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4화 (94/200)

그런 궁녀아이 서넛 끼고 실컷 즐기시다가 물리면은 다시 희란마마 그 능숙하고 농염한 품

안에 돌아오

시는 것이 왕의 거듭된 버릇이었다. 

일단 어떤 계집을 천거하든 왕의 마음에 들어야 점고라도 받을 것이니 그의 취향에 맞는 계

집을 골라두

어야 뒷탈이 없을 것이다. 희란마마는 바늘처럼 날카로운 눈초리로 윗방에 얌전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

는 경조를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끄덕 하였다. 

"헌데 말이야. 공집사. 경조 조 년이  생김새는 제법 곱되 그 속의 심사는  어떤지 모르겠구

먼. 꼴에 방자

하여 감히 나를 속이고 기만하여  주상 성은 받아진 후에 제  위세 부릴 계집은 아닐  것인

가?" 

   

집사에게 오금을 박았다. 집사는 천부당만부당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염려는 두어 두십시오, 큰마마.  다른 것은 몰라도 경조 아이가  얌전하고 유순하옵니

다. 큰마마 하

명을 감히 어길 아이는 절대 아닙니다. 게다가 이 아이  식솔들이 모다 월성궁 수하인데 감

히 제 년이 어

찌 방자하게 굴겠습니까? 제 깐 년이  딴 마음 먹다가는 바로 제  식솔들이 죽는 목숨이라, 

그는 쉰네가 

보장하옵니다." 

"알았네. 허면은 교인당 자네는 저 아이를 데리고 먼저 월성궁에 돌아가소. 허고 그 침선 하

는 아이도 챙

겨서 내가 돌아가면 바로 볼 수 있도록 하고. 나는 곤하니 이 밤 하루 예서 쉬고 돌아갈 것

이네. 김내관

은 이리 가까이 오시오." 

먼저 경조란 계집아이를 딸려서 교인당을 내냈다. 그리고 희란마마는 김내관에게 손짓을 하

였다. 

일단 묵직한 전낭을 탁하니 김내관  무릎 앞에다 던졌다. 김내관 히죽  웃으며 누가 볼세라 

그 전낭을 급

히 소매춤에 쓸어 넣었다. 희란마마는 그의 앞으로 요상한 부적하나를 하나 더 내던졌다. 

   

"중전 금침 안에다 필시 넣어라 전하소. 중궁전 금침을  갈무리하는 선이 년이 내 수하이니 

이를 주면 알

아서 할 게야. 살을 쏜 터라 피 토하고 죽는 부적이니 간수를 잘 하여야 할 것이네. 허고 내

가 이날서 김

내관을 청한 이유는..." 

   

희란마마. 독살스런 눈초리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민망한 소문이야. 전하께서 중전 고년을 찾아 몇 밤이고 연하여 중궁전에 듭시었다 소문이 

장하더군. 

게다가 망신인 줄도 모르고 해도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아랫것들이 보든 말든 고년 옷고름을 

푼다 하는 

것이 사실인 게야?" 

"그렇다고 중궁전 나인들이 쑤군대는 소리를 들었나이다." 

   

희란마마 눈꼬리가 더 치켜 올라갔다.  흥! 하고 코웃음을 날렸다. 표독하게  올라간 눈빛에 

심칫한 빛이 

흐르고 희란마마, 비웃었다. 

   

"고년만 보면 구역질이 나서 금침 두 채를 펴고 주무시기만 한다 하였지. 말짱하게 내 앞에

서는 그리 거

짓부렁을 하시더니 주상의 체통도 무시하고  고년을 대낮부터 성은 주시어?  기가 막혀서... 

주상께서 미

친 게 아닌 다음에야 그런 짓을 어찌 하신단 말인가? 대체 어떤 연유로 그러하신다던가?" 

"큰마마. 소문이란 언제나 한쪽만 알려지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부대 안심을 하옵소서. 저

가 지금껏 

본 바를 낱낱이 알려드리겠나이다." 

   

간교한 김내관이 한 무릎 희란마마 앞으로 다가앉았다. 조잘조잘 나불나불 무엇이든 중전마

마 욕된 일

이며, 중전마마에게 불리한 이야기들만 쓸어담아왔다. 상감께서 중전마마 들들 볶고  수모주

신 이야기만 

골라 입질하였다. 큰마마 비위를 잘 맞추어야 두둑한 전낭이 날아오지 않겠느냐 이 말이다. 

"중궁전에 잦게 듭시되 주상전하께서 중전마마를 외면하시니 언제 회임하실 것입니까? 원자

를 낳으소

서 하고 하도 중신들이 난리를 치니 면피하신다고 억지로 듭시는 줄 아옵니다." 

