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2/200)

사내의 피를 

끓게 사는 향기가 아닌가! 

처음 서온돌 드실 적부터 결심하였다. 밤일에 어리고 무지한 중전이니 마냥 살살 잘 달래고 

어루만지어 

방사하는 법을 가르친 연후에 짐의 용체를 받아들이게 하여야지  이러신 터였다. 주상 당신

의 일물이 하

도 강대한 터라 웬만한 계집들은  견뎌내지를 못하는 줄 뻔히 알았다.  다른 궁녀들이야 한 

번 꺾고 맛보

신 이후 다시는 아니 부르시면은 그만이나 중전은 그리할 수는  없는 것이라. 이 밤서 짐이 

잘 달래여 몸

을 열어주어야 무사히 교접을 하게 할  것이다 하였다. 헌데 그 요량이 도통  맥을 못 추니 

중전 몸에서 배

어나오는 아름다고도 기이한 향기를 맡으시는 순간이었다. 그저 파고들어 이 여인의 꿀물을 

맛보고 싶

다하는 격한 충동만이 요동치는 것이라, 왕이 계집을 상대로 정신을 잃을 정도로 격하고 급

한 것은 실로 

처음이었다. 

돋아나는 젖무덤 사이에 이 자국을 내며 중전의 두 다리를 무작정 무릎으로 벌렸다. 중전은 

시신처럼 굳

어져 눈을 꼭 감고 그저 죽여줍시오 이리하고만 있다. 왕은 강대하고 중전은 여리고 좁았다. 

사내는 격

한 욕심인데 여인은 아직 촉촉해지지도 않았으니 그 교접은 이미 파국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이 붉어진 채 야수가 된 왕은 억지로  여린 두 다리를 열었다. 거대하고 

단단한 용체

로 중전의 메마르고 좁은 동굴을 파고들었다. 어린 중전의 입에서 저절로 아릿한 비명이 터

진 것은 당연

지사. 어린 옥체가 감당하지 못하여 파르르 떨거나 말거나, 도망가려하듯이 힘없는 두  손으

로 억센 어깨

를 밀어내든 말든 단번에 중전의 순결을 깨고 정결한 몸에 깊이 자맥질하여 들어갔다. 

마침내 그대는 짐의 것이로다! 이리 확인을 하신  셈이다. 옥같이 맑고 여린 중전의 허벅지 

사이로 발간 

꽃물이 주르르 새겨졌다. 하얀 볼에도 또르르 눈물이 떨어졌다. 전하께서는 그저 급하고  격

한 욕심을 채

우려 헉헉대면서 어린 몸을 끌어안고 물결을 타시는데 난생처음 그 여린 샘에 사내 머금은 

중전은 그저 

고통일 뿐이다. 어찌 이리도 거대하고 단단하며 뜨거운지 마치  불망치가 하나 박히어 저를 

두드려대는 

것 같기도 하고 예민한 아래를 불칼로 지져대는 것 같기도 하니 도통 괴롭고 아파서 천지가 

아득하며 눈

물만 난다. 

"목석이 차라리 더 나을 것이야! 도통 그대는 언제야 자랄까?" 

땀투성이가 되어 얼마 후 마침내 전하께서 파정을 하시었다. 허나 당신으로서는 불만스럽기 

그지없으니 

벌떡 금침을 차고 일어나며 고함을 질렀다. 

눈을 꼭 감고 모든 것을 부인하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발발 떨고만 있는 중전을 내

려다보는 왕

의 용안도 중전의 그것처럼 창백하였다. 시퍼렇게 굳은 왕의 시선이 젖혀진 비단 금침, 순백

같이 하얀 

욧 깃에 새겨진 선열한 핏자국에,  차마 두려워 눈도 뜨지 못하고  하냥 짓이겨진 젖가슴과 

아래를 가리려 

힘없는 손으로 금침을 끌어올리려는 중전의 가엾은 형용 위로 스쳐 지나간다. 

귀밑으로 그저 실같이 가는 눈물줄기만 흐르는  중전은 왕의 노여움이 오직 못난  스스로의 

허물이라고 

생각하였다. 연약하고 어린 지어미의 몸을 이성을 잃고 잔인하고  거칠게 탐한 후에 참으로 

민망하고 죄

스럽고 미안하여 더 큰 노화와  애꿎은 분기를 보이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수치심에 떨고 

있는 어린 중

전은 아름다운 초야를 망쳐버린 스스로의 탐욕에 민망하고 수치스러워 왕의 가슴도  무너지

고 갈기갈기 

찢겨져버렸음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지어미라 하면서! 짐이 지아비라면서..... 짐더러, 짐더러...... 못난 것! 대체 그대는 언제야 자

라겠어? 

지어미라 하면서 이리 짐을 밀어내는 것이야? 중궁의 이름이 부끄럽다. 천하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계집 같으니라고!" 

