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화 (31/200)

"짐이 서온돌에 들 것이다. 중전더러 짐이 간다 하여라." 

가례 치른 후 동뢰(同牢)라. 새신부  놓아두고 월성궁마마 찾아가시던 분이었다.  가엾을 지

라! 중전마마 

대용잠 빼어주지도 않고 손 끝 하나 대지 않고 초야를 치른 두분, 두 해가 꼬박 넘어가도록 

왕은 서온돌

에 거의 들지 않으시었다. 

이렇게 냉랭하고 먼 먼 부부지간. 두 해나 지난 다음에  비로소 지어미 중전마마를 찾는 전

하이시니, 분

명 당신도 쑥스럽고 민망하고 좀 면구한 기분이 드는  모양이었다. 비로소 신부찾아 신방에 

드는 새신랑 

모양 중궁전 들 것이다 하시는 전하의 용안은 수줍었다. 촛불 아래 벌갰다. 

평상시 느린 걸음이나 장내관 그 밤서는 재빠르다. 

천지신명이 도우셨다! 이리 하며 펄펄 날아 중궁전 달려가는구나 전하께서  서온돌 들 것이

라 하명하심

은 그저 침수하리라가 아니것다? 그런 말씀하시는 눈빛이 암시하는 바라, 오늘밤 분명 중전

마마 옷고름 

풀어 초야를 치르실 결심을 하신 것이 분명하였다. 대전의  장내관이 달려들어와 기별한 그 

소식에 윤상

궁의 입도 헤 벌어진다. 갑자기 아연 중궁전이 분주하여지기 시작하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중전마마, 그 밤도 홀로 앉아 쓸쓸히 고개 떨구어 수틀을 잡고  계시었다. 

갑자기 방으

로 차고 들어온 윤상궁이며 박상궁에 이끌려 욕간통에 집어넣어지는구나. 영문을 몰라 어찌 

이러오? 하

고 비명을 질렀다. 박상궁이 나인시켜 정성껏 향물 욕간  시켜드리는 도중으로다가 하여 윤

상궁이 어린 

중전마마를 다잡아 교육을 단단히 시켰다. 

"마마, 전하께서 잠시 후에 서온돌 드시어 침수하신다 전갈을 하셨나이다. 실로 이  밤이 두 

분 마마의 초

야(初夜)시라 밤 단장 곱게 하시어 전하의 용체를 모시어야 할 것입니다. 저가 지난번서 약

방 상궁더러 

마마께 가르쳐드린 것이 있습지요? 오늘밤에 전하와 함께 그 일을 치를 것이니 마음 단단히 

잡숫고 그

저 전하께서 이끄시는 대로 순명하옵시면은 되는 것입니다. 아시겠사옵니까?" 

"에그머니, 망칙하여라!! 어찌 내가 그런 일을 할 것인가? 나는 못하오!" 

어린 소녀인 중전마마. 두 볼에 발갛게 꽃물 들이며 비명을 질렀다. 두 손으로 작은  얼굴을 

가려버렸다. 

작년. 처음 달걸이를 하셨을 그 적에 약방 상궁이 이제서부터는 전하의 용체를 모시면 아기

씨 회임한다 

하였기로 맹한 중전은 그 말을 영 못 알아들은 것이었다.  아기씨는 씨를 뿌리는 이가 있으

면 탄생된다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저 꽃씨 뿌리는 것으로 알아 후원에 밭을 파 일구고 꽃씨를 

뿌렸다가 온 

궐에 웃음거리가 된 바가 아니던가? 그때 윤상궁이 실로 망극하고 기가 막히어 아무래도 이 

무지한 중

전마마께 은밀한 밤일을 교육하여야겠다 결심을 하였다.  가까이 지내던 약방상궁에게 중전

마마께 남녀

지간 그 밤일을 좀 알려 드리소! 옆구리를 찔렀던 것이다. 

허나 약방상궁도 난감하였다. 이제 겨우 아래에 부끄러운 방초 돋고, 달걸이 처음 시작한 어

린 소녀에게 

무엇을 어떻게 노골적으로 가르칠 것이던가? 그렇다고 하여 용정을 받아 언젠가는 배태하여 

원자를 낳

으셔야 할 분더러 마냥 맹하게 세월이 들면 저절로 알아질 것이오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

닌가? 

늙은 두 상궁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였다. 궁리 끝에 기생집에 나가서 은밀히 떠도는 춘화

도가 그려진 

서첩을 구하여 중전마마께 가져다 드렸다. 남녀간에 의대를 벗고 기기묘묘한 자세로 방사를 

치르고 교

접하는 그 모양을 그대로 그린 화첩을 보고서 어린 중전마마  기가 막혀 얼굴을 못 들었다. 

그러거나 말

거나 약방상궁은 이리 하여 사내이신 전하께서 여인인 중전마마께 아래로 교접하여 씨를 뿌

리어 마마께

서 아기씨 회임을 하나이다 교육을 한 것이라. 

