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ep2. 처음, 던전.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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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엑!
“그리고 2만 번쯤 연습하면 이렇게 던질 수 있습니다. 회전에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죠.”
“어...? 여러분들 봤어요?”
하린은 강서가 던진 돌이 또 하나의 오키아를 눕히는 것을 보며 말했다.
-ㅇㅇ 확실히 잘 던지기는 함.
-끝에서 약간 빨려 들어가듯이 휜 것 같은데.
-쥐는 폼 보니까 커브로 던진 것 같음 야구ㅇㅇ
-5억번 드립만 아니었어도 여기서 후원 메시지 몇 개는 터졌을 텐데;;
강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강서의 말을 거짓말이라며 비난하다가도 강서가 돌을 던지기 시작하니 시청자들은 그의 행동과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강서의 다음이 궁금하기 때문이었다.
두 마리의 오키아가 쓰러지고 두 돌이 던져진 것은 채 10초가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여전히 4마리의 오키아는 강서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다음!
-하린 시청자행;; 근만해라 그무태만.
-우리 법사 머하냐!
-우법머;;
-ㅇㅂㅁㅇㅂㅁ
‘재밌네.’
강서는 채팅을 보며 알 수 없는 반가움을 느꼈다. 소소한 댓글이었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다음은 돌이 두 개입니다.”
-이건! 킹얼코어?
-돌멩이 익스퍼트자너;;
-하린방송 서열 킹멩이>킹다곰아재>>>>오키아
-??? :2034년 4월. 판다아재 암살 때 돌 맞은 자립니다. 구멍이 두 개지요.
-ㅋㅋㅋㅋㅋ위에 ㅁㅊ놈 드립력ㅋㅋㅋㅋㅋ
하린은 방송의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꼈다.
강서가 말한 5억번이라는 숫자는 터무니 없는 숫자였지만, 강서가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자 시청자들이 어느정도 <봐주는>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니! 여러분들 자꾸 잊지 마세요. 왜 하린방송 서열에 제 이름은 있지도 않은 건가요? 이거 하.린.방.송 이잖아요!”
-목소리가 안 들려서 깜빡했자너;;
-추린아 하하다;;
-하린 딜량:0, 킹멩이:5억 ;;
-본격 무생물 방송이자너ㅋㅋㅋㅋㅋㅋㅋㅋ
하린이 시청자들과 투닥거리는 동안 강서는 앞으로 돌을 하나 던졌다. 그런데 돌의 속도가 이상했다.
-야 근데, 저거 저속도로 던져도 되는 거임?
-아까랑 전혀 다른데? 방향도 오키아 안 맞을 것 같고
-???: 13초 전 임무. 판다곰아재 척살. 지금 수행합니다.
-역시 판다아재라도 기복은 있는건가.
“10만 번쯤 던지면 이렇게-”
시청자들이 이런저런 우려의 말을 했지만 강서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미리 던진 돌이 있는 방향을 향해 나머지 하나를 빠르게 던졌다.
딱-
공중에서 맞부딪힌 돌은 각도가 틀어지고 서로 반대의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 두 개의 돌은 거짓말 같이 앞서 달려오던 오키아 두 마리의 눈을 맞추었다.
키엑! 키아악!
“돌을 두 개쯤 간단하게 다룰 수 있죠.”
“....”
하린의 입이 떡 벌어졌다. 한 번도 본적 없었다. 돌멩이를 저 정도로 다루는 사람은. 애초에 돌멩이를 무기로 다루는 사람 자체가 없었다.
돌멩이로 움직이는 오키아의 눈을 정확히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허공의 돌의 각도를 틀어 맞춘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아마 암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도 쉽지 않으리라.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었지?’
하린은 새삼 자신이 이 사람에 대해서 하나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미있는 상황이라 시도해본 방송이었는데 뭔가 기존과 궤를 달리하는 방송을 하고 있었다.
시청자의 수는 15000명까지 불어나 있었다. 이정도면 평소의 세배, 하린이 시청자수 1위를 하던 시절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꽤 높은 수치였다.
-....이즈 뎃 참 트루?
