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화 (48/200)

한 두번도 아니고 대체 이것이 무슨 짓인가? 

명색이 부부지간이라 하였다. 같이 침수하기도 여러번. 지아비가 늦은 밤에 서온돌 찾아 들 

어오면 눈감고도 모를 일이던가? 저가 교접하는 것을 하도 꺼려하니 손만 잡고 밤을 새는 

사내 형편도 좀 알아주어야지. 아직도 싸늘하기는 똑같으며 밀어내는 것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배싯 웃으며 이리 오십시오 하여야 정상이지, 놀라 덜덜 떨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그저 두렵고 겁이 난 표정부터 짓는 어린 지어미 앞에서 왕은 실로 문을 들어서는 것 

조차 면구하고 할 말이 딱 막혔다. 

그런 무안함과 부끄러움이 이유였던가? 괜히 밀어 오르는 것이 심술이요, 터지는 것이 불끈 

하는 억지. 왕은 심술이 덕지덕지 묻은 목청으로 삿대질까지 하며 제정신이 아닌 중전을 쥐 

잡듯이 몰아 붙였다. 

"부부지간에 지아비가 아직 침수든 것도 아닌데 지어미라 하는 것이 먼저 잠자리에 든다함 

은 만고에 없는 일이라! 대체 그대 높다하는 부덕은 다 어디 간 것이냐? 부원군이 들어오시 

어 낱낱이 이르기를 중궁전 덕을 쌓을 것이며 안해의 도리를 다하라 가르쳤다 하더니 어찌 

마서 지아비 침수 모시는 공부는 아니 가르치신 것이야? 그래놓고서 짐하고 같이 살라 혼인 

을 시키었나? 흥, 기가 막혀서 짐이 말이 아니 나온다!" 

"마, 망극하옵니다. 전하. 신첩이 잘못하였습니다." 

달달 떨리는 목청은 두어 두고라도 새파랗게 질리는 중전의 눈에서는 벌써 눈물이 찰랑거리 

기 시작하였다. 잘못한 것 없는데 용서부터 비는 중전이다, 왕은 이를 악물며 성큼성큼 다 

가가 왕비의 여린 팔목을 움켜쥐었다.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윽박질렀다. 

"떨지 말라. 짐이 무에 저승사자라도 된다더냐? 지아비가 지어미 찾아온 것이 무슨 허물이 

라고 그대는 어찌 이리 허구헌 날 짐을 꺼리고 두려워 떠는 것이냐? 좋이 지나자 약조하였 

지 않느냐? 이렇듯이 꼭 그대는 밤마다 짐을 무안하게 하여야 직성이 풀리느냐?" 

말을 듣자하니, 왕은 중전과 잠자리를 같이하려 들어온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데 중전이 왕 

을 기다리지도 않고 이렇게 홀로 침수 준비를 하였다는 것이 또다시 타박거리이며 트집잡아 

후려갈길 거리가 되었구나. 왕비는 파랗게 질려 다시 왕에게 무조건 빌었다. 

"자, 잘못하였습니다! 전하. 신첩이 잘못하였습니다. 전하께서 서온돌로 듭실지 미리 헤아리 

지 못한 신첩이 불충을 저질렀나이다. 부대 용서하여 주십시오." 

벌써 중전마마 목소리에는 자지러지는 울음기가 반이었다. 두려움 섞인 목청은 왕에게서 당 

한 무안과 능멸 때문만이 아니다. 중전은 실상 겁에 질려 있었다. 

수줍은 열 일곱 살, 풋능금처럼 여리고 가냘픈 옥체로 두근거리는 초야를 치뤘다. 사나운 

야수같이 무작정 덤벼들던 지아비에게 순결하고 수줍은 몸을 마구 짓밟혔다. 난폭하고 육중 

한 사내의 아래에 깔려 신음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능욕당한 기억이 뿌리깊은 악몽이라. 

비록 이 근래. 그와 함께 침수하였다 하여도 교접은 단 두 번인데, 운우지락은커녕 다정한 

말 한마디도 들어보지 못하였다. 다만 아프고 무섭고 참담하던 절망이라, 아무리 진정하려 

하여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하물며 늙으신 사친을 만나고 더없이 심란한 밤이었다. 짓는니 눈물이요 나오느니 한숨인데 

이런 문드러진 내 속도 모르고 지아비가 시비를 걸었다. 무서운 눈을 치켜뜨고 밤 시중 아 

니든다 고함을 지르니 어떤 여인네가 반갑고 기뻐서 살랑살랑 요염을 부리고 웃음을 지을 

것이냐? 

아무리 말로는 순명한다. 어서 오시오 하지만 얼굴에 스민 두려움과 꺼려하는 기색을 읽지 

못할 왕도 아니었다. 달달 떨리고 있는 그녀의 팔목을 움켜쥔 손에 힘이 풀렸다. 

