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러 가는 검날이 넓은 검면에 막혀 버렸다. 그러자 검날이 또 다시 검면을 타고 물 흐르듯이 미끄러져 돌고.
따다닥!!
급박히 휘둘러진 목검이 순식간에 다섯 번을 비껴 치고 세 번 부딪혔다.
주르륵...
뒤로 세 걸음을 물러섰다.
물러선 휘아의 눈이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종자정의 목검을 노려봤다.
움직임이 없는 목검, 그러나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를 모른다.
요즘에 와서야 어느 정도 변화를 눈치채고 대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멋모르고 서있다가 수없이 얻어 맞았었다.
내력을 쓰지 않고 하는 비무였다 하나,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매일같이 고봉천이 안절부절하며 종자정을 노려보기 일쑤였다.
-너 정말 이럴 거냐?-
-단주가 사정 봐주지 말라면서요.-
-그렇다고 그렇게 무식하게 패?-
-얼굴은 안 때렸는데...-
-그래서 네가 살아 있는 거야! 알어!?-
비무를 할 때부터 면사를 벗었다. 아무래도 거치적거리니까. 그러다 보니 사부는 행여나 휘아의 얼굴이 얼굴이 상할까 봐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랬다간 연연의 잔소리가 모두 자신에게 몰릴 테니까.
-종숙부! 오빠의 얼굴에 상처만 내봐! 다시는 안 볼 거야! 그리고 아빠도 마찬가지야! 어디서 무식한 숙부한테 오빠를 맡겨 가지구.-
그렇게 보름이 지나자 맞는 회수가 현저히 줄어 들었다. 다행히 얼굴은 괜찮았고 연연도 조용했다.
연연은 다른 곳을 맞는 것은 상관하지 않았으니까.
"남자가 그 정도는 참아야지, 뭐."
얼굴만 괜찮으면 신경도 쓰지 않는다. 쳇!
그리고 다시 한 달이 지났다.
종자정도 갈 수록 자신의 수가 쉽게 먹히지 않는 것을 알고 점점 고급기술을 펼쳐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마저도 쉽지가 않다.
내력으로 밀어 붙일까? 하는 유혹이 일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아마 고봉천이 조용히 불러서 자신하고 한판 붙자고 할 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절대 사양하고 싶은 종자정이었다.
옛날 비영검단 시절, 술기운에 한판 붙었다가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마누라가 몰라 볼 정도로 엉망이 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뇌리의 한 구석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정도였으니까.
"후, 이제 휘아의 검을 당하기가 쉽지 않은 걸?"
"종숙부가 봐줘서 그렇겠지요."
"내가? 봐줘? 누굴?"
종자정이 주위를 둘러 본다.
"봐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훗!
저 얼굴에(?) 농담도 곧잘 한다.
휘아가 말했다.
"어쩌실거에요? 조금 더 하실래요?"
"좋아!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이번에는 나도 전력을 다 할 테니까!"
"뭐, 언제는..."
"간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광풍처럼 달려든다.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무서움을 보여 주겠다는 듯이...
비겁하다는 말은 소용이 없었다. 실전에서 비겁하다고 말하다가 목 달아나 봐야 자신만 손해다나, 어쨌다나.
휘아도 이를 악물고 검을 잡은 손에 힘을 더 주었다. 아무래도 종자정이 각오를 단단히 한 것처럼 보인 것이다.
재빨리 미끄러지듯 일장을 물러섰다 싶은 순간,
휙! 사사삭!
원을 그리며 종자정의 공격을 해소한 목검이 상중하를 번개처럼 베어 간다.
"차앗!"
종자정의 입에서 기합소리가 터지더니, 물구나무 서듯 허공으로 솟구치며 팔검을 뻗어 온다.
빙글, 휘아의 신형이 뻗어 오는 검로를 따라 세 번을 휘돌았다. 그러면서 튕기듯이 검을 찔러 넣었다.
따다다닥!
콩 튀기듯이 검을 부딪혀 가던 휘아의 신형이 휘청거리는 듯 하더니,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엇?"
종자정의 놀란 목소리.
"하압!"
