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2화 (162/200)

사부님이었다. 

"사형께선 아이를 데리고 장난하시는 것이 재미있으신가 보군요."

사형? 휘아는 재빨리 생각을 더듬어 봤다.

사부님께서 사형이라 부를만한 사람은 이 세상에 세 사람뿐이다. 그 중 대사형은 행방이 묘연하다. 그리고 한 사람은 철혈성을 떠나 있다. 나머지 한 사람은...

헉! 맙소사! 그럼 저 사람이 철혈성주 철운상!!

그였다! 한 때 천하를 팔분했던 대철혈성의 성주였다가 지금은 몰락한 그저 그런 문파, 철혈성의 주인!

다시 사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하느냐? 사백께 인사 드리지 않고?"

"휘아가 사백께..."

"잠깐! 잠깐!"

손을 저어 휘아의 인사를 제지한 철운성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고봉천을 쳐다보았다.

"흠. 사제에게 제자가 생겼다는 말은 보고를 통해 들었네만. 아직 본좌의 사질로 인정하기에는 좀 그렇군."

"무엇이 말씀입니까?"

"본좌의 사질이 된다는 것은, 곧 철혈성주의 사질이 된다는 말이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사제가 모르지는 않을 텐데..."

고봉천이 씁쓸한 미소를 베어 물었다.

"어찌 소제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충분히 안다. 성주의 사질이면 곧 성주의 후계서열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비록 서열은 낮지만.

"그 말은 저 아이가 본좌의 사질이 될 자격이 있다는 말 이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고봉천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사형께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만...."

"안다?"

"죄송합니다."

"아! 뭐, 죄송할 것 까지는 없고, 그래 인사는 받아 보지! 헌데 면사는 또 뭔가?"

"아이가 눈이 안 좋아서 당분간 햇빛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흠! 그래?" 

철운성이 휘아를 향해 돌아섰다. 그의 눈에서 차가운 광망이 번뜩였다. 

휘아는 눈을 찌르는 안광에 이마를 찌푸리며 온 몸의 기운을 풀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정확히 몰라도, 왠지 그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찰나간 그렇게 있던 휘아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휘.휘아가... 사백께.... 인사를.... 올립니...다."

더듬거리는 휘아의 인사에 철운성의 눈이 번쩍 빛을 발하다 사그라졌다.

"그래. 무공은 배울만 하더냐?"

"사부님께서... 신경을 써주셔서 열심히 익히고는 있습니다만... 성취를 보이지 못해 부끄럽습니다."

"지금 몇 살이지?"

"열 일곱입니다."

"흠. 그래. 열심히 하거라! 헌데... 체격이 좀 작군. 아무래도 체력에 힘 좀 써야겠군."

"예..."

"그럴 생각입니다."

철운성의 말에 이 때라는 듯 고봉천이 나서며 말했다.

"사형, 이러실 게 아니라 들어가시지요."

"아! 그러지. 들어가세."

앞장서가는 철운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고봉천이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휘아를 바라보았다.

"가서 쉬거라."

"예. 사부님."

고개를 들다 가볍게 미소짓는 사부의 눈과 마주쳤다. 

휘아는 능력을 감춘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분명 무슨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느닷없이 찾아 온 사백과도 연관된 일인 듯 보였던 것이다.

철혈무각

잔잔한 다향이 방안에 가득 차 흐른다. 

고봉천의 조용한 이야기가 다향과 어우러져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적당한 진실 속에 약간의 거짓이 버무려진 이야기가.

"해서... 휘아가 철혈무각에 들어갈 수있도록 허락을 구하는 겁니다."

깊숙이 고개 숙인 고봉천의 말에 철운성은 이마를 찌푸렸다. 하지만 눈만은 깊숙한 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사제의 권한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닌가?"

"저의 권한은 이미 십 년 전에 박탈 당한 걸로 압니다."

"흠... 그랬던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던 철운성의 눈이 고봉천을 쏘아보았다.    

"그럼 내게도 한가지 부탁이 있네만..."

"말씀하시지요."

"내가 진행하는 일을 밀어 주게."

"소제에게 무슨 힘이 있다고..."

철운성이 손을 들어 고봉천의 말을 끊었다.

