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배님은 친우분들이 많으시죠? 아마 친우분들이라면 이 사람들을 강하게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 사람들을 노선배님에게 맡길 수 밖에요."
말인 즉, -아는 사람들 다 끌어 모아서 가르쳐라.- 그 말.
만시량은 다시 구겨진 얼굴로 휘에게 물었다.
"자네... 칠패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는 하나? 천하가 어쩌구 저쩌구 하게? 내 친구들 중 제법 쓸만한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칠패의 힘에 비할 수는 없네."
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니, 노선배님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폭풍전야라고 말입니다. 칠패라고 폭풍에 휘말리지 말란 법 있습니까? 오히려 나무는 클 수록 바람을 많이 타는 법이지요. 그리고 우리가 그들과 당장 전쟁이라도 치를 일 있습니까? 미쳤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설령, 그들과 마찰이 생겨도 아는 게 많다 보면 그들도 우리를 함부로 할 수가 없게 되는 법 아니겠습니까? 모든 건 우리가 하기 나름이지요."
"...."
만시량이 흔들리자 휘가 무거운 목소리로 만시량을 내리 눌렀다.
"그리고... 살면 까짓 얼마나 살겠습니까? 사람답게! 멋지게! 좋은 일 하면서 살아야지요!"
어찌 들으면 노인에게 맞아 죽어도 싼 말이었지만, 만시량은 왠지 그 말이 그럴 듯하게 들렸다.
사람답게... 사람답게라... 삼살귀들을 보살펴 준 것도 그런 이유였지...
그러다 문득, 고개를 번쩍 쳐든 만시량은 눈꼬리를 치켜 뜨고 휘를 바라보았다.
"자네... 몇 살이야?"
휘가 싱긋 웃었다.
"스물 둘입니다."
"그 나이에, 그런 말재주 어디서 배웠나?"
문득 휘의 얼굴에 쓴웃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아버지들에게요."
-한 번 시작을 했으면 끝장을 보는 게 남자다!-
여강두의 자식이라 전해 주시오.
임시로 만상문이라 이름을 짓고 삼살귀와 만향로 패거리들을 모조리 만시량에게 맡겼다.
본래대로 돌아간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일전의 단순히 지켜보다가 한두 수 가르치는 것이 아닌, 전격적인 수련을 통한 무공증진에 목적을 두었기에, 만시량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휘의 의견이 재미있다고 생각되었는지, 아니면 휘의 말대로 죽기 전에 멋지게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는 몰라도, 휘가 만향로를 떠나기 전, 친우들에게 부랴부랴 편지를 쓰는 만시량의 표정은 밝아 보였었다.
밤새 나눈 이야기가 적지 않으니, 아마 당분간 만시량은 나이도 잊을 정도로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 사이 아버지들의 일을 마무리 지어야했다.
훗!
휘는 이야기가 끝나 갈 무렵, 공이연과 자신의 관계를 설명했을 때 놀라던 만시량의 표정이 떠오르자 웃음이 나왔다.
-뭐!? 그러니까 같은 업자로 만났다고?-
-그런 셈이죠. 그러다 제가 조금 도움을 줬지요.-
-그럼... 별 관계는 아니란 말이지?-
-그렇다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얼굴을 남에게 줄 공이연이 아닌데?-
-빌렸어요. 아! 공노선배가 한 가지, 아니 두 가지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으니까, 정 뭐하면 면구를 제가 가지겠다고 하면 되죠.-
-부.탁!? 그 짠쟁이 공가가?-
-자기는 쫌생이가 아니라고 하던데요?-
-아니긴!! 어쨌든 잘 됐네. 그 부탁 절대 함부로 하지 말게. 그 늙은이가 다른 건 몰라도 신의는 있으니까, 두 가지 부탁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그 늙은이에게 제법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네. 흐흐흐...-
-그런데... 제가 공노선배와 상관이 없어도 괜찮겠습니까? 본래 제가 그 분하고 가까운 줄 알고....-
-무슨 소리? 차라리 잘 됐지! 그렇지 않아도 만상문이 신영문의 아래로 들어갈 것 같아 많이 망설였었는데...-
그러면서 자신이 삼살귀를 단신으로 굴복시킨 이상 아무 것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다.
