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가 싶더
니 어느새 계집 후리는 공부까지 단단히 익혔다. 인제는 당신이 손가락으로 희란마마 저를
들었다 놓았
다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를 어찌 감당할 것이냐?
'진즉에 내가 사인당의 충고를 새겨들었어야 하는 것인데... 궁즉변, 변즉통이라... 쯧쯧쯧...
내가 방심
하여 일을 이 지경으로 몰아간 것이다. 허나 내가 누구더냐? 중전을 제치고 주상으로부터
큰마마라 하
는 호칭을 받은 자이며 이 치마폭 안에 천하를 삼킨 터이다. 지금은 잠시 주상의 비위를 건
드려 이런 곤
경에 빠졌되 나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이다! 그래보았자 사내는 다 똑 같은 것이다. 쫀득
한 아랫도리
로 몇 번 문질러주고 살살거리며 비위 맞춰 주면 금새 헤헤거릴 양반이라. 주상이 지금은
내게 격앙하여
이렇게 쌀쌀맞되 다시 내 품안에 돌아오실 것이야. 이 천하에 나 같은 즐거움을 주는 계집
을 어디서 다
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암, 어차피 주상은 이미 십여 년 전부터 내 그물에 걸린 새에 불
과하느니라. 아
무리 쌀살맞게 내치신다 하더라도 지난 세월 쌓아온 우리 정은 끊을 수 없고 또한 내 품안
에서 즐기시던
그 맛매는 잊지 못하실 것이야.'
자신만만, 어찌하여 주상을 잘 꼬시어서 분심을 풀어드리고 성총을 회복할까 희란마마, 별의
별 계교를
염두에 굴렸다.
'일단은 내게 노염이 장하신 듯 하였으니 난짝 엎드리는 시늉을 하여야겠다. 살살 애교부리
어 꼬인 성정
을 풀어놓고 그 다음에 비위를 맞추는 태를 보여드리면 슬슬 가라앉으시겠지. 그 다음으로
천하절색 고
운 계집을 잘 골라 천거하여 안겨드리는 게야. 그 계집을 후궁 올려 궐에 집어넣어 놓고 조
종하여 궐 안
일도 알고 주상의 꼬인 심기도 풀어야지. 헌데... 다소간 근심되는 것은... 주상께서 못난 중
전 고년을 잦
게 찾으신다 하는 소문인데... 그 것이 참일까? 그러다가 혹여 고년이 덜컥 잉태라도 한다
할 것이면 내
갖은 수단은 다 물 건너간 일이 될 것이라.. 아이고, 내가 중전 고년 일만 생각하면 아주 머
리가 아프구
나!'
희란마마 가마 안에 앉아 저절로 골치가 아파 이마를 짚었다. 그때 가마가 조용히 멎었다.
"큰마마, 별저에 도착하였습니다."
아랫것이 열어주는 가마에서 내려 희란마마는 일단 교인당을 손짓하여 불렀다.
"내가 궁금한 것이 있으니 사람을 자하동에 보내어 김내관을 이리로 부르게. 허고 저녁 것
할 짬에 계집
아이들을 점고할 것이니 준비시키고. 지금 별당에 있는 아이가 대체 몇이나 되는가?"
"다섯이라 하였나이다."
"다섯이라? 그 중에서 쓸만한 것을 찾을 수가 있을까 단번에 찾아낼 것이면 내가 편할 것인
데..."
"양주부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물색하여온 계집이올시다. 안목을 아시지 않나이까?"
"허기는... 알았으니 방으로 들어가세."
어찌하든지 주상의 비위에 쏙 맞는 계집을 찾아내어 홀라당 넋을 뒤집어 놓아야지. 다시 한
번 다짐을 하
며 별저의 안방을 차고앉았다. 호사스런 저녁진지 상을 물린 희란마마, 방으로 별당에 숨겨
가르치는 계
집아이들을 불러라 하명을 하였다.
얼마 후, 조심스럽게 치맛자락을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윗문이 열렸다. 지분단장하고 비단
옷으로 성장
한 고운 처녀아이들이 들어섰다.
"큰마마. 하명을 받자와 몇 달 전부터 가꾸어 공부시키고 단장하여둔 아이들입니다. 맨 오른
쪽의 아이가
선지라 하옵고요, 차례로 현금이, 보옥이. 경조, 그리고 맨 끝이 가장 늦게 들어온 아이인데
혜정이라 하
옵니다."
눈앞이 아찔할 정도로 아름답고 고운 미모였다. 열 여섯에서 열 아홉. 난만한 꽃이 벌어지듯
활짝 피는
꽃망울들. 아직 사내 손 한번 타지 않은 미녀들이 뿜어내는 방향(芳香)이 그저 향그러웠다.