"그것은 내가 판단하네. 어떤가? 승낙하겠는가?"

물끄러미 철운성을 바라보던 고봉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주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어찌 수하된 자로 막을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성의 발전을 위해서 하는 일이거늘..."

"하하하!!! 고맙네! 정말 고마워! 이거 자네 제자 덕분에 한가지 시름을 덜었군, 그래."

철운성이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인심 쓴 김에 한 가지 더 쓰지!"

"예?"

"자네의 유폐를 풀겠네. 단 지위는 없네. 그런 만큼 성의 일에 관여해서는 안되네. 어떤가?"

"감사합니다. 성주."

결국은 유폐를 풀어 줄 테니 함부로 움직이지 말란 소리. 고봉천으로선 어차피 움직일 마음도 없었으니 그게 그거였다.

"당분간 거처는 이 곳으로 하겠습니다."

"그건 마음대로 하게. 그럼 나는 가겠네."

"살펴 가십시오."

철운성이 나갔다. 십 년만에 찾아 온 이사형이 나갔다. 철혈성의 성주가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떠나갔다.  

고봉천은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철혈성의 대사에는 어차피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완전 나몰라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깊이 관여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 요즘의 고봉천이었다. 다만 유폐가 풀어짐으로써 제자인 휘아에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만이 위안이 되었다. 

"후우... 결국은 사형의 뜻대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어쩔 수 없겠지. 대세가 사형의 손을 들어준 바에는..."

"아이, 그게 아니다니까?"

연연의 촐랑거리는 닦달이 휘아의 신형을 휘청이게 한다.

동작 하나하나마다 꼬치꼬치 참견하는 데는 아무리 무신경하기로 작심한 휘아라도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검을 뻗을 때는 중심을 잡고 흔들림없이! 그게 첫번 째라니까?"

사부의 유성십삼검을 배우기 위해 기본 검식인 철혈십팔검을 연마하는 중이었다.

한 달만에 초식의 검로는 다 익혔다. 이제는 거기에 나름대로 내공을 운용해 기의 흐름과 검식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보고 있는 중이었다. 헌데 연연은 그게 마음에 안 드는가 보다. 조금만 기본 검식에서 벗어나면 툴툴거리고 소리를 질러 댄다.   

그렇다고 말을 안 들으면 또 삐칠 테니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 삐치면 밥 먹을 때마다 수다신공에 시달려야 하니까.

"연아야. ...조금 쉬었다가 하면 안 될까?"

"안 돼! 오빠는 기본이 안되어 있으니 열심히 해야 한단 말이야."

연연은 진짜 엄한 사부였다. 휘아가 꼼짝 못할 정도로.

그렇게 휘아가 연연의 가혹한(?) 지도에 시달리고 있을 때 사부님이 부르시는 소리가 들렸다. 구원의 소리였다.

"휘아야! 잠깐 들어오거라!"

"예! 사부님!"

입을 삐죽이는 연연이 보였지만, 휘아는 못 본 체 재빨리 사부님의 방으로 들어갔다.

"부르셨습니까? 사부님."

"음. 앉거라."

사부님의 안색이 굳어 있는 것이 뭔가 중요한 말씀을 하려는가 보다.

"허락이 떨어졌다. 내일 날이 밝으면 나와 함께 철혈무각으로 갈 것이다."

아! 마침내!

"그 곳에서 네가 무엇을 얻을 건지는 나도 모른다. 모든 것은 너에게 달려 있다.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차분히 살펴보도록 해라."

"예. 사부님."

"휘아야..."

"예."

사부님의 눈이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까는... 잘했다."

휘아의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걸렸다. 사부님도 서서히 입가에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우린 역시 마음이 통하는 사제간이다.

다음날, 철혈무각을 가는 중에 사부님으로부터 어제의 일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아마 많이 망설이신 듯했다. 그러다 어차피 나도 알아야 할 일이라 생각하셨나 보다.

"사형은 철혈성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헌데 방법이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사형의 생각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얼마 전 나를 찾아 왔었다."

아! 그래서... 며칠간 사부님의 얼굴이 어두워 보였던가...

