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0화 (130/200)

중전마마 가마가 계산골초옥을 떠났다. 

한나절 잘 노시고, 이리저리 쏘다닌 터라 가마에 타 흔들리니 저절로 곤한 졸음이 흘러왔다. 중전마마 팔걸이에 몸을 

의지하고 꼬박꼬박 졸기 시작하였다.

가마를 메고 가는 이들의 발걸음은 느른하되 초조하였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날은 저물어 가는데 어둔 밤길에 무슨 

일이벌어지면 어찌하나. 허나 중전마마께서 몸이 무거우시니, 함부로 달려 가마를 까불 수도 없다. 좃미조심 정성스레 

메고 가는데 고갯마루를 넘어갈 즈음 벌써 해는 서산마루에 꼴딱꼴딱하였다.

가마 옆에 말을 타고 따라가는 윤 상궁도 그러하거니와 등에검을 차고 사방 주위를 살피며 나아가는 정일성도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산길이니 큰 짐승이라도 나타나면 어쩌랴. 막 고개 마루에 도달하여 내려갈 길만 남은 터라, 

이 길만돌아 내려가면 번화한 곳으로 접어들터이다.

"힘든 줄 알되 좀 더 빨리 움직이게나. 날이 저물어 험한 산길이라, 중전마마 옥체에 누가 될까 두렵구먼."

"옛,마마님!"

가마채를 잡은 가마군들이 손에 불뚝 다시 힘이 돋았다. 바로 그때였다. 가만! 하고 정일성이 발길을 멈추었다. 따라 윤 상

궁의 말도, 가마군의 발길도 멈추었다.

살인무술을 배운 무장이라, 다가오는 인기척을 제일 먼저 느끼었다. 맨살로 다가온 기운이 차고 써늘하였다. 

사람의 기운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좋은 뜻을 가진 이가 내뿜는 기운은 훈김이요, 악심을 품고 달려드는 인간들에게서 

풍기는 기운찬 기운이다. 헌데 지금 모퉁이에서 다가오는 기운들은 몹시도 비릿하고 찼다.앞을 막아선 그림자는 열너덧 개. 

하나같이 복면을 하고 흉악한 짓을 저지르고자 나타난 것들로서, 손에는 철 도리깨며 시퍼런 날이 번쩍이는 장검이며 

팽팽하게 화살을 메긴 활을 들고 있었다. 무인의 직감으로 정일성은 이것이 중전마마께 닥친 커다란 변란이라 느끼었다.

아랫배에 힘을 준 다음 그는 벽력같이 소리쳤다.

"네 이놈들 ! 국법이 엄연하거늘, 예가 어디라고 감히 산적질이냐? 물러서지 못할까!"

애초부터 작정하고 나타난 듯 영걸찬 호령 소리에도 움쩍하지 않았다. 징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차츰차츰 동그랗게 포위하듯

이 다가서는 흉적들을 예리한 눈으로 노려보며 정일성은 등의 장검을 쓱 뽑아 들었다.

"비키라 하였다! 네놈들이 진정 죽고 잡은 모양이구나! 감히 귀인 타신 가마를 가로막다니!"

갑자기 가마가 움찔 멈추었기로 중전마마 병아리 졸음에서 화들짝 깨어났다. 천지가 조용한데 사방이 살기라. 이것이 무슨 

해괴한 사단이냐 싶어 간이 졸아들었다. 저절로 두 손이 둥실 솟아 오른 아랫배로 다가갔다. 숨을 죽이고 바깥 동정에 귀 기

울이는데, 바깥에서 정일성이 호령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순히 물러서면 목숨을 살려주마. 당장 물럿거라!"

"이 가마에 중전이 탄 것이 분명하렸다?"

정일성뿐 아니라 윤 상궁도, 가마채를 잡은 가마군들도 아연 긴장하였따. 이 일이 실로 심상치 않은 일이다 직감하였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 갑자기 산적 떼가 출몰하였다. 평범하니 조촐한 시정마님이 오가는 가마를 습격함도 놀란 판인데, 

이놈들은 이 가마에 타신 분이 중전마마인 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작정하고 중전마마를 해치려 나타난 놈들이 분명하였다.