희란마마가 젊으나 젊은 주상의 주전부리감으로 감춰두고 방중술을 공부시키는 궁녀들이었
다. 어떤 경
로를 거쳐 이 월성궁에 들어오게 된 것인지 알 바 아니다. 그것은 이 별저를 관장하는 내시
출신의 집사
의 책임이요 일이기 때문이다.
희란마마의 날카로운 눈이 스윽 꽃 같은 다섯 궁녀를 훑었다. 그러나 여주인은 만족스럽지
가 못하다. 고
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지금껏 희란마마 저가 고르고 골라 옥돌같이 다듬어놓은 미인들만
상대하여 몇
년 동안 장하게 밤 재미를 즐기신 주상이다.
처음 열 다섯 어린 나이로 홀몸 되어 돌아온 사촌누이의 금지된 육신에 함락되어 불꽃같은
쾌락을 맛본
후 칠 팔 년. 장하게도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며 젊음을 만끽하였던 젊은 왕이 지금도 아
쉬운 것이 무엇
이 있었으랴? 그러니 아무리 경국지색을 데려다 놓아도 시들하니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
았다. 아무리
천하 절색을 보여드려도 벗겨놓으면 다 똑같은 계집이라 짐은 그런 일에 싫증이 났다 하는
뜻을 노골적
으로 보였다.
그나마 귀엽다 싶은 계집아이를 보신 후이면 간신히 점고는 하시는데 당신 손가락 하나 까
딱 않고 드러
누워 네가 요령 부려 짐을 즐겁게 하렴? 그러신다. 서투르고 빡빡한 처녀아이가 장대한 일
물을 처음 머
금고는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 매는 꼴을 보아지면서 히죽히죽 손 장난질에 짓궂게 놀려먹
는 것이 주상
의 취미였다. 그리고는 단번에 재미없다 하시며 내치셨다. 그나마 그 계집이 애교가 녹아 침
수 시중을
드는 임기응변이라도 강하고 속집 맛이 기이하다 싶을 것이면 간신히 하룻밤 노리개로 삼을
것이다 하
셨다. 그러나 그런 광영을 얻는 계집도 이 근래는 거의 없었다. 계집 열 명을 천거하면 겨우
한 둘쯤 될
까 말까? 그런 고운 궁녀의 시중을 받으셔도 예전 마냥 선불맞은 망아지처럼 당신이 먼저
끌어안고 별
별 치태를 부리시거나 당신의 옥체를 직접 움직이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침방 나인더러 조 것을 짐의 다리 그네에 태워서 흔들어라 하명하신다. 침방 나인
둘이서 계집
의 두 다리를 벌려 금침에 비스듬히 드러누운 주상의 허리에 감기게 하여 계집스스로 감히
보주를 차지
하여 제 손으로 옥문에 밀어 넣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앞뒤로 계집의 몸을 끌었다 당겼다
하니 당신은
그저 힘 하나 쓰지 않고 계집의 진미를 즐기시는 것이다.
그런 왕의 모습을 훔쳐보며 인제는 상감께서 계집의 재미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구나, 한
밤의 재미를
위하여 피곤하게 용체를 달리는 것조차도 싫다 하는 권태를 읽었다.
곱다 하여 그렇게 성은 주신 후에도 그 계집을 다시 찾는 경우는 더 없었다. 하룻밤 폭신한
살베개로 쓰
신 다음서 나가라 하고는 절대로 다시 찾지 않는 분이 바로 주상이시다.
그런데 그렇게 계집의 재미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않는 듯 하고 어떤 천하절색을 가져다
놓아도 심드
렁해 하시는 눈 높은 전하 앞에 하물며 하룻밤 노리개를 천거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후
궁까지 들어
앉힐 계집을 보여드릴 참이다. 지금껏 상감께서도 본적이 없는 천하 절색을 구해야하는 것
인데 여기 있
는 것들은 모자랐다. 주상께서 손가락 하나도 꺾을 만한 계집들은 아니다 싶었다. 희란마마,
간특한 눈
을 들어 애꿎은 집사에게 짜증을 내었다.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아! 어찌 이리 계집들이 없단 말인가? 내가 천금을 아끼지 말고 고운
것을 구하라
하였건만!"
"팔도를 뒤져서 구한 계집들이옵니다. 큰마마. 어디 가서 저만한 것들을 고를 것입니까? 저
혜정이만 하
더라도 색향이라 하는 평주에서도 소문난 미색인데 손 하나 타지 않은 터라 동기(童伎)방에
서 천금을
주고 빼내온 것입니다요."
