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9화 (179/200)

탁자에서 다리를 내린 장한이 몸을 일으키더니 휘의 앞으로 다가와 털썩 의자에 앉았다.

휘가 물었다.

"무슨 볼 일이라도...?"

장한은 묵묵히 휘를 바라보다가 손으로 휘의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철혈성에서 나오셨소?"

움찔, 휘의 눈이 장한의 탁한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장한은 휘의 마음을 안다는 듯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검의 손잡이에 그런 글자를 새겨 넣는 곳은 철혈성 밖에 없어서 물은 것이오."

휘는 고개를 숙여 검을 바라보았다. 

구노인이 준 검은 여전히 등 뒤 보따리에 들어있고 허리에는 전부터 쓰던 검이 매달려 있었다.

그 검집에는 많이 닳기는 했지만 옅게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철혈(鐵血).]

왜 생각을 못했을까? 

분명 검집에는 철혈성의 독문표기가 새겨져 있었다. 헌데도 자신은 그걸 의식하지도 못하고 있었으니...

휘는 문득 어젯밤 자신이 너무 안이하게 일을 행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만이 생각해 보자, 어젯밤 다행히도 자신의 검에 신경을 쓴 자는 없었던 듯 했다. 더구나 어둡기도 했으니...

'아무래도 검을 처리해야 할 것 같군.'

휘는 약간의 고마움이 담긴 눈으로 장한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철혈성에서 온 사람이기는 하오만, 그 곳의 무사냐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흠..."

조금 애매한 대답에 장한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그러자 휘가 말을 덧붙였다.

"그저 검을 그 곳에서 가지고 왔을 뿐이라 이해 하시면 됩니다."

"철혈성이 자신들의 검을 아무렇게나 내돌린다? 그거 참..."

장한은 조용히 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장오를 불렀다.

"주인장! 여기 술 하나만 더 주시오!"

장오가 미적거리며 술병 하나를 가져다 놓자, 장한은 대접에 술을 하나 가득 따르더니 휘에게 내밀었다.

"사해가 동도라 했는데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휘는 고기를 뜯다 말고 장한이 내민 술대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장한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장한이 싯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는다.

"나는 초평우라고 하외다."

휘도 어쩔 수없이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저는 진조여휘라 합니다."

"강호의 친구들은 나를 풍...랑도(風...狼刀)라고 불러 주고 있소."

"저는 강호경험이 없어 아직 별호같은 것은 없습니다."

휘가 별다른 감흥도 없이 고개를 젓자 초평우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쳐 지나갔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잔의 술을 죽 들이킨 초평우가 휘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에 금칠을 입혔다.

"하하하! 강호의 친구들은 바람따라 떠돌며 부운같은 생을 즐기는 나를 부러워하고 있지요."

한바탕 초평우가 대소를 터뜨리고는 술잔을 잡아 갈 때였다.

객잔의 주렴이 걷히더니 다섯 명의 청의인들이 거칠게 들이 닥쳤다. 

"어이구 어서 오십쇼!" 

그러자 장오는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심정으로 그들을 탁자로 안내했다.

그들은 좌우를 훑어 보며 장오를 따라가다가, 초평우를 발견하고는 흘낏거리며 한쪽의 탁자로 다가갔다. 

그러면서 작은 소리로 한 마디. 은근히 비웃음을 담은 채.

"저 사람, 풍 맞아 미친 늑대라는 풍치랑도 초평우 아닌가?"

"그러게, 헌데 초평우가 이 곳에는 웬 일이지? 부친에게 쫓겨나서 청부업자 생활을 하고 있다던 데."

소리는 작았지만 못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더구나 이처럼 조용한 객잔에서는.

휘는 앞에 앉은 초평우의 얼굴이 서서히 붉어져 가는 것을 보며 조용히 식사 하기는 글렀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천천히 일어서는 초평우의 코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는다. 뒤이어 터진 일갈.

"그래! 죽고 싶으면 뭔 말을 못하겠냐!"

그리고 뒤돌아 서며 뽑히는 커다란 칼. 

장오는 죽을 맛이었다.

겨우 손님을 맞았는데 또 사단이 나 버렸다. 그것도 작은 사단이 아닌 구룡객잔의 존망이 걸릴 정도의 커다란 사단이.

