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화 (40/200)

이오. 그런데 

짐이 비로소 오늘에야 월성궁 들어온 것이라, 비와 짐이 가까이 하였다는 것을 짐이 말하지 

않았는데 누

이가 어찌 아시오? 게다가 지난밤도 짐이 중전을 보러 간 것은 있으되 짐보다 그 말이 먼저 

누이 귀에 

달려왔다? 이것이 대체 무슨 뜻인가?" 

"흥! 저가 그쯤을 모를까봐?  신첩이 마음먹자 하면 전하께서  무엇을 하시는지 다 알아요! 

허니 신첩을 

속일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마셔요!" 

너가 까불어보았자 다 내 손아귀에  있음이다. 의기양양 희란마마 희번득하게  눈을 흘기며 

앙칼지게 되

받았다. 어이없는 얼굴을 한 왕이 핫! 하고 실소를 머금었다. 

"짐이 하는 일을 누이가 예 앉아 있어도 다 꿰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누이가 짐 곁에 눈

과 귀를 묻어놓

고 짐이 무엇을 하나 월성궁 앉아서 다 헤아리고 있다 이 말이오?" 

"그러기를 잘하였지!! 흥, 이렇게 전하께서 신첩의 눈을 속이고  도둑괭이 짓을 하시니 어찌 

아니 그러겠

어요? 이 누이 속이고 은근슬쩍 새 계집 찾으시어..." 

한마디도 잘못하였다 하지 않고 기세당당한 희란 마마. 단번에  그녀의 말을 가로막으며 전

하께서 버럭 

소리질렀다. 

"닥치지 못하겠소? 기가 막혀 말이 아니 나오는군! 무어라? 누이가 지금 짐 곁에 눈과 귀를 

붙여놓고 짐

을 감시하고 있다 말을 하는 것이오?" 

하도 어이없고 기가 막혀 왕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아무리 방자하여도 

그렇지, 감히 

곁에 제 눈과 귀를 놓아두고 짐의 행적을 낱낱이 감시를 해?  짐이 이 나라 지존이거늘, 제

깟 것이 무엇

이라고 짐을 감시한다 이 말이더냐? 그래보았자 겨우 한갓 잉첩일진대, 역모가 아닌 이상은 

어찌 감히 

짐의 행적을 감시하는 것인가? 

'성총 주어 허구헌 날 오냐오냐하였더니 참말로 천지분간 못하고 방자하기  이를 데 없음이

며 제 멋대로

라! 이렇게 하여서는 아니 되는 일까지 버젓이 저지르면서도 끝까지 잘하였다 난리이군. 잘

못했다 반성

도 아니한다는 것이냐? 

왕은 으드득 이를 갈았다, 삿대질을 하며 버럭 고함쳤다. 

"참으로 짐이 기가 막히는군! 누이가 대체 무엇이라고 짐  곁에 눈을 붙여놓고 짐의 행적을 

일일이 알자 

하는 것인가? 누이가 왕이요? 누이가 짐의 보위  찬탈할 역모하오? 이 나라 지존이 짐이거

늘 감히 짐 곁

에 불측한 눈을 붙여? 무어 이리 방자하고 고약한 짓이 다 있는가? 그러니 결국 누이가 짐

에게 어질고 

민첩하다 천거한 궁인들이 모다  짐을 감시하는 눈이었다  이 말 아닌가?  참말로 기가 차

다!!" 

머리끝까지 노염이 차 올랐다. 왕의 눈에는 시퍼런 불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차차, 잘못하였다!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으로  말문이 허둥지둥하는 희란 마마를 물끄러

미 바라보다

가 훌쩍 일어섰다. 더 이상 꼴도 보기 싫고 말도 하기 싫다 이 뜻이었다. 

"일편단심 사모하는 사람이라, 누이만은 은애하고 믿었거늘... 그리하여 성총 주고 모다 퍼주

었더니 누

이가 하는 일이라 이리도 방자하고 고약하오? 짐이 누이에게 실로 배신감 느끼오!" 

몇 년간 왕의 눈을 가리고 있던 두터운 껍질 하나가 깨어지는 소리이다. 간교하고 방자하며 

고약한 그 

작태가 언제까지 가려질 수 있을 것이던가? 왕은 노염과 치열한 배신감으로 시퍼렇게 불길

이 흐르는 눈

을 들어 어쩔 줄 몰라하며 입술만 깨물고 있는 희란 마마를 노려보았다. 

-어떻게 누이가 짐에게 이럴 수 있소? 

