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0화 (170/200)

올 때보다는 훨씬 매끄러운 신법의 운용이었다.

숲으로 나온 휘는 나뭇가지에 묶은 밧줄을 풀더니 가볍게 흔들었다. 

정자 쪽의 갈고리가 튀어 오른다. 

힘껏 잡아 당기자 쏘아진 화살처럼 허공으로 솟은 갈고리가 휘아에게로 날아왔다.

밧줄을 갈무리한 휘아가 자신이 서있던 주위를 훑어 보았다.

상당히 많은 흔적들. 하지만 계속 내리는 눈이 그 흔적조차 지워 줄 것이다. 

어쩌면 신경 쓸 사람조차 없을지 모르지만.

               *          *            *

"타앗!"

일성 기합소리가 후원을 울린다. 

한 마리 독수리처럼 일장 허공을 휘돌던 신형이 다섯 개의 그림자를 만들며 검무를 추었다.

오보천환의 일보를 내딛으며 펼쳐진 유성낙월이었다.

"와!"

맑은 탄성이 한쪽 구석에서 터져 나왔다.

시무룩하니 앉아 있던 연연이 터트린 소리였다.

감탄성에 탄력을 받았는지 휘아의 신형이 주욱 앞으로 나아가며 검을 내 뻗었다.

일곱 줄기의 검영이 허공을 찍어 간다. 유성칠격사(流聲七擊射).

일 순간, 허공을 발기발기 찢어 가던 검이 뒤로 물러나고, 우뚝 선 채 좌수가 앞으로 내밀어졌다.

후우웅! 

대기가 떨어 운다. 

뭐, 그 정도였지만...

그래도 연연의 얼굴에서 그늘이 사라지면 휘아도 기분이 좋았기에 가끔은 허공에서 춤(?)을 추어야 했다.

수련을 끝내고 연연이와 함께 사부님의 방이 있는 전청 쪽으로 가려 할 때였다.

몇 사람이 사부님의 방으로 들어 가는 것이 보였다.

"어? 기 할아버지네?"

연연의 말에 그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기할아버지라면 일전에 왔었다던 그 노인이었다. 휘아가 무저동을 다녀 온 다음날 연연이 이야기를 해줬었다.

'본성 원로원의 부원주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았다. 저들은 사부님을 자신들의 일에 끌어 들이려 하는 것 같았다.

며칠 전 종숙부와의 비무가 끝나고 사부님과 종숙부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단주, 상황이 안 좋습니다. 이미 배는 강물 위에 띄워져 있습니다. 타(r)는 성주가 잡고 있고 말입니다. 억지로 방향을 돌리려 한다면 분명 역풍을 맞게 될 겁니다."

"나도 때가 아니란 것은 잘 아네. 걱정 말게."

그렇게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종숙부가 상무원을 나가며 중얼거렸었다.

"그들은 결코 단주를 그냥 놔두려 하지 않을 것이오. 원로원도, 성주도... 하..."

마치 나에게 들으라는 듯이.

그런데 오늘, 원로원의 부원주라는 기노인이 두 사람을 데리고 사부님을 찾아 온 것이다. 

휘아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짙은 먹구름이 서서히 상무원의 하늘 위를 덮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저녁 먹고 나서 사부님께 여쭈어 봐야겠다.'

이런저런 상념에 발걸음이 늦춰지자, 연연이 앞장서서 쪼르르 달려간다. 아마 사모님에게 가는 것일 게다.

'연연이나 사모님을 위해서라도 사부님의 마음을 확실히 알아야겠다.'

마음을 다지며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휘아의 신형이 우뚝 멈춰 섰다. 

그의 눈이 정문 안 쪽에 서있는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이십 중반에 눈처럼 하얀 백의를 입은 잘 생긴 청년. 분명 조금 전에는 보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누구지?'

의혹에 찬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다가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이 곳은..."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의청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 자네가 고사숙님의 제자인 휘인가?"

나를 알고 있다.

"예. 제가 휘입니다만..."

"반갑군. 자네에 대한 말을 들었었네. 나는 철군명이라 하네. 성주께서 나의 아버님이시지."  