'으아!! 씨...놈의 새끼들!!'

와장창!!

건너편 탁자-본래 초평우가 있던 탁자- 위에 있던 술병들이 탁자와 함께 부서지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기고, 다섯 무사들을 향해 도를 휘둘러 가는 초평우의 고함소리가 객잔의 기둥을 뒤 흔들었다.

"개 눔의 새끼들! 네 놈들이 나한테 밥을 사줬냐? 술을 사줬냐? 왜! 왜! 건드려!!"

초평우가 발광을 하건만, 다섯 무사들의 표정에선 별 다른 당황의 표정이 떠오르지 않는다. 

휘는 그들을 바라보며 어쩌면 저들이 고의로 초평우를 건드리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함부로 무사를 욕보인다는 것은 강호의 상식을 잘 모르는 휘로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던 데다, 저들의 표정에서 은근히 즐기는 듯한 인상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두 명의 무사만이 앞으로 나서며 초평우의 도에 마주쳐 간다. 나머지 세 명은 마치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하는 냥 그저 앉아서 엷은 비웃음을 띠고 있을 뿐이다.

휘는 그것이 못마땅했다. 비록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일이었지만.

챙! 차창!

넓이가 한 뼘은 될 듯한 커다란 칼이 풍차처럼 휘돌자 두 명의 무사가 교대로 초평우의 허리와 어깨를 향해 검을 들이밀고 있었다. 한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초평우의 도세 사이를 뚫고서.

그 바람에 초평우는 도를 펼치다 말고 주춤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입가에 비웃음을 띤 채, 의자에 앉아 있던 세 무사들 중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자가 한 소리 해댔다.

"칼만 컸지 역시 소문대로 별 볼일 없는 작자군."

그 말에 휘의 눈이 꿈틀 움직였다.

'역시나 고의로 건드렸군.'

이십 여초가 지나자 초평우의 벌게진 얼굴 위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 내린다. 

의외였다.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다지만 무사라는 사람이, 그것도 도세를 봐서는 그럭저럭 이류무사는 될 법한 사람이 이십여초만에 저렇게 땀을 흘리며 숨을 거칠게 몰아 쉬다니.

휘의 의문을 풀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좀 전에 비웃음을 흘리던 자가 다시 말했다.

"초후령이 그대를 내친 이유를 알만 하군."

순간, 초평우가 외마디 소리를 내지르며 도를 거세게 휘둘렀다.

"으아아!!!"

쩌저정!

도와 부딪힌 두 자루의 검이 뒤로 튕겨지고, 혼신의 힘을 다해 도를 휘두른 초평우가 도를 늘어뜨린 채 그들을 노려봤다.

그런 초평우의 눈에선 금방이라도 불길이 쏟아질 듯 넘실거렸다.

바닥에는 부서진 탁자와 술병들. 

그 가운데 눈에서 불길을 쏟아 내며 비웃음을 띤 자들을 노려보는 초평우. 

휘는 문득 이유없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약자라 해서 비웃음을 사야 한다면 그건 그대들도 마찬가지다.'    

휘가 젓가락으로 오리고기를 한점 집어 입으로 넣으며 초평우에게 물었다.

"초형! 저 사람들 뭐요? 왜 들어오자마자 초형을 못 잡아 먹어서 난립니까?"

부르르, 초평우의 어깨가 가늘게 떨린다. 

휘가 다시 물었다.

"아는 사람들입니까?"

초평우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젓는다. 

'모르는 사람? 그럼 왜 고의로 초평우를 건드렸지?'

비웃음을 띠고 있던 자가 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전히 비웃음을 입가에 걸고서.

"공연히 끼어 들어서 다치지 말고 얌전히 있는 게 나을 거네. 우리가 원하는 사람은 초평우니까."

언뜻, 그 말을 들은 초평우의 눈이 가늘게 떨린 듯 보였다. 뭔가를 눈치 챈 듯한 표정이다.

초평우가 떨리는 입으로 말문을 열었다.

"평산이 보냈느냐?"

비웃음을 띠고 있던 자의 입에서 비웃음이 사라지더니, 싸늘한 한마디가 초평우를 향해 튀어 나왔다.

