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화 (99/200)

여쭈었습니

다. 그때 전하께서 그리하라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 삼정승 다 계신 터였으며 승지가 기록하

기 틀림없나

이다. 하여 신은 전하께서 월성궁 큰마마 일을 그리 정하신 줄을 알았나이다. 첩지 없는  분

이니 그 분이 

잔치 참석할 것이면은 전하께서 따로 하명을 하심이 타당한데 그저 <법도대로> 하시라  하

기에 그분은 

못 올 것이다 이리 알았나이다. 의심이 나시면은 승정원 일기를 보옵소서. 전하께서 그리 말

씀하셨나이

다." 

   

김장집의 되받아치는 말에 왕도 유구무언(有口無言). 정안로도 마찬가지였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예판이 거짓을 말한 것은 없었다. 그 전에서 모든 잔치를 법도대로  할 

것입니까? 

하기에 당연히 그러하여야지! 하였는데 그것이 덫이었다.  뉘든 궐 안팎으로 법도 어기면은 

모다 큰 경을 

칠 것이다 추상같이 하교하신 분이  전하였다. 희란 마마 한 사람을  잔치에 참석케 하고자 

그 분부를 이

제 와서 왕 당신이 먼저 뒤집을 수는 없음이었다. 

"아무리 귀하고 총애하는 여인이라 하여도 짐이 왕 된 위엄까지 훼손해가면서 그 뒷곁 보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오, 오직 짐이 법도대로 하라 하명하였기로 그대로 가야지 별 수가 없소. 허니 월성궁 

누이는 입

궐케 마오." 

   

왕도 그러하거니와 정안로 저가 아무리 따져보아도  내명부 직첩이 없는 희란 마마가  궐의 

공식적인 잔

치에 참석할 명분이 없었다. 딱 하나 방법은 상감마마의 비호가 있거나 잔치의 주인인 왕대

비나 중전이 

너그럽게 처분하여 먼저 희란 마마를 부르면 되기는 되었다. 

허나 오직 한분 월성궁 마마를 비호하실 전하께서 <법도대로 하라> 하면서 먼저 뒤로 물러

났다. 

마찬가지로 중전이나 왕대비전이 희란마마 사정을 보아줄 리도 없었다. 

평상시 희란 마마가 두 분 내명부 웃어른들에  대하여 방자하고 건방진 작태가 어디 한 두 

번이더냐? 저

가 노화가 나면은 감히 왕대비전하에 대하여도 창희궁 늙은 것이라 막말을 막 하지를 않나, 

중전에 대하

여서는 더 이상 할말이 없을  정도로 무도하니 생쥐 꼬리만한 양심은  있는 정안로, 참으로 

희란 마마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저때문에 지금껏 온갖 수모를  받았던 중전마마에게 큰마마를 들여

보내주십시

오 요청할 낯도 없었다. 

아비의 심란한 얼굴을 미처 읽어내지  못한 희란마마, 면경 속의 고운  제 얼굴 들여다보며 

흐드러진 웃음

을 머금었다. 

"대전 잔치에는 어찌할 수 없이 멀리서 말석으로 참석을 할 것이나 내궁서 벌어지는 잔치에

는 당연히 전

하 곁에 앉아서 제가 잔을 따를  참입니다. 홋호호. 날더러 성총 떨어졌다 입질하는  인간들 

아주 자라목

을 만들어줄 참입니다." 

"음 음,. 큰마마. 망극한 일이나 마마께서는 이번 잔치에 참석을 못할 것 같소이다." 

   

희란 마마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하였다. 멍하니 아비를 건너다보는  얼굴이 넋이 빠진 

것이었다. 

"전하께서 이번의 모든 행사를 법도대로 처리하라  하명하였습니다. 실은 그 법도대로 하면

은 큰마마께

서는 내명부 첩지가 없는 지라 잔치에 참석할 명분이  없다합니다. 마마 한사람을 참석시키

라 할 것이면

은 전하께서 따로 하명을 하여야 하는데 그는 법도에 벗어난 일이기에 널리 청사에 기록이 

됩니다. 그 

행동이 후세에 두고두고 전례가 될 참이니 그리는 못할  것이라 하였나이다. 마마를 총애하

는 것은 사사

로운 연분이고 궐서 지켜야 할 법도가 있음이니 그를 이해하시라 하였나이다." 

"뭐, 뭐라고요?" 

