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5화 (65/200)

며 어떤 낯뜨

거운 치내를 부리고 있을까 하는 망측한 망상으로 자신을  괴롭히기 싫어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화

봉이와 웃는 일까지 생긴 터이다. 

그런데 왕이 이 밤에 다시 환궁을 하신 것이 아니더냐. 

중전 자신을 찾아 교태전에 듭시었으니 너무 놀랐다. 하지만 솔직히 자신에게 돌아온 그 분

이 감사하고 

반가웠다. 하여 엉거주춤 웃음기를 지우지 못하고 몸을 일으키어 지아비를 맞이하려 하였다. 

그러나 왕은 어린 지어미의 그  마음을 모른다. 중전의 입가에 매달린  작은 한송이 웃음을 

오해하고 말았

다. 

실로 짐 마음을 장히도 몰라주는 계집! 짐을 싫어하지 말라 그리도 부탁하였는데 짐이 하루 

아니 들어온

다고 금세 얼굴에 웃음기란 말이냐 싶어 격분을 한 것이다. 

노여운 김에 그는 다짜고짜로 발길을 들어 앞에 놓인 중전의 문갑을 냅다 걷어차 버렸다. 

“꼴같잖은 것이 짐의 심란한 마음도 모르고서… 그래,  너 말이다! 짐이 중궁에 들지 않는

다 하니 그리 

즐거워 웃고 있는 것이니? 짐을 꺼리지 말라 그리도 말하였건만, 짐과 더불어 할 적에는 고

개도 들지 않

고 매일 밤 훌쩍훌쩍 울기만 하더니, 짐이 하루 들지  않는다 싶으니 그리도 좋다 깔깔거리

고 있었더란 

말이냐? 기가 막혀서! 당장 그 웃음소리 그치지 못해? 무엇이 그리 즐거워 계집의 웃음소리

가 방자하게 

문지방을 넘는단 말이냐? 천하의 고약한 것 같으니라고!” 

중전의 입가에 작은 매화꽃망울처럼 피어오른 하얀 미소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갑자기 들

이 닥쳐 이

유도 없이 길길이 날뛰며 무작정 자신을 후려잡는 왕 앞에서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는 것인

지. 너무 두

렵고 당황하여 얼굴이 절로 사색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 너무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못하였다. 

그러나 중전이 입능 봉하고 있으려니 그 것이 더 큰 못마땅함인가? 왕은 더 길길이 날뛰며 

감히 짐의 말

을 같잖게 생각하여 도도하게 도사리고 있느냐 삿대질까지 하며 고함을 쳤다. 하는 수 없이 

중전은 그저 

신첩이 잘못하였습니다 하고 두 손 모아 사죄하였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그 밤에 왕의 억지 노염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중전이 무작정 

사죄하고 

비는 것까지도 노염거리라. 같잖은 것이 짐을 무시하여 사람  취급도 아니하니 이렇게 한다 

하며 다시 발

길로 중전의 서안을 걷어차는 것이었다. 

중전은 대체 왜 그가 이렇게나 자신에게 노염을  내고 트집을 잡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만 

월성궁에서 머무르지 않고 그가 다시 환궁을 하였다는 것에서 희미하게나마 월성궁  계집과 

불화를 하였

구나 짐작을 했을 뿐이다. 

영리한 터로 그녀는 문득 전하께서 중궁전 듭신 것을 두고 그 계집이 강새암하여 그의 용안

이라도 할퀸 

것은 아닐까 생각하였다. 

오직 전하의 마음속에 든 정인이 월성궁 계집 저 뿐이라  여기고 있었을 터이다. 그러니 필

시 방자한 그 

계집은 이 밤에 전하를 상대로 울고불고 앙탈을 하였겠지.  그것이 민망하고 무안하니 중궁

전에 와서 괜

스리 당한 무안을 중전의 잘못인양 이렇게 난리법석을 떨며  푸는 것은 아닐까? 아니, 어쩌

면 월성궁 그 

계집이 전하더러 나를 수모주어자신에게 고정된 정분을 보여 주라 억지 앙탈을 한 것은 아

닐까?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중전은 말도 못하게 자존심이 상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 또한 주상 당신의 지어미이며 정비일진데  천한 잉첩의 비위를 맞추느

라 이렇게 아

무 죄도 없는 나를 능멸하시고 수모를 주시는가 싶어 서러움은 더하였다. 

월성궁에서 강새암일 그 계집과 어떤 난리를  부리다 돌아왔는지 모르지만 그 것이  자신을 

두고 노화 낼 

이유는 아닌 것이다. 

중전은 주먹을 꼭 쥔 채 바닥을 내려다보며 왕이 벅벅 억지 트집으로 길길이 날뛰며 자신을 

후려잡는 것

을 가만히 듣기만 하고 있었다. 

