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7화 (117/200)

화사하게 피어나 막 붉어지는 꽃봉오리인듯.이슬 머금은 해당화인 양 복삿빛 볼이 통통하였고 환하게 피어났다,

황대비전하 이하 함께 온 여인들이 서로 다투어 중전마마께 인사하고 옥체 회복되심을 감축하고 치하하였다,

함께 온 내빈을 맞이 하사 중전마마께서도 오랜만에 웃음이 잦으시다,

황대비전하께서 벙싯 웃으며 작은 손을 잡고 토닥이셨다,

"참으로 다행이오, 중전께서 이리 옥체 회복하사 고이 회복하시니 아아, 고마우셔라.따로이 불편한 것은 없으시지요?"

"할마마마께서 걱정하여 주시니 신첩이 그만 저만 하옵니다.다시는 어른께서 근심되지 않게 조섭을 잘할 것입니다."

"암만요,암만요.이 근래 내전이 텅 비어 있었음이라 상감께서 내내 울적해 하였소이다. 인제 중전께서 환궁하시면은 그이가 

다소간 웃으시려나.중전, 솔직히 말하면은 그렇소이다.그만하면 상감에게 벌을 많이 주었지 무어야.그만 용서하고 어리석은

그이를 좀 받아주오."

윗전의 은근한 부탁앞에서 중전마마 얼굴만 발갗게 붉히었다.

대답대신 은저분 들어 음식을 권하는 것으로 민망함을 감추려 애를 쓴다.

밤에 왕은 고생한 관속들과 거동에 참여한 사람들.함께 따라온 내빈들을 위하여 커다란 잔치를 베풀었다.중전마마 역시 

내전의 여인들과 바깥의 군사들을 위하여 소를 잡고 잔치 음식을 많이 차비하였다.강변에서는 벌?게 화롯불을 지펴 촛 통구

이가 빙글 빙글 돌고 놋쇠동이에 연신 술이 넘친다.

잔치를 바라보는 주렴 안의 중전마마.늘 새침하고 차갑던 얼굴에 고운 홍조가 보스스 돌며 기생들 칼춤에 ,광대패들 줄타기에

웃음기를 감추지 아니하신다.방그레 미소 물고 있는 그 모습이 바로 성결한 연화라.체면과 위엄에 가려 멀리 떨어진 두 분

지존마마.주렴사이에 두고 사람 머리 위로 은근 슬쩍 오가는 눈빛이 아쉽고도 안타깝다.

밤이 이슥하여 한잔술에 용안이 대춧빛으로 된 상감마마.성큼달을 등에 지고 복내당으로 들어서시었다.

눈치라 빠릅지요.윤 상궁 짝짜꿍인 몽 상궁과 의논하여침방 윗목에 잘 차린 주안상 하나 마련하였다.

향목 침상 위에는 까슬까슬한 모시요.펴고 긴 베개하나 놓았다.서둘러 아랬것들에게 나가라 눈짓을 하였다.

돌아선 윤 상궁.벙싯 웃으며 상감께 밤인사를 하였다. 이밤에 잘하여보십시오.어찌하든지 중전마마를 유혹하여 보십시오.눈

빛으로 젊은 왕을 격려하였다.

"중전마마께서는 지금 온천에서 욕간하시옵니다.편안하니 침수하옵소서."

"아지가 수고하였네"

삐걱 중문이 닫히고 소리가 들린다. 마루에 걸터앉아 기다리던 왕은 발소리 죽이어 뒤란으로 돌아갔다.

나무 문 바깥에서 수건하나 들고 하냥 중전마마 부름을 기다리며 서있던 나인이 왕이 나타나자  놀라 고두하였다.

왕은 입에 손가락을 대고 쉿!하였다.소리죽여 분부하였다.

"나가거라.짐만 있으면 될것이니라."

피곤하여 죽을 참인데 이게 웬 떡이냐?어린 나인 냉큼 달아나 버린다.

전하 빙긋이 웃으며살그머니 욕간실 너머로 목을 빼올렸다.

가장 깊숙한 내전인 복내당은 바깥의 다른곳과는 달리 노천 온천을 가지고 있었다.

나지막한 울타리 안에 향나무로 만든 욕간방,한켠으로 퐁퐁 따스한 물이 솟아났다.

정숙한 여인네가 거처하는곳에 어찌하여 상궤에없는 노천온천?하지만 그것에 이유가 있었다.

