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3화 (3/191)
  • 3화. < ep2. [수정]처음, 던전.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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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방송을 한다고요?”

    “네! 던전을 돌면서 사람들에게 헌터에 대해 알려주며 팁을 주는 거죠! 이번에 이 스마트 워치의 기술력 발달으로 던전 안에서도 라이브촬영이 가능해졌으니까요!”

    하린이 말한 것처럼 던전방송은 이제 막 떠오르는 중이었다. 영상촬영기술의 발달로 던전 내부에서의 라이브촬영이 활성화 되자 많은 사람들이 던전 방송에 뛰어든 것이다.

    올해로 스무살이 된 하린은 본래 학창시절부터 가상현실 게임 방송을 하던 게임BJ였다. 허나 던전 방송이 가능해지며 그쪽으로 전향하여 현재 과도기를 겪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아무 준비도 없이 던전을 진행하면 어떡합니까.”

    “그래서 우리 동업자 아저씨가 구하러 왔잖아요. 헤헤”

    “...”

    “원래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공원에서 갑자기 인스턴트 던전에 빨려들어오게 되었고, 심지어 던전등급도 낮은 E-급! 방송신의 계시라고 생각했죠.헤헤”

    실제로 하린은 던전에 대해 꽤나 철저하게 준비하는 타입이었다. 던전에서의 실수는 사고로 이어지고, 사고는 물리적인 피해일 뿐만 아니라 방송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본래 인스턴트 던전에 빨려들어가면 가만히 앉아 헌터관리국의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방송이라...’

    따지고 보면 강서도 방송을 하기는 했다. 4000개의 세계를 돌며 100만 번에 가까운 방송을.

    하나 다른 게 있다면, 아무도 보지 않았다는 거지만.

    “...우선은 여기서 나가긴 해야 하니.”

    “네! 그럼 방송 다시 킬 건데 혹시 얼굴이 나와도 상관없나요?”

    “사람들이 많이 봅니까?”

    강서는 하린에게 되물었다. 방송에 나오든 아니든 큰 상관은 없었지만 자신의 목적인 <소소한 삶>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요! 나름 게임방송 1위도 찍어본 적 있는 사람입니다! 던전방송으로 넘어오고 요즘은 엄청 줄었지만....그래도 한 오천 명은 될 걸요?”

    “얼굴은 좀...아무래도 그냥 안 하는 게...”

    강서가 거절의사를 표명하려 하자 하린은 강서의 말을 끊고 재빨리 가면을 하나 건넸다.

    “그럼 이거 쓰고라도!”

    하린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강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얼른 끝내요 그럼.”

    * * *

    강서가 가면을 쓰자마자 하린은 스마트워치를 조작해 방송을 다시 시작했다. 하린은 강서에게 연동이 되는 스마트 워치를 채워주고, 댓글 창을 공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녕하세요!!하~린입니다~ 던전 방송 재개했습니다! 아까는 많이 놀라셨죠?”

    -하린 괜찮은 거임?

    -‘그 하린’도 현실의 벽에서는...

    -리얼루다가 아까 그 남자분이 안 나타났으면 위험했자너;;

    “아하하...하린은 괜찮습니다! 이제 무려 헌터니까요!”

    하린이 자랑스럽게 포켓에서 <9티어 헌터 라이센스>를 꺼내며 가슴을 내밀었다.

    -응~ 나도있어~

    -요즘 헌터 자격증보다 운전면허증이 더 따기 어렵자너~

    -정보 1) 하린은 운전면허증이 없다.

    헌터들의 수가 많아지고 헌터 내에서도 수준이 세분화 되면서, 헌터가 될 수 있는 커트라인이 많이 낮아졌다.

    이전에는 각성자라고 모두 헌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성자들 중에서 몬스터를 사냥할 실력이 있는 자들이 헌터가 되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각성자라면 누구나가 헌터 라이센스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저 운전면허증 있거든요! 작년에 학교졸업하면서 바로 땄는데 무슨 소리에요! 아니, 그보다 여기!! 아까 저 구해주신 분 소개를 잠깐 드릴게요.”

    하린은 발끈하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주며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가면을 쓰고 있는 강서를 소개했다.

    -아까 저 사람임? 하린 구해준 게?

    -그런 듯 헌터인가 봄.

    -아까 그 투석기?

    -투석깈ㅋㅋㅋㅋㅋㅋ하긴 나도 오키아 돌로 잡는 사람 처음 봤음.

