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3화 (183/200)

"살려 줘!"

쓰러진 자들의 처절한 비명에, 도를 든 장한이 새파래진 안색으로 몸을 날려 휘의 앞을 막아 섰다. 

일그러진 그의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너... 너는...?"

"아직 멀었는데... 인사는 조금 있다가 하지. 아! 죽이지는 않을 거야. 걱정 마."

휘가 다시 걸음을 내딛자 도를 쥔 자가 주춤 뒤로 물러서며 신중하게 도를 들어 올린다. 왼팔을 늘어뜨린 채.

휘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자신의 오보천환에 이은 일수를 완전히는 아니지만 한 팔을 내주며 피한 사람이었다. 

축 늘어진 왼팔은 이미 뼈가 부러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신중한 얼굴에선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두려움은 있되 동요는 없다. 

게다가 도에서 뻗는 기운은 한상귀보다 반 수 위, 능히 일류고수라 칭할 수 있는 자다.

일보, 주욱 나아가는 휘의 신형, 이장의 거리가 한 걸음에 좁혀지고, 휘의 좌수가 허공을 후려쳤다.

고오....

창백한 안색의 장한이 혼신을 다해 도를 내리친다. 

시퍼런 도기가 언뜻 휘의 눈에 들어왔다.

휘의 눈이 깊게 가라앉더니 우권이 점을 찍듯 도를 찍어 버렸다. 석자를 격한 채.

쾅!

"크으으..."

주르륵... 물러서는 장한의 입에서 핏물이 배어 나온다. 핏발 선 눈은 여전히 다가오는 휘를 바라보며 도를 들어 올린다.

휘의 우수가 들어 올려지는 도를 휘어감으며, 구부린 두 손가락이 도를 비틀어 버리고. 

땅!

도신이 부러져 나가며 강력한 내력에 손아귀가 찢어진 장한이 도를 놓쳤다. 

찰나, 휘의 좌수가 장한의 옆구리에 틀어 박혔다.

콰직!

"우웩!"

갈비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장한의 입에서 쏟아지는 한웅큼의 선혈.

휘가 감정이 없는 눈으로 장한을 바라보았다.

"뭐지? 만향로에 뭐가 있는 거지? 왜 그대들 정도의 무사가 이런 곳에서 생활 하는 거지?"

대답없는 장한의 얼굴이 굳어진다. 휘가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하곤 상관 없는 일..."

휘가 쓰러진 장한을 놔두고 다른 자들에게로 걸어가자 장한이 쥐어짜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헌데 그의 이사이로 배어 나오는 핏물 섞인 음성에서는, 왠지 가슴을 후비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묻어 나왔다.

"제.제...발.... 공...자..."

우뚝 제자리에 선 휘가 초평우를 돌아 보았다.

"초형, 당나귀들이 팔다리가 부러진 채 떼지어 구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소?"

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초평우의 안색도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손속까지 이렇게 사나울 줄은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양환의 자존심을 꺾고 뒤돌아 서던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초평우는 가슴을 후벼파는 싸늘한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 형님."

"초형, 나는 말입니다. 작은 힘을 믿고 남을 업신여기며 핍박하는 자들이 제일 싫습니다."

아버지들도 그래서 무저동에 갇혀야 했고, 사부님도 그래서 팔을 잘라야 했다. 

휘는 그래서 이들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 누가 자신을 독선적이라 할 지라도.

차갑게 굳은 표정의 휘가 엉금엉금 기어서 그를 피하려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자 초평우가 절규하듯이 말했다.

"형님! 다 제가 못나서 그런 겁니다! 제가 강했다면 이런 꼴도 안 당했을 겁니다! 그러니... 오늘은... 그만..."

강호란 곳이 본래 피가 흐르는 곳이다 보니, 이 정도의 피에 별다른 감흥은 없다. 그러나 초평우는 왠지 눈 앞에 벌어진 상황이 싫었다. 

굳이 이유라면.... 자신이 약하다는 이유로, 휘가 잔인해 졌다는 것이 싫어서... 

휘의 싸늘한 눈이 바닥을 기는 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조금 전의 오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직 두 사람, 한상귀라는 자와 도를 들고 마지막까지 대항 하던 자의 눈에는 공포가 아닌 처연한 눈빛이 떠 올라 있을 뿐이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일류라 할 수 있는 고수들이 이끄는 온갖 이족들이 이런 뒷골목에 모여 있는 이유가 뭘까? 