"흥. 나에게도 귀가 있네 그려. 정분도 없는데 허구훈날 중궁전 든다는 말은 아니지. 그년더

러 연경당까

정 들어 오라 하시어 침수 시중  받으시었다면서? 나도 얼씬하지 못한 그곳에 고년을  들이

여? 흥!" 

"하지만 주상전하께서 중전마마를 상대로,  당신을 거역하시었다 하여  종아리 매질을 하신 

것은 못 들으

셨지 않사옵니까?" 

"뭐라? 전하께서 중전 고년 종아리를 매질하시었다고?"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인지당에 내보내었다는 이야기. 억지로  따라가서 강제로 욕을 보이었

는데 앙탈하

고 거부하는 중전에게 손찌검도 하였으며, 기어코 언제고 중전  너를 폐비시키고야 만다 상

감께서 호령

하였다는 대목에서 희란마마의 붉은 입술에 마침내 통쾌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허리가 부

러져라 웃고 

또 웃었다. 

   

"홋호호... 홋호호... 그, 그 것이 진정 참말인  게야? 진정 주상께서 중전 고년의 빰따귀까정 

후려쳤다 이 

말이더냐? 아이고, 우스워라! 지아비와 교접하는 것이 두렵다 하여 도망치는 계집이라. 그럴 

정도로 전

하께서 고년 승은 주실 적에  매사 쌀쌀맞으시고 박대하셨다는 것이 아니더냐?  주상께서도 

심히 무안하

였겠구먼? 홋호호. 어지간히 전하께서도 노화가 나셨나보다. 오호호홋." 

"인제는 다소 안심이 되시지요? 큰마마." 

"허기는 원자 얻을 이유가 아니면은 전하께서 그 못난  년을 성은주실 이유도 없지. 얼마나 

고 흉측한 것

을 안으며 구역질이 나셨을까? 아이고, 내 생전 그런 재미난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쯧쯧쯧,, 

불쌍한 우

리 상감마마... 천하에서 가장 잘난 당신이 그런 박색을 정궁으로 맞이하사 후사라도 잇는다 

하여 그년

을 안으시는 팔자가 되었단 말이더냐? 가엾을 손 우리 주상...  여하튼 내가 그 분을 위로하

기 위해서라

도 천하절색을 구해 후궁으로 받칠 것이다. 잘  알았으니 자네는 가보게! 내가 기별을 하면 

평상시 귀와 

눈을 잘 열어 두었다가 알려주어야 할 것이야." 

   

중전에게 왕이 종아리치고 손찌검을 하였다는 그 한 대목으로 인하여 답답하고 곽 막힌 속

이 상쾌하게 

뚫려나갔다 희란마마, 그저 통쾌하고 재미가 있어 오래도록 자신의 허벅지를 때려가며 홀로 

웃고 또 웃

고 앉았다. 

   

"내가 괜스리 걱정을 한 것이 아니더냐?  그럼, 그렇지! 도통 전하께서는 그 못난  년에게는 

정이 없으신 

게다. 아이고, 우스워. 부부지간 사이가 멀다 하여도 그러하지. 법도가 지엄한 궐 안에서  상

감께서 중전

을 종아리 쳐? 홋호호. 정말 재미난 일이란 말이지. 오죽하였으면 중전 고년 면상을 주상께

서 후려치기

까지 하였을까? 홋호호. 게 누구 있느냐?" 

"예, 큰마마. 쇤네 무덕이 대령하였나이다." 

"내가 잠시 후에 욕간을 할 것이다. 온천물은 도착하였느냐?" 

   

기분이 마구 좋아진 희란마마, 엉더잉를 산들산들 흔들며 내실에 들어갔다. 따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고 

피곤한 몸을 녹신하게 녹이는구나. 욕간하고 나서 몸에 풍기는  향이 좋아라 하여 장미꽃을 

둥둥 띄운 온

천물은 호천 고을서 우마차로 옮겨퍼온  것이다. 그저 희란마마 제 하나  사치를 위해 수십 

대 우마차를 

동원해 온천물을 나르는 것이라. 다가오는  보리고개에 피 죽 한끼도 못  얻어 먹는 백성이 

보면 얼마나 

울분에 찰 것이던가? 

욕간을 마친 후 대국 향유로 몸단장까정 한 희란마마, 비로소 몸을 일으켜 침실로 들어간다. 

야리한 비

단 자리옷 입고 침상에 다가가는 희란마마, 대국서 들어온 꽃향내 물씬 풍기는 엉덩이를 유

난히 흔드는

구나. 