"알았으니 말하기가 쉽군. 왜 섬서로 돌아 온 거지? 떠나기로 했으면 떠나야 하지 않나? 대공자께서 그만큼 봐 줬으면 그대도 약속을 지켜야지. 그랬으면 나 양환이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었을 테고 말이야. "

비웃음을 띠고 있던 자, 양환의 말에 초평우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대가 섬전검 양환?"

"강호의 친구들이 그렇게 불러주지. 후후..."

자신에 찬 웃음이 그의 입가로 흐른다. 

초평우가 놀라는 이유를 그는 충분히 짐작 할 수 있었다.

섬전검 양환, 그가 초가보에 몸을 담고 있지 않았다면, 작은 문파 하나쯤은 차렸을 거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그의 이름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러니 이류무사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평우가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별호란 것이 그다지 믿을 게 못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휘가 바로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다.  

"초형, 섬전검이라는 별호가 꽤 유명한 이름인가 보지요?"

"...."

무사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휘를 바라본다. -역시 생긴 것처럼 촌놈이구먼- 하는 눈빛들이다.

그러자 휘가 한마디 더했다.

"별로 빠르지 않을 것 같은 데 섬전검이라니... 별호 한 번 거창하군."

청의인들이 멍한 얼굴로 휘를 바라보자, 초평우의 입이 괴이하게 일그러졌다.

"크...크...크크크... 맞아 맞아! 거창하지? 우하하하!!!"

초평우가 참지 못하고 대소를 터트리자, 양환의 싸늘하게 굳은 두 눈이 휘를 노려 보았다.

"겁을 상실한 놈들이 나중에 후회할 줄은 모르고 가끔 그런 말을 하지."

천천히 일어서는 양환에게서 살을 에일 듯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휘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후회라..."

터벅! 터벅!

객잔을 울리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양환을 향해 걸어간다.

느닷없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상황. 

웃음을 멈춘 초평우의 표정에 긴장이 떠오르고, 양환의 곁에 있던 무사들의 눈에선 경멸의 표정이 떠오른다.

양환은 자신의 별호를 능멸한 젊은 놈을 일검에 팔 하나쯤은 잘라 버려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아니지, 목을 잘라 버릴까?'

그렇게 생각하며 다가오는 놈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저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 가는 주름이 제법 많은 것으로 보아 그럭저럭 나이 좀 먹은 것 같은 얼굴. 보통 키에 별다른 근육도 없고, 그나마 낳아 보이는 것은 맑은 두 눈. 

어느 모로 보나 고수 같지는 않은 놈이었다.

터벅터벅 걸어 온 놈이 어느새 일장 앞으로 다가왔다. 

양환은 검을 잡아갔다. 자신과 십여 년간 섬전검이라는 별호를 함께 누려 온 애검을. 

순간.... 

번쩍! 

객잔 안에 한 가닥 번개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휘의 눈은 양환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의 끝에 듬성듬성 날이 빠진 검첨이 양환의 이마 한 가운데를 향하고 있었다. 

한치 정도 떨어진 곳에... 한점 미동도 없이...

무심한 눈빛으로 양환을 바라보던 휘의 입이 열렸다.

"봐! 별로 안 빠르잖소! 초형도 남의 별호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말라구."

천천히 거두어 들이는 휘의 검을 향해 양환의 떨리는 눈이 따라 내려간다. 

그는 검을 뽑지 못했다. 아니.... 뽑을 수가 없었다. 

한 가닥 번개가 그의 사고를 정지시켜 버린 것이다.

옆에 있던 무사들은 뭐가 어찌 된 건지 알 수 없어 멍하니 휘와 양환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고, 초평우는 웃음도 잊은 채 눈을 부릅뜨고 있다.

양환은 결코 이름만 앞세우는 무사가 아니다. 그랬다면 십여 년 간 험하디 험한 섬서의 강호에서 살아 날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섬서의 신흥오세 중 한 곳인 초가보가 그런 자에게 거금을 주고 일을 시킨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검을 뽑지도 못하고 당했다.

양환의 이가 입술을 파고 들었다.

"이.이.이....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어금니가 부서져라 입을 악 다물었다. 

눈에서는 살광이 번뜩이고,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며 다시 검을 잡아갔다.  

그 때, 객잔의 대기를 얼려 버릴 듯한 한마디.

"다음엔! 세치 더!"