씩씩 분김을 뿜으며 왕은 벗어 던진 의대를 주섬주섬 걸쳐 입었다. 단 한순간도 이 곳에 있

고 싶지 않았

다. 자신이 망쳐버린 꽃자리. 자신이 저지른 무서운 죄악의 자리에서 그저 도망치고 싶었다, 

중전을 남

겨두고 사납게 문을 열고 나가버리는데 문 닫는 소리가 벼락치는 소리였다. 

왕이 우원전으로 가자! 하고 명하시는 소리가  장지문 바깥에서 새어들어왔다. 뼈아픈 치욕

과 아픔을 비

수로 새기듯이 가슴에 핏 물흘리며 중전은 아스라이 정신을 잃어갔다. 

***********

서리가 하얗게 내린 날이다. 항시 하던 대로 느지막이 아침 진지상 받고서 아랫것들 시중을 

받으며 몸단

장을 하던 희란마마, 대궐서 김내관 놈이 나왔다 하는 고변을 들었다. 들어 오라 하니  윗문

으로 김내관 

놈이 허리 굽히고 들어왔다. 곧바로  속닥속닥 귀밑에 다가앉아 고자질을 하였다.  희란마마 

가만히 듣고 

있다가 갑자기 들고 있던 면경을 내던지며 무엇이라! 하고 새파랗게 질려 소리쳤다. 

"그 것이 참이더냐? 진정 주상께서 중전 고년에게 승은을 주셨더란 말이냐?" 

"예, 큰마마. 하나 거짓 없는 참입니다요!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쇤네가 거짓을 아뢸 것입니

까? 분명 그

제 밤에 전하께서 서온돌에 듭시어  중전마마와 한 밤을 보내신 줄  아옵니다. 쇤네가 어제 

아침서 중궁전 

나인들이 피 묻은 금침을 갈무리하는 것까지 보았는뎁쇼!" 

"아니, 이런 낭패가 있나! 전하께서 겉의 말씀으로는 하냥 그 계집 돌아보기 발가락에 낀 때

만도 못하다 

여기시는 것 같더니 나의 눈을 속이고 고년을 승은주시어? 하, 기가 막혀서!" 

희란마마, 아드득 이를 갈았다. 새파란 빛이 눈에 줄기줄기 흘러내렸다. 

"예에 오시어서는 고년더러 흉한 갈가마귀라 조롱, 조롱하시더니 이제 그 계집도 열 일곱이

라 제법 계집 

꼴이 난다 싶으셨던 게지? 흥, 사내 마음이라 난잡하고  별스러우니 그 박색 계집년 맛매도 

궁금하셨다 

이 말인가? 허면은, 전하께서 교태전에 듭시어 밤 내내 게서 머무르신 것이냐? 중전 고년이 

혹여 요염 

부려 전하를 미혹한 것은 아니더냐?" 

천려일실(千慮一失), 희란마마는 그저 제 손아귀 안에 있던, 오직  제 것이라 여긴 상감마마

께서 제 눈을 

속이고 중전 고년과 밤을 보냈다  하니 몹시 강새암이 나고 입맛이  쓰다. 또한 불안하기도 

하니 무엇이든 

새 것이 좋다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혹여 젊으나 젊은 주상이 열일곱 풋 능금 같은 어린 

중전 고년에

게 홀딱 빠진 것은 아닌지  가슴이 달달 떨렸다. 간을 졸이며  희란마마 김내관에게 재우쳐 

물었다. 그러

나 김내관은 간교한 웃음을 싱긋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큰마마, 쓸데없는 근심으로 심기를 흩트리지 마옵소서! 전하께서 중전마마를 승은 주신  다

음서 천하에 

못난 계집이라 고함지르시고 당장에 우원전으로 차고 나오셨다 소문이 이미 장하옵니다." 

"오오, 그래. 참이더냐?" 

"그렇구 말굽쇼. 너 같은 계집을 안고 자느니  목석을 안고 자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야! 

하고 대놓고 

능멸하시니 중전마마께서 수치심에 정신을 잃은 지라 깨어나지 못하고 자리 본전하여  이미 

이틀이라 합

니다. 우원전 나오시는 용안이 몹시도 불쾌하신 것인지라 전하께  감히 아모도 말씀 한마디 

제대로 올리

지 못하였다 하옵니다." 

"아이고, 그러하였더냐? 홋호. 그럼 그렇지! 밤낮을 이 내 품안에서 기막힌 즐거움으로 누리

신 분이 주

상이시거늘, 그 못나디 못나고 안즉  목석같이 어린것에 무슨 재미가  있을 것이던고? 그럴 

줄을 알았다!" 

김내관의 말에 희란마마 붉은 입술에 안도의 한숨이 흘렀다. 만족한 웃음이 붉은 입술 사이

로 만개하였

다. 별일도 아니었던게야. 괜스리 내가 안달복달한 것이다. 만에 하나 중전 고년이 뜻밖으로 

아랫도리 

그 맛이 장하여 단한밤으로 왕을  유혹한 것은 아닐 것이냐 속으로  달달 떨렸던 그녀이다. 