무안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밉기도 하였다. 왕은 어린 새처럼 그저 떨고 있는 왕비를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하였다. 차마 그를 마주 바라볼 용기도 없어 고개를 외로 돌린 채 방 

바닥만 응시하고 있는 가련한 소녀. 

'한번도 고개 들어 짐을 바라보지 않지, 그대는. 짐이 어떤 눈으로 그대를 바라보고 있는지 

도 모르지. 짐이 무엇을 그대에게 바라는지 그대는 영영 모를 테지.' 

왕은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시 떠오르는 무참한 기억들. 간신히 잊어버 

렸다 지워버렸다 애써 달래던 후회와 미안함이 가슴을 차고 올라왔다. . 

가슴이 칼로 찔리듯이 아프다. 죽어도 잊지 못할 참담한 자책감이다. 초야에 짐이 이 여린 

사람을 그저 괴롭히고 함부로 대하였으니 짐은 평생동안 이이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것 

이라. 그러한 까닭에 이 사람은 밤만 같이 하려 하면 짐을 이토록 꺼리고 두려워하는구나. 

시퍼렇게 멍이 든 몸으로 그저 하염없이 울고만 있던 그날의 가엾은 모습이 그에게 손목 잡 

힌 채 달달 떨고있는 이 순간의 중전 모습과 겹쳐왔다. 왕은 그냥 몸을 돌려 도망치고 싶은 

격한 충동을 느꼈다. 

아니다. 그는 차라리 애원하고 싶다. 

그 때는 실로 짐이 잘못하였소이다! 짐은 그대를 소중히 아껴주고 싶었거늘.. 그대가 어린 

새를 보살펴 주었듯이 짐도 그대를 그렇게 짐의 품에 안고 편안하게 보살피고 쉬게 해주고 

싶었는데 어찌 일이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소이다. 짐은 그대의 지아비로 천지신명이 정하 

여준 사람이 아니오? 그러니 제발 이렇게 짐을 보고 떨지 마시오! 짐을 피하지 말아 주오… 

하지만 자존심강하고 도도한 성정이 다정함을 눌렀다. 당신 가까이 있는 모든 계집들이 다 

그를 바라보며 애교떨고 웃음 날리던 것에만 익숙하였다. 그런데 단 한사람, 가장 가까이하 

고 싶고 다정하게 하고싶은 어린 지어미만이 늘 자신을 몰아내고 외소박한다 싶으니 울컥 

분심이 치솟았다. 자신은 저를 유일한 마음의 곁으로 의지하고 있는데 저는 이렇게 쌀쌀맞 

게 그를 밀어낸다 싶어 억울하였다. 왕은 이를 악물었다. 

'흥, 그래? 편들어주는 사친 만나 네 팔자 하소연하였다니 네가 간이 부었구나? 혹여 네 아 

비가 궐 밖으로 데려가 준다더냐? 그래서 이리 짐을 꺼리고 피하자는 것이냐? 웃기는 소리. 

그 일이 네 마음대로 될 줄 아느냐? 누가 너를 놓아 준다더냐?' 

아.... 가냘픈 신음소리가 왕비의 입술에서 새어나왔다. 여린 팔목을 움켜쥔 왕의 억센 손에 

저절로 가득히 힘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은 신음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손의 힘을 

풀지 않았다. 문 밖을 향하여 고개를 돌렸다.   

"밖에 중궁의 지밀이 있느냐?" 

"조상궁 대령하였나이다." 

"중전께서 달손님이 끝나셨더냐?" 

"망극하옵니다. 옥체, 정결하여진 줄 아옵니다." 

"들어와 짐의 의대 시중들거라. 비(妃)와 함께 침수들 것이다. 저가 중궁이거늘 원자를 생산 

하여야지. 아니 그러하시오? 중전." 

파르르 떨리는 전율이 잡은 손끝으로 느껴졌다. 왕은 끝끝내 손을 잡은 힘을 풀지 않았다. 

못 놓아. 도망가지 못해. 누가 놓아준다니? 

"마,망극하옵니다! 잠시만 기달려 주십시오! 금침 새로 내릴 것입니다! 서, 선이를 불러라. 

게 있느냐?" 

하시는 말마다 차디차기는 북풍한설이요, 덤덤하게 하명하는 목청은 매섭고 잔인하였다. 거 

의 제정신이 아닌 터라 아랫것들 부르는 왕비의 목청이 바람 앞의 나무 가지처럼 떨리었다. 