태상대왕 광종께서는 말년에 종기와 눈병이 잦으시사,송양 행궁으로 용양차 자주 거동하시었다. 그때마다 사랑하는 따님 

명온 공주를 대동하시었는데,<별을 보며 욕간하렴>하시며 일부러 공주마마더러 꾸며주신 공간이다.

지아비 왕이 두근두근 아리동동.몰래 훔쳐보는 것도 모르고 중전마마. 따스한 물에 잠겨 마냥 편안하고 느긋하다.

인어라 할지,아니면은 달에사는 항아가 지상에 내려온것이라 할지 눈보신이 무진장 장한 터. 상감마마 눈앞이 

화안하고 인 안이 바싹 마른다.

물에 잠긴 중전 마마 형용 좀 보시오. 찰싹 달라붙은 얇은 적삼사이로 아름다운 젖무덤 반쯤 드러낸 채 긴 머리 타래옆으로 

감아내리고 앉아 잇는 그모습이 실로 곱고 요염하였다.아무도 보는이 없으니 수줍은 중전도 사뭇 대담하여졌다.

마음껏 온천욕 사치를 즐기었다. 지어비 전하가 훔쳐보는 것도 모르고 물에 젖은 얇은 속적삼 속고의 다 벗어 던졌다.

상감의 입에서 꿀꺽 다시 마른침이 넘어갔다.

마냥 사모하는 여인을 두고서도 손끝 하나 못댄 지가 벌써 서너 달이 넘었다.한참 강건하시고 왕성하신 전하께서 어찌 불끈

치미는 열기가 없으랴?헌데 요 맹랑하고 앙큼한 사람 좀 보시오.그런분 눈앞에서 한번도 드러내 보여주지 않던 고운나신을 

그대로 드러냈으니 어찌 젊으나 젊은 상감마마.욕정어린 엉큼한 늑대가 되지 못하랴.

 아무것도 모르고 요요한 알몸으로 동동 찰박찰박, 중전은 느긋하게 물장난을 하였다.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꽃망울처럼 

맺혔다. 휘영청 다은 밝고 꽃향기는 진한데  떨어질듯이 크고 맑은 별들이 내려다 보는 데서 하는 온천욕이라니!굳었던 

몸과 마음이 스스로 녹아내렸다.중전마마 옥체가 회복된 것에는 이런 온천욕이 커다란 공을 세웠다.

흠흠 헛기침 소리가 났다, 무어라 답할 사이도 없이 나무문이 불쑥 열렸다.

"에구머니!"

중전은 깜짝 놀라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내외가 엄격한 것이 궐 안팎 법도임에랴. 아무리 허물없는 부부지간이라 한들 

전하께서 여인네 욕간하시는 데에 침입을 하신것이라 어찌 부끄럽고 민망하지 않으랴?어쩔줄 몰라 중전은 두팔로 젖가슴을 

가리며 돌아 앉았다.수치심과 부끄러움으로 몸을 떨었다.

허나 왕에게 그 모습이 더한 유혹이었다. 가녀린 팔로 반도 못 가린 무르녹은 수밀도는  그저 향기롭고 달빛 아래 하얗게

빛나는 여체는 신비하였다.

"아랫것들이 곤하여 모다 하품만 하고 있는 참이라 짐이 그대 시중을 든다 하였지.욕간한 지 한참 되었다 하니 물에 부풀어 

익어버리면 어찌해?이제 그만 나오소.응?"

뒤로 돌아앉아 사뭇 외면만 하는 왕비에게 왕은 짐짓 짓궂게 지분거렸다.

"마,망극하옵니다,전하!소첩이 그만 할 것이니 먼저 나가시옵소서.미,민망하고 망극하와....딱 죽을 참입니다."

"참마로 무정타!흥.부부는  일심동체라 하는데 비는 어찌 이리 항시 가리고 내외하오?짐은 비랑 같이 욕간할까 보다 생각

하며 들어왔거늘 짐도 들어오라 하여보시오?"

차마 대답은 못하고 중전은 그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 버렸다.

수줍고도 요염하고 유혹적인 그자태에 움직이지 않으면 사내가 아니지?참을수 없을 만치 욕심이 불끈 치밀어 오른 상감마마

홀홀 의대를 벗어 던진다.말씀이야 점잖고 말짱하지만 눈빛은 엉큼하고 손길은 마음껏 거칠었다.