그는 성주이자 사백인 철운성의 아들이었다. 자신에게는 사형이랄 수 있는 인물. 휘아도 사부님께 말은 들었었다.

"미처 몰라 뵈었습니다. 헌데, 무슨 일로...?"

철군명이 다시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오랜 만에 사숙을 만나려고 왔네."

하필 이때...

"사부님께선 손님을 맞이하고 계십니다만."

"그래? 그럼 기다리지."

철군명의 눈이 고봉천의 방을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휘아의 전신을 살폈다.

"흠, 자네의 몸이 듣던 것보다 좋군."

흠칫,

"과찬이십니다."

"나는 과찬 같은 것은 잘 못하는 성격이네. 그저 보이는 대로 말하는 것일 뿐이야."

철군명이 말을 하면서 손사레를 쳤다. 

가벼운 바람이 살랑거리며 밀려 온다. 순간, 휘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자는 나를 시험하려 한다.'

바람이 가슴을 밀어낸다. 휘아의 신형이 움찔거리더니 한 걸음을 물러섰다. 그런 그의 얼굴에 가벼운 놀람의 표정이 떠올랐다.

철군명의 눈에도 이채가 떠오른다.

'내가 잘 못 봤나?'

휘아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저를 시험하시는 겁니까?"

"글쎄, 시험을 하려 했다면 검을 들고 했을 것이네. 하하하..."

차가운 웃음이 휘아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웃음이 차갑게 느껴진다. 거짓 웃음... 심계가 깊은 자 같다. 이런 자들이 무섭다고 했는데...'

단아해 보이는 인상과는 속이 다른 인물, 그것이 휘아가 철군명을 만나고 느낀 첫 인상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운명처럼 마주하고 있을 때, 고봉천의 방에서 고성이 터졌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고봉천의 말투가 떨려 나오고 있었다.

기득염이 조금은 미안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어쩔 수 없었네! 당시 상황으로는 그렇게 해야만 했네."

"어쩔 수가 없었다고요? 저의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제가 그들을 이끌거라 말한 것이 어쩔 수 없었던 일이란 말입니까?"

"그들은 자네가 아니면 따르지 않겠다고 했네. 우리는 그들이 필요했고."

"이제야 알겠군요. 종자정이 왜 염려스러운 말을 저에게 했는지 말입니다."

그 때였다.

"종자정은 어느 쪽에도 붙지 않겠다고 한 사람이오. 고단주가 과거의 비영검단 사람들을 이끈다 해도 말이오. 그러니 고단주는 굳이 그 사람에게 신경을 쓸 필요가..."

기득염과 같이 왔던 중년인이 나서며 말했다.

"갈!!"

탕!

고봉천이 탁자를 부서져라 내치며 벌떡 일어섰다.

"그대가 감히 나를 놀리겠다는 말인가??"

"내 어찌..."

"종자정은 나의 수족과 같은 사람이었다! 그대가 그를 평가한다는 것은 곧 나를 가늠해 보겠다는 것과 같다! 그대에게 그럴 자격이 있던가? 염부양!!"

철혈성 순찰단주 염부양의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그랬다. 고봉천이 비록 지금은 직위가 없다지만 그는 성주의 사제였다. 순찰단주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있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염부양이 입술을 깨물며 말문을 열었다.    

"고단주는 과거 철혈의 법을 받들던 사람이었소. 그 이유로 성주께 벌까지 받았던 사람이오. 헌데 이제는 마음이 달라지기라도 했다는 말이오? 왜, 우리와 함께 같은 길을 가지 않겠다 하시는 거요?"    

고봉천이 차갑게 말을 받았다.

"바로 그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염부양! 그대들이 행하는 방법이 잘못되었기에, 아무리 뜻이 좋아도, 동료들의 피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가 싫었기에 내 마음이 움직이기를 않았던 것이다!"

"우리도 동료들의 피가 헛되이 흘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봉천."

기득염이 나서며 무겁게 말하자 고봉천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그래서, 저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사람들을 부추긴 겁니까? 동료들의 피로 검을 적셔야 하는 길을 걸어야 할 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거짓된 말로 현혹시킨 겁니까?"

"네 놈이!! 감히!!"

기득염도 벌떡 일어섰다.

