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7화 (187/200)

                *       *       * 

탕!!!

손바닥을 내려치자 한자두께의 원목탁자가 금방이라도 부서질듯이 요동을 쳤다.

"무슨 소린가? 임가형이 비무에 져서 쓰러졌다니?"

철운성의 노한 외침이 철혈대전의 대들보를 뒤흔들었다. 

근래 들어 보기 드문 일이었다.  

승승장구하며 세력을 키워 나간 철혈성이었다. 

그렇기에 분타주급 이상의 고수가, 그것도 웅패검 임가형이, 다른 이유도 아닌 비무로 인해서 무너졌다는 것은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라 하나, 철혈성을 통틀어 능히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고수였다. 

그런 그가 비무에 져서 쓰러졌단다. 무공을 잃고 가까스로 목숨만 건진 채.

"대체 누가 감히 한중에서 본 철혈성에 칼을 들이댄단 말인가?"

철운성의 음성이 낮게 깔릴수록 대전안의 공기도 싸늘히 식어 갔다. 

한중은 철혈성의 본거지와도 같다. 한중이 무너진다면 철혈성의 코앞에 적이 얼굴을 들이댄 거와도 같다. 그러니 모두가 긴장할 수 밖에.

그러나 풍혈단주 육광의 이어진 보고에 비하면 지금까지의 놀람은 시작에 불과했다.

육광이 머뭇거리다 나직이 말했다.

"이름도 모르는 젊은 자였다 합니다."

"젊은 자?"

철운성의 눈이 번뜩였다. 그리고 마침내 이어진 육광의 한마디.

"헌데... 그가 철혈의 도전법에 따라 임가형에게 도전을 했다 합니다."

쿠궁!

"뭣이?!!!"

"무슨 소리요?"

모여 있던 단주급 간부들의 눈에 어이없다는 빛이 떠올랐다.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 묻으며 조용히 손을 들어 올리는 철운성의 눈에서도 불꽃이 일었다.

"자세히... 자세히 말해 보시오!"

육광이 한중분타에서 전해온 기나긴 전서에 적힌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해 나갔다.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들의 얼굴에는 놀람이, 의아함이, 결국에는 경악이 자리잡고.

"뭐요? 육초? 그걸 지금 말이라 하시오?"

철군명이 벌떡 일어서 질책하자 육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럼 소성주께선 내가 지금 거짓을 보고하고 있단 말이시오?"

"그만!"

철운성이 일갈을 내질러 두 사람의 말다툼을 막고는 고개를 돌려 옆의 흑의인을 바라보았다.

"곡총령은 어찌 생각하시오?"

곡중헌이 특유의 음울하면서도 무거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천하에는 고수가 많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도. 얼마 전에 서령각을 침입했던 자만 보아도 그렇고 말입니다. 젊은 자라해서 고수가 없으란 법은 없습니다. 문제는 그가 누구고, 무슨 목적으로 임가형을 쳤는지, 그게 중요하겠지요. 보고대로라면 임가형과 개인적인 일이라 했습니다만..."

"게다가... 철혈의 도전을 했단 말이지..."

철운성의 눈이 붉게 타올랐다. 분노의 불길이.

자신이 폐지한 철혈의 도전을 들먹이며 임가형을 무너뜨렸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었다. 

철혈성의 성주로서, 철운성은 그것을 용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육광!"

"예! 성주!"

"지금 즉시, 모든 정보력을 총 가동해서 놈의 행방을 찾아라! 철혈성의 적은 천하의 어디에도 발을 붙이지 못함을 만천하에 알릴 것이다!"

"존명!"

육광이 철운성의 기세에 무릎을 꿇고 복명하자, 일어서 있던 철군명이 철운성을 바라보았다.

"아버님! 소자가 철혈단을 이끌고 놈을 잡아 오겠습니다."

철운성이 불길이 이는 눈으로 철군명을 직시했다. 

상대는 임가형을 육초에 무너뜨린 자다. 사실이던 아니던.

'과연 군명이 그를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생각은 길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뒤를 있기 위해선 세상을 알아야 한다. 설사 잘못된다 해도 손자가 있지를 않은가.  

"가라! 그러나 잡지 못하면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철군명의 두 눈이 가늘게 떨렸다. 