"목숨으로 지켜라! 작정하고 중전마마께 위해를 가하려 나타난 것들이다"

"존명!"

윤 상궁도 정신이 번쩍 났다. 말에서 내려 두팔을 벌리고 중전마마 가마를 가로막았다. 내 오늘 이 목숨을 버리더라도 중전

마마와 아가씨는 지킬 것이다. 

"중전마마를 해치려거든 날부터 죽여라!"

가마 안의 중전마마, 와들와들 떨며 눈을 꼭 감았다. 너무 두렵고 기가 막히니 눈앞이 캄캄하였다. 뇌리 속에 순간적으로 무

수히 오가는 생각. 그것은 어리석고 맹한 자신에 대한 원망이요, 부끄러움이었다.

'윤 상궁도 말리고 의륭저 사람들도 전부 가지 말라 하였거늘, 내가 괜히 고집 부려 싸돌아다니다가 이날의 변을 당하는구나

.어찌할거나. 어찌할거나.마마,마마.제발 달려와 주십시오.신첩과 아기를 구해주십시오.'

중전마마 두 손으로 아랫배를 감싸 안고 덜덜 떨며 일의 추이를 기다렸다. 오직 하나 믿을 사람은 정일성, 일당백이라 하여

상감께서 붙여주신 호위밀이라. 그의 실력만을 기대할 도리밖에 없었다. 중전은 무서운 것에서 피하듯이 눈을 꼭 감았다. 

오직 간절하게 속으로 간구하였다.

대적!

오늘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다! 정일성이 행수 가마군에게 눈짓을 하였다. 가마군들이 곱게 가마를 내려놓았다. 

혹은 품속에서 표창을, 혹은 다리춤에 찬 단도며, 등에 진 검을 빼 들어 적을 겨누었다. 

남들 눈에는 별 볼일 없는 평범한 가마군처럼 보여도 이들 역시 중전마마를 지척에서 모시는 시위대였다. 

그 솜씨 만만치 않았다. 상감마마와 중전마마 어가를 모시는 사람들이기에 지존께서 만에 하나 위해를 당하게 되면 제일 

먼저 적들에게 노출되는 사람이 그들이다. 하여 어가를 뫼시는 가마군들도 평상시 지밀위사들처럼 무술을 익히는 것이 

법도였다. 다섯에 열너덧. 일대삼이라? 해볼만하다. 정일성은 속으로생각하였다. 

기선 제압!

"죽어라!이야얍!"

그는 기합소리를 내며 하늘로 솟구쳤다.중전마마 가마에서 부터 가장 근접한 놈을 향하여 예히한 검을 휘둘렀다.

당 한번의 깨끗한 동작.오직 적을 베어 넘기기 위하여 익힌 살인기예이다.

궐안 호휘밀 중에서도 검술로는 당할 자 없는 정일성의 칼날 아래 속절없이 흉적의 목 한개가 뚜르르르 떨어져 나갔다.

저물어가는 조락의 빛 아래 퍼런 칼빛이 써늘하게 빛났다.

조용한 소롯길.평상시 조용하고 한적하던 길에 때 아닌 칼부림이 일어났다.표창이 번뜩,화살을 겨누던 적의 눈을 찔렀다.

앗 하는 사이에 떨어져 나간 동료들의 목,피를 본지라 눈이 반 뒤집혀진터,우아아아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작정하고 중전마마를 해하려 달려든 흉적들이다.

그들의 칼부림이며 주먹질에 몸 쓰는 형편도 보통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베고, 또 베고 찌르고 갈랐다.

정일성 이하 가마군들 전부 다 오직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반드시 중전마마와 태중 원자 아기씨를 지켜야 한다는것.그들이 만약 중저나마를 지키지 못한다면,오늘 이자리에 있는

그들의 목숨뿐 아니라 그들 삼족까지 멸해질 터였다.죽어도 중전마마와 같이 이 자리에서 죽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윤 상궁 또한 오늘 이곳에서 목숨을 묻을 각오였다.온몸을 던져 가마를 안고 막아누웠다.

