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화 (62/200)

리고 있는 희

란마마에게 길길이 삿대질까지 하였다. 

"정궁인 비(妃)를 제쳐두고 짐의 총애를 독차지한 이가 바로 그런 누이인데, 감히 지금 누구

를 상대로 

이년 저년이며 짐더러 더럽다 하는 것이야? 짐이 비를 찾아 같이 하는 것이 더러운 일이면 

잉첩인 누이 

찾아 침수하는 것은 그럼 떳떳하고 깨끗한 일이오? 듣자듣자 하니  참으로 고약하군! 그 방

자하고 고약

한 입질 다시 한번 터지면은 이 놈의 월설궁 편액을 쪼개 버릴 것이다!" 

중전을 들인 이후 허구헌 날 둘이 마주 앉아 비웃기를 중전더러 갈가마귀니, 못난 박색이니 

눈돌리기도 

아까운 멍청이니 하고 놀던 그  때만 생각하였다. 왕도 껄껄 웃으며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치지 않았던

가? 그때 생각하면 가볍게 나불거린 입이었다. 헌데 천청날벼락이라, 왕의 고함소리가  방문

을 넘었다. 

어지간히도 격분을 한 용안으로 왕은 참고 참았던 심중의 말을 좔좔좔 토해냈다. 

"아무리 하찮고 보잘 것 없어도 사직의 안주인이며 종실서 간택하여 맞아드린  정궁이니 짐

조차 감히 하

대를 못하는 사람이 바로 중전이오. 헌데 짐 앞에서 누이가 이렇듯이 방자하게 그사람을 더

러운 년이라 

능멸하오? 무엇을 어찌 하였길래 그이더러 더럽다 하오? 정작 더럽다 욕을 들을 사람은 중

전이 아니라 

바로 짐과 누이가 아니오? 사촌지간 엮어서는 아니 될 정분을 맺었으니 더럽고 불측하다 비

난을 듣고도 

남을 것이며 겁도 없이 왕 된 위엄을 더럽혀서 이 나라를 통째로 누이 치마폭에 싸담아  엉

망진창으로 만

들었으니 차라리 짐더러 더러운 폭군이라 욕을  하오! 헌데 왜 애먼 그이더러  감히 더럽다 

하는가? 설사 

정분없이 소박준다 합시다. 지아비인 짐은 그를 능멸하여도 천한 잉첩주제에 누이가 어떻게 

감히 그이

더러 무도하고 방자하게 입질을 하는가? 

말을 하자하니 분함과 신경질이 더 치밀어 올랐다. 왕은 냅다 발길에 구르는 베개를 걷어차 

버렸다. 만

정이 떨어진 얼굴로 윗목에 벗어 던진 저고리부터 주워들었다. 어찌하든 이 곳을 빨리 떠야

겠다는 그런 

얼굴로 아랫것들을 부르지도 않고 주섬주섬 제 손으로 의대를 다 챙겨 입었다. 

"가리다! 누이가 짐더러 가라 하니 가겠소! 중궁전 가라 하니 가면 될 것 아니오?" 

"마, 마마. 아이고 마마 신첩이 잘못하였습니다. 강새암에 신첩이 눈이 뒤집혔습니다. 용서하

여 주십시

오." 

아차차, 내가 너무 나갔구나… 찔끔하여 흐란마마는 경솔한 제 입을 주먹으로 치고  싶었다. 

말을 가려서 

하여야지. 저분 속내 잘 헤아려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였는데 새암에 눈 뒤집혀지고 일단 내 

손에 들어온 

분이다 하여 마음을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발치에 매달리는 희란마마를 돌아보는 왕의 눈길은 매섭고 차가웠다. 어지러운 꿈에

서 비로소 

깨어난 듯 서늘하고 덤덤하였다. 

"놓으시오. 누이의 반성은 믿기지 않소이다." 

"마마, 마마. 신첩이 잘못하였습니다. 이제부텀은 그저 순후하게 살겠나이다.  중전마마를 하

늘처럼 모실 

것입니다. 한번만 용서하여 주십시오, 흑흑흑" 

그러나 처연한 눈물도 소용없었다. 