"자네 눈에 아무리 곱다 하여도 무슨 소용이 있나? 상감의 눈에 뜨여야 고운 것이지! 지금
어디 주석(酒
席)에 내보낼 하찮은 기생들 점고하는 것이야? 하룻밤 침수 시중도 아니고, 턱하니 후궁에
들일 계집을
찾는 참이야. 목이 잘리고 싶은가?"
앙칼진 희란마마의 패악에 집사의 목이 쑥 들어갔다. 김내관과 함께 막 방으로 들어온 교인
당이 끼어든
것은 그때였다.
"큰마마님. 등잔 밑이 어둡다 하였습니다. 왜 월성궁 담 안의 계집들은 생각지 못하시는지
요? 제가 듣기
로 월성궁 드나들며 바느질로 밥 빌어먹는 아이 중에 눈에 번쩍 뜨이는 절색의 계집아이가
하나 있다 들
었나이다."
"무어라? 그런 계집이 월성궁 담 안에 있었어? 더 자세히 말을 하여 보아! 어떤 계집인고?"
" 달 전에 찬모 길덕이 어미가 밥 벌어 먹고살게 하여 준다고 한릉서 불러 올린 친척아이랍
니다. 침선이
그만하여 바느질을 한다 하였어요. 아마 길덕 어미 조카라 하였지요? 딴 것은 몰라도 실로
그 용색 하나
는 기가 막힌 지라 그만한 화용월태가 따로 없다 하였어요."
"내가 그런 아이를 왜 몰랐을꼬? 그렇게 고운 계집아이가 문을 드나들었으면 내가 모를 리
가 없을 것인
데?"
강샘이라면 따를 자 없는 희란 마마는 기막힌 화용월태라 하는 계집아이가 제 집 문을 들락
날락 하였다
는 말에 다소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혹여 주상께서 발길을 하다가 만에 하나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고년
을 눈짓 주셨으면 큰일이었지 않더냐?
"침선하는 계집아이이니 도통 제집 방문 밖을 나올 일이 없지를 않사옵니까? 허니 마마께서
모르신 것
이 당연하옵지요. 얼굴이야 비길 데 없이 곱되 도통 마음이 약하고 어리석으니 길덕 어미가
한탄을 하더
군요. 저 어리석은 것이 누구와 혼인을 하여야 하나 하고 말입니다. 제대로 살림이나 살지
모르겠다고
요. 그저 장자 집안 애첩으로나 들어가 방긋방긋 웃고나 살 팔자이니 맥이라 없고 제 요량
이라 하나도
없는 터랍니다. 그런 계집 아이면은 큰 마마께서 잘 가르치시기 나름이라, 주상께서 선을 보
이어 저가
귀하게 되었다 하여도 감히 큰마마를 무시하고 방자하게는 굴지 못할 멍청한 것으로 사료되
옵니다."
"듣고 보니 심히 궁금증이 나는구먼. 알았어. 내가 환궁하여 그 아이를 한번 살펴보지! 자네
가 그 계집아
이를 월성궁으로 데려 오게. 그리고 저 왼쪽에 있는 계집아이. 저 아이도 다소간 쓸만하니
데려가 볼 참
이다. 그 아이가 마음에 차지 않으면은 저 것을 아쉬운 대로 꾸며 가르쳐서 방에 들여보내
야 할까봐."
희란 마마, 숨겨둔 계집아이 중에서 제일 왕의 취향에 닿음직한 아이를 손짓하였다. 경조라
하는 이름을
가진 계집이었다. 살결이 희고 자태가 날씬하며 이목구비 모다 반듯하여 첫눈에 빼어난 염
태다 싶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차분한 눈꼬리에 색기가 감돌았다. 알게 모르게 사내 간장 조일 것 같은
염태였다.
사내마다 좋아하는 계집의 형색이 따로 있다 하였다. 언제부터 왕은 바로 연주 조 계집애처
럼 가냘프고
얌전한 인상에다 살갗이 하얀하며 날씬한 여아를 즐겨 골랐다. 꼭 자라다가 만 어린 계집아
이 형국이었
다. 궁녀들 여럿을 앞에 벌려두고서 마음에 드신 아이를 점고하십시오 하면은 항시 그런 취
향이셨다.
유심히 살피자 하니 언제서부터 곱다 하며 하룻밤 질탕하게 성은을 주신 상화며 은옥이며
은채며 하는
계집아이들이 모다 그런 형색의 계집이었다. 항시 흐드러지게 피어나 무르녹은 희란마마 품
안에서 춘몽
을 꾸는 터이니 군입거리는 고렇게 풋살구 느낌이 드는 어린 티가 역력한 것을 고르시는 것
이라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