"짐이 등 밀어줄 것이야. 어,짐도 곤하거니 요기가 우리 둘이 하냥 놀기에 딱 맞춤이다."

중전은 하도 기막히고 민망하여 눈을 꼭 감았다.잠시후 풍덩소리가 들리더니 뜨거운 물이 넘쳐흘렀다.

염치없고 무례하고 징글맞은 이분이 욕간방에 뛰어든 것이다.

금세 중전은 넓고 든든한 지아비 가슴에 꽉 안기고 말았다. 피하여보겠노라고 몸을 웅크려 보지만 좁은 욕간방 안에서 어디

피해질 일이던가?

잡는다,잡지 마라.피한다,피하지 못하리가.앙탈하고 거절하고 내튕기는 손길이 물방울을 튕겼다.

도망을 가려 하는 가냘픈 손목 부여잡고 덤벼드는 뜨거운 사내의 입김이 뿌옇게 피어 오르는 훈김을 더 습하게 만들었다.

일렁이는 물어룽. 물안개 사이로 한 덩어리가 된 나신들.단단하고 건장한 사내의 몸 안에 담긴 보드랍고 어여쁜 여인의 나신.

둘이면서 하나요,어디 하나 일그러진 데 없이 들고나는 요철이` 완벽하다.

"싫다 말하오,짐은 물러날 것이니까. 중전이 싫다 하는것은 아무것도 아니할 것이야.짐이 다시 나갈까요?"

귓전에 속삭이는 목청은 다정하고 믿음직스러웠다.중전은 그것이 왕의 진심임을 깨달았다.

주저주저 왕비는 돌아앉았다.

말없이 하얀팔을 내밀어 왕의 듬직한 목을 아듬었다. 말대신 드리는 조용한 허락. 왕의 눈빛이 깊고 강렬했다.

주저주저 다가오는 얼굴. 중전은 숨이 막혀 차마 눈을 꼭 감아 버렸다.

그러면서도 기쁘게 나붓하니 입술을 벌렸다.

이윽고 입맞춤.

난생처음인 것같이,이승의 마지막인 것같이,뜨겁고 격렬하고 갈증 어렸다.혹은 꽃잎 같고 혹은 사탕가루 같고 혹은,혹은 

불길같이 뜨겁고 붉고 달콤한 입술을 왕은 마음껏 원없이 먹어버렸다.

서로의 혼백을 나누는 듯하였다.자신의 존재를 서로에게 모다 주는것이었다.

한 번의 입맞춤이되 서로에게 삶을 얽매는 낙인.

마치 이 세상에 두 분만 계시는 것처럼 호젓한 물속에 앉아 서로의 가슴에 몸을 얽고 하염없이 입술을.마음을 나누었다.

고개를 든 왕이 조용하나 뜨겁게 어린 중전에게 맹세하였다.

"소중히 여길 것이오.오직 그대를 사모하기 한결같을지니,야속하였고 섭섭하였던 지난날은 다 잊어주오.그대만을 은해해.

이 마음 받아주어 중전도 짐을 단 한사람 지아비로 정인으로 믿어주고 사모하여 주오."

"....신첩은 전하의 게집이옵니다.천지신명이 정하여 준 단 한분 정인이올시다.오직 전하만 바라보고 사는 소첩입니다."

피어오르는 꽃처럼 향기롭게.그 다정하고 달콤한 꽃물을 터뜨린 어진 지어미를 안고 왕은 가슴이 벅차다.

수줍고 차갑기만 하던 새침한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숨결을 뜨거웠고 눈빛은 다정하였다.

향기로운 옥체에서 풍기는 방향은 그저 진하고 물에 젖은 나신은 매끄러운 꿀이다. 그런 고운 여인을 안은 터이니 어찌 

사내가 열정에취하지 않을 것이더냐? 마음과 마음이 열려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을 육신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토록 

아름다운 일이었던가?보령 스물셋,열아홉의 젊디젊은 나신이 뱀처럼 더운 물속에서 엉기었다.

달빛도 부끄러워 구름속에 숨어버렸다.

진한 꽃향기 속에서 자욱한 온기 속에서 두 분 마마의 하나된 몸부림은 차라리 처절한 구두이다.

오래 돌아온 길,그리도 많이 참고 기다리어 마침내 잡은 손이다.

사무친 그 마음을,오래익어 마침내 향기로 승화한 사랑을 갈구하는 손길과 입술은 그대로 밀어요,언약이요,영원을 약조

하는 맹세이다.

