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6화 (6/191)
  • 6화. < ep2. 처음, 던전.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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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시청자들은 말을 잃었다. 각성자들은 기본적으로 <스킬>에 기반하여 던전 헌팅을 한다.

    균열과 함께 나타난 각성자들에게는 모두 시스템이라는 보조체제가 있었는데. 마치 게임창처럼 눈앞에 간략히 상태를 보여주고 설명을 보여주는 체제였다.

    이 시스템이 가장 직접적으로 각성자들에게 주는 도움이 바로 <스킬> 이었다. <스킬>은 기술에 대한 별다른 연습 없이도, 숙련기간이 필요한 기술을 바로 시행할 수 있게 해주었다.

    심지어는 숙련이 되더라도 본래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시행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스킬이었다.

    하지만 강서의 시스템 데이터에는 아무런 스킬의 흔적이 없었다. 스테이지 입장 알림과 몬스터 처치 알림을 제외하고는 깨끗하게 비어있었다.

    -오억번을 믿어야 하냐, 아니면 저런 재능을 나한테 안준 신을 원망해야 되냐.

    -정보) 믿든 안 믿든 니 인생에는 변함없다.

    -그만 때려라;; 애 울겠다.

    -판다아재, 사람이에요?

    -사람아재, 판다에요?

    -아니 오억번이든 아니든 이건 미쳤자너 ㄹㅇ루다가;;

    ‘방랑자B’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판다아재 그럼 리얼 참 트루로 다 스킬 쓴 거 아니에요?]

    강서는 이제 채팅창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하린의 안내 없이도 시청자들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 네.”

    -아,네? 이게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였던 거임?

    -아...예;; 못하는 우리가 이상하죠..

    -그러시겠죠...

    -판다 특) 뭔가 상당히 잘못된 걸 모름.

    -판다 특2) 진짜 모름.

    ‘내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야.’

    하린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본 하린이야 말로 강서의 실력을 가장 사실적으로 목도했다. 그래서 더 믿을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인간이 행했다고 하기는 믿기 힘든 현상들이었다. 던진 돌이 다시 손으로 돌아오고 벽을 튕겨서 정확한 각도로 달려오는 오키아를 맞추는 기행들은 그저 ‘와, 대단하다.’하고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사람은...격이 다르다.’

    이미 이 방송으로 던전방송의 판도가 달라질 것은 명확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은 단지 최하급 던전인 오키아의 던전. 그것도 아직 두 스테이지 밖에 클리어하지 않았다. 하린은 앞으로 이 사람이 이끌어 낼 그 무언가를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저 그 아득한 실력에 아찔함을 느낄 뿐.

    하린은 잠시 방송을 멈추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30분정도 쉬는 시간이면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

    -와, 설마 이 타이밍에?

    -킹직히 이거는 아니자너;;

    -이걸? 이 흐름에?

    하린은 말을 끝까지 뱉지도 않았지만 하린의 방송을 오래본 골수시청자들은 하린의 말투에서 그녀가 방송 정지를 알리는 말을 할 것임을 짐작했다.

    “귀신이네요! 진짜 그냥 부르기만 했는데.”

    -아니 이 타이밍에 끊는 거는 그냥 기다리라는 거 아님?

    -사탄: 아...이건좀 ;;

    -속보) 사탄, 아직도 취업 못해.

    방송을 오래본 사람들은 이 타이밍에 하린이 방송을 끊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아고 있었다.

    그래서 더 격하게 반발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하린은 능숙하게 달래며 방송프로의 면모를 보였다.

    “에이 그래도, 아까 명장면 리플 틀어 드리면 되잖아요. 다시 보고 싶지 않아요?”

    -그건 그렇긴 한데...

    -나 지금 들어왔는데 그 판다곰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대단함?

    -꿇어라 신입. 어딜 감히;; 킹다곰갓재의 이름을 그렇게 부르지 마라. 천한 것아.

    -천한 것아;;

    -;; 아니 보여주기나 하고 말해

    “크크크, 어차피 그거 보러 들어오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으니까 그 부분으로 틀어드리고, 쉬어가는 타임으로 저희 간단하게 먹을 것 좀 준비하고 있을게요. 제목을 뭐로 해놓으면 좋을까요?”

    -무조건 킹멩이 마스터지.

    -한 남자의 돌던지기 어떰?

    - ㄴ너 친구 없지;;

    -킹멩이 마스터로 갑시다.