오직 제가 권

세라 하는 것을 한 손에 쥐고 호화 사치 누리며 천하를 호령하는 것은 젊은 상감마마  미혹

하는 그 치마

폭 아래 수단이 첫째가 아닐 것이더냐? 그런데 그 매혹을 정궁입네 하는 중전 고년이 홀랑 

빼앗아 갈 것

이면 저는 당장에 그저 천한 잉첩이라, 갓 떨어진 끈 신세가 되는 것. 그래서 천하 박색이다 

싶은 것을 

손가락질하여 뒷곁 없고 보잘 것 없는 계집을 중궁으로 앉힌 터였다. 

"헌데 전하께서는 그 밤에 그런 재미를 보시고도 어째서 내게 오시지 않은 것이야? 그 전서

는 새 계집을 

안으신 이후라면 예에 오시어 내 품안에서 미주알고주알 잘도 풀어놓으시더니... 전하께서는 

지금 대궐

에 계시느냐?" 

당장에 대궐로 차고 들어가 저를 속이고 교태전에 드나든 왕을 다잡아 버릇을 가르쳐줄 것

이야 생각하

는 희란마마. 강새암에 신경질이 이미 찌푸린 아미에 어렸다. 김내관이 고개를 흔들었다. 

"어제 오후에 전하께서 재성으로 원행을 나가신  줄 안즉 모르시나이까? 건설 중인  농장의 

저수지 보(堡)

를 다 쌓고 행궁 공사가 다 되어간다고 하시니 굳이 직접 짐이 볼 것이다 하시며 조하 중신 

이끌고 나가

신 줄 아옵니다." 

"아니, 그럴 적이면 이 몸을 항시 말 뒤에 태우고  가신 터인데 어찌 홀로 가신 것이지? 가

자하시었으면 

따라 나섰을 것인데, 기별도 아니하시고 그리 홀로 나가시었다 말이야? 심기 불편하실 것이

면 이 내 품

안에서 위로를 받으시던 분이 어찌 그리 외면하시고 홀로 가신 것이냐? 알았느니라! 김내관 

그대가 수

고하였다. 나가 보아라! 다음서도 무슨 일이 생길  것이면 이렇게 냉큼냉큼 나에게 알려 주

어야할 것이

다." 

희란마마 왕이 원행을 나갔다하니 이날서 내 분을 풀기는 글렀구나 싶어 입이 어느새 튀어 

나왔다. 두둑

한 전낭 쥐어서 김내관을 내보내고  그녀는 붉은 입술을 짓씹니다. 격한  숨을 어깨 너머로 

새큰거리는데, 

실로 희란마마 기분 나쁘고 분하여 죽는 참이었다. 

'흥, 나를 그리 감쪽같이 속이고 몰래 은글슬쩍 교태전 듭시었다? 중전 고년에게 승은을 주

시여? 이야말

로 배신이니 전하께서 은근히 마음이 달라지신 것이 아닐 것이냐? 이러나 저러나 하여도 못

난 박색이되 

정궁이며 한참 피는 열 일곱이라! 낼 모레면은 열 여덟으로 갈 참이니 고년도 계집 꼴이 되

어갈 참이겠

지. 그렇게 승은 받아지어 잠자리 같이 하다 금새 회임한다  말도 나올 것이니 그리되면 나

는 이미 뒷전

이며 우리 혁이 일도 헛수고이니 흥, 내가 그렇게 되게 할 줄 알고?' 

아이고, 분해. 희란마마 슬슬 아래배가 아팠다. 왕이 그녀의  뒷통수를 단단히 돌려 친 참이 

아니냐. 겉의 

말로는 천하 박색 못난 중전, 바라만 보아도  구역질 난다. 같은 방에서 잠을 자도 이불  두 

채 펴고 살 한

번 닿지 않는다 하였다. 헌데 이러게 말짱하게 내 눈을 속이고 그년에게 승은을 주어? 

'이 분을 내가 아주 단단히 버릇을 고쳐주어야지! 슬슬  보령이 올라가시니 인제 나란 존재

가 예전만 못

하다 이 말이렸다? 기가 막혀서! 오직 누이 뿐이요 하고 그저 애걸복걸 내 품안에서 천지분

간 못하시던 

때가 엊그제이거늘, 세상에 인제는 그저  당신 맘 대로라? 흥, 예로  납시기만 하여봐! 아주 

다잡아 눌러

두고 버릇을 가르쳐 주어야지. 아주 무릎을 꿇고 설설  기게 해줄 것이야! 절대로 딴 데 정

신 팔지 못하도

록 콱 눌러두고 중전 년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못하게 해야지. 그리 어린 것 맛매가 그리

울 참이면 내

가 먼저 중전 고년보다 더 어린 것으로 하여 고운 계집 하나 천거하여 다시는 글로  고개도 

돌리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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