나를 죽이고 중전마마 해쳐라!바락바락 악을 썼다. 행여나 이길을 지나가거나 산아래 사람들이 이 고함 소리를 들어주려나

악을 돋구어 목청 터져라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아이고!사람 살리오!살인났소이다!"

"살려주시오!중전마마께서 변을 당하시오!살려주오!"

한편 흉적들을 끌고 온 두목 거복이 놈,시각이 갈수록 초조해지기 시작하였다.가마잡이 넷에다가 그깐 무사 놈 하나?단번에

뎅겅 목 자르고 말지 하였는데 아이코,잘못 짚었다.이놈이 여간 고수가 아니었다.

게다가 용렬한 가마군들,겁을 잠시 주면 이내 두르르 도망가리라 생각하였는데 그 가마군들조차 일당십은 되는 실력 감춘

무술인이었을 줄이야.냉큼 호위무장 한 놈 목을 베고 가마 탈취하여 뎅겅 중전 년 아랫배를 갈라 태중 아이를 죽여 놓으리라

작정한 일이 이크, 무위로 돌아가게 생겼구나.

이미 서너 명의 흉적을 죽인 정일성의 검이 하얀 빛을 뿌리며 이번에는 잠시 ?을 놓은 그를 향하여 달려왔다.

아랫도리를 내려 쳤다.거복이 놈,정신이 번쩍 나서 되받아쳤다.간신히 막았다.

허리에는 화살이 박히고 피가 줄줄 흐르는 검상이 서넛.붉은 선혈이 상처에서 흘러도 아프다 신음 한번 지르지 않았다.

똑같은 숨날로,하나 변하지 않은 침착한 안색으로 군더더기 없는 더없이 간결한 동작으로 다시 치고 들어왔다.

허나 어쩌랴.중과부적이었다.아무리 무술 솜씨가 뛰어나다 하여도 겨우 다섯 명이 어찌 세배가 넘는  흉적들을 이겨냐랴.

이미 중전마마 가마를 지키던 가마군들도 쓰러지고,가마 문을 싸안고 지키던 윤 상궁도 휘두르는 칼날에 어때를 맞아 피를 

철철 흘리며 질질 머리타래 잡혀 끌려 나가고 있었다.

달려가고 싶었지만 정일성 역시 지금 그를 향하여 칼을 비켜 세워 겨누구 있는 서너 명을 대적하느라,거복이놈이 중전마마

가마를 시퍼런 검을 세워들고 다가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거복이 놈 사납고 무도한 발길질에 가마가 덜컹 흔들렸다.

식겁한 중전마마 눈을 꽉 감았다.아아,나는 우리 아기와 이대로 죽는 팔자인가?

"당장 물러서지 못할까?날로 죽이고 우리 중전마마를 해치거라!이놈!"

피가 줄줄 흐르는 상처를 무릅쓰고 죽을 둥 살둥 윤 상궁이 끝까지 기어왔다.

장검으로 가마 문을 사납게 내려치는 거복이 놈의 바짓자락을 잡고 늘어졌다.

허나 발길로 후려내치는 서슬에 늙은 윤 상궁,가엾도다.저만치 나가 떨어졌다.

'어찌하든 중전을 죽여야한다. 다른 놈은 두어 두고라도 중전만 죽이면 되는게야.'

시각을 끌수록 불리하였다.거복이 놈 어찌하든 일단 중전부터 죽이겠다 결심을 하며 바나은 부서져 덜컹이는 가마 문을 

발길로 내 질렀다.가마 문이 마침내 부서지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중전마마 시니형이 드러났다.

실금처럼 아직 남은 빛으로 하여 검은 복면 속에 감추어진 흉적의 살기 어린 눈과 두려움에 젖은 중전마마 눈이 딱 부딪쳤다

마지막 순간임에도 위엄을 잃을 수는 없었다.중전은 두 손으로 아랫배를 감싸며 호령하였다.