"나같은 늙은이도 철혈성을 지키기 위해서 뛰어다니고 있거늘, 네 놈이 어찌...."

분기가 넘치는 지 말이 떨려 나온다. 기득염의 허연 수염이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이 잘게 떨렸다.

고봉천이 굳어진 눈으로 아무런 말도 없이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자네도 마찬가지 생각인가? 연아우?"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중년인, 철혈성의 진천검단주 구혼검(九魂劍)연화문이 입을 열었다.

"형님, 성주가 손을 잡고자 하는 자들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과거 그는 고봉천과 형님 동생하며 지냈을 정도로 친했었다.

"솔직히 모르네."

"저도 모릅니다."

"무슨...?"

고봉천의 눈이 의혹을 담고 연화문에게로 향했다. 

연화문은 진천검단을 맡고 있는 자로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다. 

강호의 정세에 대해서라면 철혈성의 그 누구보다도 더 뛰어난 자이다. 헌데 그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니.   

"힘은 있으되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 백도의 세력 중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자들. 심지어는 강호칠패의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자들. 성주는 그러한 자들과 손을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철혈성의 모든 것을 걸고 말입니다."

"그런..."

그것은 이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금 강호는 칠패의 세상이다. 팔패에서 철혈성이 빠진 이후로는.

심지어는 구대문파나 팔대세가조차 마찰이 생기면 칠패에 한 수 양보해야 할 정도였다.

헌데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세력이라니. 그러한 세력 중에서 과연 철혈성에 옛날의 성세를 되찾아 주겠다고 나설만 한 문파가 있단 말인가?   

고봉천은 내심 성주가 손을 잡겠다는 곳이 적어도 칠패의 한 곳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생각이 연화문의 한마디로 뒤집혀 버렸다. 

그의 마음을 짐작한다는 듯 연화문이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담아 말했다.

"저희 역시 처음에는 칠패 중 두어 곳을 의심했었습니다. 하지만 철혈대전에 머물고 있는 저들의 대표자가 지금껏 한 번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람이란 걸 알고, 결코 칠패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칠패라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고수를 보냈을 것이다. 그래야 철혈성의 사람들이 믿음을 갖게 되고, 자신들의 목적달성이 훨씬 쉬워질 테니까.

어느 정도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는지 기득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정체조차 모르는 자들에게 철혈성을 넘겨주고 싶지가 않네. 그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말이야."

"하아....."

고봉천은 힘이 빠진 모습으로 제자리에 앉았다.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사형은 대체 어쩌자고...' 

정말 성주인 사형이 정체불명의 세력과 손을 잡았다면, 상황은 자신의 생각보다도 훨씬 심각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할 수 있었다.   

"저들이 누군지 정녕 짐작도 가지 않는단 말입니까?"

고봉천이 기득염에게 묻자 연화문이 대신 대답했다.

"소성주와 관계가 있다는 것만 알아 냈을 뿐 아직은.....음?"

말하던 연화문의 눈이 번쩍 이채를 발했다. 동시에 염부경이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방문을 잡아갔다.

휘아는 사부의 방에서 고성이 터지자 온통 신경이 그 쪽으로 쏠렸다. 

그러는 바람에 철군명의 눈에서 번뜩인 싸늘한 빛을 보지 못했다.

문득 기이한 느낌에 철군명의 눈을 바라보았을 때는, 이미 철군명의 눈에서 번뜩이던 핏빛 살기가 사라진 다음이었다.

"아무래도 사부님과 손님들이 언쟁을 하시나 봅니다. 다음에 오시는 것이..."

휘아의 말을 못들은 것 마냥 철군명의 걸음이 전청으로 향하자 휘아가 한 걸음 옮기며 철군명의 앞을 교묘히 가로막았다.

순간.

"비켜 주겠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음성이 철군명에게서 조용히 흘러나왔다.

"사부님께서 손님들과 같이 계십니다."

"그분들은 나도 잘 아는 분들이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손님들이 나오실 때까지..."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묘한 미소를 베어물고 있던 철군명의 신형이 휘아의 앞으로 당겨지듯이 밀려 왔다.

그러더니 어찌할 새도 없이 우수가 들리고, 찰나간에 휘아의 가슴을 밀쳐 온다.