그것도 건달 답지(?) 않은 무공을 지니고.

"초형, 강호의 뒷골목 건달들이 다 이렇게 강합니까?"

초평우는 자학하는 마음에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닙니다! 저도... 좀 이상하긴 합니다만... 이들 정도의 고수면 강호대문파에서도 한자리 할 수 있는데 뭐 하러 건달 짓을 하겠습니까?"

초평우의 말이 맞았다. 휘가 의문이 든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휘는 부러진 도를 주워 짚고서 겨우 상체를 세우고 있는 장한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말을 하고 안하고는 그대의 자유."

부르르 몸을 떤 장한이 머뭇거리자 휘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한발.

"잠...깐만..."

휘가 멈춰 섰다.

"우리는... 쫓기거나... 버림 받은 사람들...."

휘의 눈이 번뜩이고, 장한이 쓰러진 사람들을 힘없이 둘러본다.

"문파에서... 부족에게서.... 적에게서, 그래서 모여 사는 사람들이요."

휘가 침묵으로 지켜보자 한상귀가 나직하니 말을 이었다.

"물론... 죄를 짓고 들어 온 사람도 있소. 하지만... 그런 사람은 얼마 되지 않소."

휘가 차갑게 말을 받았다.

"그래서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요?"

장한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초평우나 공자가 무인이 아니었다면 그냥 놔두었을 거요. 우리는 언제 토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는 사람들이오. 그러니 무인이 들어오면...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소."

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때였다.

"그의 말이 맞네."

무거운 노인의 음성이 뒤쪽에서 들려 왔다.

만상문

익숙한 음성.

휘는 천천히 돌아서서 노인을 바라보았다. 

"만노선배께서도 알고 계셨군요."

귀응 만시량, 그였다. 

천천히 걸어오던 만시량이 장한을 바라보며 끌끌 혀를 찼다.

"쯔쯔쯔... 그러게 내 뭐라 했느냐? 너무 의심만 하지말고 모든 일을 신중히 하라 했지."

한바탕 장한과 한상귀에게 면박을 준 만시량이 휘에게 눈을 돌렸다.

"어떤가. 잠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 내 들려 줄 이야기가 있네만."

휘는 이미 한 번 신세도 진데다 그리 나쁜 인상을 받지 않았던 만시량의 청을 냉정히 거절할 수만도 없었다. 사실 궁금하기도 했고. 

"그렇게 하죠."

                    

              *        *        *

만향로의 유일한 술집이자 삼살귀의 터전인 귀향루(歸鄕樓)의 후원. 

마주 앉은 만시량과 진조여휘 옆으로 삼살귀가 기죽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얼굴 한쪽이 시퍼렇게 멍든 단홍귀, 해쓱하니 질린 얼굴의 한상귀, 덜렁거리는 팔에 부목을 대 고정시키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유령귀. 마치 염라사자 앞에 앉아 판결을 기다리는 사자(死者)의 모습과도 같았다.

한쪽에선 굳은 표정의 초평우가 만시량의 이야기를 눈도 깜박이지 않고 듣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들도 살기 위해서 강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네. 헌데 강해져도 불안감만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게지. 결국은 자네같은 사람에게 걸려 혼쭐이 나고 말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쫓겨 온 자들이 만향로에 터전을 잡은 것은 이 십여 년쯤 되었다. 

그 동안 두어 번 이해관계가 얽힌 무림의 세력과 관군들이 합동으로 토벌을 하는 바람에 수십명이 죽어나간 적도 있었다. 

그러다 팔 년 전부터 이들은 자위할 힘을 기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삼살귀라는 제법 자질이 있는 세 사람이 들어오면 서부터였다. 그리고 그들을 눈 여겨 본 귀응 만시량이라는 전대고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시량은 이들을 가르쳐 만향로의 치안을 잡는데 주력했다. 그래야 관에서도 신경을 덜 쓸 테니까.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토벌에 대한 불안감만은 사라지지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만향로에 들어 온 무인들에 대해서는 과민반응을 일으켜 가끔씩 말썽이 생기곤 했던 것이다.

만시량은 너무 신경을 쓰지 말라 했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또한 이들의 마음이었으니, 결국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었다.