전하께서 교태전에 듭시면 주로 동온돌에서 주무시었다. 혹여 쌀에 뉘처럼 서온돌에 듭시면 

왕비의 살 닿기 싫다 하듯이 금침 두 채 펴게 하시던 것이 버릇이었다. 대해같이 넓은 방에 

서 각자 한 구석을 차지하고 멀찍이 떨어져 자는 것이 예사였다. 그래서 그 밤도 나인은 당 

연히 금침 두 채를 준비하라 생각하고 왕의 몫으로 새 금침을 끌고 방문을 들어섰다. 

왕이 의대를 갈고 자리옷 차림이 되니 중궁의 아랫것들이 금침 두 채를 나란히 펴고는 병풍 

치고서 물러났다. 왕은 매가 참새를 채듯이 중전의 가녀린 옥체를 한 팔로 휘어 감아 펼쳐 

진 금침 위로 쓰러뜨리며 심술궂게 웃었다. 

"흥, 고약하고 같잖은 것! 명색이 부부지간인데, 다정하자 제 입으로 약조도 하였거늘 한방 

에 두 금침을 펴라 하명하여?" 

애초에 그리 분부한 사람은 왕 자신이라 하는 것은 싹 잊어먹은 얼굴이다. 무작정 한사코 

부여잡고 있는 왕비의 속적삼 고름을 부욱 찢어버렸다. 봉긋 돋은 옥잠화 봉오리 같은 젖가 

슴을 꽉 움켜잡았다. 달콤하게 부풀어 향기로운 젖 봉오리를 빨아 삼키기 시작하였다. 

"부부지간 서로 딴 이부자리 펴고 침수한다는 말은 짐이 한번도 들은 바가 없다. 헌데 네가 

하는 짓이 이렇게 고약하고 쌀쌀맞으니 필시 네 마음속에 짐이 네 지아비라 하는 사실이 들 

어있지 않음이라?" 

"아, 아니옵니다. 어찌 그리 고약한 말씀을 하시는고? 신첩이 감히 어찌?......" 

듣자하니 너무 억울하였다. 왕비가 떨리지만 작은 목소리로 항의하는 말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말갛고 향기로운 가슴골 사이에서 고개를 든 왕이 흥! 하고 비웃음을 날렸다. 

버럭 고함질을 쳤다. 

"떨지 말라! 너를 잡아먹는다고 하더냐? 이미 짐이 그대와 부부지연을 맺었으며 가례 치른 

지도 벌써 두해가 꼬박 지났도다. 새삼스럽게 어찌 이리 가리고 내외하느냐? 떨지 말라 하 

였다!" 

함부로 자리옷 벗겨 아무렇게나 내팽개쳤다. 떨지 말라 윽박지르니 그것이 더 무섭고 두려 

워 한층 더 뻣뻣하게 굳어져만 가는 중전마마. 파랗게 질려 와들와들 떨면서도 지아비께서 

지어미를 안겠다는데 어찌 반항할 것이냐? 전하께서 중전마마 여린 옥체 사정을 생각하시어 

좀 다정하게 어루만지시고 애무하시면 나을 것인데 중전마마 탐하는 왕의 손길은 여전히   

거칠고 급하였다. 여린 옥체를 타고 올라 더듬어가는 손길은 마치 여인네 지분 냄새를 수십 

년 가까이하지 못한 것처럼 그저 탐욕스럽고도 사나웠다. 중전은 사나운 사내의 거친 입술 

과 손길 아래서 통나무같이 뻣뻣하여져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죽여줍쇼 하고 있는 시신 

이다. 

"바른대로 말하여라. 너, 네 아비에게 사가로 데려가 달라 주청하였지?" 

아닐 밤중에 날벼락이라, 눈 꼭 감고 다가올 일을 참고 견뎌내자 홀로 다짐하던 왕비는 귓 

전을 두드리는 애먼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숨도 쉬지 못하게 짓눌러놓고 내려다보는 

눈에 시퍼런 빛이 튀고 있었다. 

"마, 망극하옵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고? 신첩이 감히 어찌 그런 마음을 먹을 것입니 

까?" 

"흥. 제 입으로 궐 문 열리며 걸어나간다 하여놓고서? 사친 만나지어 온갖 가긍한 사설 다 

늘어놓고 데려가줍시오 한 줄, 짐이 모를 줄 아니?" 

"그런 말 한적 없나이다! 마마, 믿어주시옵소서. 아버님께서도 그런 뜻, 한번도 내비추지 않 

았나이다. 제발 신첩의 말을 믿어주십시오!" 

"너, 앞으로 사가로 거동따윈 하지 못하리라! 할마마마께서 윤허하시어도 짐이 허락지 못해. 

알겠느냐?" 

중전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하였을까? 야속할 사! 왕은 딱 부러지게 오금을 박았 

다. 중전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하였다. 어지간히도 기가 막히고 너무한다 싶어 두려운 가 

운데서도 중전은 항의하였다. 변덕이 죽을 끓듯이 하니 대체 어떤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란 

말인가? 

