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200)

일이었다. 

일단 그녀는 왕의 지친(至親)이니 떳떳하게 인연을 맺음도 불가한 처지였다. 희란마마는 주

상의 생모 

희빈 홍씨의 이복언니 소생이었다. 엄밀하게 따지면 사모한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두 사

람은 사촌지

간이라 할 수 있었다. 참으로 참람되어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는 일이라, 감히 주상의  옥체

를 더럽힌 무

도한 계집을 목베겠다고 왕대비전이 펄펄 뛸 만도 한 관계였다. 

눈뜨고는 보지못할 불측한 관계를 맺은 터라 선비들로부터  강상(綱常)을 어긴 천하의 폭군

이라는 비난

을 아니 들을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희란마마는 한번 혼인하여 남편을 잃고 돌아온 과부였다. 주상보다 여덟살이나 많은 

처지이며 

청결한 정조를 지키며 수절하여야 할 몸으로 왕을 받아들인  터라, 떳떳하게 후궁으로도 올

라앉을 처지

도 못되었다. 그토록 총애를 독점하고 죽고 못사는 처지라  하여도 희란마마가 주상이 거처

하는 궐에는 

근접도 하지 못하고 궐 밖 별궁에 거처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왕은 두 팔을 벌렸다. 작은 새가 둥지를 찾듯 냉큼 희란마마의 풍염한 몸이 안겨들었다.  등

을 어루만지

며 왕은 정인의 마음을 달래려 더없이 부드럽게 속삭였다. 

"짐이 얼마나 더 맹세를 하여야 하노? 오직 짐에게는 누이 뿐이라. 5년전 비 오는 사냥터에

서 아니된다 

하던 누이의 옷고름을 짐이 굳이 풀었을 적에 맹세하였지 않아?" 

"......오직 전하께는 소첩뿐이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마음이 변치  않으리라 하였습니다. 

이 희란, 남

아일언 중천금이다, 짐을 믿어라 하신 그 말씀에 혹하여 청결한 정조를 깨었지요. 마마의 혈

기방장한 옥

체를 받아들였어요. 이 생명, 이 마음을 다 드렸사와요. 마마, 절대로 이 누이 버리시지 않으

실 것이지

요?" 

"어허, 하루 내내 입 아프게 말하였거늘! 짐에게는  오직 누이 한사람뿐이다. 그리 하였는데 

또 여전히 앙

탈인 게야? 내 참! 이리 오소." 

살포시 안겨든 누이의 검은 머리타래에  얼굴을 묻었다. 커다란 손으로  등을 쓰다듬으면서 

다시한번 사

랑한다 은애한다 속삭였다. 

"소첩에게는 마마의 성총만이 유일한 담벼락이어요. 이 마음, 진정 아시지요?" 

다시 한번 사랑을 조르는 정인의 눈물은 철석같은 사내의  마음을 격랑시켰다. 도르르 볼을 

타고 흐르는 

맑은 옥루.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을 왕은 손으로 지워주었다. 이 가엾은 사람을 어찌할꼬? 

왕은 맹수처럼 정인의 얼굴을 부여잡고 해당화처럼 붉디붉은 입술을 강하게 빨았다. 또다시 

불쌍한 누

이에게 맹세하였다. 

"사모한다 하였지 않소! 오직 짐에게는 누이뿐이라니까" 

"아이고, 몰라요. 아무리 맹세하여도 뭐, 사내는 새 정에 취하면 헌 계집은 까마득히 잊는다 

하였나이

다." 

"짐의 마음을 알면서 또 그런 소리를 하는 게야? 온.. 사람도!" 

사춘기의 서투른 풋정을 이기지 못하여 감히 가엾은 누이의  옷고름을 풀고야 말았다. 아무 

죄도 없이 왕 

자신의 무책임하고 방탕한 욕정에  짓밟힌 것뿐인데, 모든 오욕과  비난의 흙탕물은 그녀가 

뒤집어썼다. 

평생 사모하고 보호하며 행복하게 해주어야만할 책무가 있는 것이었다. 

왕은 짐짓 엄한 얼굴을 한 채 품속의 여인을 을렀다. 

"한번만 더 짐의 은애지정을 의심하는 말을 할 것이면 진정 짐이 노화를 낼 것이야!" 

"꼭, 꼭 안아주시어요! 마마, 마마의 사모하는 마음을 신첩에게 보여주옵소서!" 

애타게 갈구하는 희란마마의 목소리가 달콤하고 끈끈하였다. 왕은 무쇠같이 단단한 팔로 번

쩍 누이의 

풍염한 몸을 안았다. 단번에 침전의 장지문을 넘었다. 시립하였던 내관이 병풍을 치고  문을 

닫았다. 애

욕의 밤이 이제 막 시작될 참이었다.     