"누이 하여온 일을 되돌아 보시오. 짐이 믿을 수 있을 거 같소? 짐이 조금만 섭섭하게 하였

다 싶으면 당

장 애먼 투기에 강새암만 부리고 짐을 닥달하니 짐이 예로 오기조차  싫소! 중궁전에 왜 들

어가냐 물었

소? 중전은 누이처럼 이렇게 방자하지도 않고 강새암도 아니 부리어서 편안하오! 그래서 들

어가오. 왜, 

한번 더 트집잡아 중전더러 이년 저년  해보지? 사람이 말이야! 어지간하여야지. 나이가 그

만하면 세상 

물정도 알 터인데, 어찌 이리 가리는 것도 없고 조심함도 없는가? 누이 입질이 이렇게 무도

하고 고약하

니 참말 짐은 누이가 예전의 그 다정하고 조신하며 고운 누이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오. 사

람이 어찌 항

시 이리도 모질고 박하오? 짐이 그나마 정궁 몸에서 후사라도 하나 보겠다고 그이에게 들것

이면 의젓하

니 가납하고 교태전에 듭시어 빨리 후사를 보옵소서 축원을 하여 주어도 모자라거늘… 쯧쯧

쯧. 짐이 누

이게는 대체 무엇이오? 누이 눈에 짐은 함부로 누이 마음대로 막 대하여도 되는 시정의 한

량처럼 보이

오?” 

멀거니 눈을 내려깔고 입이 막히여 말도 못하는 희란마마를 경멸스럽게 내려다보던 왕이 쓰

디쓴 혀를 

쯧쯧 찼다. 

"어지간히 하오? 응? 어지간히 하란 말이오! 조금만 제 맘에  안들면 은장도 빼어들고 죽는

다 난리를 치

는데 말이야. 이젠, 짐도 질렸소이다. 아주  지긋지긋하오. 그리 죽기가 소원이면 어디  한번 

죽어보시

오?" 

"마, 마마.... 신첩더러 죽어라 하시었나이까?" 

기가 막히고 망연자실한 희란마마 힘없이 되물었다. 기가 막히고 믿을 수가 없어 저절로 눈

에 눈물이 주

르르 흘러내렸다. 지금 나더러 죽어라 하는 이분이 나의 말  한마디에 설설 기던 그 주상이 

맞는가? 눈앞

이 캄캄하고 아뜩하였다. 방바닥이 나락인양 무너지고 있었다. 

왕이 흥 하고 비웃었다. 입꼬리를 비틀며 망설이지 않고 무정하게 쏘아붙였다. 

"그랬소이다. 어디 죽어보시오! 허면 짐의 후실이니 장사는 후히 치뤄주리오." 

"흑흑흑, 무정하시옵니다. 흑흑흑. 신첩에게 이러실 수는 없나이다." 

"흥. 무엇 그리 짐이 잘못 말하였는데? 웃기는구먼. 좋소이다.  말이 나온 김에 끝까지 하여

봅시다 그려. 

날이면 날마다 짐더러 내 신세 망치었다 물어내라  하는데 짐을 만나 누이 팔자 무엇 그리 

불쌍하게 변하

였소? 과부되어 친정으로 돌아온 팔자.  평생 수절하며 그림자로 뒷방에서  살아야 할 평생 

아니오? 그나

마 짐의 후실 되어 밤마다 짐을 독차지하여 즐거움 넘치게 누리었으니 손해는 아닐 것이며 

권세 휘두르

며 당당하게 마마칭호 받는 작금의  팔자라. 누가 부러워하지 않으리?  그리 따지면 오히려 

억지로 누이

를 차지하여준 짐더러 고맙다 하여야 하지 않소?" 

말을 시작하니 그동안 가슴에 쌓인 분함 섭섭함, 열분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참아주고  참

아주고.... 한

번 두 번 보아주었더니 더 이상은 참아줄 수 없는 희란마마의 방자하고 교악스런 작태가 줄

줄이 되새겨

지고 잇었다. 가증스럽게 똑똑 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저가 잘하였다 온몸으로 항명(抗命)하

는 희란마마

가 왕은 참으로 환장할 정도로 미웠다.   

"헌데 이것은 말이야. 날이면 날마다 모자라다, 부족하다. 더해내라. 짐을  들들 볶고 방자하

기기 이루 말

을 할 수 없음이라. 아무리 짐이 천한 잡배라 하여도 이럴 수는 없다. 짐은 왕 된 위엄까정 

버리고 천하

의 폭군 소리 들어가며 누이를 택하였소. 누이 한사람 눈에  눈물빼지 않으려고 짐이 그 모

든 일을 다 해

치운 것인데 뭐 어째요?  누이 팔자 상하게 하였으니  물어내라? 죽어버린다? 그리 죽기가 

소원이면 죽으

시오! 누이 말대로 중전하고 한참 붙는  정분이라 짐은 그를 잘 이어 원자  낳고 잘 살터이

오. 누이 버리고 

왕된 위엄 지켜가며 한번 성군 소리 들어봅시다." 

