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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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몸이 놀란 모양인지 알 수 없지만 달리아는 그로부터 이틀 내내 앓아누웠다. 

카를라의 침대는 기숙사 침대에 비할 수 없이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웠으나 주제넘는 곳에 누워 있는 것 같아서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비몽사몽한 얼굴로 소파에 늘어져 있으니 누군가가 그녀를 안아 다시 침대에 눕혔다.

붉은 머리카락이 시야를 스쳤다 사라진다. 후버인 것 같아서 아는 척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어른거리는 의식 속에 카를라의 낭랑한 목소리와 후버답지 않은 부드러운 저음이 섞여 귓가를 맴돌았다.

“…이작… 후작… 공모를…”

“…련님의 지시로…… 가신… 박탈…”

어려운 단어들이 조각조각 허공을 떠돌다 흩어졌다. 달리아는 느리게 꿈벅이던 눈꺼풀을 완전히 내려 다시금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둠, 그리고 그보다 더 어두운 암흑이 찾아오고 이내 여명처럼 밝은 빛이 떠올라 시계를 넓혔다. 아주 얇은 그물이 쳐 있는 것만 같은 탁한 시야 속에 북쪽 숲의 반짝이는 풍경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야생 포도 덩굴이 주렁주렁 얽힌 고목 아래, 바람이 불 때마다 풀잎 스치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어룽대는 개울가.

이른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달리아가 그와 나란히 앉아 개울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부드러운 얼굴로 풍경을 관조하던 아이작이 평온 속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매번 이렇게 일찍 돌아오면 좋겠다. 이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싶어 잠도 제대로 못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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