그녀를 바라보는 왕의 눈빛은 심지어 상처받은 것이기까지 하였다.  실로 왕은 참으로 어이

없고 기가 막

히다 못해서 심지어 슬프기까지 하였다. 

'천하 사람들 모두다 척이 져서라도 짐은 누이를 얻자한 것이었다. 할마마마며 창빈 어마마

마며 종실 사

람들 모다 반대하고 나서는 것에도 귀를 막고 그저  누이 한 사람 위해 짐이 모든 것을  다 

뒤집어엎고서 

모다 누이가 하자는 대로 다 주었다. 오직 이 여인 한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짐이 

지존 된 위엄

까지 훼손해가면서 그 일들을 해치운 것이 아니더냐? 헌데 누이가 하는 짓이 겨우 이런 것

이냐? 이렇게 

하여서는 아니 되는 고약한 일까지 태연하게 저지르는 계집이라,  짐이 무엇을 어여쁘다 이

렇게 한 것인

가? 짐의 지난날은 모다 헛된 것이다!' 

무릎 꿇고 잘못하였다 빌어도 시원찮거늘 무엇을 잘했다고 그 자리에 푹 쓰러져 흑흑거리며 

울음을 우

는 희란 마마다. 왕은 그런 그녀를 버려두고 홱하니 용체 돌려 이를 갈며 훌쩍 방문을 나서

버렸다. 

이렇게 되어서는 아니 되겠다 싶어 정신이  번쩍 났다. 희란 마마가 전하!!- 하고  소리치며 

달려나가 왕

의 바지가락을 붙잡고 늘어졌다. 신첩이 잘못하였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하고 울면

서 애원하

는 것도 쌀쌀맞게 뿌리치고 왕은 마루로 나갔다. 

"재관아. 말을 대령하여라! 짐이 환궁할 것이다." 

발을 내미시니 장내관이 태사혜를 신겨드리었다. 말타는 중문까지 따라 나와 붙잡고 늘어지

는 희란 마

마를 왕은 끝까지 돌아보지 않았다. 

"놓으시오. 누이의 하는 짓이 민망하오. 아랫것들에게 체통 없다 말이 나올 것이다." 

담담하고 조용한 목청이 오히려 더 큰 분함과 노염을 갈무리하신 뜻이다. 희란 마마는 소름

이 쫙 끼쳐 

저절로 손이 떨어졌다. 

그렇게 불쾌함을 안고 궐에 돌아오신 전하, 용안에 서리서리 아무도 감당할 수 없는 노여움

을 가득히 담

고 계신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서 호종하는 아무도 그 눈을 바로 보지 못하였다. 

전하께서는 돌아오시자 마자 편전으로 엄상궁과 또다른 호위지밀 정일성을 불러들였다. 

"엄상궁은 내일 당장, 궐 내 궁인들 다 헤아려 월성궁 뒷줄로 들어온 것들은 모다 찾아내라! 

허고 일성이 

너는 이 서찰을 줄 것이니 병판에게 전하여라!!" 

날벼락이다. 깊이 잠자던 병판 남회가 한밤중에 의관도 채  정제하지 못하고 전하의 부름에 

따라 입궐을 

하였다. 

"입궐하여 보잔다 하시니 가기는 가지만은 대체 왜 전하께서 나를 부르시는 것인가?" 

"소장도 알 수가 없나이다. 전하의 흉중이라 당신께서만 아실지니 소장이야 하명만 전할 따

름입니다." 

"허어- 그 참! 대체 무슨  일인지... 예전에는 한번도 아니 하시던  처분이라, 내가 더더구나 

의구심이라... 

오히려 두렵구먼." 

실제로 보위에 오른 이후 단 한번도 병판을 따로 부르신  적이 없는 전하이시다. 병권을 일

임하는 병판이

니 항시 곁에 두시고 신임하심이 상례이시되 전하께서는 남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가

능하면 경원

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그런데 깊은 밤에 우원전 침전으로 그를 불러들여 모다 나가라 하고

는 독대까지 

하시자 하니 남회가 어찌 놀라지 않을 것인가? 

왕은 솔직히 무뚝뚝하고 아첨할 줄도 모르며 기상 우직한 남회를 좋아하지 않았다. 

생김도 범같이 사납고 기상 당당하여 어쩐지 그가 두렵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였다. 워낙에 

어렸을 적부

터 떠받들음만 받고 자라시어 아첨하는 말, 잘한다 하는  말을 좋아하시는 터가 아닌가? 헌

데 남회는 그

런 말 한 마디 할 줄도 모르는 우직한 사람이니 저이같이 멋없고 재미없는 인간도 없을  것

이다 싶었다. 

