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1화 (61/200)

이 하나와 대

전의 김내관이 있으니 중궁과 대전의 기척을 소상히 알 수는 있었다. 하지만 고심하여 들여

놓았던 궁궐

의 은밀한 세력들이 단번에 잘라져나간  답답하고 첩첩하기는 한량이 없는  것이었다. 물론 

더 큰 실책은 

그 일로 희란마마 저에 대한 왕의 신임이 상당부분 사라진 것이었다. 

울고불고 하는 것도 모자라서 목을 매달아 죽는다는 처연함을 떨어대다가 애끓는 사설에 한

탄을 하면서 

줄줄 눈물을 흘리니 순진한 상감마마, 어찌 이기랴? 방안에서  계집을 상대로 큰 소리 나는 

것도 사내 대

장부 망신리라. 어찌하든 진정을 시켜야지 싶었다. 여하튼 두어달포 버려 둔 이도  자신이니 

일단은 미안

하기도 하고 기도 막히고 하여 무작정 짐이 잘못하였소 하고 두 손 모아 비는 시늉을  하였

다. 

사내 찜 쪄먹는 간교한 수단은 넘치고 넘치며 사내 억장 뒤집고 후리는 희란마마 그 기술을 

당할 자가 

어디 있으라? 아무리 상감마마께서 그 그물에서 벗어나려 하여도 아직은 쌓인 정이 많으면 

누이가 불쌍

하다 하는 의무감이 강하니 어찌 그 덫을 벗어날 것이더냐. 그 첩첩한 치마폭에서 헤어나올 

것인가? 

그렇게 주상이 첫 참부터 설설 기며 비는 꼴에 희란마마 잠시 분이 풀리었다. 

딱 그정도만 하였으면 얼마나 좋으랴? 

중전에 대한 애틋한 마음까지 접어두고, 월성궁에 오신 분이다. 그이를 울려도 불쌍한  누이

를 내가 책임

져야지 하는 마음으로 왕림하신 분이니 딱 거기에서 멈추었다면 그날밤의 날벼락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리석고 욕심 넘치는 희란마마. 강새암에 눈이 뒤집혔다. 

이래보아도 저래보아도 저 분은 내 치마폭 아래에서 정신잃고  사는 분이다. 풋정이니 새큼

한 호기심에 

어린 중전년 한번 건더려 보신 것은 그야말로 잠시 군입거리. 내가 마음먹고 유혹하면 넘어

오지 못하

랴? 자신만만 자신의 기막힌 요염함과 사내 잡아먹는 기기묘묘한 수단을 믿고 너무 나아간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어찌하든지 이 날 내가 기선을 잡아 저분을  딱 눌러 두어야 다시 중궁으로 곁눈질 아니할 

것이야 싶으니 

예서 그만 둘 수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이 기회에  혁이 문제까정도 해결하여 당장에 왕자

로 인정받게 

하여야지. 만에 하나 중전이 회임이라도 하여 원자라도 생산한다면 우리 모자(母子)는 그날

로 죽는 목

숨이다 위기감에 사리판단 분별하는 눈이 그만 흐려진 것이었다. 

슬슬 어깨를 어루만지며 이제 그만 눈물그치오. 응? 하고 달래주는 왕의 손을 감히 탁 털어 

냈다. 왕의 

턱밑에 얼굴 밀어놓고 똑똑 눈물을 흘리며 신첩이  죽어 드릴 것이예요!! 하고 입술을 짓씹

었다. 

"신첩이 살아있을 낙이 없지 않사옵니까? 대체 왜 이 귀찮은 누이더러 살아라 하시옵니까?" 

"허어 사람도! 말을 어찌 그리 험하게 하시는가? 누이가 죽으면  나는 어찌 살라고 그런 말

을 함부로 하

는 것이야?" 

듣기 좋은 노래도 하루 이틀, 대문 들어설 때부터 상한 속은 갈수록 더 문드러지고,  치켜오

른 검미에 서

린 짜증은 더 격하였되 왕은 꾹 참았다. 말태 부드러이 하여 희란마마를 살살 달랬다.  이제 

그만 하오 그

런 뜻이었다. 그러나 악심에 눈이 뒤집혀진 터라 어리석은 희란마마. 왕의 용안에 서린 기색

을 읽어내지 

못하였다. 