    -22222

    하린은 방 제목을 ‘킹멩이 마스터’로 변경한 뒤, 스마트워치를 조작해 강서가 활약한 부분의  리플레이 영상을 땄다.

    “크크크큭, 저는 여러분들 채팅 보는 게 제일 웃겨요. 어쨌든 30분간 방송정지하고! 특별 이벤트 ‘하린의 요리교실!’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린은 일종의 별미 컨텐츠로 던전 안에서의 요리를 준비해왔다. 강서의 참여로 조금은 다르게 흘러갔지만, 던전의 풍경만 계속 보면 직접 수행하는 자신에 비해 시청자들이 지루할 거라 생각해서 준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하린의 섬세한 준비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하린의 골수시청자들은 ‘하린이 요리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았기 때문.

    -아니...던전식품 아니고...?

    -진짜로...?왜 그렇게 잘나온 던전식품들 두고...

    -아무리 판다아재라도 그건...

    -짧은 시간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판다아재가 좋은 곳으로 가셨습니다. 모두들 x를 눌러 조의를 표하십시오...

    -xxx

    -x

    -x...그의 킹팔매질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크흡

    하린은 마지막으로 댓글 창을 보고 스마트 워치를 조작해 영상을 틀며 댓글 창을 눈앞에서 치웠다. 그리고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흥, 이번엔 다를 거니까 기대하라고!”

    그리고는 등에 진 가방에서 잔뜩 이것저것을 꺼내 미리 깔아놓은 던전용 매트 위에 늘어놓았다.

    강서는 다양한 요리도구들을 늘어놓는 하린을 흥미롭게 처다 보았다.

    “지금 방송 꺼진 거죠?”

    “네! 편하게 말씀 하셔도 돼요. 그보다, 아저씨 정말 대단하신 분이셨네요. 혹시 이름 물어봐도 되나요?”

    “아. 이강서라고 합니다.”

    이강서, 이강서- 하린은 입으로 되뇌어 봤지만, 떠오르는 헌터가 없었다.

    나름 헌터에 대해 공부하고 빠삭하게 알고 있었지만, 유명한 헌터 중 이강서와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사람도 생각나지 않았다.

    과연 어디서 떨어진 괴물일까. 하린은 당장이라도 그의 티어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헌터사이에서 티어를 묻는 것은 금기였기 때문에 간신히 그 마음을 억누르고 대신 나이를 물었다.

    “장난으로 아저씨라고 부르긴 했는데...몇 살이에요?”

    “저요? 그러니까....스물여덟...쯤 됐으려나...?”

    “네? 스물여덟이면 스물여덟이지 됐으려나는 뭐에요?”

    강서는 23살에 균열에 빠져들어 갔었다. 균열에서의 시간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구에서 흐른 시간을 따지면 15년. 강서의 나이에 더하면 무려 38살이었다. 그대로 말하기에는 외관과 괴리가 있었다.

    38살이 외관에 비해 많은 숫자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오랜 기간 동안 나이개념이 다른 많은 존재들을 경험을 해온 강서는 그것이 어느 정도의 괴리감인지 까지는 알지 못했다.

    “맞아요. 스물여덟.”

    “그럼 그냥 아저씨라고 부를게요! 나이차이가 좀 애매하네요.”

    “그렇게 해요.”

    강서에게 그런 것은 딱히 아무래도 좋았다.

    하린이 요리도구를 정리하는 동안 강서는 스테이지에 잡아놓은 오키아가 있는 곳으로 향해 유심히 오키아들을 살펴보더니 그중 한 마리를 들고 하린에게 왔다. 엷은 미소가 서린 그는 하린을 향해 오키아를 내밀며 말했다.

    “몬스터고기 좀 드셔보실래요?”

    “....?”

    * * *

    몬스터고기. 15년전 균열 이후 인류의 여러 던전 사업들이 성행하게 되었는데, 그 중 가장 발전이 미진한 분야를 뽑으라면 바로 식품 분야였다.

    학자들의 추정으로 던전내부의 몬스터들은 물론 식물까지, 지구의 것과는 전혀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요리로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몬스터들에 대한 생물학적 체계가 명확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리가 발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쉽게 말해, 아무리 던전산업의 인프라가 어느 정도 잡혔다고 해도 아직 요리산업이 발전할만한 단계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하린은 이번에도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모든 상식을 깨는 남자가 눈앞에 있었으니까. 하린은 아무래도 오늘은 내 눈을 믿지 말아야하는 날인가보다- 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소소한 요리꿀팁(오키아)]

    방송인의 본능으로 간신히 적절한 단어를 골라 방송제목을 바꾸었지만, 하린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았다.