"사형은 다른 곳의 힘을 빌리고자 하고, 나를 따르던 사람들은 어려워도 우리들의 힘만으로 일어서자고 한다."

청천하늘이 맑기만 하다. 

사부님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더니 한숨을 내쉰다.

"그렇다고 사형이 무조건 다른 자의 힘만을 빌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전에 말했지만 철혈관을 열고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또한 무사들의 무공증진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철혈관에서 나오는 돈도 그러한 일에 상당부분이 쓰이는 것 같다. 아마... 네가 마음에 들었다면.... 사형은 너를 그 곳에 집어 넣으려 했을 것이다."

그런.... 휘아는 마음 한 구석이 섬찟해짐을 느꼈다. 하마터면...

사부님이 말을 잇는다.

"나는... 너를 사형에게 뺐기고 싶지가 않았다. 휘아야..."

가슴이 뭉클해졌다. 

"저도... 사부님을 떠나고 싶지가 않아요."

그리고... 휘아는 마음 속으로 말했다.

'철혈성주의 무사는 더욱 될 수 없어요. 그는 제가 크면 빚을 받아 내야 할 사람이니까요.'

두 사제는 철혈무각이 보이는 곳에 도착하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덧 두 사제간의 입가에는 부드러운 웃음이 걸려 있었다. 휘아의 웃음은 면사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고봉천은 휘아의 입에 웃음이 떠올라 있다는데 모든 것을 걸 수있었다.

그 곳까지 가는데 지나친 사람이래 봐야 십여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도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누구도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이미 고봉천은 잊혀져 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오직 그가 입은 옷에 수놓아진 [철혈]이라는 두 글자만이, 그가 철혈성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을 뿐이었다. 

철혈성의 크기는 휘아가 상무원에서 본 것보다 훨씬 컸다. 

상무원에서는 반쪽 밖에 보이지가 않았던 것이다.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계곡을 하나 돌아가자 상무원에서 보았던 만큼의 전각군이 더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 철혈무각이 있었다.

한 때는 철혈성을 떠나서 섬서의 모든 무인들이 선망하던 철혈무각이.

고봉천이 손을 뻗어 한 채의 나지막한 전각을 가리켰다.

"저 곳이 철혈무각이다."

"아!"

생각보다는 작아 보인다.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고봉천이 빙긋 웃었다.

"철혈무각은 지하 이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일층은 단순한 일반서각이고, 지하야말로 무서가 모여있는 진정한 철혈무각이라 할 수 있지."

위로 올리면 삼층이란 말...

"기관이 설치되어 있어 허락받지 않은 자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고봉천의 말이 잘게 떨려 나온다.

"성의 최후가 닥치면 기관이 작동하고 철혈무각은 잿더미가 되게 설계되어 있다. 오직 성주와 다른 한 사람만이 그 비밀을 알고 있다. 그 한사람은 오직 성주만이 알 뿐 나조차도 누군지 모른다. 후후후... 타 문파의 사람들이 철혈무각을 욕심내면서도 함부로 본성을 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지."

휘아는 그제야 한가지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전력에 철혈무각이 정말 쓸만하다면 다른 대문파에서 벌써 손을 댔을 텐데 왜 가만 있었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공격하고도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면 쓸데 없는 희생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쥐새끼 잡아 먹으려다 입맛만 버리고 삵쾡이 밥이 되어선 안될 테니까. 

"정지!"

철혈무각을 들어가려 하자 두 명의 무사가 막아 서더니, 그 중 얼굴이 넓은 무사가 손을 내밀었다.

"영패를 보여 주시오!"

고봉천이 품에서 손바닥만한 은색의 영패를 꺼내 건네 줬다. 가운데에 철혈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영패를.   

두 무사가 대경실색한 얼굴로 영패와 고봉천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보았으면 돌려 주겠는가?"

"예? 예!"

"들어가도 되겠나?"

"예. 들어가십시오!"

두 사람이 들어가자 두 명의 무사 중 얼굴에 길게 상처가 새겨진 무사가 옆의 무사를 돌아보며 물었다.

"대체 누군데 은령패를 가지고 있는 거지?"

그러자 고개를 갸웃거리던 얼굴이 넓은 무사가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입을 쩍 벌리며 소리쳤다.