희란마마가 지금 드러누운 세암정 별저의 침실은 주상께서 머무시는 우원전 침전보다 더 화

려한 치장을 

하였다. 그 사치스러움을 따지자면 천하에서 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함의 극치를 이

룬 곳이다. 

저 먼먼 안남에서 들어온 두터운 융단이 바닥에 깔리고 금빛 피륙이 치렁치렁 휘장으로 흘

러내렸다. 번

쩍이는 주칠을 한 자개농이며 문갑이며 귀한 세간이 줄줄이  늘어섰다. 어디에 가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

로 호사의 극치를 달리는 방안 기물들이 줄줄이 벌어졌으니 그렇게 화려한 치장은 이 나라 

안에 없는 것

이다. 

심지어 먼 화라시아에서 들어온 귀한 유리 면경이 벽 하나를  전부 차지할 정도였다. 그 벽 

건너편, 붉은 

비단으로 휘장이 드리워지고 자개 난간이  호사스러운 대국의 침상이 턱  하니 놓여있었다. 

또한 방안에

는 야릇한 춘정을 돋구는 향내가 진동하니 한 꾸러미에 수백 냥씩 하는 귀한 사향까지 피워

놓은 터이다. 

여하튼 이 침실 안에만 들어서면은 아무리 부처님이라도 절로 방탕한 성정이 돋고 그저 향

락을 하고 싶

은 기분이 들게 되어있는 터이다. 이는 오직 젊은 주상  전하의 욕정을 끓어오르게 하여 그 

끈끈한 밤을 

사로잡아 제 성총 유지하고 부여잡으려는 희란 마마 수단이 담긴 곳이기 때문이다. 이 침실

에서 그 동안 

벌어졌던 주상과 희란마마 사이 그 진진하고 끈적한 애욕의 일을 과연 누가 알랴? 

작년 왕과 함께 사냥을 나와서는 이 곳에서 한밤 머물며 별별 치태, 희롱을 벌였던 일을 생

각하며 긴 한

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때만 하더라도 주상의 성총은 오직 나에게 고정이 된 것이며 그저 그분의  강건한 

옥체 또한 나

의 것이라고만 생각하였는데... 이 몇 달 사이 내 처지가  이렇게 몰락할 줄은 나도 모른 것

이다. 성총이 

떨어져 가는 것을 보자 하여도 속이 쓰라린데 이젠 하물며 다른 계집을 후궁에 앉혀주려고 

동분서주 수

소문을 하는 팔자라니... 내가 단단히 방비를 하겠지만 만에 하나 성은 받은 새 계집 고년이 

당돌하여 나

를 물 먹이고 주상 성총을 채어 가버리면 내 처지는 한갓 닭 쫓던 개가 될 것이 아니더냐? 

내가 그 생각

만 하면은 아주 딱 죽을 맛이다.' 

   

삼경이 깊어 사방에 불이 꺼진 지 오래. 그런데 희미하게 침촉이 타고 있는 그 침실에서 희

란마마 잠도 

자지 않고 은어 같은 손으로  제 알몸 슬슬 문지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치이다. 간간이 

붉은 혀를 내

밀어 입술을 핥는데 무엇인가 기대에 들뜬 듯 그 볼이 발갛다. 

모두다 잠이 들어 괴괴한 세암정 별저, 삼경이 넘어가는 그 시각에 희란마마가 누운 은밀한 

침실로 풀벌

레 소리를 헤키며 스며드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키는 중키이고 검은 야행복에 복면을 하였는데 그 사이로  비치는 눈빛이 만만찮았다. 어깨

가 넓고 단단

한 팔에 담을 훌쩍 넘는 솜씨가 민첩하였다. 한두 번 월담한 솜씨가 아니다. 심상찮은  느낌

을 주는 그자

가 스며든 곳은 희란마마가 달뜬 콧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고 있는 바로 그 침실이었다. 

   

"마마, 실로 오랜만에 이 놈을 찾아 주셨소이다? 저가  마마의 요 오동통한 것이 그리워 아

주 온몸에 몸

살이 났소이다!" 

   

희란마마 몸을 꼬며 기다리는 침실에 들어서자마자 검은 복면 벗어 던지며 통통한 엉덩짝부

터 철썩 내

려치는 품이 익숙하였다. 싱긋 웃으며  건네는 사내의 수작이 자연스러웠다. 검은  턱수염이 

철사 줄 같은

데 희란마마를 바라보는 눈빛이 음험하게 빛이 나는구나. 

나이는 한창이니 서른 줄, 희란 마마가 은밀하게 행하는 궂은  일을 도맡아 시키는 악적 수

괴이다. 일러 

가로되 양주부라 불리는 놈으로 이름은  거복이. 흉악하고 잔인하고 간특한  수단으로 당할 

자가 없는 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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