휘가 만시량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겨 있자, 만시량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휘를 바라보았다.

"이들도 열심히 하다 보니 이제는 제법 쓸만하게 무공을 익혔다네. 그런데 말이야... 힘이란 생기면 풀어 줘야 하거든. 아니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튀어나갈 수가 있지. 그러다 보면 남을 찌르던, 자신을 찌르던, 어떻게든 좋지 않은 상황이 생길 거야.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휘는 느닷없이 만시량이 질문을 던지자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노선배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솔직히 숨어서만 지내기엔 조금 강한 힘이니까요." 

휘의 말에 만시량이 툭, 한마디를 던졌다.

"그럼 자네가 쓰게."

"예?"

어리둥절한 휘가 만시량의 노안을 직시했다.

"무작정 내 놓으면 한중이 시끄러워 질 거고, 그렇다고 안에서만 있자니 언제 일이 터질 지 모르고, 그러니 누군가가 이끌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왜 접니까?"

"자네가 이겼으니까."

"이제 강호에 나온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제가 뭘 안다고, 저 따라 다니다가는 길거리에서 다 죽습니다."

만시량은 휘의 엄살은 못 본척하고는, 삼살귀의 대형인 유령귀를 바라보았다.

"어때? 너희들 생각은?"

유령귀는 힐끗 휘를 바라보고는 만시량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저희야... 만어른의 뜻에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이.이것 봐요!"

얼마전의 살벌하던 휘의 표정이라고는 도저히, 절대, 믿을 수 없는, 당황한 휘의 표정에 삼살귀들은 속으로 외쳤다.

'속지말자. 저 표정. 절대.... 속으면 안 된다.'

흐뭇하니 웃음을 진 만시량이 당황하고 있는 휘에게 넌지시 말했다.

"사실 말이지. 자네에게 당해서 그렇지 어디 내놔도 쓸만한 사람들이네."

사실이 그랬다. 

일류고수가 초겨울 홍시 떨어지듯이 어디서 툭툭 떨어지는 것이 아닌 이상은. 거기다 익힌 무공들이 강호의 절기들이 아닌데도 일류에 다가섰다는 것은, 그 자질도 평범하지 않다는 말.

"게다가 여기저기서 모인 사람들이라 잘만 굴리면 강호 곳곳의 정보도 손바닥처럼 모을 수 있지."

음? 

그 말에 휘의 귀가 솔깃하니 열렸다. 

온갖 이족에 각파에서 쫓겨나거나 몰락한 문파의 사람들. 떠난지 오래 되었어도 말을 잊거나, 자기가 살던 곳에 대해 잊지는 않았을 터,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지금 무림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하지. 자네도 공가에게 들으면 알겠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같은 상황이 현재의 강호일세. 이럴 때 제일 중요한 게 무엇이겠는가? 바로 정보지. 아마 이들이라면 자네나 신영문에도 도움이 많이 될 거네."

'신영문? 혹, 공이연?' 

휘의 표정이 살짝 이지러졌다. 

"저... 만노선배님. 사실 저는..."

휘는 만시량을 더 이상 속이기가 싫어서 사실대로 말하기로 작정하고, 공이연과는 그저 스치다 만난 사이 라는 말을 하려 할 때였다. 

만시량이 이마를 찌푸리며 한마디.   

"아무래도 철혈성의 움직임이 이상해...."

순간, 휘의 입이 다물려 버렸다. 

"알 수 없는 신비세력이 끼어 들었는데 도무지 모르겠다는 말이야. 아무래도 이들을 이용해서라도 한 번 알아 봐야 할 것 같은데..."

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 이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곳에 있었다면서요?"

"허,참! 내 말을 뭣 들었는가? 이 사람들은 천하곳곳에 살던 사람들일세. 철혈성의 신비인들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그들이 그만큼 어느 지역이든, 어떤 세력안이든, 꽁꽁 숨어 있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들만큼 천하 각 지역을 잘 아는 사람들도 없을 걸세! 더구나 강호에서는 이들의 존재를 모르니 금상첨화지!"

'그 말도 맞는데... 가만? 그럼 이들을 이용하면 삼악의 무리도 찾을 수 있을까?'

"어쩔 텐가? 이들을 계속 이렇게 살다가 죽게 놔둘 건가? 아니면 자네가 쓸 텐 가?"