설마 그 정도로까지 집착할 줄은 몰랐다는 눈빛이다. 철군명은 이를 지그시 깨물었다.

철운성은 철군명의 표정을 외면하고 우측으로 눈을 돌렸다.

"곡총령!"

"말씀하시지요."

"총령의 힘을 좀 빌려야겠소."

철운성의 말에, 곡중헌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가형이 그리 당했을 정도면 그저 몇 명의 고수를 보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많은 수의 고수들을 내 보낼 수도 없다. 

만일 철혈성과 적대 관계인 문파들이 본다면 절호의 기회로 볼 터, 철운성은 소수의 살수를 원하는 것이다.

"이 번에 온 아이들을 보내지요." 

'어둠의 혼백을 지닌 아이들을... 후후후... 성공하든 못하든, 본 궁이 움직일 기회가 될 수 있겠어. 대공자께서 좋아 하시겠군.'

철운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전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마디 한마디 칼로 자르듯이 말했다.

"철혈의 도전은 폐기되었다! 오직 그것만이 진실이다! 모두 명심하도록!!"

"존.명!"

석양이 뭉게구름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서산너머로 넘어갈 무렵, 흑마전이라 이름 붙여진 전각의 내전. 

곡중헌의 앞에는 온통 어둠으로 물든 흑의인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암인(暗刃)."

"예, 영주!" 

"풍혈단이 정보를 줄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움직여라. 철군명보다 먼저 놈을 잡아야 할 것이다. 대공자의 위신이 걸린 만큼 실패는 허락치 않겠다."

흑의인의 눈에서 어둠이 흘로 나오고.

"대공자의 뜻대로..."

"가라!"

곡중헌의 나직한 일갈에 흑의인이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철군명은 앞에 앉은 네 명의 대주들을 바라봤다. 

차갑게 가라앉은 그의 두 눈에선 살기마저 번뜩일 정도였다.

"아버님께선 나에게 모든 것을 걸으라 하셨다. 결국 이번 일이 시험대라는 말이겠지. 흥! 본 단주는 보기 좋게 놈의 목을 가져 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대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모두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이일에 임하도록!"

철군명의 말에 황의의 청년이 대답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형! 듣자 하니 젊은 놈이라 하던데, 당금 천하에서 저희들이 어찌 하지 못할 젊은 자가 몇이나 있겠습니까? 저희도 이번 일을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사공민, 만에 하나라도 실패한다면 우리는 성으로 돌아 올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부르르, 사공민을 비롯한 네 명의 대주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러자 철군명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성공할 것이다가 아니라 꼭 성공해야만 한다!"

'그래야 신마천궁에 나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 흑마령주가 어둠의 아이들을 움직인 이상은...'

단순히 살인자를 잡는 일이라 생각했다. 해서 이번 일을 그저 경험을 쌓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헌데, 그게 아닌 듯 하다. 철군명이 저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것이.

생각보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철혈대주들의 표정이 침중하니 굳어져 가고, 영호련 역시 아름다운 아미가 찌푸려졌다.

'자칫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아...'

건너편을 바라보니 웅경의 눈도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역시 불길한 예감을 느낀 것인가?  

대주들의 마음 따위는 상관도 없다는 듯 철군명이 나직이 으르렁거렸다.

"나를 위해서도, 너희들 자신을 위해서도, 놈을 꼭 우리 손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

    

            *         *         *

만향로 물상만가의 안채에는 자시가 넘었음에도 굵은 황촛불이 실내를 밝히고 있었다.

"뭐? 임가형을 어쨌다고? 어쩐지 철혈성에서 한중일대를 뒤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더라니..."

만시량이 입을 쩍 벌리며 놀라 부르짖었다.

"역시 빠르군요. 하지만 아직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면구를 쓰고 행동했으니 아직 저에 대해서 알아 낸 것은 별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하네."

"이미 저의 흔적은 초형과 함께 한중의 외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음?"

"좀 이상하게 만나긴 했지만, 저를 대신해서 놈들의 추적을 혼란시키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그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지만 말입니다."

만시량을 어느 정도 안심시킨 휘가 태연히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노야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부탁?"

'명령이 아니고? 능구랭이 같은 놈.'

그래도 말은 묵직하게.

"뭔가?"

"철혈성의 움직임을 철저히 주시해 주십시오."

"그거야 당연히... 설마, 신비세력?"