'빠르다!'

느낄 시간도 없었다. 휘의 신형이 죽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좌수가 원을 그렸다. 순간 코앞으로 다가온 수영이 좌수에 의해 막혀 버렸다.

팟! 팡!

주춤, 한 걸음 더 물러선 휘아가 철군명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철군명도 가느다란 웃음을 담고 휘아를 쳐다본다.

"후후후... 제법이구나. 역시 내가 잘못 보지는 않은 것 같군."

자신의 능력을 알아챘다. 

비록 일부분에 불과하고 어쩔 수 없어서 드러낸 것이긴 하지만.    

"사부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그렇겠지. 그래도 한때 섬서를 질타하던 분이었으니."

말을 하던 철군명이 천천히 한 걸음을 내 딛는다.

그에 따라 무거운 기운이 휘아의 앞으로 몰려 왔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버티고 선 채 쌍수를 내밀었다.

"더 이상은 곤란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나는 그리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네."

철군명의 우수가 가슴높이로 올라서고, 장심에서 한줄기 기운이 회오리쳤다. 철혈성의 절기 풍혼철장이었다.

휘아의 내밀어진 손이 가슴으로 거두어지는가 싶더니 마주쳐 뻗어 갔다.

쿠궁!

세치의 간격을 두고 부딪힌 경력이 허공을 휘감아 돌린다.

일수격돌, 쿵!쿵! 두 걸음을 물러선 휘아의 얼굴이 창백하니 굳어졌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입에서 비릿한 피내음이 나는 듯했다.

철군명의 눈가로 이채와 함께 흥미로운 빛이 머물다 사라졌다.

"흠! 놀랍군! 놀라워. 단순한 철혈검법을 장으로 변화시켜서 나의 풍혼철장을 막아내다니."

그랬다. 휘아가 펼친 것은 철혈검법을 변화시킨 것이었다. 

철혈검법은 단순한 대신 장이나 권으로도 펼칠 수 있는 무공이다. 그래서 마땅히 권법이나 장법 등 박투를 가르치지 못한 고봉천이 꾸준히 철혈검법을 수련하게 했던 것이기도 했다.

휘아는 가만이 서서 내기를 가라앉히고 철군명을 바라보았다.

대단한 자였다.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내력의 수발을 어느 정도는 조절할 줄 아는 자였다. 부딪히기 직전, 뻗어 나오던 내력 중 일부가 돌아가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렇다면 능히 일류고수라는 말이다. 그러한 것은 내력의 고하보다는 깨우침의 능력이라는 말을 들었었기에, 휘아는 철군명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정도 힘을 끌어내야 이자를 상대할 수 있을까? 아니지, 이자 역시 기껏 오할의 힘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과연 내가 전력을 다 한다면 상대할 수 있을까?'

잠깐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정문을 통해 세 명의 황의무사가 들어왔다. 

전신에서 풍기는 싸늘한 기운. 날이 선듯한 눈빛. 범상치 않은 고수들이다. 

입고 있는 옷에선 핏자국마저 보였다. 오래되지 않은 핏자국. 어디서 묻었을까.

무심결에 그들을 쳐다보던 휘아의 눈이 휙, 철군명을 향해 돌아섰다.

철군명은 휘아의 눈이 말하는 바를 안다는 듯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내가 나오지 않으니 저들이 들어 왔군. 그럼 결국, 저들을 끌어 들인 것은 사제라는 말인가?"

"무슨 일입니까?"

가슴이 뛰었다. 왠지 불안한 느낌이 가슴을 싸늘히 식히고 있었다.

철군명이 휘아의 눈을 스쳐 전청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

"반도들을 잡으러 왔다네!"

염부경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처음에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날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었다. 소리가 작기는 했으나 청력을 집중했다면 못들을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던 이야기가 워낙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했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수하들이 있었기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헌데, 느닷없이 제법 강한 기운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흠칫 놀란 염부경이 방문을 열었을 때였다.

"반도들을 잡으러 왔다네!"

낭랑한 외침이 창날이 되어 가슴에 틀어박혔다.

뒤따라 나오던 연화문이 신음 섞인 한마디를 내뱉었다.

"철군명 소성주...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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