‘대체 왜 이리 하십니까? 신첩이 무엇을  잘못하였다고 이렇게 수모를 주십니까? 실로 억

울하고 분하옵

니다!- 

겉으로는 어질고 조용하다 하여도 은근히 고귀하고 도도한 그녀이다.  게다가 이 밤의 일은 

아무리 어질

다 하여도 참을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었다. 중전은 솔직히 주상을 상대로 악을 쓰고 싶

었다. 

내가 언제 주상더러 중궁전에 듭시오 하였소? 당신께서 먼저 고집스럽게 싫다 하여도 들어

와 나를 안으

신 터가 아니오? 하물며 나더러 주상 당신을 바로 보지 않는다 억지를 벅벅 부리며 심지어 

웃는 얼굴을 

아니하면 마음속에 다른 사내를 담았다 오해를 한다 협박까정 하며 나를 꼬드기신 터라. 그

래놓고서 이

날 와서는 날 버리고 당장 월성궁에 나가시더니… 

‘배신을 하였다 하면 당신이 먼저이고  억장을 뒤집었다 함은 그 것도  당신 먼저라. 천한 

계집 가까이 두

시어 이 몸에게 별별 망신을 다 당하게 하신 것도 모자라서이 밤에는 또 왜 이리 하시는고? 

게서 무슨 

심기를 어떻게 상하셨길래 듭시어서 나에게 이리 터무니없는 노염을 장히도 부리시는가? 그

야말로 한

강에서 뺨을 맞고 종로에 와서 눈 흘긴다더니 딱 그짝이 아닌가요?’ 

어느 정도 하고 그만 두었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어지간히도 분에 겨운 터로 왕은 억지 노염을 쉽사리 접지 못하였다. 

자신이 월성궁을 박차고 나온 이유도 다 중전 때문. 한번도  심각하게 불화한 적 없는 희란

마마에게 주상 

당신이 삿대질까지 하며 눈물을 빼게  한 것도 중전 그녀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마음을 중전이 

조금도 몰라준다 생각하니 어찌 그리도 섭섭하고 분하고 화가 치미는가? 

짐이 이리도 저를 장히 아껴 비호하고 그저 저만을 바라보는데,  무정한 저는 짐이 아니 온

다고 웃음을 

지어? 

짐이 어젯밤에 그리도 당부하지 않았더냐? 서로 마음으로 맺어져 진정한 부부지간이 되어야 

원자도 낳

고 행복할 수 있다고… 

그렇게 그저 저를 바라보는 짐의 뜻을 몰라주는 무정하기 짝이 없는 계집이라. 

짐이 저를 버리고 다른 계집을 찾아갔으면  실상 울적하니 눈물짓고 심란한 얼굴을  하여야 

정상이지, 헌

데 저가감히 짐이 아니 온다 웃음소리를 낸단 말이더냐? 

중전 보기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길길이 삿대질을 하며 억지 트집을 계속하여 벅벅 부리

는 왕의 속내

는 바로그 것이었다. 

그러나 대놓고 말을 아니하니 어린 중전이 왕의 그 마음을 어찌 알랴? 

알아주기는커녕 오히려 오해하여 중전 역시 분심만 더 커지는  것이라. 너무 억울하다 싶으

니 순한 중전

도 드디어 슬슬 독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나란 존재는 그저 당신이 노화나면 발길로 걷어차고 다니는 돌멩이인가? 월성궁 계집과 얼

마나 장하게 

불화를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저들 사랑 싸움질에 왜 중간에 아무 상관도 없는 내가 경을 쳐

야 하는가? 

조정의 일도 작파하고 그 계집을 찾아 가셨으면 내키는 대로 질탕하게 침수 시중 받으시고 

방탕하실 일

이지 돌아오시기는 왜 돌아와 나만 가지고 트집질이냔 말이다. 

이러는 참에 아무리 날뛰어도 중전이 도무지 반응이 없으니 왕의 노염은 이제 아무 죄도 없

는 화봉이 쪽

으로 돌려지고 있었다. 

왕은 솔직히 화봉이 년을 바라보며 말도 못하게 분하고 기분이 상하여 저것의 목을 졸라 죽

여 버릴까보

다 하는 참이었다. 천한 아랫것이 감히 하늘같은 중전을 동무 삼아 웃음을 짓게 만들어? 지

아비인 짐이 

단 한번도 보지 못한 비의 웃음을 저 천한 것은 매일같이 대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냐? 

중전의 모든 것을 트집잡고 중전 곁의 아랫것들까지 엉뚱하게 경을 치려는 왕의 속내는 엄

밀히 따지자

면 격렬한 질투였다. 