    -나도 눈이 약점인 건 알았는데 칼을 안 써도 될 정도로 예민한 부위인 것은 개꿀팁인 듯.

    하린이 강서에게 준 가면은 판다모양의 가면이었다. 강서는 판다 가면을 착용한채로 멀뚱멀뚱 서있었다.

    “이름은....저도 모르고요! 헌터...인가? 어쨌든 대충 ‘판다’씨 라고 부르면 될 것 같아요. 괜찮죠 아저씨?”

    “...네”

    -ㅋㅋㅋㅋㅋㅋ무슨 아무것도 몰라

    -방송정지하고 도대체 뭐함? 통성명도 안하고.

    -돌팔매질 배웠을 듯.

    -ㅋㅋㅋㅋㅋ돌팔매질ㅋㅋㅋㅋ에너지볼트보다 강함.

    강서가 멀뚱멀뚱 서있는 것은 분위기에 잘 적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활기찬 분위기도 그러했고 그동안의 생과의 간극에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진 것이다.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 강서에게는 너무도 어색한 것이었다. 자신의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 강서는 가져본 적이 없었다.

    윤회의 저주에 걸린 초창기에, 모든 것을 공유한 상대가 리트라이 시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끔찍함을 겪었다.

    그 뒤로는 회귀에 관해서, 자신이 겪어온 것에 대해서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오묘했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은 기분이었다.

    “자기소개 한 번 해주시겠어요!”

    “...판다입니다.”

    - 간-단.

    - ㅋㅋㅋㅋㅋ 진짜 아저씨임?

    - 미스터 판다. 하이

    - 판-하(대충 판다아저씨 하이라는 뜻)

    “어쨌든 오늘은 특별게스트로 ‘판다님’을 모셨구요. 오늘의 던전은 ‘오키아의 구덩이’입니다!”

    -아니, 근데 진짜 던전 플레이 하는 거에요? 둘이?

    -그냥 SOS기다리는 게 낫지 않나?

    -판다아재가 8티어이상 되지 않는 이상 힘들 텐데...

    사실 오키아의 구덩이는 그렇게 걱정할 만큼 어려운 수준의 던전은 아니었다. 각성만 했다면 누구나 클리어할 수 있는 쉬운 수준의 던전.

    문제는 인원수였다. 보통 E급 던전의 최소인원은 <9티어헌터>를 기준으로 5명이고 권장인원은 10명이다.

    하린과 강서는 단 둘. 그마저도 하린의 공격은 먹히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선 보고나서 결정하자구요!”

    하린은 시청자들의 걱정을 자신감으로 일갈하고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오키아의 구덩이는 스테이지형 던전이었다. 동굴을 따라 직진하면 클리어 해야할 <스테이지>가 나타나고 클리어 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형식이었다.

    다른 복잡한 던전과 다르게 단순히 스테이지마다 있는 몬스터를 모두 처리하면 클리어 되는 간단한 던전.

    문제는- 갈림길이 있다는 것이었다.

    스테이지형 던전은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졌다.

    운이 좋으면 아주 쉬운 난이도로, 운이 나쁘면 한 등급 높은 던전의 난이도까지도 될 수도 있는 던전이었다.

    거의 대다수의 경우는 큰 변동 없이 마무리 될 때 즈음엔 평균적인 난이도로 마무리되었다.

    역시나 하린과 강서도 갈림길에 도착하게 되었다.

    “갈림길이 나타났네요! 왼쪽이 확실해요. 가상현실게임에서 갈고닦은 감입니다!”

    하린에게 딱히 근거는 없었다. 하린이 이렇게 말하면 시청자들이 반대를 할 것은 기정 사실. 재미를 돋구기 위해 계획된 자신감이었다.

    ‘척척석사’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른쪽이 확실합니다. 하린방송에서 갈고닦은 감입니다.]

    -오 척척석사님 등판.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내가 박산데 오른쪽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임;;

    -석사수준에 방송이 보입니까- 박사 되어야지요.

    -척척석사 ㅇㅈㄹㅋㅋㅋㅋㅋ

    “척척석사님 1000원 감사합니다! 근데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게임 보신 분들은 아실 거에요!! 저 나름대로 길은 잘 찾아 다녔다고요!!”

    -?

    -??

    -예? 누가요?

    하린이 말을 마치자마자 채팅창은 물음표로 가득 찼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반응이었다.

    쏟아지는 물음표 속에서 하린이 다시 한 번 반박하는 리액션을 하려는 때, 하린의 편을 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왼쪽이 맞네요.”