"하, 하지만 사가로 나갔다 와도 좋다 하신 분은 마마이시거늘. 어, 어찌 갑자기 다른 말씀 

을 하시옵니까? 장부일언 중천금이라 신첩은 믿고 사옵니다." 

"짐은 장부 아니니라. 천하에 제일 가는 어리석은 폭군인 줄 너가 더 잘 알지 않느냐? 허니 

부덕높고 어질다 소문난 우리 중전께서 이렇게 짐을 꺼리고 싫어하는 게지." 

씹듯이 내뱉는 말에는 스스로 못났다 부족하다 여기는 왕 자신의 비틀린 자조(自嘲)가 어려 

있었다. 

"하지만 소용없느니라. 짐은 죽어도 왕이고 너 또한 사직이 정하여준 짐의 정비(正妃)이니 

네 마음은 어찌하든 우리 사이는 평생 얽힐 부부지연이지. 원자를 낳아지면 사가로 거동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 전에는 짐이 윤허하지 못할 것이다. 명심하여라." 

"하지만 내년에는 사가로 내보내주신다 약조.... 읍!" 

두툼한 입술이 끝까지 종알대는 작은 입술을 삼켜버렸다. 말문이 막힌 터라 중전은 몸부림 

을 쳤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번 일은 너무 심하구나 싶어 약이 올랐다. 반드시 따져보련다 

앙탈을 하였다.     

"사친이 늙어지어 허구헌 날 근심인데, 어찌하여 아니 내보내주시려는고! 신첩이 그만한 주 

청도 드릴 수 없음이오? 어찌 그리 신첩에게 맨날 무정하십니까?" 

"웃기는구먼! 무정하기야 저가 짐에게 하는 일이 그러면서? 흥. 잔말 말아라. 중궁에 앉은 

이가 어디 함부로 궐 밖을 나선다더냐? 원자 낳아 피접갈 때까정은 절대로 허락하지 못할 

것이다!" 

"너무 하시옵니다!" 

"사친더러 들어오라 하면 되지, 네가 왜 나갈 것이냐? 지존이 되어 경망되게 사사로이 거동 

하는 것 보았더냐? 법도 밝다 소문만 장하지 아는 게 도통 없음이라. 달포마다 부원군 들어 

오라 하여 줄 것이다. 허니 너는 궐 문 절대로 나가지 못하리라. 명심하여라." 

더 이상 잔말 말고 우리 일을 하자 이 말이다!  왕은 왕비의 보드라운 입술을 다시 깨물어 

버리며 을렀다.  일이 그 지경으로 흘러가자 중전은 어쩔 수 없이 체념하며 작은 입술을 열 

어 억지로 재촉하는 그의 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가로는 나가지 못하되 부원군을 

달포마다 입궐시켜 준다는 왕의 말에 그나마 마음이 풀린 탓이었다. 

왕비가 억지로나마 자신을 받아들이는 기색을 보이자 왕은 마음속으로 환희를 느낀다. 힘이 

풀린 왕비의 입술을 게걸스럽게 삼키며 왕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되었던 마음을 풀어내렸다. 

따뜻한 온천에 상처 난 몸을 담그는 짐승처럼 왕은 어린 지어미의 여린 몸에서 병증(病症) 

같은 외로움을 잊는다. 짐 곁에는 그대가 있을지니, 짐도 외롭지 않아. 이제는 외롭지 않아. 

소담하고 고운 젖가슴 사이 골짜기에 용안을 묻고서 왕비의 향기로운 체취를 마음껏 들여 

마시며 왕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짐은 이 향기를 미치도록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 

이야. 오똑 솟은 연분홍 빛 작고 단단한 젖꼭지를 달큼한 구슬처럼 굴리며 마음속으로 생각 

하였다. 

'그대를 그리워 해. 곁에 있어도 그대를 그리워 해. 그대 곁에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 같아 

그대가 그리워.' 

따뜻하고 향기롭도다… 

여전히 중전이 자신을 꺼리는 기색은 쓸쓸하나, 이렇게나마 자신을 받아들여 주는 것이 감 

사하고 행복하다 생각하였다. 그토록 가난하고 초라한 왕의 마음이다. 

왕은 살며시 너무 소중한 것을 어루만지듯이 여린 지어미의 볼을 입술로 쓸어보았다. 

주저주저 그 입술은 꼭 감긴 왕비의 여린 눈시울도 건드리며 지나간다. 눈을 떠서 짐을 보 

아주오 그런 애원이다. 짐은 그대가 좋아. 그대가 웃는 것을 보고 싶어. 사실은 짐도 아주 

많이 그대에게 가까이 가고 싶었어.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하오. 평생 그대는 짐의 품안에서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사람이오. 왕은 말 대신 그 부드러운 입술로 손길로 어린 지어 

미에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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