"흑흑흑. 수절하여야 할 청상과부의 몸으로 친정에 돌아와 그저 조용히 살려 하였더니 상감

마마께서 그 

열정 못 이기신 고로 이 누이 손목  잡으시고 맹세하시기를 누이 인생은 짐이 책임질 것이

오! 짐을 위하

여 누이가 짐에게 딱 한번만  허락하시오 애원을 하시었지요. 흑흑흑..  이 어리석은 계집은 

그 맹세가 참

이라 믿고 청명한 이 인생, 흙탕물 튕길 것을 각오하며 전하를 모신 것입니다. 한데 이 날서 

이 희란의 

인생이 참으로 가련하구먼요. 흑흑흑.. 오직 한 분 정인이신  전하께 이 몸이 찬밥신세가 되

었는데 신첩

이 어찌 살 것입니까? 이미 전하께 이 늙어 가는 누이는 애물단지라. 전하의 소원대로 죽어

질 것이니 그 

박색 중전년 안고서 알콩달콩 정분 쌓으며 행복하게 살아 보세요! 흑흑흑… 이 한은 만리이

며 이 설움은 

만경창파라.. 전하, 전하.. 흑흑흑. 어찌 이러  하시어요? 신첩이 무엇 그리 잘못하였다고  이 

누이를 외면

하시고 박대하시는 것이어요? 말씀하여 보시어요, 전하, 전하-" 

목석도 감동시킬 만한 애끓는 사설과 한탄이 쉬지도 않고 희란마마 붉은 입술사이로 흘러나

왔다. 짐이 

이날 흥분한 누이를 더 섭섭하게 하였다가는 정말 목을 찔러 자결을 하는 것은 아닐까? 어

찌하든간에 

일단 진정을 시키자 싶어 그저 똑똑 눈물을 흘리며 청승을 떨고있는 희란마마 앞에서 듣기

좋게 말을 하

였다. 

   

"참 누구는 아니 그러한가? 천지신명에게 맹세하니 짐에게는  오직 누이 뿐이라 하였지. 대

장부 맹세를 

믿지 못하니 참으로 섭섭하오." 

"그런 분이 어찌 중전 고년에게 찾아가 침수 같이 하신 것입니까?" 

   

야멸차게 되받아치는 희란마마 말태가 참으로 방자하고 고약하였다. 

허면은 짐의 정궁(正宮)인데 지어미 찾아가지도 못한다 이 말이오? 

목까지 치밀어오르는 반문을 꾹 삼키었다. 도저히 말로는 희란마마를  당할 수가 없는 지라 

푸우-하고 

맥없는 한숨을 연하여 쉴 뿐이었다. 얼마 후 왕은 작정을 하고 다가앉아 희란마마의 섬섬옥

수를 잡고 어

루만지며 듣기 좋게 달래었다. 

"누이. 이러지 마시오! 짐에게는 오직 누이 뿐이라 하는 것을 대체 몇 번이나 말하여야 하는 

것인가? 우

리 고운 누이가 이렇게 눈물을  떨구면 짐의 억장이 무너지오. 인제  그만하오. 응? 아이고, 

곱다. 우리 누

이는 요렇게 눈물을 흘리는 것도 곱고 앙탈하는 것도 바로 모란꽃이거든. 핫하. 짐이 다  잘

못하였소. 다

시는 누이 심기 상하게 하지 않을 것이야. 짐이 어찌 살라고 누이가 죽어진다 하는 것이니? 

인제 누이 

눈에서 절대로 눈물나지 않게 할 것이니 진정하고 이리 안기어 보시오." 

온갖 감언이설로 왕은 강새암에 새파란  노염을 풀어내려 작정한 희란마마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오직 짐만을 믿고 사는 사람이라. 짐의 발길이 뜸하니 저도  무섭고 두려워 이리 패악도 부

리는 게지. 짐

이 에해해 주어야지. 참아주어야지. 쓴 입맛을 달래며 억지로 웃는 낯을 하였다.   

절대로 누이를 버리지 않는다는 혈서까지 써라 하면 쓴다고  맹세하였다. 누이 기분 좋아지

게 짐이 저 금

강산 유람도 보내주고 당국에 사신을 보내어 월성궁 기물세간을 통째로 바꾸어 주마 큰소리

를 탕탕 치

셨다. 그러고서 전하, 간신히 진정한 듯 보이는 희란마마를 냉큼 안고 입을 맞추어주고 금침

위로 불범마

냥 덤비어 눕히셨는데...... 

그러나 왕은 거기에서 강새암으로 시퍼렇게 눈이 뒤집혀진 희란마마에게 또다시 반희롱  반

닥달을 당하

셨다. 

날가슴 풀어헤치고 작정하여 짐이 녹신하게 그 재미로 녹여주면 불만이 없으렸다 하고는 누

이의 풍염한 

여체에 막 불을 지피시는 참이었다. 갑자기 희란마마는 발딱  일어나 왕의 손길을 뿌리치며 

연하여 중전 

고년에게 승은 주시었으니 이 늙은 누이에게는 손도  대지 마시오!! 하고 포악한 패악을 다

시 시작하였

다. 

"갈가마귀 중전 고년. 고 못난 년 속집 맛이 그리도 장합디까? 그리로 가시오!"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그동안 쌓아두었던 살 떨리게 분한 심사를 작정하고 다시금  풀어헤치

기 시작하였

다. 