뜯어내듯이 옷고름을 풀었다. 커다란 손으로도 다 가리지 못하는  풍염한 가슴골이 불쑥 드

러났다. 덥썩 

자주빛 유실을 입술로 물며 치맛자락을 더듬었다. 왕의 늠름한 날가슴을 손톱으로 긁어내리

는 희란마마

의 입술이 피배인 듯 붉었다. 겨울 눈 속의 산수유같이  발간 입술이 나지막히 교성을 내뱉

었다. 왕이 껄

껄 만족한 웃음을 흩날렸다. 무엇을 어찌 했는지 몰라도  치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사내의 

손을 따라 은

어처럼 싱싱하고 농익은 여체가 퍼득이며 요동쳤다. 

"아이고 신첩을 기어코 죽이셔요!" 

메아리처럼 문풍지를 울리는 여인의 앙탈소리. 어느새 비단 금침 위로 엉켜 쓰러진 두 개의 

동체에 촛불

이 어려 번들거렸다. 마치 암호랑이처럼 희란마마가 감히 왕의 옥체를 타고 올랐다.  거대하

고 딱딱한 왕

의 보주를 감히 두 손으로 움켜쥐고 거침없이 혀로  희롱하기 시작하였다. 발정기의 수컷처

럼 신음하고 

헐떡였다. 만지기만 해도 꿀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여인의 능숙한  혀놀림 안에서 왕은 

기어코 비릿한 

옥정을 분출하고야 만다. 비릿한 그것을 아깝다 하지 않고 희란마마 냉큼 날로 삼켰다. 더없

는 영광인 

양 샐긋 미소지으며 땀이 밴 왕의 가슴에 작은 손을 짚었다.   

"이 밤에 소첩의 말이 되어주신다 하였지요?" 

"이 방자한 사람 좀 보아? 감히 짐을 타고 올라 하는  말 좀 보라지? 그래, 말이 되어 준다 

하였어. 어찌 

하겠다는 것이야?" 

눈시울에 붉은 웃음을 담고 되물었다. 희란마마는 살며시 혀를 내밀어 붉은 입술을  핥았다. 

눈앞에 흔들

리는 만월 같은 젖가슴이 눈을 아릿하게 만들었다. 두 개의  쌍둥이 달을 덥석 사내의 커다

란 손이 움켜

쥐어 일그러뜨렸다. 아릿한 고통인가? 반달 같은 아미를  찌푸리며 희란마마가 무엄하게 속

삭였다. 

"마마를 잡아타고 천상극락으로 가고야 말지! 이 밤에 소첩은 반드시 마마를 잡아먹을 것이

야." 

짐짓 앙큼하게 확인하는 눈빛에 색기가 뚝뚝 떨어졌다. 보령 열 아홉. 한없이 혈기방장한 연

치. 한번 토

해냈다 하여도 왕의 분신은 몇 번의 어루만짐에 의하여 더없이 싱싱하게 일어섰다. 금세 직

립한 사내의 

딱딱한 기둥을 음탕하게 훑어잡으며 희란마마 다시 한번 다짐하였다.  왕의 날몸을 타고 오

른 희란마마

의 눈빛은 말그대로 암호랑이처럼 활활 불타고 있었다.   

방중술에 관한 한 그 어떤 계집에게도 지지 않을 그녀였다. 날이면 날마다 청년왕의 혼백을 

사로잡기 위

하여 별의별 교접의 기술을 궁리하고  사향으로 욕간하며 몸단장을 하는  희란마마였다. 몇 

번이고 몇 번

이고 지치지도 않고 계집의 꿀을 탐하는 방탕한 왕의 밤을 지배하는 여황이 바로 희란마마 

자신이 아니

던가? 

그날 밤도 왕은 첩첩산중인 누이의 끈쩍하고 뜨거운 몸  안에서 무려 서너번을 파정하였다. 

육욕의 노예

가 되어 다시 한번 첩첩한 정해의 그물에 감겨버렸다. 감히  중전을 정하는 삼간택 때 희란

마마 저가 손

가락으로 낙점하는 처자를 중궁전에 앉히리라 해서는 안되는 약조를 하고 말았다. 

***********

왕대비전에 처녀들을 선보이는 중간택은 그 다음날이었다. 원래는 초간택 이후 보름이나 지

나야 재간이 

이루어지는 것이 상례였으되 워낙 늦은 국혼인지라 왕대비전께옵서 무에 시간을 끌  일이더

냐 하셨다. 