지욱하니 이슬 서린 온천탕 안에서 중전은 처음으로 영인이되었다.

아니 짐승의 암컷이 되었다.

반큼 벌어진 진홍빛 입술에서 고혹적인 단내가 훅훅 풍기어나고 사내의 정성스런 애무에 서서히 벌어지는 여인의 요염은

활홀하였다.그대를 주오!사나이는 사모하는여인에게 재촉하였다.그러할 것입니다.

여인은 깨끗한 허벅지를 벌려 지아비의 강건한 용체를 기쁘게 받아드린다.

몇번이던가?서로에게 서로를 모다 주고  모다받아낸 것은 하물며 꽃이 핀 그 지어미 옥 같은 나신은 향기 무르녹고 

마냥 달콤하였다.

강건한 용체를 머금은 보드라운 샘은 기이하게 요동치며 사내혼백을 빼놓는 참이었다.수천 마리 거머리가 붙은 것마냥.

혹은 저절로 움직이며 안에 잠긴 사내를 죄었다 풀었다하며 요동치는 속몸의 매혹은 왕이 난생처음 경험하는 기막힌

것이다.숱한 계집상대한 주상으로서도 처음 맛보는 진미중의 진미.젊은왕은 어린 지어미 몸안에서 온몸이 꿀처럼 녹아

나는 기막힌 경험을 한참이라 중전이 이토록 보물 같은 옥체를 가진 여인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되었다.

으헉!마지막을 달리던 사내의 입에서 격한 숨날이 터졌다.

왕은 궁전의 입술을 당신의 입술로 부비며 뜨겁게 중얼거린다.

마음까지 열린 중전의 몸에서 경험한 쾌락은 그토록 진하였고 아뜩하였으며 끔찍하게 달콤하였다.

뜨거운 꿈처럼 아뜩하고 환상적이었다.

"그대는 정말 기이한 사람이야.짐은 미칠것 같소이다."

그런 여인의 매혹에 지지 않을 만큼 사내는 씩씩하였고 강대하였으며 능숙하였다.중전 또한 온몸이 산산조각이 날 만치

아득하고 황홀한 경험을 한참이니 하아,하아ㅡ 더운 숨을 내쉬며 별처럼 빛나는 눈빛으로 얼굴 맞댄 지아비의 눈을

들여다본다.

그녀더러 진정 아름답고 기이한 매혹을 지녔다 칭찬하였다.수줍으나 짐짓 기뻐서 빙긋 미소 지었다.

왕도 기쁨에 찬 용안으로 마주 빙그레 웃었다.

"그대를 사모해.짐이 비로소 편안해.그래를 만나기 위해.은해하기 위해 이리도 짐이오래 길을 돌아왓도다."

달콤한 숨결이 귓전으로 다가왔다.다시 한번 하나이고 싶어 세차게 다가오는 지아비 손길과 입술을 여인은 싫다 말하지

않는다.오히려 더 뜨겁게 갈구하는입술과 눈빛과 서투른 움직임으로 그를 환영하였다.

활짝 피어나 함뿍 사내를 받아들인 여인은 마침내 아스라이 마지막 별을 따고 황홀한 암흑으로 낙하한다. 

그여인을 남김없이 소유한 사내 또한 완벽한 충만함으로 깊이 풍요로운 가슴골에 얼굴을 묻고 재가되어 스러진다.

혼절을 할 만치 격렬하였다.욕신과 혼백이 전부 불티가 된듯. 무섭고도 황홀한 쾌락을 함께나누었다.

"비가,비가오십니다,마마."

이마에 떨어지는 차가운 빗방울을 느끼고 중전은 꿈결같이 중얼거린다.

어느새 하늘에서는 낙화 같은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뜨거운 땀방울인지 물방울인지,열기 어린 맨 살갗에 스쳐 흐르는 차가운 비가 아득한 절정의 열락에서 만난 서늘한 

충일감과도 같이 상쾌하고 기쁘다.따스한 온천물에 잠기어 차가운 비를 맞는 기이한 경험은 두 분 마마

행애 처음이자 마지막. 그비 따라 온천탕을 둘러싼 화목의 꼭들이 후두두둑 떨어진다.

천지간 모든것이 두 분 마마의 아름다운 화합을 축복이라도 하듯이.눈앞의 모든것은 그렇게 찬란한 아름다움.

