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9화 (69/200)

신이 들은 왕

비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일그러져 있었다. 

중전은 한편으로는 후련하게 또 한편으로는 자포자기한 사람이 마지막 발악을 하듯이  소리

쳤다. 매섭게 

왕을 응시하며 한 마디, 한 마디 모진 못을 박아 주었다. 밉기만 하고 야속하기만 한  그 마

음에 상채기를 

내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한 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잔인한 충동으로 앙탈을 했다. 

“그 계집은 무엇이든 다 하여 줄 터이니까!  발가벗고 말놀음도 한다니까, 어떤 짓도 마다

않고 다 하여 

줄 것이니까 그 계집에게 가시어요! 하냥 좋다  하시며 그 계집에게로 가시던 옥보라, 어찌 

하여 이 밤에

는 환궁하시어 이렇게도 신첩을 수모주시는고? 더 이상 견디지 못할 바이니 신첩을 내쫓아 

죽이시고 그 

계집을 교태전에 앉히면 되지 않아요? 이왕지사 신첩이 누워있는 마루 하나 사이에 두고 동

온돌까정 그 

계집을 부르시어 침수시중 받으실까 하신 분이더라! 그런 터인데 신첩이  무엇 주상이 곱다 

사모함을 바

라시는고? 지금껏 신첩에게 온갖 수모를 다 주시어 놓고서 이제 와서 은애하고 사모하라고

요? 아니 웃

는다 노하신다고요? 그리는 못하니 신첩을 죽이시고 그저 살랑거리는 그 계집을 중궁에 들

이시면 되지 

않아요?” 

왕비는 자신의 몸을 누르며 더듬던 그의  몸에서 억지로 벗어나며 앙칼지게 소리치고  있었

다. 자신을 비

천한 창기만도 못하게 대하는 그에게 참다못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젖가슴 쪽을 향해 지

분거리는 팔

을 뿌리치고 그래도 달려오는 팔뚝을  꽉 물어뜯어 버렸다. 주춤하는 사이  문 쪽으로 달려 

도망치려 했

다. 

싫어. 싫어! 다시는 싫어! 절대로 내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할거야! 다시는 나를 이렇게 하

찮게 막 대하

지 못하게 할거야! 

그러나 왕이 그녀를 그대로 놓아둘 리가 만무하다. 그가 금세  왕비를 쫓아 문을 열고 도망

가려는 작은 

몸을 낚아채 다시금 방안으로 끌어들였다. 자신의 몸과 벽 사이에 밀어 넣고 노려보았다. 이

미 거의 나

신이 된 중전과 저고리 고름이 풀려 날가슴이 드러난 왕. 그런 모습으로 마주 보며 선 두사

람이다. 왕은 

앙칼진 고양이처럼 눈을 빛내며 온몸으로 거부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짐더러 월성궁에 가라고? 월성궁  누이를 중궁에 앉히라  하였니? 절대로 짐을 은애하지 

도 못하고 사모

하지도 않으니 차라리 네 목을 베라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중전은 절망하여 울먹이며 소리쳤다.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기까지 하며 애원했다. 

“제발 그 계집에게 가시어요! 신첩은 아무 것도 재미없는 천하박색  어린 계집이라 하였으

니 버리셔도 

되지 않아요?” 

“누가 맘대로 너를 놓아준다니? 웃기는 소리!  무엇이라?! 짐을 사모함도 은애함도 못하니 

너를 버리라

고? 그것, 참으로 재미있구나! 천하의 주인인 짐이  겨우 촌 것 박색인 너에게서 버림을 받

으란 말이냐? 

짐이 너를 버리는 것도 아니고 같잖게스리 너가 먼저 짐을 거부하고버린다고? 그래, 소원이

라면 그리 

하마. 그래줄 것이니라! 날이 밝아지면 네 소원대로 폐비시켜 줄 것이야 하지만 이 밤은 짐 

마음대로 하

여야겠다! 너는 짐의 계집이니 짐 마음대로 하는 것이지! 이 건방진 것! 저가 무어관대 감히 

짐을 거부하

고 피하려든단 말이더냐?!” 

아얏! 중전은 비명을 지르며 볼을 싸쥐었다. 자존심 상한 분노, 혹은 노여움을 참지 못한 터

로 왕의 어수

가 바람소리를 내며 여린 볼을 갈긴 것이다. 

왕의 눈에는 시퍼런 불이 타고 있었다. 단 한번도 남에게 거부당하거나 무시당한 적이 없었

을 고귀한 그 

사내가 처음 당하는 거부요 모욕이었기에 그 상처는 더 심하였고 그 자존심의 분노는 더 치

열하였다. 