"네 이놈!감히 네가 누구관대 사직의 안지존을 이리도 핍박하느냐?물러서지 못할까?어디서 이리 흉악한 짓을 자행하고 살기

를 바라느냐?"

중전마마 흉적의 눈을 노려보며 앙칼지게 버티었다.죽을때 죽더라도 끝까지 버티어야지.

시각이 늦어질 사 그들이 돌아오지 아니하면 의륭저에서 놀라 사람들을 보내지 않을까 중전이 기대한 오직 하나의 구원은

바로 그것이었다.

거복이 놈이 히죽 웃었다.죽을 임시로도 끝까지 앙탈하는 중전을 두어두고 건들건들 빈정거리었다.

"그참 호령질 한번 귀엽소만은 중전마마,오늘 죽어주시어야 겠소이다.회임한 여인네를 해치는 일이야 그다지 흔쾌하지는

않되,중전 그 팔자라 원자 생산 하시는 일이 큰 죄인고로,이날 이 물건이 중전마마 명을 가져가야겠소."

".....네,네놈은 바로 월성궁 계집의 권속이로구나!그 계집이 나를 이리하라 시키었더냐?"

중전마마 명민하시다.

원자를 가진 것이 죄라는 거복이 놈 한마디에 이번 일에 누가 개입되었는지 단박에 알아냈다.

악독한 그 계집이 잠잠히 그대로 죽지는 않으리라 생각하였다.하지만 이렇게 발악하여 이판사판.이날 중전의 가마까지 감히

습격케 하여 사지로 몰아넣을 줄이야!아아,내가 오늘 이 죽음의 그물을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음인가?중전은 순간 아뜩하니

절망 하였다.

"큰마마께옵서 잘난 원자 담은 고 아랫배를 한번 걷어차 주어라 하명하신 터.이놈이 그 분부를 이루어야 할것 같소이다.

잘가시오!"

망설이지 않고 발을 들어 아랫배를 걷어차려는 거복이 놈앞에서 중전을 와들와들 떨며 눈을 꼭 감았다.

'원자야,이리하여 너와 내가 그 간악한 게집 손에 죽게되는 고나.'

바람 앞의 등불,위급한 그 순간.오직 눈앞에는 그리도 은애하고 사모하는 상감마마훤칠한 용안만이 스쳐 지나갈뿐이었다.

중전의 감은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굴러 내렸다.우리가 죽으면 또 얼마나 외롭게 되실까요?평생 곁에 있어드리마 약조하

였기로 신첩의 방정맞음이 천추의 한이라.이리 우리 모자 불귀의 객이 되나 봅니다.마마,마마.신첩의 한을 꼭 갚아주시어요.

"네 이놈!나를 죽이고 중전마마를 해하여라~!"

"윤 상궁!"

"아이쿠!이년이!"

중전이 비명을 질렀다.거복이 놈도 혀를 찼다.

놈의 발길질에 저 구석에 처박힌 윤 상궁,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또다시 악귀처럼 발발발 기어와서는 중전마마를 걷어차려는 

거복이 놈 다리를 있는힘을 다하여 꽉 잡고 늘어졌던 것이다.아드득이로 물어뜯었다.어디서 그런 기운이 났을까?

중전마마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급한 순간에 번뜩 정신이 들었기로 죽을힘을 다하여 덤벼든 것이다.

늙은 계집의 방해로 중전을 죽을 뜻을 이루지 못한 거복이 놈!

있는대로 흉악한 성질머리가 뻗쳤다.제길!두 년을 다 죽이리라!

먼저 끈질기게 방해하는 윤 상궁을 죽이기 위하여 검을 휘둘렀다.아니,휘두르려 하였다.그러나 윤 상궁을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비명을 지른 이는 거복이 제놈이었다.

"으윽!"

그사이 정신없이 검을 휘둘러 대적하던 놈을 다 베어 넘긴 정일성이 바람처럼 날아왔다.무방비하게 등짝을 보이고 선 

거복이 놈등을 후려베었다.

허벅지에 화살 한대,허리에 또 한대,온몸이 피와 땀으로 젖어 악귀같이 변한 그가 철철 선혈을 흘리면서도 가마 앞에 버터

섰다.비틀비? 다리에 힘이 풀려 마침내 한 무릎을 꿇었으되 굴복하지 않았다.

