구에서 식용 몬스터로 분류된 것들도, ‘먹을 수 있다’의 개념이지 완벽히 처리가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실제로도 희소성은 있었지만 향이나 역겨운 질감 때문에 요리로서의 가치는 많이 떨어졌다.
때문에 강서가 알려준 오키아의 해로운 물질을 완벽히 제거하는 조리법은 더 대단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지구에서 최초로 선보인 <제대로 된 몬스터조리법>인 것이다.
강서는 해로운 물질을 모두 빼낸 뒤 흐르는 물에 오키아의 고기를 한번 씻었다. 그리고는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한번 두른 뒤 불을 켜 가열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로 먹어도 되지만 저는 구워먹는 쪽이 제일 맛있더라고요. 팬 가열을 좀 시키시고-”
치이익-
강서가 후라이팬에 오키아의 고기를 올려놓자마자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하는 소리가 방송을 통해 퍼져나갔다.
-한 입만;;
-구워....먹는 쪽이...맛있다...메모
-소리 오진다 진짜...
-내 인생에 오키아 고기가 먹고 싶어지는 날이 올 줄은 몰랐자너;;
‘척척석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건 저도 처음 보는데요...저 방금 같은 연구실 박사 선배님한테 물어봤는데 박사님도 모른답니다;; 판다아재 정체가 대체...]
-퍽퍽박사>>척척박사;;
-척척박사가 모르는 것도 있자너;;
-ㅋㅋㅋㅋㅋㅋ척척박사 의문의 1패ㅋㅋㅋ
-아니 병ㅅ들아 그냥 닥치고 찬양하면 돼.
강서는 하린이 가져온 후추와 소금같은 조미료를 약간 뿌리고 오키아 고기를 뒤집었다.
‘옛날 생각나네.’
지금 강서가 시청자들에게 선보인 오키아의 조리법은 사실 강서가 직접 발견한 조리법 중 하나였다. 조금 깊은 오키아의 굴에 들어갔을 때, 우연히 발견하게 된 조리법이었다.
지구에 알려지지 않은 오키아의 조리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강서는 이것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당시에 강서가 선보인 뒤 일리아 군도에서도 꽤나 유명해졌었던 조리법이었다. 다시 이 조리법을 사용하게 될 줄 은 몰랐지만.
또 다른 세계에서 요리사로 환생되었을 때 만든 산해진미들 보다는 덜했지만, 확실히 던전에서 몬스터고기를 먹는 것은 그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별미’라는 말이 딱 맞는 셈.
“와...”
하린은 냄새를 맡으며 또 다시 아찔함을 느꼈다. 다른 것이 아니라 배고플 시간이 되었다. 던전에 들어온 만큼 에너지 소모는 심했고, 배에서는 밥을 달라면서 아우성 치는 상황.
그런데 거기에 빗소리같이 들리는 고기굽는 소리와 처음 맡아보는 오묘한 고기의 향기까지 더해지자 하린은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하린 표정봐랔ㅋㅋㅋㅋㅋ
-저건 이미 상상에서 두 그릇은 뚝딱한 표정이자너;;
-꾸울-꺽
-이게 헌터다;;
스읍- 흘러나오는 침을 한번 빨아들인 하린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저 진짜 배고파 죽을 것 같은데, 냄새가 장난아니에요오...이건 버티는 사람이 이상하다..”
-정보1) 처리하지 않은 고기를 구우면 역한 냄새가난다.
-정보2) 오키아 고기는 역한 냄새로 유명하다.
-정보3) 저 사람은 판다아재다.
- ㅇㅈ;; 정보3에서 끝났자너
-판다 on
-소소함 on
“다 됐습니다. 여기요.”
강서는 어느 정도 익은 오키아의 고기를 접시에 담았다. 단순히 구운 고기를 접시에 담은 것 뿐이었지만, 하린은 그 접시가 자신의 앞에 놓이는 순간 황홀감을 느꼈다.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냄새였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건 맛있다.’
하린은 이렇게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음식이 맛이 없으면 그건 죄악이라고 생각했다. 오키아 요리가 완성되어 하린앞에 놓이자, 처음으로 하린에게 시청자들의 시선이 몰렸다.
-하린님 맛 어때요?
-아직 먹지도 않았잖아;;
-빛깔 죽는다 진짜...