게다가 전하의 성총 가린 정안로와 희란  마마가 하도 귀밑으로 속살거리기 험담만  해대던 

참이었다. 자

꾸만 곁에서 참소(讒訴)하기 밉다 밉다 하니 더 미워지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그래서 조하에서 일을 맡기며 대하실 적에도 그에게 눈길 한 번 제대로 돌려주지 않으신 터

였다. 다만 

선대왕의 유훈(遺訓)이 엄하시니 참아야지 하였다. 전하께서 보령 스물 다섯이 될 때까지는 

그를 중용

하여 병조판서에 앉혀두되 절대로 바꾸지 말라 하신 것이 있으니 그래서 꾹 참고 두고 보는 

참이었을 뿐

이었다. 

그런데 당신이 뜻한 바 일을 처리하자 하여 헤아리니 당신의 주위에 전부 정안로와 희란 마

마 천거로 들

어온 사람뿐이 아닌가? 정안로의 줄이 아닌 사람을 찾자하니 믿음직하기로 오직 남회 뿐이

었다. 비로소 

헤아리기 짐이 지존이되 얼마나 외롭고 망망대해 안의 고도와 같은 신세인 것이냐 깨달으신 

것이었다. 

'짐이 이 몇 년 동안 오직 외숙(정안로)를 믿고 누이를 가까이 하여 그들 말만 들었던 고로 

이렇듯이 짐

의 하명이 세워지지 않고 외로운 신세였구나. 이렇듯이 누이와  좌상이 짐을 허수아비로 만

든 것이 아닐 

것이냐? 짐 눈이 어두웠던 탓이니 뉘를 탓하랴. 오직 짐의 모자란 탓인데...' 

홀로 앉으신 전하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때 남회가 든다 하는 고변이 있었다. 왕은  윗목

에 들어서서 

무릎 꿇고 절을 하는 그를 손짓하여 가까이 오게 하였다. 

"짐이 긴히 경에게 하명을 할 일이 있어 불렀소. 짐이 지금 심히 노엽고 불쾌하다오. 가만히 

헤아리자 하

니 짐의 주변에 사리사욕 생각하여 짐의 행적을 사사로이 들고나며 소문 피우는 불측한 무

리들이 있다 

싶은 것이랴. 경은 병정들을 이끌고 입궐하여 내일서 장내관과 엄상궁이 골라내는 인간들을 

모다 굴비 

두름 하여 곤장 늘씬하게 두드린 다음서 장성 쌓는 삭주로  내쫓아버리시오! 같잖은 것들이 

감히 궐에 들

어와 묵묵히 제 소임을 다하여야 하는 것이거늘, 사사로이  지존인 짐의 행적을 미주알고주

알 입질하여 

짐의 위엄을 떨어뜨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으니 단단히 버릇을 가르쳐 줄 것이다." 

분부대로 받자올 것입니다 하는 남회를 내보내놓고 왕은 서안에 팔을 기대고 홀로 중얼거린

다. 이럴 때

를 대비하여 아바마마께서 소자에게 한인(남회의 호)을 곁에 두라 하신 것입니까? 

'짐이 훗날에도 짐을 거역하는 불측한 조하의 무리들을 가지쳐낼 참에  한인이 건재한 터로 

병권(兵權)

만은 이미 짐의 손에 있음이라, 아바마마께서 그러한 뜻으로 한인을 스물 다섯이 될 때까정 

바꾸지 말라 

하신 것입니까? 어린 소자를 두고 가시면서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가신 터라, 이렇듯이 짐

을 위한 별별 

방비를 다 하여 두고 가신 아바마마아십니다 그려. 이런 터이니 소자가 어찌 아바마마 닮아 

성군이 되지 

못할 것인가? 헌데 소자는 성군은커녕 폭군 소리나 듣고 있을 참이니 그저 낯을 들 수가 없

나이다...' 

그 다음날이었다. 대궐이 발칵 뒤집어진 것이다. 갑자기 아침에 궁녀들이 일어나 창칼을  치

켜든 군졸들

이 나타나 보따리 싸서 나가라 하는 호령소리라. 그 수가  수십 명인데 그들은 모다 죄인이

라 나무 수레

에 태워 장성 쌓는 함경부 삭주로 내쫓는다 하는 교서였다. 

"마마님! 대체 저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모질게 이러하십니까? 이유나  알고서 쫓겨나야 

쫓겨나도 원

한도 분함도 없을 것입니다! 흑흑흑……. 어찌 이러십니까?" 

부제조상궁인 홍상궁, 희란 마마 위세업고 궐에서 위세 부리기며  당당하기 일등인 차로 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