만시량이 그리 말하니 휘의 마음도 편해졌다.
우연찮게 얻은 힘이 든든한 초석이 될지, 아니면 모래성처럼 흔적도 없이 스러져 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가 아닌, 지금부터라는 점이다.
열심히 하다보면 하늘도 도와줄 터...
'하늘에 아버지가 셋이나 있는데 뭐!'
* * *
동문로를 빠져 나가며 휘가 하늘을 바라보자 초평우가 힐끔거리며 말을 걸었다.
"저... 형님. 천기도 볼 줄 아십니까?"
휘가 무심코 대답했다.
"비가 올 것 같은 데... 걸음을 빨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초형."
한중의 동문 밖으로 오리를 가자 수한진이라는 마을이 나왔다.
북쪽에 수한산을 이고 있는 수한진은 그리 큰 마을이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의외로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한중에서 장안으로 가는 관도가 그리 멀지가 않았기에 잠시 쉬어가려는 사람들이 마을을 들렀고, 그러다 보니 그들을 상대하는 장사꾼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철산장이라는, 철혈성의 한중분타를 오가는 사람들도 간간이 끼어 있었다.
철혈성이 팔패의 하나로 군림할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요즘의 수한진에는 제법 무사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불안 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이 흘리고 가는 돈이 곧 생활에 도움이 되었기에, 불안한 마음을 억누른 채 그저 살아갈 뿐이었다.
두 사람이 수한진에 있는 단 두 개의 객잔 중 하나인 웅이루에 막 발을 디디자마자 밖에서는 소나기가 거세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 달만에 내리는 비라 그런지, 집에서 뛰쳐나오며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객잔의 사람들까지도 고개를 내밀고 비가 오는 것을 구경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탁자로 다가가 의자에 앉으려던 휘가 초평우를 바라보았다.
"초형. 내 얼굴에 뭐 묻었습니까?"
"아뇨. 존경스러워서..."
"예?"
"무공도 엄청 강한데다 천기까지..."
윽! 그럼 구름이 잔뜩 몰려 오는데... 그걸 천기라니...
이제는 사람들이 그다지 휘를 쳐다보지 않는다. 물상만가를 떠나오며 쓴 면구가 그의 하얀 얼굴을 덮은 것이다.
그렇다고 아주 안보는 것도 아니다. 길을 지나던 아낙들이 가끔씩은 쳐다본다.
비록 본 얼굴보다는 못하지만 면구의 얼굴도 그럭저럭 잘생겼다 말하기에 부족하지 않았으니까.
초평우는 휘가 면구를 쓰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었다.
얼굴보는 재미가 없어졌다나 어쨌다나, 그러다 휘에게 한대 얻어 맞았다.
휘는 식사를 하던 중에 그에게 면구를 써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말해줬다.
"초형도 생각해 봐요. 여기는 철혈성의 눈과 귀가 사방에 깔린 곳이오. 헌데 나는 철혈성에 볼 일이 있는 사람이거든. 좋지 않은 일로. 그러니 그 일을 하다가 내 얼굴이 알려지면, 자칫 가까운 사람들이 다치지 않겠소?"
초평우는 그제야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그럼 다른 한가지는...?"
휘는 머뭇거리다가 초평우가 황소눈을 뜨고 바라보자 하는 수 없이 말을 해 줬다.
"내 동생이... 강호가 시끄러워진다고 쓰고 다니라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초평우.
"맞는 말이구만요!"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저 무시무시한 형님을 말 한마디로 꼼짝 못하게 하는 동생이라니... 얼마나 무섭기에...'
* * *
철산장은 밖에서 봐서는 그 크기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수한산의 계곡 안으로 들어간 본장이 오히려 밖의 전면보다도 더 컸기 때문이었다.
철산장의 입구를 지키던 수문위사 신가는 오랜만에 내리던 비가 이각도 안 되서 멈춰 버리자 서운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랄, 내릴라면 좀 더 내리지..."