"전하께서 짐이 예서 누이를 참석시키고자 그 법도를 뒤집으면은 후세에까지 짐은 성총받는 

잉첩을 비

호하기 위해 법도도 깨었다 우세를 당할 참이니, 그리는 못할 것이다 하시었습니다." 

"기, 기가 막혀서! 기가 막혀서! 이럴 수는  없음입니다! 어떻게 전하께서 나를 천한 잉첩이

라 막말하면서 

대궐 잔치에도 나오지 말라 하신답니까? 아버님! 아니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성총 잃

어 슬슬 몰락

이다 하는 구설이 자자한데 잔치에까정 참석하지 못할 차이면 정말 그 소문이 참이 될지라 

저는 죽는 팔

자입니다. 이리는 아니 됩니다." 

쨍하니 깨어지는 목청으로 고래고래 소리치나 아비인들 방법이 없다.  첩첩한 한숨을 푹 내

쉬었다. 

"이 아비인들 그를 모르겠나이까? 허나 방법이 없어요.  전하께서 들지 말라 하시는데 어찌 

합니까? 단 

하나 방법이 있기는 있는데......."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저가 반드시  잔치에 상감 옆으로 가서 앉아야  한단 말입니다. 이 

희란이 성총 

떨어져 몰락가도라는 소문이 나 보십시오. 저나 아버님 이하 조하에 파묻은 월성궁 줄은 다 

죽는 것입니

다! 어찌 그를 모르십니까?" 

"왕대비전하와 중전마마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먼저 큰마마를 부르시면은 됩니다만은...... 헌

데 마마, 그 

분들께서 과연 봉첩을 보내 주실까요?" 

   

희란 마마의 앙칼진 고함소리가 고 대목에서 쑥 들어갔다. 아무리 염치가 없고 무도하다 하

여도 저도 인

간이라, 그 동안 중전이며 왕대비전에 대하여 하였던 저의 처신이 생각난 것이기 때문이다. 

   

"일이 하릴없게 되어 파작이 났다네.  휴우- 이 희란이 그리 화려한  잔치에 얼씬도 못하게 

되다니 분하고 

억울하다! 허나 도무지 방법이 없으니 내가 어쩔 것인가? 그 두 계집이 모다 나라면은 치를 

떨고 있을 

것인데......" 

   

정안로가 나가고 교인당이 들어왔다. 심복을 앞에 두고 대궐 잔치에 참석치 못하게 된 일을 

장하게 한탄

하고 탄식하는 희란마마. 제 잘못은 생각지 않고 분한 악심을 죄없는 중전과 왕대비전에 대

해 퍼부었다. 

싸잡아 욕설이오 악담이 줄줄 흘렀다. 

무도하게 감히 윗전마마 두 분을 이 계집 저 계집이라 지칭하며 발가락으로 짓밟는데 이리 

처신을 하니 

당연히 잔치에 참석도 못하는 것이지. 그나마 머리는 빠른 교인당은 그리 생각을 하였다. 하

지만 저는 

아랫것이니 입을 꾹 봉하였다. 

   

"이 모든 수모가 내가 첩지없는 잉첩이기 때문이야. 그는 아무리 하여도 될 수 없는 일인데 

딱 하나 우리 

혁이가 전하 소생으로 인정만 받으면은 나는 왕자 생산한 후실이니 당장에 빈(嬪)이 아니던

가? 이 참에 

아주 작정을 하여서 혁의 일을 성사시켜야 할 것 같아." 

   

희란 마마, 문안 인사차 들어온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대견하게 머리통 쓰다듬으면서  교인

을 바라보았

다. 

"그깐 성총 다 필요없다 이 말이야! 이번 일도  그러하니 전하께서 반드시 나를 참석시켜라 

호령하였으면

은 될 것을 굳이 애쓰시지 않으셨으니 이리 된 것이야. 슬슬 마음이 달리 흐르시는 것이 눈

에 보여. 암, 

연치 높아지시고 딴 계집 재미도 자주  보시니 갈수록 시들어가는 내가 어디 고울  것인가? 

흥, 언제고 잘

난 그 성총, 홀딱 다른 계집에게 돌려질지 어찌 알 것이더냐? 게다가 박색이라 하여도 정궁 

있으니 얼떨

결에 회임이라도 하면은 내 앞날은 말짱 헛일이야. 필시 후사를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반드

시 혁의 문

제를 해결하여야 해. 동궁 세우기는 나중이라도, 일단 해결할 일은 소생으로 인정받는  일이

로다. 뉘가 

뭐라 하여도 혁은 마마 핏줄이야." 