“간단한 요리입니다. 적절하게 굽기만 하면 꽤나 괜찮은 요리에요. 여러분들도 집에서 한번 해보세요.”
-(대충 졸라 뭐라하는 댓글)
-여러분 <이 사람>은 지금 세계 최초로 몬스터 고기를 적절히 조리하고 ‘너희도 집에서 한번 해봐’라고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 사람>은 방금까지 킹팔매질로 오키아 6마리를 잡은 헌터입니다. 요리사가 아닙니다.
-이것이 판다의 『기-만』
-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 ㄹㅇ 승리자자너...
강서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영겁의 시간동안 셀 수도 없이 다양한 일을 겪으며 무뎌지고 마모된 그의 정신에 이정도 일은 큰 일도 아니었다.
단순히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 중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소소한 팁을 줄 뿐.
사람들이 좋아하고 유익하면 좋은 것이지 그것이 어떤 반응을 가져오든 강서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이야 말로 강서에게 소소한 일이었다.
“여러분 제가 난생 처음으로 오키아의 고기가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판다아재 맘 바뀌기 전에 후딱 먹어버려라.
-그래 하린아. 너는 요리하지 말고 먹기를 해. 잘 먹고 얼마나 좋아.
-하린요리 봉쇄 빌드 업 오져 버렸자너;;
“그럼 판다아재의 오키아 스테이크! 한번 먹어볼게요! 그래도 되죠?”
“그럼요.”
“그럼!!!”
오키아의 고기는 스테이크와 같은 모양으로 접시에 놓여있었다, 하린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앙- 하고 오키아의 고기를 한입 베어 물었다.
오키아의 고기를 무는 순간 하린의 눈이 감겼다. 입안에 퍼지는 가득한 풍미를 느꼈다. 터져나오는 육즙과 부드러운 식감.
어.
자기도 모르게 터져나온 한음절의 감탄사를 뱉은 후에야 하린은 자신이 입안에 넣은 고기를 다 먹었음을 자각했다. 오키아의 고기가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려 나온 소리였다. 하린은 서둘러 다음 고기를 입에 집어넣었다.
채팅은 미친 듯이 올라오며 하린에게 감상을 물었지만, 먹느라 바쁜 하린에게 채팅은 안중에도 없었다.
-어때? 맛있음?
-이걸 맛까지 있다고?
-저거 다 먹기 전에 채팅방 안 볼 거 같은데
-우법머;;
-방송을 할 땐....채팅창을....보지 않는다....메모
-추린아, 하하다...
한참을 그렇게 고기를 먹던 하린은 마지막 한 점을 남기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죄송해요. 죄송합니다. 프로답지 않은 모습을..”
-됐고, 맛이 어떰.
-ㅇㅇ 죄송같은 건 필요 없음.
-감상평
-ㄱㅅㅍㄱㅅㅍ!
“일단...너무 맛있고요, 음...너무 맛있어요. 이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네요. 제가 일식 요리중에 메로구이를 진짜 좋아하는데, 풍미가 그거에 두 배는 되는 느낌? 진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아요.”
-하린이 그래도 방송 중에 정신 놓은 적은 없었는데 판다아재 도대체 뭘 만든 거임?
-메로구이 맛있지. 아 침 고인다.
-방랑자B도 등판해라
-지금 하린이랑 둘이 먹었는데 하린 살아있는 거 보면 죽은 듯;;
-ㅋㅋㅋㅋㅋㅋㅋ 윗 댓글 스토리텔링ㅋㅋㅋㅋㅋ
-방랑자B 맛있는 거 먹고 가버렸자너~
“아, 저 이거 한 점만 더 먹고 마저 말할게요. 냄새가 참을 수가 없다.”
하린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마지막 남은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이럴 거면 방송 제목을 먹방으로 바꿔라;;
-아니 앞으로 먹고 방송키셈. 월급 다 썼는데 지금 메로구이 사왔잖아;;
- ㄴ한 입
- ㄴ22222
- 판다아재 그저 빛...
- panda just right...
- ㄴ엘 병ㅅ아 L이라고
하린이 고기를 모두 씹고 삼켜,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려 할 때. 시청자들과 하린의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소리와 함께 공개해 놓은 하린의 시스템 데이터에 믿을 수 없는 한 문장이 나타났다.
[‘오키아 스테이크’를 섭취하셨습니다. 방어력이 일시적으로 2 상승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