칼을 지팡이 삼아 바닥에 박은 채 한 무릎을 접은채 뻣뻣하게 투지로 검게 빛나는 눈을 들고 거복이를 노려보았다.

"나를 죽여야 중전마마를 해칠수 있을것이다.절대로 네놈에게 중전마마와 아기씨 목숨을 내어주지는 못하리라!"

그때였다.

뚜그닥 뚜그닥 급한 말발굽 소리가 인적 없던 한전한 산길에 울려 퍼졌다.

모퉁이를 돌아 횃불 수십 개가 달려오고 있었다.날이 저물어도 중전마마 가마가 돌아오지 않는다.분명 변이 생긴 것을 

알고는 달려오는 구원병임이 분명하였다.

이쩔수 없다.중전을 해치려는 뜻도 이루지 못하였으며 당장 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워진 거복이 놈.등짝에 피를 철철

흘리며 살아남은 짝패 두놈을 끌고 숲속 어둠으로 도망쳤다.

"중전마마!"

"일성이!"

제일 먼저 달려온 말에는 윤재관이 타고 있었다.

믿음직한 친우의 얼굴을 본 정일성이 씩 웃었다.땀투성이 피칠갑이 되어 웃는 얼굴이 오히려 우는 것처럼 일그러졌다.

"저 숲으로 도망을 쳤어.등에 검상을 입은 터로...멀리는못갔을게다.잡아오게,반드시!내 목숨이 살려면 반드시 그놈을

잡아와야 하네.!"

"여부가 있겠나.종사관께서는 중전마마를 뫼십시오.너희들은 나를 따르라!"

윤재관이 범처럼 날랜 호위밀 수하를 이끌고 질풍처럼 말을 몰아 거복이 놈이 도망 숲으로 뛰어들었다.

금부도사의 부액을 받아 중전마마께서 무사히 새로 모신 가마에 타시는 것을 보고 나서야 정일성,그자리에 푹 쓰러졌다.

  

=====제13장 사필귀정(事必歸正)=========

"아이고,아기씨는 무사하십니다.슬슬 움직이시기 시작하십니다."

둘러앉은 모든 여인네들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금부도사가 급히 의륭저에 모시어 간 중전마마.

긴장이 일거에 풀리니 그만 혼절을 하시었다.마마의 옥체도 문제이거니와 행여 아기씨가 잘못되었을까 봐 모든 사람들의 간이

자글자글 졸았다.명온공주께서 감히 아랫배에 손을 대고 기다렸다.

그래도 강한 아기씨라.태중에서 슬슬 움직이고 계신다.공주마마 눈에 저절로 눈물이 어렸다.

"아이고,고마우셔라.고마우셔라."

"아기씨 마마 무사하시니 참말 고맙습니다.만에 하나 아기씨께서 탈이 났을 것이면 위로는 모후이신 중전마마께서는 면목

없다 자진하셨을 것이며 금지옥엽을 모시어 이런 변을 당하게 한 것이라 이날 집의 목숨은 다 죽었을 것입니다.헌데 이리

무사하시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천만다행,김 상궁이 중전마마 옥체에 고이 이불귀를 괴어드리며 눈물을 씻었다.

두려움이 한결 가신 터로 중저나마 옥안에 혈색이 돌아오고 있었다.

이러는데 천둥 벼락 같은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궐로 돌아간 금부도사로부터 중전마마께서 당한일을 고변받으신 상감

마마,대경실색.냅다 말달려 의륭저로 달려오신 것이다.

지존을 맞이하사 전부 땅바닥에 엎드린 의륭저의 모든 사람들 말 등의 왕이 노려보았다.

노한 눈빛이 몹시도 매섭고 엄한 것이었다.

"중전과 태중 아기에게 털끝만큼의 탈이라도 있으시면 이 집안의 산목숨은 다 죽을 것이다!중전이 어디 께신가?"