휘아의 단호한 기합소리.
종자정의 시야를 벗어났던 휘아의 목검이 어느새 종자정보다 더 높은 곳에서 허공을 갈라 버릴 듯이 내리쳐 온다.
"좋다!"
종자정의 입에서 탄성이 터지고,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사선으로 쳐 올리는 목검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휘이익, 딱! 찌이익...
강력한 일검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뒤로 물러선 두 사람의 눈이 열기로 번들거린다. 움켜쥔 목검이 다시 상단으로 올라간다.
숨 고를 사이도 없이, 종자정이 먼저 땅을 박찼다.
"간다! 아자!!"
혼신을 다한 비무가 이각 가량 더 이어졌다.
두 사람의 입에서 거친 숨이 허연 김과 함께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비무가 얼마나 험악했는지 전신이 땀으로 젖어있었다.
말이 그렇지 내력도 쓰지 않은 채, 반시진을 쉬지 않고 전력으로 비무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종자정이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어제 먹은 도화주 기운이 다 빠져 버렸군."
"시원해서 좋으시겠네요."
휘아가 웃으며 하는 말에 종자정이 툴툴거렸다.
"언제 먹을 지 모르는데... 아깝잖아."
두 어군데 스치듯 맞기는 했지만 그다지 주요부위는 맞지 않았다.
그것은 종자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거칠게 옷이 뜯겨진 허리어름을 바라보는 눈에 어이없는 빛이 가득 담겨 있다.
그 심경이 말로 튀어 나왔다.
"두 달도 안 돼서 내 옷을 찢어? 허! 이걸 믿어야 돼, 말아야 돼?"
휘아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제가 맞은 거에 비하면 종숙부 옷이야..."
"쳇! 아무리 그래도 일 년은 갈 줄 알았는데..."
그랬다.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종자정과 강인엽이 교대로 와서 비무를 해준 지가.
두 사람이 못 올 때는 사부께서 직접 비무를 해 주셨다.
사실 휘아가 생각보다 빠르게 종자정과의 비무에서 얻어맞지 않게 된 데는 고봉천의 역할이 컸다.
제자를 덜 맞게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겠는가는 안 봐도 훤한 일이었다. 휘아 역시 그것을 알기에 더욱 열심히 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오늘로써 확연히 나타난 것이다.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종자정을 바라보고 있던 휘아가 입을 열었다.
"가시죠. 사부님께서 기다리실 텐데."
"음? 그래, 가자. 이거 오늘은 한 소리 듣겠는걸. 옷까지 찢어졌으니..."
종숙부와 함께 사부의 방으로 가던 중이었다. 사부의 방 쪽에서 연연이 쪼르르 뛰어 온다.
"오빠!"
"어, 우리 연연이가 오늘은 웬 일로 이리 바쁘셔?"
항상 예쁘게 걷는다고 천천히 걸어다니던 앤데...
"아빠가 보냈어."
"응? 사부님이?"
방이 코 앞인데 무슨 일로?
"아빠가 그냥 방으로 가래. 손님이 오셨거든."
"손님?"
종자정이 의아한 눈으로 연연을 바라보자 연연의 눈이 한껏 치켜 떠지며 힘이 들어간다.
"흥! 거짓말쟁이 종숙부는 몰라도 돼!!"
크크... 웃음이 나온다.
얼마 전이었다. 종자정이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이쁜 노리개를 사 준다고 약속했었다.
물론, 연연이 떼를 쓰긴 했었다. 아주 약간... 연연의 기준으로는....
그러던 차에 삼일 전, 밖에 나갈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오랜 만에 밖에 나간 기분을 살린답시고 술을 몽땅 마셔 버리고 말았다.
그러다가 그만, 연연의 노리개를 깜박해 버렸다.
그것은 엄청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실수였다.
그 후로 몇날 며칠을 시달릴 줄 알았다면 절대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종자정이 웃는 휘아를 노려 봤다.
이크! 일단 불똥은 피하고 볼 일이다.
"종숙부, 그럼 저는 이만..."
재빨리 인사말을 건네고 방으로 향했다. 다행히(?) 붙잡지는 않는다. 아마도 사부님을 찾아 온 손님에게 신경이 쓰이시나 보다.