그러나 중전은 볼에서 전해지는 아픔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속시원하였다. 자신이 작으나마 

왕에게 상

처를 주었다는 것이 너무 통쾌하고 후련하였던 것이다. 

왕은 이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너무 큰 분노와 자존심의 상처로 거의 발광 직전이었다. 

“고약한 것이 참말 죽으려고 환장을 하였구나. 감히 짐을 거부하고 도도하게 제가 먼저 싫

다 나서? 잘 

들어라, 이 멍청한 것아. 넌 짐의 계집이야! 허니 짐이 시키면 무엇이든 다 하여야하는 짐의 

계집이란 말

이다. 대체 계집의 도리가 무엇인데?  짐이 동하면 순응하여 팔을  벌려주는 것이 지어미의 

도리이지. 헌

데 이 못된 것이 감히 어디서 짐을 물어뜯고 앙탈을 부리는 게야?”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중전은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는 팔뚝을 다시 앙칼지게 물어 뜯어버렸

던 것이다. 죽

을 때는 죽더라도 지금껏 수모당한 앙갚음은 하고 가야지 하였다. 

그러나 연약한 여자의 힘으로 억센 사내를 이길 방도가 애초에 없다는 것을 어린 그녀는 아

직 모른다. 

왕은 훗 하고 신음 소리 같은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자신을 물어뜯은 것을 오히려 

즐기는 듯이 

아주 유쾌한 얼굴이기도 하였다. 

“감히 짐의 용체를 훼손하였으니 너는 인제 시신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할 게야. 그래, 짐이 

이 고마운 

일의 대접으로 필히 너를 폐비하여 능지처참을 하여주마” 

지독히도 잔인한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으며  왕은 왕비의 머리타래를 움켜잡아 아주  쉽게 

얼굴을 치켜

들게 했다. 마치 벌을 주듯이 작은 입안에 자신의 두툼한 혀를 억지로 밀어 넣었다. 

왕은 자신의 몸 아래로 느껴지는  보드랍고 따뜻한 여체로 인해 미칠  것 같았다. 비뚤어진 

쾌락을 기대하

는 비틀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단지 이렇게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이성을 잃게 할 정도로 만드는 여인은 천하에서 오직 어

린 왕비 한사

람뿐이다. 지아비인 왕 자신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오만한 이 계집. 아무리 빙빙  돌며 

꼬시고 바라

보아도 절대로 먼저 웃음 지어주지 않는 쌀쌀맞은 이 여인에게 짐은 어찌하여 이토록 집착

하게 된 것일

까? 

마구 그를 떼밀고 때리고 다시 물어뜯으려고 하는 중전의 두 손을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잡

아채 머리위

로 올렸다. 그리고 머리를 숙여 탐스러운 젖무덤 위에 솟은 작은 유두를 물어 삼켰다. 

솔직히 말해 왕은 어떤 야릇한 흥분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는 자신 앞에서 이토록 필사적이고 대담한 반항을 하며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다하는 여인

을 안은 적

은 없었다. 전부다 순응하거나 먼저 유혹하지 못해 안달이던 계집만 보았을 뿐이다. 마구 몸

부림치며 무

작정 벗어나려고만 하는 왕비의 몸을 억지로 잡아 자신의 몸 안에 가두면서 왕은 마치 자신

이 암컷을 겁

간하는 수컷인 양 잔인한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사내의  핏속에 잠든 본능적인 야수성

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왕은 싫다 도리질 치며 벗어나려 안간힘을 다하며 온몸을 비트는 고운 젖무덤을 한 손으로 

뿌듯하게 움

켜쥐었다. 놓아주시어요! 제발 이렇게 하지 마시어요! 서럽고 가냘픈 애원을 하며 무작정 도

망치려 하는 

왕비의 작은 입술을 꽉 물어버렸다. 

아얏! 하고 새어나오는 작은 비명. 찝찔한 피 맛이 입안에 돈다. 여린 입술이 금세 터져버린 

것이었다. 

그럼에도 왕은 멈추지 않고 싱긋 웃으며 보드랍고 작은 얼굴에 미친듯이 자신의 얼굴을 비

벼댄다. 

“반항하여 봐! 짐을 싫다 다시 내쳐 봐! 하지만 넌 짐의 것이야. 어찌  하든지 짐이 하잔대

로 하여주는 짐

이 계집이라고! 감히 짐을 피하여 도망을 가?” 