만시량이 눈을 부릅뜨자 휘가 고요히 가라앉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놈들이 움직일 겁니다. 아니, 어쩌면 벌써 움직였는지도..."

"음..."

만시량의 눈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자칫 불똥이 튀면 만향로는 피로 뒤 덮인다. 

휘도 잘 알고 있는 일이었다. 

"저들은 당분간 저를 쫓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자네?"

"물론 언젠가는 이 곳을 알 지도 모릅니다. 그 전에 이 곳 사람들을 옮길 곳을 물색해 주십시오. 어차피 언제까지 이 곳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음... 자네가 저들을 끌고 다니는 건 너무 위험하네."

"너구리를 잡기 위해서는 일단 굴에서 끌어내야겠지요. 누가 됐던 말입니다."

만시량이 심각한 표정으로 휘를 바라본다. 휘도 무거운 표정으로 만시량의 노안을 응시했다.

"저, 그렇게 만만한 놈 아닙니다. 철혈성의 뒤에 있는 놈들, 저 잡으려다가 온 몸에 골병 좀 들 것입니다."

"끙... 말이나 못하면..."

휘가 무거움을 털어 내 버리고 빙그레 웃었다.

"조심하시고 사람들이나 강하게 만들어 놓으세요. 태.상.호.법.님!!"

태백산에 부는 바람

축시가 지나가는 시각.

휘는 어둠을 달려 만향로를 벗어났다. 

철저히 흔적을 숨기고 들어왔다 하지만, 하늘의 별도 달도 보고있었다. 

면구를 쓴 얼굴을 아는 자가 없으니 누가 그를 본다 해도 알아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수상쩍은 사람을 찾다 보면 쥐가 소발에 밟히는 수도 있는 법, 무조건 조심이 최상책이었다.

한중에서 북동쪽 삼십여리 떨어진 연정산 초입, 어둠에 묻혀 달빛조차 보이지 않는 송림 속으로 하나의 그림자가 스며들었다.

빠르게 나아가던 그림자는 오십여 장을 더 전진한 다음, 한채의 목옥이 나타나자 걸음을 멈추었다. 

"초형?"

그림자가 부르는 소리에 덜컥, 나무문이 열리더니 초평우가 모습을 보였다. 그 곳은 초평우가 초가보의 눈을 피해 숨어 지낼 때 사용했다는 목옥이었다.

"형님!"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반가워하는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초조한 표정이 남아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한 쪽에서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있는 풍인강이 보였다. 아무리 구박을 줘도 말없이 따라오는 그를 초평우로서는 떨쳐 낼 재간이 없었을 터였다. 

휘로서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기에 그냥 놔두었었다. 

아마 철혈성이 조사를 하다보면 휘와 같이 나간 풍인강의 움직임까지 관심을 둘 테고, 그러다 보면 풍인강의 흔적이 곧 휘의 흔적이라 생각하고 뒤쫓을 것이다. 

결국은 알게 모르게 풍인강이 휘를 도와준 꼴이 된 것. 게다가 그로 인해서 만향로의 사람들이 안전해 질 수 있다면 일석이조라 할 수 있었으니....

풍인강은 그대로 놔둔 채, 굳은 표정의 휘가 초평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철혈성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우리를 쫓는 자들이 없습니다만, 아마 내일이 지나면 우리의 흔적을 발견하고 쫓기 시작할 것입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상황이 계속 되겠지요. 헌데..." 

잠시 말을 멈추자 초평우의 표정이 굳어진다.

"초형은... 따로 갈 곳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에 휘가 나직이 말했다.

"저와 다니면 매우 위험할 것입니다. 죽을지도..."

"헤어져도... 마찬가집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휘가 초평우에게 말했다..

"잠깐 뒤돌아 앉아 보겠습니까?"

초평우가 조심스럽게 돌아 앉았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휘의 손이 명문에 닫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도 안다. 휘가 무엇을 하려는지. 초가보에 있을 때 많은 사람이 행했었던 일이었으니까. 비록 나중에는 다들 포기 했지만.

명문혈을 통해 천양의 기운을 밀어 넣던 휘의 반개한 눈에서 은은한 열기가 어렸다. 무언가 실마리를 찾았다는 듯.

"초형, 강해지고 싶지요?"