-지금 던지러 갑니다. 5억번이라 했죠?
- ㄴ다음 생에 봅시다.
-와...이정도면 갓직히 킹멩이 스킬 있는 거 아님?
-아니지 킹팔매질 고유능력이자너;;
사람들이 경악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강서 입장에서 이 정도는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투왕 다비드> 생을 클리어 할 때쯤에는 돌로 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하늘의 달도 부수었었고, 한 번에 수천 개의 돌을 적들의 미간에 꽂아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대의 거신이라 불리었던 네피림조차도 다비드의 돌팔매질 한 번에 나가 떨어졌었다.
“돌팔매질로도 열심히 노력하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어? 근데 판다곰 아재 손에 돌 하나밖에 없음;
-이걸 오키아가?
-역시 첫 치킨클리어는 무리였던 건가...
강서가 말하는 동안 오키아 두 마리가 이미 강서의 지척에 도착해 있었다.
당장이라도 오키아의 발톱이 강서를 공격할 것 같았다. 강서의 손에 들려있는 돌멩이는 하나.
시청자가 내건 미션은 분명 <6마리 모두 돌멩이로 처치하기>였다. 시청자들의 눈에는 강서가 미션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지 강서에게는 돌멩이 하나면 충분했을 뿐.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의미도 없었다.
“여기부터는 조금 어려운데요. 100만 번이 넘어갈 때 즈음에는 이런 기교를 부릴 수 있습니다.”
강서는 앞으로 가볍게 돌을 던졌다. 강서의 손을 떠난 돌은 당연하게도 오키아의 눈에 도달했고 오키아 한 마리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키엑!
여기까지는 이전과 같았다 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강서가 던진 돌이 강서의 손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착-
-조금?
-이정도면 확실하자너;; 킹메랑도 아니고 돌이 어떻게 돌아옴.
-이ㅏ니;; 이거 진짜 최소 스킬이고 나는 고유능력이라 본다. 아니면 바로 치킨 더블 달림.
-윗댓 박제
-박제22
돌아온 돌을 잡아 챈 강서는 다시 힘껏 앞으로 던졌다. 앞에서 던졌던 것들 보다 확연히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그 돌은 오키아를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아...”
하린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탄성을 흘렸다. 너무 아쉬웠던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도 이미 생각지도 못할 만큼 훌륭했지만 방금 것을 맞추었으면 정말 기깔나는 영상이 하나 나왔을 것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강서의 몸짓이 이상했다. 달려오는 오키아를 피하거나 다른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하린을 향해 몸을 돌린 것이다.
-어..어?
-야 이거 사고나는 거 아니냐?
-판다아재 왜 저래.
-아재! 뒤돌아요!
-뒤!!
“아저씨!! 뒤쪽이요!”
시청자와 하린은 한 마음이 되어 강서를 불렀다. 하지만 강서는 그 외침에도 조금의 움찔함도 없이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하린을 향해 엉뚱한 질문을 했다.
“혹시 물 좀 있습니까?”
“...네?”
“제가 말을 오래한 게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목이 좀 타네요.”
“지금 그게 중요...!!”
강서를 일갈하려던 하린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강서가 던진 돌이 동굴 벽에 맞고 튕겨져 나온 것을 본 것이다.
턱-터덕-
동굴 벽면을 맞고 튀어나온 돌은 동굴의 천장에 한번 바닥에 한번 튀더니 강서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왔다. 벽면에 부딪혀 속도가 느려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던진 돌보다 빠른 속도였다.
“아, 이쪽은 괜찮습니다. 물 없는 거죠?”
강서는 그 말을 하며 여유롭게 한걸음을 앞으로 걸었고, 그것은 강서가 돌의 궤도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강서가 벗어난 그 자리에는-
오키아의 눈이 있었다.
퍽-
키에에?
영문을 모른 채 돌에 맞은 마지막 오키아가 쓰러졌고, 잠시간 채팅창이 멈추었다.
하린도 말을 할 수 없었다.
“...”
하린은 잠깐동안 세상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게 과연 현실을 보고있는 것일까.