날을 세운 손톱으로 왕의 날가슴을 북북 내려긋고 꼬집어댄다. 이 늠름한 팔로 못난 그년을 

안으셨소? 

중전 고년, 고 음탕한 년! 감히 내 것인  주상의 성총을 욕심내어 제 주제도 모르고 도둑질

을 하려한 그

년. 그년의 더러운 냄새를 지우고 오시오! 고함질이다. 감히 나를  두고도 고년을 연하여 승

은주시었으니 

이 누이를 모욕함이라, 저가 분하여  못살아!!-그러면서 연신 왕을 물어뜯고 꼬집고  때리고 

난리이다. 

휙 돌아앉아 제 몸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하고 이를 빠드득 갈고있는 희란마마를 향해 왕은 

억지로 웃는 

얼굴을 하였다. 

"아이고-누이, 강새암도 부릴 것을 부려라? 짐에 게로 들면  무엇하오? 도통 재미라고는 없

는데… 다른 

것은 모르되 이 재미로 하여서는 누이를 견줄 계집이 없으니 인제  그만 하오! 짐에게는 오

직 누이 뿐이

라, 이제 그만 마음을 풀어 보시오.” 

"흥, 거짓부렁 마옵소서! 그렇게 재미없는 계집을 두고 연하여 중궁에만 듭시어요? 고년 맛

이 얼마나 기

이하길래 그래, 달포 내내 교태전으로 듭신 것입니까? 흥, 어린년이 보기보다는 음탕하여 속

집 맛이 은

근히 진미였던 모양이지? 좋은 말 할 때  제대로 털어놓지 않으셔요? 고년 맛이 무에 그리 

장합디까?” 

"어허, 참. 아니라니까! 짐이 연치도  올라가고 가례를 치른 지 세  해가 넘어가는데 후사를 

두지 못하여 

어쩔 것이냐고, 빨리 정궁더러 잉태를 시켜야 한다 하도 잔소리들이 많아 게로 들어간 것이

지. 인제 그

만 합시다. 응? 짐이 다시는 누이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니 인제 마음 좀 풀어보소.” 

"거짓부렁을 아주 대놓고 하시는구먼요!  아이고 기막히다! 주상의  후사가 없다니요? 우리 

혁이는 무엇

입니까? 덩실하니 왕자로 탄생하였는데 어째서 우리 아가는 제쳐놓고 그 못난 년에게서 후

사를 바라십

니까? 이것만 보아도 알 쪼이니 마마께서 변심하셨어요!" 

말을 하다 보니 다시금 기막히고 억울하고 분하여 희란마마 두 다리를 뻗고 다시금 장한 울

음소리를 내

었다. 

"아이고, 분해. 분해 죽겠네!!- 그 년이 간교하여 그 잘난 제 년 아랫도리 잘도 휘돌려서 그

만 주상을 미

혹하였구나! 흑흑흑. 그래요, 가셔요, 그 년이 그리 좋으신 터이니 이 누이 버리시고 고년에

게 다시 가시

면 되지 않아요? 그년에게 가시오!-" 

꺼이꺼이 울다가 희란마마 또다시 제 분에 넘어간다. 중전을 상대로 별별 무도한 악설을 다 

하고 죽일년 

살릴 년 침을 뱉고 그런  년을 상대하시니 전하의 위엄이  떨어지는 것이지요!! 빨리나가서 

그 더러운 년

의 지분 냄새 지우고 들어오시오 하고 패악질을 부리는 것이 드디어 상궤를 벗어났다. 

중전 말이 나오던 순간부터 왕의 표정이 굳어진 것을 미처 흐란마마는 보지 못하였다. 싸늘

하게 식은 얼

굴을 하고 책상다리를 한 채 팔짱을 끼고 허공만 바라보며 묵묵부답이던 왕이 갑자기 벼락

같이 닥치치 

못하겠소?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일어선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의 미간에는 시퍼런 심

줄이 서있었

다. 

"그만 하라 하였소이다! 누이, 말이면 다 말인 줄 아오? 하여서 되는 말도 있고 절대로 하여

서는 아니 되

는 말도 있소이다! 무어라? 짐더러 중전을 가까이 하여 더럽다고?  지아비가 지어미를 안는 

것이 무에가 

더럽소? 지금 누이 하는 말이라, 실상 짐이  중궁전에 들어가 들어야 할 말인 것 같소이다. 

천한 것은 중

전이 아니라 누이가 아니오? 첩지도 없는 잉첩이며 피가  섞인 지친이라, 그것도 다른 사내 

보아 이미 혼

인을 한번 한 여인이 바로 누이일 진데, 짐을 더럽히는 여인이 진정 뉘요?" 

격분하여 왕의 용안에 시퍼런 빛이 튀고 있었다. 그러고도 모자란가?  어이가 없어 입만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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