"그래도 이게 어딘가?"
같은조 조원인 오가가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말하자 신가가 오가를 흘겨보았다.
"자네는 농사를 안 지으니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정도 비 가지고는 밭고랑에 물도 안 고여. 적어도.... 어?"
오가에게 신랄하게 한마디 하던 신가는 느닷없이 오가가 얼굴을 굳히고 전면을 바라보자 의아한 표정으로 눈길을 돌렸다.
휘는 두 명의 수문위사가 조용히 자기를 바라보자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정문으로 다가갔다.
철산장을 오는 동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철산장을 오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그만큼 철혈성의 위세가 살아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웅이루에서 점소이에게 들은 말대로라면, 사오 년 전만 해도 철산장을 드나드는 외부인은 하루에 서너 명 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에 수십 명이 드나드는 데, 어떤 때는 한꺼번에 수십 명이 찾아 오기도 한다고 했다.
사오 년 전이라면 철혈성이 신비세력과 손을 잡은 바로 그 때를 말하는 것일 터.
좌우간 본 성의 위세가 살아나서인지 수문위사들의 태도에서도 제법 엄중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초평우를 웅이루에 남겨두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그가 따라 왔다면 아마 저들의 시선이 결코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
수문위사의 말에 휘는 빙긋 웃었다.
"임가형분타주님을 뵈러 왔소만."
흠칫, 신가는 언뜻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자가 분타주를 뵈러 왔다고 하자 한마디 한마디 조심하며 입을 열었다.
"약속이 있으십니까?"
휘는 고개를 저었다.
"오래 전 일로 한가지 물어 볼 것이 있어서..."
"어디서 오신 누구신지?"
오가가 물었다. 아무래도 신가에게만 맡기기에는 마음이 안 놓였나 보다.
"천간산에서 왔소."
'천간산? 천간산이라면...'
오가는 자신도 모르게 북쪽으로 쳐다보고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헌데, 앞의 잘생긴 공자가 손을 들어 올리더니 가볍게 움켜 쥐었다 폈다 하고 있다.
"아!"
그 모습을 본 오가의 입에서 뭔가를 알았다는 듯 탄성이 터졌다. 그리고.
"철혈검법을 권으로?"
신가의 입에서 답이 흘러 나왔다. 휘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인 볼 일이라 미처 약속을 잡지 못하고 왔소. 말씀이라도 드려 주시겠소?"
철혈검법을 권으로 펼칠 수 있을 정도면 철혈성의 사람이라는 말, 게다가 천간산에서 왔다면 철혈성의 본성에서 왔다?
품위있어 보이는 모습에 말까지도 예의가 있다. 그렇다면 보통의 일반무사는 아니리라.
오가는 고개를 굽히며 공손히 대답했다.
"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셔서 잠시 기다리시지요?"
"고맙소이다."
휘가 안으로 들어가자, 뒷모습을 보던 신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름을 안 물어 봤네? 에이, 오가가 알아서 하겠지. 헌데 저게 검이야, 도야?"
안으로 들어가자 서너 채의 건물이 계곡의 입구를 막고 있었다.
'산장의 본 건물이 계곡 안쪽에 있다 했으니 아마 저 건물들을 지나야 본 전각들이 보이겠군.'
오가는 서너 채의 건물 중 왼쪽 건물, 접객당으로 휘를 안내하며, 감탄이 어린 눈으로 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허리에 끼워 넣은 만양의 은은한 묵빛 검집이 새로 꺼내 입은 청의와 잘 어울려 보이는 휘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감탄할 정도였다.
비록 반안이네 송옥이네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잘 나가는 문파의 후계자정도로 까지는 보아줄 수 있는 모습이었다.
"저, 누구시라고 전해야 할지..."
수문위사의 물음에 휘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여강두의 자식이라고 전해 주시면 됩니다."
휘는 허리에 끼워진 만양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생각이 담긴 눈으로 접객당의 창문 밖 철산장의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철산장에 들어왔다.
과연 임가형은 뭐라고 할 것인가?
임가형이 석두아버지의 이름이나 기억하고 있을까?