    -아아, 들리시나요? 제가 지금 이계에 와있는 것 같습니다. 저 좀 데려가주세요.

    -판다아재....당신은 대체...

    -아니, 이건 도저히 소소하지가 않자너;;

    -킹다아재 인생 2회차인듯;;

    하린과 시청자들을 경악케 만드는 것은 바로 <오키아의 요리>장면이었다.

    미리 잡아놓은 오키아 중 가장 상태가 괜찮은 놈을 가져다가 하린의 던전매트 위에 깔아놓고 강서는 오키아를 요리하고 있었다.

    “오키아는 사실 식용으로 그렇게 적절한 몬스터는 아닙니다. 먹을 부위가 많지는 않죠.”

    -아, 예;; 먹을 수 있는 거였군요.

    -오키아...식용...메모...

    -아니 오키아는 비식용 몬스터인데요;; 애초에 식용 몬스터로 밝혀진 것이 손에 꼽는데.

    -10개도 안 될거임. 아마 7개 정도인걸로 알고 있음. 그것도 굳이 찾아 먹을 만한 맛은 아니라던데.

    “모든 몬스터에게는 알맞은 조리법이 있습니다. 오키아의 부위 중에 그래도 꽤 별미로 먹을만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둔살입니다. 오키아는 몸 전체에 해로운 물질이 분포하고 있는데 이 둔살 부위가 가장 적게 분포하고 있죠.”

    사람들이 경악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오키아는 학계에서 인정한 식용몬스터의 목록에 들어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몬스터들은 안간에게 해로운 박테리아나, 체내 물질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물질이 없는 몇몇 몬스터만이 식용몬스터로 인정되었다.

    그런데 지금 강서는 학계의 정설을 무시하고 오키아를 요리하겠다고 하는 것. 시청자들은 걱정하는 대신에 기대를 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앞에서 강서가 보여준 모습들은 모두 지금까지의 상식을 깨는 모습들을 기억하면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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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진짜에요. 이게 장난으로 지은 게 아니라 제가 진짜 괴수생물학 석사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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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둔살이 해로운 물질 가장 적은 거, 학계사람들이나 알고 있지 아직 타당도 검사중이라 학술지에 실리지도 않은 연구결과 인데;;]

    -척척석사 또 등판했네.

    -사실 척척석사가 판다아재아님?

    -?

    -그럼 괴수생물학과가아니라 킹멩학과겠지;;

    -킹멩학과 퍽퍽박사 ㅇㅈ

    -ㅋㅋㅋㅋㅋㅋㅋㅋㅋ퍽퍽박사 ㅁㅊ놐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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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다아재 높은 티어 헌터인 듯. 학계자료도 지인 있으면 알 수 있는 거고]

    -이거 맞다.

    -어차피 이쯤 되면 뭐가 튀어나와도 안 이상함.ㅇㅇ

    -어차피 이런 지식도 판다의 『소소』한 팁임;; 그냥 보기나 하고 우리는 ‘판-다’당하면 됨.

    -판다아재...너라는 괴물...

    “척척박사님 2000원 후원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제 이 아저씨 잘 모르겠어요. 여러분이랑 똑같은 시청자가 된 기분입니다.”

    -ㅋㅋㅋㅋㅋㅋ하린 시청자행

    -판다 방송 게스트 재밌음?

    -방송 쉽자너;;

    강서는 유려한 손길로 오키아의 둔살을 도려내었다. 조금의 멈칫함도, 힘겨움도 없이 결을 따라 베어낸 둔살의 단면은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했다.

    -이거 요리스킬 아니냐?

    -마음은 알겠는데 오른쪽 봐라;; 나도 의심하고 싶은데 포기했다. 저 아재는 사람이 아니야.

    시청자가 말한 오른쪽 아래에는 강서의 시스템데이터가 자리해있었다. 하린의 권유로 스마트 워치와 연동시켜 방송화면에 나오게 한 것. 그 시스템 데이터에는 여전히 아무런 알림도 뜨지 않았다.

    둔살을 다 도려낸 강서는 두 주먹을 모은 정도의 크기를 한 둔살을 어떤 액체에 푹 담갔다.

    -저게 뭐임?

    -이제는 뭘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자너;;

    -그냥 보기나 해라. 이 방송에서 너네 입이 할 일은 아재 찬양 뿐임.

    강서는 채팅을 한번 훑고 속으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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