왕은 이 순간 중전을 둘러싼 모든 것을 투기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절대로 들어가지 못

한다 싶은 그

녀의 마음속을 헤아리는 사람들. 한없이 바라지만 언제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침묵이거

나 눈물뿐인 

터로 저 것들은 중전의 신임을 얻고 웃음소리를 듣고 산다 이 말이 아니냐? 

-다른 사람말고 짐에게 웃음을 지어주란 말이야! 짐을 보란 말이야! 그대 바깥에서 빙빙 돌

며 바라보고

만 있는 짐을 보아주고 웃어달란 말이야!!- 

왕은 중전의 어깨를 부여잡고 흔들며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한편 아무것도 모르고 중전마마와 노닥거리던 불쌍한 화봉이. 죄라고는 그저 중전마마 농거

리에 한번 

같이 웃었다는 것뿐이다. 

달달 떨며 그저 죽여줍쇼 하고 윗목에 고개를 쳐박고 엎드려 고두하고 있었다. 전하께서 흘

깃 저를 내려

다보시는 눈빛이 시퍼렇기에 그녀는 이제 저가 딱 죽었구나 하였다. 

아니다 다를까 천한 나인 주제에 같잖게 중전마마를 상대로 경망되이 장난질을 벌였다는 죄

목이 떨어졌

다. 끌고 나가 회초리를 매우 쳐라 하는 하명이 떨어졌다. 

몇 대만 맞으면 시뻘겋게 피가 맺히는 상정마마의 무서운  회초리가 무려 삼십대라. 화봉이

는 저도 모르

게 달달 떨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여린 제 종아리가  남아나지 않겠고나 하는 두려움도 두

려움이지만 그

녀는 이어지는 전하의 말씀에 그만 억 하고 기절을 했다. 

이 밤에 내리신 상감마마의 처분은 가혹하기 이루 말도 할  수 없었다. 종아리를 치는 것도 

모자라서 저 

년을 당장 궐에서 쫓아내라 하는 무서운 대처분이 더하여 내려진 것이다. 

화봉이에 대한 왕의 터무니없고 이유 모를 가혹한 처분이 바로 왕비가 왕에게 감히 항명을 

하게된 결정

적인 계기였다. 참다 참다 못한 터로 왕비는 난생 처음  겁없이 왕을 상대로 고개를 치켜들

은 것이었다. 

"전하! 실로 듣잡기로 너무 처분이 심하시옵니다. 어찌 이 밤의 허물이 화봉이의 잘못이겠나

이까? 제발 

고정하시옵고 자비를 베풀어주옵소서." 

처음부터 덤빈 것은 아니었다. 조곤조곤 사정을 아뢰자 하였다. 허나 말을 하다 보니 억울함

은 더하였고 

상궤어서 벗어난 난폭한 왕에 대한 야속함이 덧보태져 중전 역시 상궤를 벗어나고 말았다. 

"일의 전말을 아뢰옵니다. 신첩이 감히 웃음소리를 낸 것은, 주상께서 아니 듭시어  그를 즐

거워하는 터

로 소리내어 웃은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오직 먹을 갈다가 잠시 실수를 한 것을 가지고 우

스개라. 허물

이 없는 아랫것과 서로 잠깐 농을 주고받은 것일 뿐입니다.  이 잠시간의 일이 신첩의 체모

를 잃게 한 것

도 아닐진대 어찌하여 죄 없는 그 아이를 두고 회초리로 매우 쳐라 하는 부당한 분부를  하

십니까? 차라

리 회초리로 본보기를 보이시려면 신첩을 치소서! 신첩이 먼저 실수하였고  농도 먼저 신첩

이 걸었으며 

웃음소리도 신첩의 그 것이 더 컸으니 허물은 신첩이 일등이라. 그렇게 본다면 실로 신첩이 

벌을 받아야 

함이거늘, 어찌하여 화봉이에게만 그 죄를 물으시나이까? 종아리를  치라 하시는 그 처분도 

가혹하시되 

더구나 궐서 내치라니요? 이 아이가 궐에  들어온 지 십여 년이되 큰  잘못 한번 없음이라. 

어찌 이 밤의 

일만 가지고 함부로 출궁을 하명하시옵니까?  성상께서 가지실 으뜸의 덕은 눈이  밝으셔야 

하는 것입니

다. 잘잘못을 가려 죄를 주실 적에 어찌 진정 잘못한  이는 두고 불쌍한 아이를 핍박하시는

고? 신첩을 치

시옵소서!” 

얌전하고 심약한 중전이 마치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당차게 달려들자 왕은 처음에  어안이 

벙벙하였다. 

너무 놀란 터라 그는 왕비를 향해  삿대질을 하던 손가락을 내려놓을 생각도 못하였다.  너,

너... 하고 잠

시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왕비는 조금도 굴하는 기색이  없이 야무지게 항변을 

계속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