차가운 휘의 음성이 양환의 고막을 터뜨릴 듯이 두들기자, 검을 잡은 양환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안다. 상대의 검은 어쩌다 펼쳐진 검이 아니었다. 

자신도 쾌검을 쓰기에, 상대의 검이 얼마나 빠른지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뇌리를 새까맣게 태워 버릴 것 같던 조금전의 충격.

'그래도... 그래도... 나 양환이 여기서...' 

하지만 결국, 그는 검에서 손을 놓아야만 했다.

세치 더... 그것은 곧 목숨이었으니...

해쓱한 얼굴의 양환을 놔둔 채, 휘적휘적 초평우 앞으로 걸어 간 휘는 얼이 빠진 초평우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나갑시다. 이 곳은 당신이 술을 마시기에 별로 분위기가 안 좋은 것 같소."

당연히, 탁자며 술병들이 부서져 나뒹굴고, 검을 든 자들이 뒤통수를 노리는 곳이 분위기 좋은 곳이라 할 수는 없었다.

얼떨결에 초평우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입가에는 희미한 웃음을 떠올린 채.

'어쩌면 오늘은 한을 씹으며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될 것 같구나.'

고삐에 매인 황소마냥 초평우가 휘를 따라 나간다. 그러자 양환의 신음 섞인 물음이 비명처럼 휘에게로 던져졌다.

"그대는... 누구요?"

휘의 걸음이 잠시 멈칫 하는 듯 하더니 터벅 터벅 다시 옮겨졌다.

그리고 그리움이 배인 한마디가 휘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삼류무사를 아버지로 둔 사람!"  

누님이라고?

휘는 따르고, 초평우는 마신다.

석양이 서산머리 위에 턱을 걸치고 있을 무렵, 주위에 나 뒹구는 술병이 어느덧 다섯 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독하디 독한 섬서화주를 다섯 병이나 마시고도 여전히 꼿꼿이 앉아 있는 초평우나, 술을 마시지도 않으면서 계속 따르고 있는 휘나, 화정루의 주인인 오삼당이 보기에는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아마 술을 네 병째 주문했을 때부터인 듯 했다.- 오삼당의 눈이 자꾸 두 사람을 이상한 눈초리로 째려 본다.

'지금까지 먹고 마신 것이 다섯 냥은 되는데.... 행색이 영...'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두 사람의 행색이 다섯 냥짜리로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술이 거나해지자 초평우는 중얼거리고, 휘는 듣는다. 그러다 가끔씩 한마디 질문을 던지면서.

이미 석양도 두 사람을 지켜 보는 것에 지쳤는지 서산으로 넘어간 지 오래였다. 

"평산은... 내동생이오. 어릴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휘는 의아한 표정으로 초평우를 바라보았다.

"나는... 오 년 전, 집에서 쫓겨났소. 크크크... 십년 전, 무공을 익히다가 단전을 다쳤거든..."

왠지 초평우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아픔이 느껴진다. 

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빈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래서 도세에 비해 내공이 따르지 못한 거였나?'

"내 아버지가 말이오... 초가보는.... 무공을 익힐 수 없는 아들은 필요 없다 합디다. 흐흐흐.... 그래서 내가 그랬지요. 오년 안에 더 강한 아들이 돼서 돌아오겠다고 말이오. 나는... 천하를 돌아다니며 단전을 고칠 방도를 연구해 봤지요. 하지만 초가보에서도 포기한 것을 혼자서 찾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소?"

술을 반쯤 흘리며 목에 털어 넣는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탕!

술잔을 거칠게 내려 논 초평우가 쓱 눈물을 훔치더니 씩 웃는다.

"젠장, 그래서 그냥 집에 돌아갔더니 나가랍디다. 후후... 뭐 힘 없는 놈이 별 수 있겠소? 나가라면 나가야지."

휘가 참지 못하고 물어 봤다.

"그렇다고 자식을 나가라 한단 말입니까?"

"크크크.... 나는 서자거든. 진형도 서자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는 알 것 아니오?"

모른다. 알 수가 있나?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초평우만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왔소. 헌데 말이오... 어머니가 눈에 밟혀서 도저히 멀리 떠날 수가 없는 거요. 그래서 뱅뱅..."

쿵!

손을 머리위에서 휘돌리던 초평우가 그대로 뒤로 넘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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