"별당에 누워계십니다.중전마마 옥체와 아기씨는 정위사가 목숨 바쳐 지키었기로,아모 탈도 없다 이리합니다."

의륭위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왕은 그대로 말 배를 걷어찼다.

말을 탄 그대로 한달음에 별당까지 차고 들어갔다.

별당 마당.섬돌 아래,윤 상궁과 정일성이 옥체를 제대로 모시지 못한 죄인이라 무릎 꿇고 상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말등에서뛰어내린 왕은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마루끝에 선 김 상궁을 바라보며 성급하게 하문하시었다.

"중전은 어떠하시냐?참마로 무사하시냐?"

"예,전하.근심 그치시옵소서.중전마마께서 너무 놀라 까무라치셨을 뿐 무사하십니다.태중 아기씨도 예전마냥 잘 놀고 계시

옵니다."

왕은 휙 고개를 돌려 바닥에 꿇어엎드린 정일성을 노려보았다.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손에 들고 계시전 채찍으로 사정없이 그의얼굴을 후려쳤다.당신의 모든 노염과 분노와 근심이 그 손길

에다 담겨 있었다.정일성,호위지밀로서 옥체를 무사히 방비하지 못한 터,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었다.

꿋꿋이 버티어 주상께서 내려치는 힐난의 매질을 꾹 참고 있을 뿐이다.왕이 등에 멘 검을 빼 들어 정일성의 목에 겨누었다.

예리한 칼날에 목의 살이 베어 선혈이 배어 나왔다.성상께서 낮은 목소리로 확인하였다.

"흉적을 잡았느냐?"

"두목을 놓쳤으되 신의 검에 중상을 입은 터라,멀리는 도망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재관이 호위밀을 이끌고 추격하였으니

아마 금일 중으로 자아들일 듯하옵니다."

"그놈을 잡아들이기 전에 너는 죽지 못하리라!그놈을 잡아들여라.그다음에 너의 죄을 물을 것이다!"

"존명!"

왕이 시립한 금부도사와도승지를 돌아보았다.

"도성 문을 닫고 절대로 뉘든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인근으로 하여 파발을 띄워 반드시 그놈들을 찾아내라.일성이의 검에

부상을 입었다 하니 의국이며 약방을 탐문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반드시 잡아오라.내 친히 그것들의 목을 베어 이날의 변란

을 경계할 것이다."

왕의 시선이 피투성이가  된 윤 상궁에게도 다가갔다.

"아지 너도 많이 다쳤느냐?"

"마마님께서 온몸으로 가마를 막아 중전마마를 끝내 지키었습니다.죄는 소장에게 물으소서!마마님께서는 진정 충신입니다."

중전마마 아랫배를 내지르려던 거복이 놈을 물어뜯어 옥체를 지킴이라.정일성이 윤상궁의 공적을 칭찬하여 아뢰었다.

윤상궁,흑흑 오열하며 감격하여 아뢰었다.중전마마와 아기씨를 마침내 지킴이라,그녀는 진정 오늘의 저가 자랑스러웠다.

"천한 이몸 따위는 천번만번 상하여도 상관없나이다.천운이옵니다,마마.흑흑.하늘이 중전마마와 아기씨를 지켜주심입니다."

"지존의 사사로운 행보를 끝내 막지 못하여 이런변을 당하게 한 죄는 죽어 마땅하되,아지가 목숨 데걸고 중전을 지키었으니

그 공은 만만찮다.죄를 더 이상 묻지 않을 것이니 내당 들어가 간병을 받도록 하여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전하!흑흑흑."

"이 어리석은 사람아!어찌 그리하였소?응?만삭의 몸으로 어디 그리 싸돌아다니는 게야?온 사람 간담을 상하게 하고 짐의

억장을 뒤집고!꼭 이렇게 난리를 피워야 하겠냔 말야?도대체 짐의 말일랑은 귀담아 듣지 않아!"

".......마마,용서하여 주십시오.신첩이 잘못하였습니다."

"그대의 목숨은 그대만의 것이 아니거늘.짐의 생명이라 하였지 않아!태중에 아기씨를 담고 있음이라.조심하고 도 조심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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