"나, 나는 못하오! 어찌 그런 일을 할 것인가? 나는 도망을 갈 것이오!" 

"마마! 명심하옵시오! 이 밤에 마마께서 전하를 그리 거부하시고 도망치시면은 전하께서 심

히 노여우실 

것이니 중궁전에 발길을 다시는 아니  하실 것이오. 그러면 마마는 평생  월성궁 고 요망한 

암여우에게 밀

려 뒷방 신세로 늙어지실 것입니다. 그것이 좋으시면은 도망가시오." 

윤상궁, 매섭게 짐짓 엄포를 놓았다. 

"참으로 싫으시면 저가 지금  대전나가서 말씀드리리라. 중전마마께서  전하가 무섭고 싫다 

하시니 그저 

월성궁 가시옵소서 그리할까요?" 

가만 생각하여 보니 그는 싫은 것이라 중전이  고개를 폭 숙인 채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

다. 

여전히 상감마마를 생각하면 참으로  무섭고 두렵지만, 그래도 오늘은  무척 다정하셨는걸? 

전하께서 손

도 잡아 주셨고 눈물도 닦아 주셨다. 삐약이 대신 다른 짐승도 주신다 약조하시었고 모과도 

하나 선사해

주셨는걸? 예전과는 다르게 다정한 눈빛으로 보아주시었다. 오늘 같은 처지라면 그 분께 손

목 잡혀 드

리고 서첩에 그려진 대로 안긴다 하여도 무섭지만은 아니할 것 같았다. 

박상궁이 야리야리한 비단 자리옷 갈아 입혀드리고 귀밑머리 내려 곱게 빗겨드리는 그 옆에 

서서 계속 

겁을 주었다. 

"월성궁 고 계집이 주성 성총을 휘어잡은 이유가 딱  하나옵니다. 밤에 전하를 마냥 기쁘게 

하여드리고 

즐겁게 하여드린 공로가 아니겠나이까? 중전마마께서 이 밤에 전하를 즐겁게 하여 주시면은 

무엇 때문

에 고년에게 가시겠습니까? 이 밤이 실로 중요하옵니다. 마마께서 계속 전하께 소박을 받으

시느냐, 아

니 받으시느냐가 달린 것이니 알아서 하옵시오!" 

"...알았네! 알았소. 내가 시침을 모시면 될 것 아니오? 내가 들어간다 이 말이라. 허나  전하

께서 나를 그

리 싫어하시고 못났다 구박하신 터인데 오늘밤도 그러하시면은 어떡하오? 나는 그 것이 무

서워서 그러

지." 

"그저 순명하시고 전하께서 시키는  대로 하시면 된다니까요? 무어라  하시든지, 어떤 일을 

하시든지 꾹 

참고 입 봉하고 그저 누워 계시면 되옵니다. 그러면 사내이신 전하께서 다 알아하시리라." 

중전이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수줍되 호기심이라 까만 눈을 치켜뜨고 물었다. 

"저어, 윤상궁. 내가 궁금하여 그러는데, 세상의 부부들이 밤에 다 그리하는 것이오?" 

"당연하옵지요! 원래 전하께서 가례 치르신 그 밤에 마마  옷고름 풀어 그리 처분하실 것인

데 아마 중전

마마께서 너무 어리시고 밤일에 무지하시니 잠시간 더 자라서 이리 오너라 하신 뜻인 줄 아

옵니다. 광영

이옵니다. 마마. 전하 승은을 입으시어 덩실 금세  원자 아기씨라도 회임하시면은 좋으련만. 

그렇게 되면 

전하께서도 월성궁 계집대신 우리 중전마마를 실로 아끼시고 은애하실 것인데..." 

두런두런 바깥에서 인기척이 났다. 박상궁. 윤상궁 모두다 호들갑스럽게 중전마마를  일으켜

세웠다.   

"아이고, 주상 전하께서 납시셨나이다. 어서 들어가시옵소서." 

상궁들이 등을 떠밀었다. 중전마마, 한번도 남 앞에서 보인 적이 없는 얇은 자리옷 차림으로 

귀밑머리 

풀고 윤상궁에 이끌려 서온돌에 들어섰다. 마찬가지로 자리옷으로 갈아입으신 주상전하,  책

상다리 하고 

펼쳐진 금침 앞에 앉아있었다. 부부지간, 같은 잠자리에 드는 일인데도 어린 중전은 그저 낯

을 못 들고 

전하께서도 허공만 바라보며 헛기침을 몇 번 하신다. 두 분 다 똑같이 안색이 벌갰다. 

"좋은 꿈 꾸시옵소서." 