"흑흑흑, 전하. 신첩이 잘못하였습니다아!~~" 

"가증스럽구려. 짐이 노화를 내니 찔끔하여 반성하오? 그만 두시오!  꼴같잖소! 다시는 예에 

안올 것이

다! 무엇 어여쁜 데가  있어야 돌아라도 보지 말아야.  방자하고 패악질이 기승하며 무도한 

입질이 상궤를 

넘었으니 누이는 이제 짐의 성총 받을 자격도 없소. 근신하오!"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왕은  벼락치듯이 방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왕이  벌컥 노화를 내며 

방을 박차고 

나가버리자 희란마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깊이 후회를 하였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

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방을 나선 왕은 신발을 신겨드리려 무릎을 끓은 장내관 앞에 발을 내밀며 무섭게 호령하였

다. 

"월성궁 수하가 누구 있느냐?" 

아랫것들이 줄줄이 섬돌 아래 부복하였다. 모시는 윗전의 허물은 곧 그들의 죄라, 월성궁 아

랫것들의 낯

빛은 모두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방안에 있는 저이. 무도하고 고약하여 근신하여야 할 것이다. 지분단장 지우고 월성궁 대문

을 나오도록 

하지 말라. 꼴같잖게 투기심하고 감히 윗전을 능멸함이 크니 짐의 성총 받을 자격이 없음이

다. 반성하는 

태를 내비칠 때까정 교육 제대로 시켜라!" 

"명심하와 분부 봉행하올 것입니다." 

"짐이 다시 나올 때 저이가 변한 바가 없음이면, 모시는 너들의 불민함이라. 모두 곤장을 맞

을 것이다. 

명심하여 봉행하라!" 

   

이러다가 정말 내가 죽는 꼴이 나는고나. 희란마마란는 일단 주섬주섬 의대부터 주워입었다. 

계집의 의

대라 줄줄이 꿰어입는 것도 많으니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고  속옷 차림으로 아랫것들 앞에 

나설 수도 없

음이라 고름도 채 매지 못하고 급한 걸음으로 달려나가으되 그러나 왕의 자취는 온데 간데 

없었다. 교인

당만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마루 끝에 서 있었다. 

"상감은 어디 가신 것이야? 설마 환궁하신 것은 아니겠지?” 

"이미 나가셨나이다. 말에 등자 올려라 분부하시고도  진득히 참지 못하시더니 직접 중문을 

나서시는 것

을 보았나이다. 이미 말발굽소리가 났으니 환궁하신 듯 하옵니다만…” 

왕이 자신을 버리고 대궐로 돌아가 버렸다는 말에 어지간한 희란마마도 충격을 이기지 못하

였다. 철퍼

덕 마루에 주저앉고 말았다. 심중으로라야 자신이 좀 심하였구나 후회하였지만 이런 식으로 

왕이 자신

과 다툼한 후에 무서운 노염을 내고 나가버린 것도 처음이라, 방자한 희란마마 무작정 왕이 

심하였다 원

망부터 하기 시작한다. 

"아이고, 내 팔자야! 첩지없는 잉첩 신세가 이렇게 가련한 것일 줄 내 미처 생각치못하였다. 

주상께서 이

리도 이 희란을 무안주시고 배신을 하시다니! 흑흑흑… 이보게. 교인당! 주상께서 나에게 이

래도 되는 

것인가? 두어달포나 이 몸을 버려 두고 중전 그년을 찾으시어 강새암을 좀 부렸기로서니 사

내 대장부가 

되어서 그렇게 밴댕이 소갈머리라, 당장 환궁하시는 것  좀 보아! 무엇이 그리 내가 잘못하

였다고 그리 

하시는가? 흑흑흑.” 

"큰마마. 진정하옵시고 전하께서 왜 그리도 격한 노염을 내신 것인지 말씀하여 보십시오. 마

마께서 대체 

무슨 말씀을 어찌 하였는데요?!  설마 또 손톱을 세우고  용안에 자국을 내신  것은 아니지

요?” 

"아니네, 이 사람아! 하지만....... 뭐, 나가 말을 다소  심하게 하기는 하였나 보아. 하도 억장

이 무너지고 

강새암이 나서 말이야. 중전 그년더러 더럽고 고약한 년이라고  욕을 좀 하였지. 흥, 내것인 

상감의 총애

를 감히 탐내어 제 잘난 아랫도리를 가지고 미혹하려 한 년이니 그런 욕을 들어도 싸지. 그

런데 내가 그

런 말을 하였다고 벼락같이 화를 내시더니  벌컥 방문을 박차고 나가 버리시는  게야! 흑흑

흑. 나더러 죽

어라 하시었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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