무작정 투명하고 여린 다리 하나를 자신의 허리에 돌려 감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작고 여린 

꽃잎 속으로 

성이 난 거대한 뿌리를 단번에 밀어 넣었다. 너무 큰 충격에 왕비의 입이 딱 벌어진다. 중전

은 이제 신음

소리도 내지 못했다. 마음이 닫힌 터라 아직도 충분히 젖지  못해 메마르고 좁은 여인의 샘

은 언제나처럼 

지아비를 제대로 머금지 못하였다. 왕는 혀를 차며 짜증스러워 한다. 그러나 마치  전쟁처럼 

기어코 끝까

지 파고들어 왕비와 일체가 되고 만다. 

“이게 네 팔자야. 알겠니? 짐이 달라 하면 내어주는 것이 네 팔자라고! 감히 짐을 반항해? 

네 그 잘난 마

음속에 다른 사내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러지 못하겠지! 재응이라는  그 놈 목이 기

어코 버혀지겠

구나? 짐이 내일 당장 그 놈을 효시하여 남문 앞에 걸어놓으리라!” 

공포에 젖은 왕비의 눈이 왕의 눈에 고정되었다. 사실이옵니까? 하고  되묻는 듯한 그런 눈

빛, 왕은 마치 

광인처럼 웃어 제꼈다. 

“그 꼴이 차마 보기 싫으냐?  허면 짐의 목을 안아라!  그리고 요염을 떨어봐. 잘못하였다 

네가 사정하고 

빌면 짐이 그 놈을 용서해 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핫하하. 짐을  사모한다 말하여라! 그러면 

모든 것을 용

서하여 주마. 월성궁 누이에게 가라고 하였니? 하지만 짐은 네가 더 갖고 싶어. 짐에게 무엇

이든 다해 

주는 월성궁 계집보다 목석 같은 네가 좋아. 널  갖겠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짐은 널 갖고

야 만다고!” 

투정하듯 억지하듯이 어린 지어미의 귓전에 대고 소리치는 목청은 탁했다. 쓰러지려는 작은 

몸을 두 손

으로 굳게 죄어 번쩍 들어 안았다.  그렇게 되니 이제 왕비는 두 다리로  왕의 허리를 감고 

허공에서 흔들

리는 형국이었다. 어쩔 수 없이 왕비는 두 팔로 그의 목을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 허공에 매

달린 채로 그

렇게 어린 중전은 난폭한 진퇴를 거듭하는  지아비 전하의 억센 힘을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했다. 

왕은 히죽 웃으며 축 늘어지는 향그런 입술을 다시 물어 삼켰다. 목안으로 넘어오는 타액조

차 달콤하고 

향기로운 듯 했다. 

“현숙하다 소문이 난 네가 이렇게 사내의  다리그네를 잘 탈 줄은 몰랐구나. 핫하하.  어디 

다시 한번 반

항하여 보거라. 짐을 싫다 피하여 보란 말이다.” 

사납게 윽박지르는 남자의 힘 앞에서 반항이란 이미 무력하다.  이윽고 왕은 낮게 신음하며 

어린 지어미

의 순결한 자궁에 거칠게 분출했다. 수치심과 두려움에 젖어  반정신을 잃은 왕비는 이윽고 

왕에 의하여 

차가운 맨바닥에 거칠게 내팽개쳐졌다. 왕은  다시금 애처로울 정도로 여리고  투명한 몸을 

타고 올라 안

해의 전부를 더럽히고 맛보고 샅샅이 더듬어 자신의 흔적을 찍어 놓는다. 

마치 갈증에 지친 사람이 생명수를 찾듯이 불칼처럼 세운 혀를  밀궁 속으로 밀어 넣고 세

차게 빨아대며 

희롱하던 그는 그 것으로도 모자란 듯 하얗고 은밀한 허벅지 사이에 자신의 치아 자국을 뚜

렷하게 남겨

주기도 했다. 

이미 한 번 파정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왕의 욕심은 도무지 줄지 않는다. 중전의 향기로운 

체취는 무한

한 쾌락을 주는 최음제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중전이 월성궁에 가라 한 말은 왕의 사나운 욕정에 기름을  붓은 격이었다. 그렇게 짐을 싫

어하고 꺼려하

는 너란 계집을 반드시 정복하고야 말리라하는 오기까지 겹친 것이다. 네 입에서 반드시 갈

구하는 신음

을 내게 하고야 말리라! 짐 아래 깔려서 쾌락에 떨며 죽느니 사느니 하는 꼴을 반드시 보고

야 말련다 이

런 비틀린 자존심이었다. 

"월성궁에 나가면 짐이 벌거벗고 말놀음을 한다 하였느냐? 그래, 그리 하여주면 될 것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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