맛깔스러운 환몽이다.

이튼날 아침.

왕은 중신들을 몰고 이포 나루로 떠났다.송양원행을  하신 애초의 목적이,중도 어림군 군기 되어가는 모습과

불랑기포 실험을 보시러 오신것이니 예사로이 할수 없는 노릇이다.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전하,군복 차림으로 길을 서두르신다.토황색 동달이에 가슴과 등에 용보를 붙인 전복을 입고 광대와

전대를 띠고 검은 화를 신었다 수구에 팔찌.중전마마께서 건네주신 공작 깃털 달린 전립을 쓰시고 동개와 환도을 덧차고는

아수에는 등채를 잡으셨다.

"내일도 밤이 이슥해야 환궁을 할 것이니 짐을 기다리지 말고 이내 주무시오.중전께서는 옥체 허약하시니 지치시면은 아니

되오.응?"

왕은 윤재관이 잡고 있는 설총마에 훌쩍 올라타고서는 마루끝에 선 중전을 바라보며 힐쭉 웃었다,

"다녀오리다."

행렬 맨 앞에 군기를 앞세운 채 척후병들이 검광빛내며 앞장서고 호위무사 겹겹이 에어싼 터로 전하,말을 타고 달려가시는

구나.

그뒤를 따라 붉은 융복 차림을 한 조하 중신이 말을 타고 따르고 창칼 비켜 든 천여명의 병사들이 줄줄이 좌우로 따가간다.

중전은 마루끝에 서서 전하의 행렬이 꼬리지어 멀리 모퉁이 돌아 사라지는것을 바라보았다.

홀로 발그레 웃으며 입술에 손을 대고 있다.

떠나시기 전에 왕이 세차게 빨아 기어코 터질 정도로 부풀게 한 입술이다. 이달콤한 맛을 내일 밤서 짐이 반드시 다시  

볼참이야!짐짓 호령까정 하셨다.

중전은 저도 모르게 까치발을 한다.

멀리이되 아니 보일까봐?말을 타고 가시던 전화께서 분명 용체를 돌려 중전이 서 께신 이쪽을 한번 바라 보고 있다.

저만치 고갯마루의 전하 말등에서 홀로 빙긋이 웃었다.

중전의 하얀 저고리가 기둥뒤에 숨듯이 아물아물 눈에 접혔기 때문이다.

지아비 장도 가시는 길을 내다보지는 못하고 기둥뒤에 숨어 지켜만 보는 수줍음이라니.

다녀올 것이오.왕은 입안으로 중얼거렸다.

잠시간 헤어지는 것조차도 괴로웠다.겨우 한밤 떨어져 있을 참인데 왕은 벌써부터 중전이 그리웠다.

아예도성과 송양으로 떨어져 있을때는 단념이나 하였지.

인제 진정 한몸되고 정분이 더없이 깊어져 닿은 지금은 단 한시도 멀리 있고 싶지 않았다.

그마음인들 중전이야 다르랴. 또한 마찬가지이니 상감마마 아니 계신 그밤 내내고박 앉아 버선만 마르신다.

두어뼘이나 되는 커단 버선이라.뉘 것일까?짐짓 윤 상궁이 여쭈어도 내내 대답이 없다. 

그저 방그레 볼 붉혀 미소만 지을뿐...

날이 밝았다.

중전마마 아침수라쯤서부터 벌써 전하를 기다리기 시작하였다.

왕의 일행이 돌아오는 길이 제릴 잘 보이는 별당 누루에 올라 자리 펴거라 하시었다.

골풀 꽃자리위에 곱게 앉으시어 서책을 펴놓았는데 책장은 아니 넘어가고 시선은 마냥 허공을 떠돈다.

아아,아름다우셔라.중전마마 그 자태가 바로 한 폭의 미인도가 아니냐?

지아비 아니계시고 격식 따지지 않는 행궁의 한가로움이다.

어염집 처자 모양 그저 쪽진 낭자머리 하시었다.

푸름 입힌 칠보뒤꽂이에 진주 뒤꽂이 하나더. 금박 물린 연분홍 댕기 단단히 잡아 돌려 봉황 새겨진 옥비녀 찌르시었다.

잠자리 날개 같은 연분홍깨끼 치마에 하얀 모시저고리 입으시었다.

말간 봉황 옥 노리개 걸고 나붓이 앉아 계시니 수수하였던 중전마마 모습이 어찌 이리 곱고도 우아하시냐?