"그 전에도 마마께서 숱하게 강하게 밀어 부치셨으나 아니 된다 하신 분이 전하시거늘 이번

서 다시 나선

다 하여 전하께서 청을 들어 주실까요?" 

희란 마마 자신만만 단언하였다. 한날 전하께서 제 옆에서 잠을 청하실 적에 물끄러미 허공

을 바라보시

었다. 짐이 연치가 차는데 아직껏 후사  하나 없으니 사직의 앞날이 걱정이오 하였다.  그때 

희란마마. 아

이고, 되었다. 전하께서 은근히 마음이  약해지셨다 싶었다. 저가 강하게  밀어 부치면은 제 

뜻대로 일이 

성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딱 짐작을 하였다. 

   

"좌의정 대감께서 중신들 대세를 이끌고 계시니 뒷곁이라 많으시어 조하에서 도와주는 이는 

많을 것입

니다만, 반대하는 이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래봤자 몇몇이나 될 것이던가? 선대왕 시절서부터 있던 영감들이야 거의 대부분 다 물러

난 참이고 

있어봤자 머리 수가 적으니 상대가 아니 되는 게야." 

"종실서도 반대가 심할 것입니다. 당장에 진성 대군만 하더라도.." 

"전하께서 이리 하셔도 허허, 저리 하셔도 그저 허허 하는 무골호인(無骨好人)  진성 대군이 

무에가 두려

울 것인가? 게다가 그가 직접 나서면은 전하 후사 없이 흥하시면은 제 소생더러보위 넘보려 

그리 반대

한다 오해사기 딱 맞춤이니 그도 별 힘을 쓸 수가 없을 것이다." 

   

제 어미 대역무도한 속셈이며 꿍심을 곁에서 듣고 있던 어린  놈, 저가 무엇을 알고 무엇이 

잘났다고 냉

큼 나섰다. 

   

"어머님, 그러면은 저가 세자가 되는 것입니까?!" 

"그것이야 아무도 모를 일이지! 홋호호. 우리 혁이, 이 어미가 반드시 너는 동궁으로 올려줄 

참이다. 이

리 귀한 내 아들 이토록 늠름하고 영리하고 의젓하니 주상의 씨가 아닐 것이더냐? 그저 너

는 이 어미만 

믿고 열심히 글 공부하고 의젓하니 궐 안 법도 익히면은 되는 것이란다. 어이구, 장한 내 새

끼. 내가 너

만 보면은 배가 고프지 않느니라. 실로 주상 감으로 태어나신 게야!" 

   

자신있게 말하며 아들 머리를 다시 한번 살갑게 쓰다듬었다. 꿈도 야무지구나. 근본도  모를 

아들놈을 감

히 세자 올려 후사를 잇게 되면은 저는 첩지만 없는 대비이니 이 나라 호화 권세는 다 손아

귀라. 그 생각

을 하며 그저 짜릿하였다. 

한편 월성궁에서 이런 음흉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줄도 모르는  대궐. 항시 하던 대로 밤수

라 후에 상감

마마. 석강을 위하여 편전에 듭시었다. 

원체는 대제학과 영의정으로부터 강의을 들어야 하지만 금일은 조하의 급한 의논이  기다리

고 있었다. 

개국 초에 만들어진 옛 법전을 모두 모아 시대에 맞는 법전을 새로이 편찬하는 의논들을 하

던 참이었

다.     

헌데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내관들이 상감마마 옆자리에 방석을 하나 놓고 발을 쳤다. 조

금 있다가 

궁녀들이 중전마마를 부액하여 옆문으로 들어와 그 방석에 모시었다. 

중전마마께서 가례를 치른 지 꼬박 세 해인데 교태전 문을 나와 편전 쪽에 듭신 것은 이 번

이 처음이었

다. 윗방에 앉아있던 3정승과 형조관리들이 깜짝 놀란 것이다 

"아, 짐이 중전더러 이 일을 같이 하자 청하였소이다. 나라의 큰 일이라, 곤전께서도 관심이 

많으시니 짐

이 모시었소이다. 형조는 돌아가는 일을 계속하여 말하여 보시오." 

   

대놓고 큰 소리는 내지 못하였으되 수군수군하는 두런거림이 잦아들었다. 허나 보이지 않게 

오가는 중

신들의 시선들이 복잡하고 음흉하였다. 

이것이 무슨 날벼락이냐. 대전마마께서 먼저 중전마마를 조하 일을 같이 보자 청하시었다니. 

고개도 돌

리지 못하게 했던 편전으로 먼저 모시고 나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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