    “네?”

    강서였다. 강서가 몸을 숙여 동굴 바닥에 흙을 만지며 말했다.

    -오, 판다아재 포지션이 탐색꾼?

    -근거가 뭡니까!

    “마,맞죠! 거봐요 판다 아저씨도 왼쪽이 맞다고 히잖아요!”

    하린은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강서에게 엄지를 척 날려주었다.

    시청자들은 강서에게 빗발치듯 근거를 요구했다. 탐색꾼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스테이지를 구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탐색꾼 전용 스킬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수준에 따라 정확도 가 달라지는 것이 실상. 시청자들이 강서를 의심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강서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강서의 근거는 <경험>이었으니까.

    “근거를 말해주시죠!”

    “오키아는 굴의 입구에 페로몬으로 영역표시를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페로몬은-”

    퉤.

    강서는 양손에 쥔 흙에 침을 조금 뱉은 뒤에 10초 정도 조물거렸다. 그러자 흙에서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침에 반응합니다. 침을 뱉어서 이렇게 조금 조물거리면 페로몬이 반응해서 거품이 올라오죠. 거품이 더 많이 나오는 쪽이 페로몬이 짙게 뿌려진 곳입니다. 말하자면 더 강한 오키아가 있는 굴이거나 더 많은 오키아가 다니는 굴인거죠.”

    -??이거 진짜임? 나 처음 들어봄.

    -판다아재 탐색꾼 맞냐? 저건 스킬도 아닌 것 같자너;;

    -돌팔매+돌팔이 = ???

    채팅창은 애매한 반응들로 채워졌다. 일반인들이 강서가 말한 내용을 알고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

    강서가 오키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일리아 군도>를 수백 번도 더 겪어 보았기 때문이었다.

    지구에 던전이 생긴 것은 고작 15년. 이런 실용적인 지식이 상용화 되기에는 조금은 이른 시기였다.

    ‘방랑자A’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내가 탐색꾼인데 이거 맞다. 보통 페로몬탐지기를 따로 구매하는 오키아 골수헌터들이나 아는 건데;;]

    -이거 진짜다. 침 뱉어서 체크하는 건 ㄹㅇ 개꿀팁인 듯

    -ㄹㅇ임?

    -저거 봐, 그럼 저기 거품 올라오는 게 구라로 보이냐.

    -킹직히- 개꿀이자너

    하린은 채팅창의 반응을 보며 대박의 기운을 느꼈다. 하린은 방송감이 없는 편이 아니었다.

    방송감이 아예 없었다면, 아직도 방송계에서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가상현실 게임방송에서 1위를 찍을 수 있었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9티어 던전방송을 하는 지금도 5000여 명의 시청자들이 들어와 있는 것이 그 방증이었다.

    ‘이거다!’

    그가 알려준 정보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던전방송 준비를 하며 이것저것 알아보고 찾아본 하린이지만, 오키아의 눈이 생각보다 더 예민한 부위라는 것이나 오키아의 페로몬에 관련된 내용은 물론이었고, 침을 뱉어 확인하는 방법은 아마 한 달을 더 준비해도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었다.

    충분히 방송거리가 되었다. 조금 무뚝뚝해 보이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불쾌할 정도로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설명을 해줄 때에는 필요한 내용만 정확히 하는 것이 딱 교육방송에 적함해보였다.

    ‘여기에 내가 조금의 개그요소와 재미만 더한다면...’

    박하린은 어쩌면, 던전방송 자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하린은 바로 스마트 워치를 조작해 방의 제목을 바꾸었다.

    [방제목: ‘던전:오키아의 구덩이’ 소소한 꿀팁방송]

    무겁지 않은 제목, 잠깐 스쳐가는 사람들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장치였다. 일단 들어온 사람들을 구독자로 만드는 것은 박하린의 몫이었다.

    박하린은 허리에 손을 짚으며 가슴을 쭉 내밀며 고개를 처 들었다. 누가 보아도 자신만만하고 거만한 자세.

    “에헴, 여러분들 제가 뭐랬어요. 왼쪽이 <쉬운 쪽>이라고 했죠? 저기봐요. 거품이 적게 올라오는 거, 제가 다 알고 그렇게 말한...”

    “네?”

    하지만 그 자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강서가 박하린의 말에 무슨 말이냐는 되물었기 때문이었다. 강서의 얼굴에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품이 많이 나오는 쪽인 왼쪽인데요? 더 강한 쪽을 먼저 처리하는 거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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