평범하다,못났다 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어쩐지 한결 어여쁨 더하여지니 비로소 내미지상의 아름다움이 서서히 꽃피는 참이다

정인의 진정한 은애지정을 받으면 꽃잎이 터지득이 절염한 미태가 드러난다 하였던가?지아비의 진실한 사모지정 넘치도록

받으시는터다.중전 스스로도 전하를 마음 깊이 받아들였다.

오래도록 홀로 외사랑 하던 수줍은 두마음이 비로소 합쳐지고 응답을 받았다.

애틋한 감정은 세찬 물결이 되어 콸콸콸 정해로 쏟아지니.그동안 왕의 차가운 소박이며 조롱에 의해 쌓여졌던 단단한 

거부의 둑이 터졌다.진실로 나눈 고운 은애지정이 꼭 오르린 미태의 꽃을 피게 한참이다.

앞으로 중전마마 어여쁨이얼마나 황홀할지 두고 봐야 할 참이로다.

전하께서 행궁으로 회궐하신 것은 이튿날 밤수라 대령할 무렵이다.

성큼 성큼 복내당 들어오시는 등 뒤로 서녘 하늘 황금빛 햇살이 길게 그림자로 끌리고 있다.

수런수런 소리나는 터이니 왕께서 듭시었다 하는것을 중전도 눈치 챘다.

문을 열고 마루로 나오다가 막 섬돌 아래 신을 벗고 계신 전하와 눈이 마주친다.살며시 미소 머금고 다녀오셨나이까?하고

인사하는데 볼이 빨갛게 붉다.왕도 잠시 헤어졌던 지어미가 애틋하고 그리웠던지라 반갑고 즐거워 싱긋 웃었다.

"응,다녀왔솟이다. 짐이 무척 더워.서늘하게 욕간부터 할테야.중전이 등물 해줄 것이야?"

불을 붉히면서도 중전은 고개를 끄덕였다.사가의 여염집 부부마냥 중전은 전하의 전립 받아 들고 전포 동달이 벗기여 활대에 

걸고는 방을 빠져 나왔다. 뒤란의 우물가로 가서 찬물로 바가지를 손수 길었다.

"어이,시원하거니.좀 더 좍좍 퍼부어보소."

둘만 있는 공간이라 왕도 가릴 것 하나 없는 터다. 체면,위엄.다 벗어 던지고 아랬도리 속바지 하나만으로 가리고 등목을 

나오신다.

엎드려 등을 들이미니 중전은 그위로 찬물을 퍼붓어 시원하게 씻어드렸다.

면건으로 용체 물기 훔쳐 드리고 정갈하게 말라 다려놓은 모시 의대 입혀드리었다.

미리 채비하여두었던 서늘한 수박화채 대접을 받쳐 드렸다.

"보러 가신 일은 잘 끝나셨습니까?"

단숨에 시원한 화채 다 비우고 더위를 싹 물리친 용안이다. 잔뜩 상쾌하여지고 기분이 좋아진 왕은 보고 오신 불랑기포

위력을 손짓 발짓까지 섞어가며 침 튀기어 중전에게 자랑을 하였다.

"응,그 불랑 기포 실로 장하더군!가물 가물 보이지도 않는 배에서 쏘는데 뭍에와서 펑 하고 터지는것이야. 그런것이 모다 

백여문이거든.그것만 있으면 이제부터는 요란족의 도적이며 해적들 모다 감당할 것이니 누가 와도 단번에 막아낼수 있지.

실로 든든 하다 이 말이야.동래포 경라도.영상도 좌우수영 부사들도 모다 와서 보고 간터이기 게서도 이제 불랑기포를 

재작하기 시작할 것이오.미수가 그사이 공인들을 잘 훈련시켜 놓았더군. 헌데 이게 무어야?버선 만들었구나?뉘 것이야?"

상감마마 중전 치맛자락 옆에 놓인 바느질 바구니를 향하여 목을뱄다.

눈 어림 짐작으로 두어뼘짜리라.그리도 큰발을 가진 분은 중전 옆에 오직 주상 당신 뿐이니 요것은 짐의 것이로다.

김칫국 마시며 괜스레 흐뭇하다.중전이 꼼질꼼질 손을 내밀어 상감마마 어수에 드린 버선을 빼앗았다.

치마폭뒤로 숨겨 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