잠시 뒤, 하린이 방송중이라는 것을 기억해내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채팅방이 터져나갈 듯이 올라오고 있엇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치킨집사장’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아...킹팔매질..킹다곰갓재님...제 치킨을 받아주시옵소서...]
‘방랑자B’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늘부로 저도 킹팔매질 연습합니다.]
‘오키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건, 마치...아마겟돈...털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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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선 넘는다는 새끼들 다 나와, 어딜 우리 킹갓 제네럴 판다를;;
-와...이거 진짜 내가 본 게 맞는 거냐? 돌멩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
-킹-멩이.
-대-멩이.
-앞으로 킹다곰 아재가 오조 오억번 연습했다 해도 믿겠습니다...
-이것이 판다의 『소소함』..
-캬 ㅁㅊㄷㅁㅊㅇ
-이것이 약간의 『기.교』
채팅들이 미친 듯이 올라가며 시청자 수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하린은 프로답게 놓았던 넋을 붙잡고 재빠르게 진행을 했다.
“치킨집 사장님 후원 감사합니다!, 방랑자B님 오키아님도 감사합니다. 저도 솔직히 이 정도까지 하는 분인지는 몰랐어요. 와...”
-이건 일반인일리도 없고 평범한 헌터일리도 없자너;;
‘오키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솔직히 이정도면 ‘고인물’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활동 중인 헌터시죠!]
-이거 맞다. 그냥 스킬 같은 거로 이렇게 못한다. 최소 레어 스킬일 듯.
-절.대.공.개.해
“음...공개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려우시고. 이건 제가 조금 말씀드릴 수 있는데, 저는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어요.”
시청자들은 강서의 정체를 궁금해 했다. 하지만 하린조차도 강서의 정확한 정체는 알지 못했다. 단지 얼굴만 봤다 뿐이지. 어디에 사는지, 이름은 뭔지 조차도 알지 못했다.
-은둔 헌터인 듯. 왜 얼굴 공개 안하고 그냥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잖아.
-얼굴은 그렇다 치고 시스템데이터 보자!
-ㄷㅇㅌ
-ㄷㅇㅌㄷㅇㅌ
-절.대.공.개.해
‘흠...’
하린은 시청자들의 데이터 공개요구에 난감함을 느꼈다.
시스템 데이터라는 것은 시간에 따른 각성자의 상태변화를 기록한 데이터를 의미했다.
던전BJ들이 시청자들의 편의를 위해 주로 공개하는 것이었는데 스킬의 사용이나 안내문 같은 것이 나열되어 나타나는 형식이었다.
즉, 시청자들은 지금 강서가 어떤 스킬을 사용했는지, 어떤 고유능력을 사용했는지 밝히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BJ라면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지만, 강서는 일반인이었다. 하린은 기절한 오키아들을 처리하고 있는 강서에게 조심스럽게 귓속말을 했다.
“혹시 시스템 데이터 공개해 줄 수 있어요? 요구가 너무 거세서...”
“시스템 데이터요?”
“네..혹시 부담스러우시면 거절하셔도 돼요!”
“상관은 없는데...”
강서의 입에서 떨어진 허가에 시청자들은 환호성을 외쳤다.
-와아!
-무슨 스킬일까? 일단 부메랑 같은 거 하나 있을 듯.
-무슨 소리야 무조건 킹팔매질임.
-고유능력이 킹멩이 마스터가 아니면 이건 불가능 하다.
강서는 난감함을 표하며 상태창을 조작하여 시스템 데이터를 킨 뒤 가시모드로 변환시켰다.
“아마 실망할 텐데.”
그러자 강서가 공유한 시스템 데이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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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data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오키아 한 마리를 처치하셨습니다.]
[stage1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오키아 한 마리를 처치하셨습니다.]
[오키아 한 마리를 처치하셨습니다.]
[오키아 두 마리를 처치하셨습니다.]
[오키아 한 마리를 처치하셨습니다.]
[오키아 한 마리를 처치하셨습니다.]
[stage2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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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테이지 클리어 안내문과 처치안내문 말고는 아무 데이터도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