늙은 생강은 괜히 매운 게 아니었다. 

휘에게서 미세한 틈이 보이자 만시량이 전력을 다해 밀어 부친다.

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마지못한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정 그렇다면... 대신 한가지 약조는 하셔야 합니다."

"말해보게."

"어떤 일이 있어도 제 말에 따라 주어야 합니다."

휘의 말에 만시량이 피식 웃었다.

"저들의 표정을 보게, 안 따르게 생겼는가?"

고개를 돌리자 잔뜩 긴장한 삼살귀의 표정이 보였다. 그러자 휘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저! 무서운 사람 아닙니다!"

삼살귀는 또 외쳤다. 두 눈을 꼭 감고.

'속지말자. 속지말자. 절대...'

모두 이백 여 명.

삼살귀를 주축으로 열명의 조장. 각 조장이 이십명씩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 조장들은 그럭저럭 이류정도의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생각보다도 많은 숫자였다. 

하지만 당장 움직이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지닌 바 힘이 제법 강하다 하나, 대문파에 잘 못 걸리면 하룻밤 푸닥거리도 되지 않는 힘인 것이다. 

그렇다고 한중에서 멋모르고 움직이다가는, 한중의 터줏대감인 철혈성의 눈과 귀를 피할 수 없을 테니, 여차하면 세상에 나가기도 전에 꺾여 버릴 것이다.

아무튼 이래저래 움직이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일단 힘을 키워야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정보를 얻는다는 것도 힘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어차피 세상으로 나가려 생각했다면, 어느 한 분야든 최고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인정을 받을 테니까요."

삼살귀는 존경과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휘를 바라보았다.

세상으로 나간다? 최고가 된다? 

가슴 떨리는 이야기였다. 

비록 자신들의 손과 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똑.똑. 부러뜨린 무서운(?) 사람이었지만, 그런 것은 자유에 대한 대가로 치자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삼살귀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사부님이 아신다면 뭐라 하실까? 잘했다고 하실까? 아니면... 너 뭐하냐? 하실까. 어휴...'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눈을 빛내며 만시량을 바라봤다.

"만노선배님."

"음?"

"당분간 노선배님이 이 사람들을 맡아서, 좀 더 강하게 만들어 주셔야 겠습니다."

"엉? 내가 어떻게? 아니, 내가 왜? 이제 자네의 수하들인데?"

만시량이 무슨 소리냐는 듯 손사래를 치자 휘가 빙긋 웃었다. 만시량은 그 웃음이 왠지 섬뜩하게 느껴졌다.

"만노선배님은 누가 뭐래도 삼살귀에겐 어른이시지요. 안 그렇습니까?"

휘가 말을 하던 중 고개를 홱 돌리자 삼살귀가 큰소리로 답했다. 이구동성으로.

"맞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만노선배님이 우리..... 음.... 만상문(萬像門), 예, 온갖 군상들이 다 모인 만상문의 태상호법이십니다. 무.조.건 하셔야 합니다. 아니면 저도 안.합.니.다!"

마침내, 만상문(萬像門)이 한중의 구석 작은 주루에서 태동했다. 시작은 작게...

만시량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콧등의 점은 파르르 떨고.

"그.... 그런 법이..."

휘의 눈이 번뜩였다.

"어차피 시작을 한 이상! 만상문을 강호 제일의 정보문파가 되게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만노선배님 같이 훌.륭.한 전대고수가 한 분쯤 있어야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휘의 고개가 돌아가자, 또...

"맞습니다!!"

신났다. 삼살귀는 뭔지 몰라도 신났다. 말만 들어도 신났다.

만시량의 얼굴이 십 년은 더 늙은 것처럼 구겨지자 휘가 조용히 못을 박았다.

"미래의 강호제일 정보문파겸.... 천하를 구할 영웅들의 모임의 태.상.호.법!"

쓰윽, 휘가 자신의 거창한 말에 멍해 있는 만시량을 직시했다. 

"제가,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머.멋지긴... 멋진데... 말은..."

말로는 뭘 못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만시량은 휘의 전신에서 자신조차 감당 못할 묘한 기운이 퍼져 나와 사위를 감싸자 어쩌면 휘의 말대로 될 것도 같다는 생각이 조금은, 아주 조금은 들기도 했다. 

그 때, 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씨이익,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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