윗전의 뜻이 그러하니 단 며칠 사이에 간택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게 된 것이다. 

그 다음날 아침. 아침상을 끝낸 후 나인들이 들어와 중간택에 오른 처자들의 몸단장을 시중

들었다. 원래

는 중간에 오른 처자들에게는 궐에서 옷감만이 하사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급히 일을 

서두르다 보

니 처녀들이 집으로 나가지 못하는 바람에 이번에는 궐에서 특별히 아예 치수를 맞추어 새 

옷을 장만하

여 온 것이다. 소혜 아씨도 난생 처음 궐에서 만든 금박 물린  비단 새옷을 입는 호사를 누

렸다. 

나인이 수놓아 만든 보따리를 펼쳐 벌려놓은 의대는 노랑 저고리에 다홍 오호로단 겹치마에 

역시 다홍 

백복문단(百福紋鍛) 홑치마였다. 저고리며 치마단에는  화려한 금박무늬가 찍혀있어 소박한 

소혜 아기

씨의 눈이 다 황홀하였다. 

아무리 조촐하고 점잖다고 하나 아직은 연치 어린 소녀이다.  장안의 고운 비단옷이라면 다 

지어주는 침

선의 일을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호화롭다 하여도 여염집 치레는 궐 안의 여인들이 걸쳐 입

는 호사만은 

못하였다. 작고 가녀린 손가락 끝으로 빛 고운 명주가 물처럼 미끄러졌다.   

푸른 치마에 연옥색 저고리를 차려입은 나인은 익숙한 솜씨로  아기씨의 시중을 들었다. 소

세를 시켜주

고 고운 화각 참빗을 들어 동백 기름을 발라 먹물뿌린 듯 검고 윤기나는 아기씨의 머리타래

를 슥슥 빗겨

주었다. 새앙머리를 두 갈래로 뒤로 땋아 늘여 밑에서부터 두 줄로 각각 말아올렸다. 단단하

게 뒤통수 

머리 밑까지 올려당겨 쌍상투를 만들었다. 그 중간을 자주 좁은  댕기로 한데 묶고 그 위에 

금박물린 능

금 댕기를 엉덩이까지 늘였다. 

"저어, 마마님." 

"어려워 말고 편안하게 말씀하옵소서." 

소혜 아기씨는 모르지만 시중들러 들어온 나인은 유일하게 왕대비전이 보낸 나인이었다. 이

미 삼간에 

오를 처자이다 내밀하게 하명을 받은 처지이니 머리카락 빗어 넘기는 손길 하나도 조심스럽

고 정이 함

뿍 묻었다. 나인은 웃음을 머금으며 편안한 어조로 소혜 아씨가 묻는 말에 정성스레 답변하

였다. 

"저어, 어젯밤만 하더라도 이 방에 같이 주무신 저의  동무가 아침에 깨어보니 아니 보이십

니다. 몸단장

이 끝이 나서 다른 곳으로 가신 것입니까?" 

"아, 그 동무는 대제학의 따님이시지요?" 

"그런 줄 알고 있나이다." 

"그분은 새벽에 출궁을 하셨나이다." 

의외의 말에 소혜 아기씨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였다. 나인이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아 글쎄, 그 분이 아침에 열꽃이 피고 조갈증을 느끼신다 하였나이다. 의원의  진맥을 급히 

받았기로  손

님이라 하였나이다. 급히 가마에 실려  출궁을 당하였나이다. 혹여 모르니 아기씨는  어렸을 

적에 손님을 

치르셨나이까?" 

"에, 저는 하였다고 들었습니다만......" 

"다행입니다. 혹여나 하시며 윗전께서 심히 걱정을 하셨습니다." 

소혜 아씨는 동무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워 한숨을 폭 쉬었다. 보아  아씨가 일부러 꾀병을 

내어 도망친 

것을 모르니 그저 동무의 안위만이 근심이 되었다. 

"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동무가 그리 되다니. 이를 어찌하나? 진정 대담하고 활달하며 배

포 유하시기

로 딱 웃어른의 품이 여실하더시니.... 병이 들었다니요. 이를 어찌합니까?" 

"궐에서 전의까지 내려 보내주셨기에 별탈은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나인은 밀화 불수, 옥붕어, 자만옥 붕어가 달린 석줄 노리개를 보따리 안에서 꺼

냈다. 이토

록 귀한 물건을 감히 어찌 걸리오 하고 손사래를 치는 아기씨의 반대를 딱 억눌렀다. 

"노리개를 다는 것은 재간에 오른 소저라면 누구나 다 하는 치장이올시다. 저어하지 마시옵

소서.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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