휘아도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고봉천은 침중한 표정으로 앞에 앉은 노인을 바라보았다.
육십이 훌쩍 넘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깡마른 체구에 길다란 하얀 눈썹, 날카로운 눈빛은 노인의 살아 온 세월이 결코 녹녹치 않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 이 구석에 처박혀 있을 셈인가?"
노인이 날선 목소리로 물었다.
"잘 아시질 않습니까? 유폐는 풀렸지만, 아무런 권한도 없다는 걸 말입니다."
고봉천이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하자 노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흥! 권한이야 다시 주어지면 되는 것이고, 문제는 자네의 의지가 아니겠나?"
"으음, 내 어찌 기숙부의 뜻을 모르겠습니까? 다만 저는 사형과 다투고 싶지가 않습니다. 어느 모로 봐도 그것은 지금 본성의 앞날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갈!"
탕!
노인이 거세게 탁자를 내리쳤다.
"그럼! 외세를 끌어들이는 것은 본성의 앞날에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고봉천의 눈이 잠시 감겼다가 다시 뜨였다.
"기숙부께 한 가지 묻지요."
눈빛이 순간적으로 번쩍 빛을 발했다.
"성주의 반대세력이 과연 성주의 마음을 바꿀 정도로 힘을 갖췄습니까?"
"그래서 자네를 찾아 온 것이 아닌가?"
물음과 물음이 계속 반복된다. 그러나 답은 만나지를 않는다.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제가 가세한다고 가정하면 어떻습니까?"
"으음..."
기숙부, 원로원의 부원주이자 전대 성주인 철무경의 의제 기득염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아직은 부족하다고 봐야겠지. 허나... 자네만 우리와 뜻을 같이 한다면, 우리와 함께 할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 생각하네."
"그러니까... 단지 몇 사람의 생각만으로 성의 뿌리가 흔들릴 지도
모를 일에 수많은 사람들을 내몰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허! 그 사람... 누가 반역을 하자는 말인가? 단지 성주의 마음을 돌리자는 것이지."
"돌리지 않는다면요?"
"음..."
"자칫하면 수많은 사람의 피가 흐르게 될 것입니다. 저보다 잘 아시겠지만, 때로는 직접 부딪치는 것보다 돌아가는 것이 빠를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직접 부딪치기에는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기숙부."
"정말... 꽉 막힌 사람이구먼. 후... 좋네. 오늘은 물러가지. 하지만 금일간에 다른 소식을 가지고 찾아 오겠네."
"멀리 배웅하지는 않겠습니다."
방을 나서는 기득염의 뒤를, 고봉천은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기숙부, 사형은 숙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차갑고, 무서운 사람이외다. 후... 아무래도 바람이 불 듯 하구나. 그 바람이 이 곳까지는 불지 않아야 할 텐데...’
사부의 방에서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고성이 오가는 소리가 휘아의 방에서도 들렸다. 아무래도 돌아가는 것이 심상치가 않다.
며칠 전 종숙부가 지나치듯이 한 말이 휘아의 가슴 한 구석을 불안하게 하고 있었다.
'단주님께서 휘말리지 않아야 할 텐데...'
뭔 일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생각도 그러했다.
아직은, 사부가 굳건히 버티고 서서 자신의 기둥이 되어 주어야 했다. 자신이 힘을 갖출 때까지 만이라도.
힘을 갖추어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 때까지는 모든 것을 가슴 속에만 묻어 두려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모든 일들을.....
사부가 흔들리면 자신도 흔들릴 것이다.
그래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생각에 잠겨 있던 휘아의 입술이 지그시 깨 물렸다.
'아무래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할지도.... 음... 아무래도 그 일을 오늘 해야겠다.'
한참을 더 그렇게 어둠에 묻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벌떡 일어서더니 방문을 열어 제켰다. 그리고
밖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순간, 휘아의 신형은 발바닥에 못이 박힌 듯 그 자리서 굳어 버렸다.
낮부터 희뿌연 구름이 하늘을 덮더니 함박눈이 어둠을 하얗게 물들이며 내린다.