번쩍, 초평우의 고개가 들렸다.

"무.물론입니다."

정좌한 채 얼음으로 만든 부처처럼 앉아 있던 풍인강도 슬쩍 실눈을 뜨고 휘의 입을 바라본다. 

휘가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고통이 뒤따를 것입니다. 성공한다 확신하기도 어렵고...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초평우가 입술을 깨물었다.

"어떤 고통이 따른다 해도... 하겠습니다. 아시잖습니까. 형님도?"

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들어서 안다. 초평우가 직면한 상황을. 

초평우는 죽을 확률이 열에 아홉이라고 해도 달려들 것이다. 그만큼 절실하니까.

"일단 내기를 키워야 합니다. 훌륭한 외공이 없는 것은 아니나 외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금강석처럼 몸을 단단히 한다 해도 공격이 약하다면 반쪽짜리 밖에 되지 않습니다."

"단전을 다쳤는데... 그럼 어떻게?"

초평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단전이 다쳤다 해서 내공을 익히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방법과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사실 어느 정도의 고통이 따를지 저도 확실히는 모릅니다. 다만... 척추를 불로 지지는 고통이 있을 거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고통은 상관 없습니다. 설사... 죽는다 해도..."

초평우의 죽음을 도외시한 각오에 풍인강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그저 우직하기만 한 곰같은 자인 줄 알았더니 그것만도 아닌 것 같다는 눈빛이다.

휘가 침중히 가라앉은 눈으로 초평우를 직시했다.

"길을 가는 도중 틈틈이 초형의 기맥을 다스리겠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길만 잡아 드릴 것입니다. 나중에는 초형이 직접 움직여야 합니다.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알겠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휘가 빙그레 웃었다.

'도사할배, 속에 불을 담고 있는 사람입니다. 잘 좀 봐주세요.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저와 맺어진 사람이니까요.'

                

                                       *       *        *

섬서성 제일의 대산이자 진령의 태두, 태백산(太白山).

수많은 설화와 전설이 담긴 신산(神山)답게 웅장한 산세는 동서로 수백리를 뻗어 서(西)로 천대산, 동(東)으로 종남산과 맞닿아 있었다.

그러한 동부 내륙의 제일거산 태백산 남쪽줄기에 위치한 평자현에 세 사람이 들어 선 것은, 연정산의 목옥을 떠난지 나흘만의 일이었다.   

단순히 길만 재촉했다면 이틀이면 가능한 길이었다. 그러나 틈틈이 초평우를 위해 시간을 내야 했기에 발걸음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초평우는 이 나흘간, 태어나 지금까지 겪었던 고통보다도 더 많은 고통을 하루에 세 번씩 겪어야 했다. 

오죽 했으면 죽기를 각오했다는 사람의 입에서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소리가 나왔을까.

천양의 기운을 이용해 강제로 독맥의 혈에 길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지독한 고통이 수반되어야만 했다. 

사실 말이 그렇지, 천양의 기운이 담긴 손바닥으로 전신을 가격당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뼛속 깊이 천양의 열기가 파고들며 신경이란 신경은 모조리 태워 버릴 듯한데 어찌 고통스럽지 않을까. 

하지만 어찌 하겠는가. 휘가 아는 방법이라곤 석두아버지가 가르쳐 준 -두들겨 패서 선천적인 본능 끌어내기- 밖에 없는 것을. 

무식한 방법이긴 해도 단시간에 효과를 보는 데는 그만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휘의 생각이었다.

그래도 이를 악 물고 견딘 덕분에, 이제는 휘가 두들겨 패도 기절은 하지 않을 정도까지는 되었다. 겨자씨만한 천양의 씨앗도 생성 되었고.

그러나 초평우에게는 그 고통보다도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이 있었으니, 바로 천양의 법문을 외우는 것이었다. 

나흘간 두들겨 맞으며 외운 법문이 이제 겨우 일할 정도인 도입부분, 아직도 가야할 길은 까마득한 것이다. 다 외울 수나 있을 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주 미약한 기(氣)였지만, 기가 형성되자 그의 도가 이름 그대로 풍절도의 도세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이 난 초평우는 고통도 잊고, 길을 걷는 내내 시간만 나면 도를 휘둘러 댔다. 풍인강을 슬슬 건들면서. 

"이봐! 한판 하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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