"맙소사! 그 양반이다!"

"누구?"

"유성비월객 고봉천! 성주의 사제이자 옛날 비영검단의 단주!"

철혈무각의 일층은 일반무사들에게도 개방되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하로 내려가면 사정은 달랐다.

지하층은 십인대주 이상은 되어야 들어갈 수있는 곳이었다.  

두 사람이 지하로 내려가자 계단을 가로막은 두터운 철창 안에 방명록을 적는 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의자에는 인상이 냉랭해 보이는 중년무사 한 명이 지루한 표정을 지은 채 앉아 있었다.

종자정은 심심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하루에 한두 명 들르는 철혈무각의 지하층의 방명록을 관리하는 직책은 과거 비영검단의 조장으로서 강호를 질타하던 그에게는 너무나 따분한 직책이었던 것이다. 

'씨팔! 인상이 좀 얼음땡이 같이 보인다고 이런 곳에 처박다니... 뭐? 인상만 가지고도 관문을 지킬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에라! 똥구멍에 코 박고 뒤질 영감탱이들!' 

언제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것이 그를 더욱 답답하게 하고 있었다.

"흐이그.... 제기랄! 옛날이 좋았는데.... 이제는 흘러간 강물이 된 건가... 아! 옛날이여!!' 

종자정은 커다란 코딱지를 하나 파더니 유심히 살펴 봤다. 

꼭 엿같은 자신의 신세 같다. 

손가락을 튕겨 벽에 매화의 마지막 꽃잎 하나를 장식하려 할 때였다. 누군가가 계단을 밟고 내려 오는 소리가 들린다.  

'응? 누가 이렇게 이른 시간에?"

종자정은 무심코 계단을 내려오는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 

'얼래? 내가 지금 뭘 잘못 먹었나? 웬 헛것이.... 헉!' 

두 눈이 휘둥그레진 종자정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헉! 다.다.단주님!!"

"오랜 만이군 종 조장."

"예! 삼조조장 종자정! 단주께.....어헝! 단주님! 정말 단주님 맞죠?"

생긴 것과 어울리지 않게 눈물까지 글썽인다. 그런 종자정을 바라보는 휘아는 어이가 없다 못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웃을 수가 없었다. 왠지 그 눈물이, 눈이 아닌 가슴에서 새어 나오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사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건넨다. 

"지금도 소강주 먹고 지붕 위에 올라가서 자는 것은 아니겠지?"

"컥! 아직도.... 안 잊고 계셨습니까? 헤헤... 이제 나이도 있는데요."

그 말에 빙그레 웃는 사부의 얼굴이 참으로 밝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아이는 내가 얼마 전에 거둔 제자일세. 휘아야! 인사 드려라. 옛날 이 사부와 섬서를 휘졌고 다녔던 종자정, 종조장이다."

"휘아가 종대협께 인사 드립니다."

"어? 아이고! 대협은 무슨...."

그러면서도 헤벌쭉 웃고 있다. 좌우간 재미있는 분이다.

"가만? 그런데 단주님께서 여기에 어쩐 일로... 혹시?"

종자정의 눈이 휘아를 향했다.

"음. 휘아가 철혈무각에 들 거네. 당분간은 하루의 반을 이 곳에서 지낼 것이야. 나는 자네가 이 곳에 있다는 말을 듣고 상무원에서 풀린 기념으로 자네를 만나러 온 거지."

"아 예.... 예? 상무원에서 풀리셨다구요??"

고개를 끄덕이는 사부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그러자 종자정이 사부의 두 손을 움켜 잡는다.

"이렇게 기쁠 데가... 그럼.... 오늘 한잔 하셔야죠! 오조장이었던 강가 놈도 부르겠습니다!"

"그거 재밌겠구만!"

사부는 술 한잔 생각에 즐거워하고, 휘아는 그런 사부를 보면서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술이란 것이 여자만큼 요물이라던 데....

'사부는 옛날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갈 테니 휘아는 볼 일을 보거라.' 하는 말에 휘아는 지하서고로 들어갔다. 

철혈무각의 지하층은 생각보다 넓었다. 하지만 그 곳에 있는 책자는 그 넓이에 비하면 그리 많다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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