때 늦은 첫눈이었다.
방을 나서던 휘아는 하늘과 땅을 번갈아 바라보며 멍하니 굳어져 버렸다.
눈....
무저동에서도 어쩌다 하나씩 떨어지는 눈을 보았었다. 바람에 흩날린 눈이 정자안으로 들어와 떨어져 내리던 것들이었다.
아버지들은 그걸 볼 때마다 시무룩하니, -겨울이 왔구나.- 했었다.
그런 눈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떨어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땅도, 나무도, 건물의 지붕도, 모두가 하얗게 분단장을 하고 있었다.
"이게.... 이게... 눈...?"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신비로웠다.
저 멀리 산꼭대기가 하얗게 변한 걸 보고 연연에게 물었을 때, 연연이는 그게 눈이 쌓여서라고 했었지만 잘 느끼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설마 이렇게 신비로울 줄이야...
방을 나서 땅을 밟아 봤다. 아니 눈을 밟아 보았다.
뽀드득, 뽀드득, 하얀 눈이 신음소리를 내지른다. 밟는 것이 미안할 지경이다.
처음 눈을 본 강아지처럼 방 앞을 맴돌던 휘아의 신형이 가볍게 날아 오르더니 담장 위에 내려섰다.
잠시 경이의 눈으로 사방을 바라보고는, 다시 신형을 날렸다.
그가 내려 선 곳은, 그만의 휴식공간인 고목나무 위였다.
그 곳에서 바라 본 세상은 모든 것이 하얀, 또 다른 세상이었다.
"정말 멋지구나!"
환희에 젖어 백색의 철혈성을 바라보던 휘아의 눈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바뀌어 갔다.
'멋진 건 멋진 거고... 한가지 문제가 생겼네.'
휘아가 가려는 곳은 무저동이다. 헌데 눈 때문에 흔적이 적잖게 남을 것 같은 것이다.
아무리 찾는 사람이 없다 해도, 발자국을 남기면서 무저동을 찾는다는 것은 자칫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보았다.
'돌아갔다 다음에 갈까? 아니면 그냥 가 봐?'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감기다시피 했던 눈이 뜨였을 때는, 잔잔한 호수처럼 눈도 마음도 가라앉아 있었다.
"세상은 언제, 어느 때, 어떻게 변할 지 모른다. 지금 흘러가는 상황이 내 생각보다 더 급박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단지, 대비를 먼저 해 놓으면, 어떤 일이 닥쳐도 헤쳐 나갈 수 있지만, 대비를 미루다가 일을 당하고,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해봐야 소용없다는 것만이 진리라는 것이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얀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참으로 신비스럽기 그지 없었다.
몸을 일으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방문이 열리고 그가 다시 나왔을 때, 그의 허리에는 시커먼 밧줄이 하나 감겨 있었다. 구석에 처박혔던 머리카락 밧줄에다 다른 것을 잇대어 만든 밧줄이었다.
그리고 옆구리에는 자그마한 쇠막대가 하나 끼워져 있었다.
휙!
시커먼 밧줄에 달린 갈고리가 하얀 어둠을 가르고 날아갔다.
턱!
날아간 갈고리가 무저동의 정자 처마에 가로놓인 들보에 걸쳐 졌다.
천천히 잡아당겨 보았다. 팽팽해질 때까지 아무런 이상도 없는 것이 제대로 걸린 것 같다.
휘는 밧줄의 끝을 나무에 잡아 매고는 밧줄위로 올라섰다.
대기의 법, 풍령의 술.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하고 대기의 품에 전신을 내 맡겼다.
아직 일천한 풍령의 술이었지만 휘는 자신의 몸이 훨씬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호흡을 길게 내뱉으며 한 걸음을 내딛었다. 오보천환의 일보였다.
스윽, 미끄러지는 신형이 순식간에 삼장을 나아간다.
'재밌는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긴장은커녕 입가에 웃음이 그려진다.
휘이익!
휘청이는 밧줄의 탄력을 이용해 비월신영을 펼쳤다.
단숨에 오장을 날아가 밧줄 위에 안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