'못한다면 기억 나게 해줘야겠지.'
속으로 마음을 누르며 손안에 잡힌 만양을 내려다보았다.
웅이루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처음으로 꺼내 본 만양은 휘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기에 족했다.
자신이 왜 여태 안 봤을까, 후회가 될 정도였다.
자세히 보고나서야 구노인의 멀리서 얻었다고 했었다고 했던 말이 이해가 되었다.
만양은 중원의 검과는 조금 다른 양식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검신은 폭이 두치, 길이는 두 자 세치에 불과했다. 여덟치의 검병까지 해 봐야 세자가 조금 넘는 정도.
은은히 붉은 기가 도는 두터운 검신에서는 요요로운 기운이 서린 듯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검신의 폭이 끝으로 가면서 미미하게 휘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만일 양날이 아니었다면 도(刀)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중원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의 검이었다.
-무엇이든 쓰는 사람 마음에 달려 있으니 마음을 담아 보라.-
'그랬던가? 검이든 도든 마음이 문제라는 말이 이래서였던가?'
만양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보니 훌쩍 시간이 흘렀다.
이각 이나 지났을까,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바라보니 자신을 안내한 수문위사가 아니었다.
이십 후반은 됨 직한, 약간 커 보이는 키에 차가운 표정을 지닌 흑의청년이었다. 그를 보는 휘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대단한 기운.'
새로 들어 온 자의 전신에서는 마치 치열한 생사투 중에 느닷없이 붙들려 온 사람마냥 투기가 넘치고 있었다. 등에 매인 검이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가 휘를 바라보더니 순간적으로 눈빛을 반짝이고는 휘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묘한 상황이었다.
고요한 호수처럼 앉아 있는 휘, 금방이라도 검을 빼 들고 덤벼들 것 같은 청년.
극과 극의 두 사람이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모습은, 누구라도 그 사이에 끼어 들기가 겁이 날 정도였다.
한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앉아 있던 두 사람이 동시에 문쪽으로 고개를 돌린 것은, 차가운 얼굴의 청년이 들어 온지 일각여가 흐른 뒤였다.
"흠, 마침 두 분이 다 여기에 계셨군요."
들어 온 사람은 삼십 중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장년인이었다. 그는 두 사람들 번갈아 바라보더니 눈꺼풀을 가늘게 떨었다.
'뭐야? 저 놈은 왜 저렇게 차가워? 듣던 것보다 더 하잖아?'
속마음은 놔두고... 장년인은 차가운 얼굴의 청년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천검문에서 오셨다는 분이 혹...?"
"내가 진천검문의 풍인강이오."
말투까지도 차가워 한기가 풀풀 날린다.
그를 보는 휘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걸렸다.
장년인이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홱 돌리더니 휘를 바라봤다.
"그럼 귀하가 철혈성에서 오신 분이오?"
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 없이. 사실이니까.
장년인은 속으로 욕을 퍼 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제기랄, 한 놈은 얼음장 같고, 한 놈은 벙어린가? 말도 않게.'
"따라 오시오. 분타주께서 뵙겠다고 하시오."
말을 마치자 마자 휙 돌아서는 모습이 그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철혈의 도전
분타주가 기거하는 웅천각에 가기까지, 장년인 호명걸은 뒤통수가 따가워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차갑게 날 선 기운이 바로 뒤에서 계속 찔러 대는 데 천하의 누가 마음이 편할까?
삼층으로 되어 있는 웅천각은 계곡의 한 가운데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철혈성의 외성이라는 말 답게 철산장의 진실한 모습은 능히 하나의 대문파를 보는 듯했다.
과연 철혈성이 기를 쓰고 유지할만한 장원이었다.
호명걸을 따라 웅천각의 대전 안으로 들어가자 전면에 앉아 있던 노인이 무언가를 읽어보다 고개를 드는 모습이 보였다.
부리부리한 눈에 떡 벌어진 어깨, 깊게 가라앉은 눈빛은 젊은 장정들이 흉내 낼 수없는 뿌리깊은 거목과도 같았다.
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임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