대전 지밀 상궁인 조상궁이 문 앞에 병풍을  두른 연후에 발끝을 들고 돌아나와 문을 닫았

다. 촛불이 펄

럭였다. 호젓한 방에 두 분 뿐이라. 사내인 전하께서 먼저 금침을 걷었다. 괜히 베개모를 뒤

집어 곱게 수

놓인 원앙새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누가 잡아먹는다 하였나? 게는 왜 멀찍이 떨어져 있노?" 

중전 쪽을 바라보지도 않고 한마디 툭 던지는 말이 퉁명스러웠다. 억지로 침착한 척 하여보

지만 그의 목

소리 역시 흔들렸다. 

"이리 가까이 오시오. 언제까정 그러고 앉아만 있을 텐가?" 

"......부, 불을 끌 것입니다." 

왕께서 하명하시는데 어찌 거역할 것이더냐? 중전마마 몸을 돌이켜 대황촉불 심지를 은가위

로 잘랐다. 

차라리 어둠 속이라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안색을 감출 수 있을  것 같았다. 터질 듯 뛰노

는 작은 심장

의 고동소리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저주저. 발발 떨며 금침 쪽으로  다

가가는데 머

뭇거리는 지어미의 수줍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가? 왕이 팔을 내밀어 중전마마의  가녀린 

허리를 단번

에 잡아챘다. 

난짝 여린 옥체를 잡아당겨 금침 안에 밀어 넣었다. 무작정 올라타고는 육중한 당신의 용체

로 누른 연후

에 왕은 풋능금 같은 입술부터 덥석 삼켜보았다. 달금하고 새콤하고 청결한 입술, 다시 한번 

가득히 상

큼한 설육을 물어 삼켰다. 짐의 것. 천하에서 오직 짐만이  맛볼 수 있는 과실. 수줍고 서투

른 입술을 헤

치고 욕심 가득히 어린 지어미의 풋내를 삼킨다. 도망만 치려는 작은 혀를 억지로 잡아챘다. 

중전마마, 난생 처음 사내의 입술과  혀를 그 순결한 입을 벌려  받아들이는데 그저 두렵고 

아뜩하고 떨리

기만 하였다. 윤상궁이 시키는 대로 하리라. 눈 딱 감고  왕이 시키는 대로, 하자는 대로 따

라가지만 욕정

어린 사내의 성금함을 감당하기에는 아직도 너무 부족하다.     

왕은 중전의 새콤한 입술을 맛보며 슬며시 자리옷고름을 풀었다.  커다란 손을 옷자락 사이

로 집어넣고 

살며시 어루만져 보았다. 이제야 겨우 터질 락 말락 하는 꽃봉오리. 한 손에 딱 들어오는 여

린 젖무덤 위 

앙징맞은 젖꼭지가 사내의 손가락 끝에서 볼록 돋아났다. 개미허리같이 가늘기만 한 허리며 

납작한 아

랫배. 조금만 힘을 주면 으깨질 것만 같은 작은 꽃. 왕은 비로소 안아보는 중전의  가냘프고 

여린 옥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저 애처롭기도 하다. 

상감의 강건하고 늠름한 팔에 가득 넘치던 희란 누이.  풍만하고 흐드러지며 서른의 나이인

지라 여인으

로는 한참 만개한 꽃인 희란 마마에게 익숙하였다. 희란 마마가 한 포기 화려한 모란이라면 

중전은 순수

한 들꽃이니 미색으로나 교태로도 댈만한 것은 아니다. 허나 이 밤, 왕의 팔에 안긴  중전은 

작은 새처럼 

가냘프고 어리고 가엾다. 풋풋한 꽃 한송이, 팔 하나에 다 차는 어린 중전은 주상께서  여태

까지 안으신 

다른 어떤 계집하고도 다르니 작고 여리고 청초하였다. 또한 향기로왔다. 

왕이 오직 중전에게만 맛보는 것이니 바로 아름다운 향기다.  아까부터 중전의 나신에서 배

어 나오는 향

기가 실로 기이하였다. 오직 중전에게서만 나는 체향(體香)이라. 

희란 마마도 열심히 대국서 들어온 향유로 단장하고 날마다 젖물 욕간을 하여 간수하는 몸

이니 그 몸 안

으면 물컹 배어나는 꽃내가 좋았다.  허나 중전에게서 배어나오는 것처럼  이렇게 기분좋고 

기이한 향기

는 아닌 것이니 이는 향물 욕간하여 생긴 인위적인 향내가 아니라 중전의 몸에서 원래 풍기

는 향취가 분

명하였다. 

못났다 수수하다 마냥 무시한 중전에게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운 향취가 나는 것이

라 왕은 자꾸

만 중전의 여린 가슴골에 얼굴을 묻고 그 향기를 맡으려 애를 썼다. 

참으로 희귀하고 요상한 향기인데 중전의 몸에서 이렇게 곱고 좋은 향취가 풍길 줄이야. 심

신이 청량하

여지고 마냥 기분이 좋았다.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신데 더  기이한 것은 그 향취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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