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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자라난 잡초와 함께 풀벌레 우는 소리가 발등을 간질인다. 램프 빛이 흔들릴 때마다 그림자도 좌우로 이리저리 어룽댔다. 여름 내음이 가득한 숲은 고정된 장소라기보다는 살아있는 동물의 내장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달리아의 신경을 교란했다.
“밤에는 좀 으스스하네…”
별채까지는 십 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밤이라서 그런지 유독 멀게 느껴졌다. 허벅지에 휘감기는 슈미즈가 유난히 거추장스러워서 달리아는 밑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채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겼다.
“불이 다 꺼져 있네.”
주인이 사라진 별채는 유난히 고요했다. 달리아는 조심스레 문을 밀고 홀을 가로질렀다.
구석진 펜트리는 달리아에게 무척 익숙한 장소였다. 청소와 시트 교환을 위해 아이작의 방보다 더 자주 들렸던 곳이었기에, 눈 감고도 뭐가 있는지 곧장 알 수 있었다.
재빨리 손을 내려 양초를 찾았다. 닳고 닳은 양초를 새 양초로 바꿔 넣고 여분의 양초를 하나 더 챙겼다.
어질러져 있던 것들을 습관적으로 정리한 뒤 펜트리를 나섰다. 컴컴한 홀을 가로지르고, 그렇게 다시 현관으로 나온 참이었다.
“응?”
숲 안쪽으로부터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동시에 작은 빛이 발소리에 맞춰 흔들렸다.
“후버 씨인가?”
어쩐지 별채에 없더라니, 저택에 다녀온 모양이었다.
이 늦은 시간까지 일하느라 잠도 못 자다니… 도련님이 바쁜 건 알고 있었지만 후버 씨도 만만치 않게 바쁜가 보다.
어쩐지 측은한 마음이 들어 저택으로 이어진 길에 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서너 발자국 앞으로 향한 순간, 달리아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여 걸음을 멈췄다.
하나라고 여겼던 빛이 하나, 둘… 두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동시에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여러 개로 겹쳐져 둔중하게 땅을 울렸다.
“이 시간에 무슨…”
뭐지?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별채로 오는 거지?
웅성거림이 가까워지고 나서야 달리아는 후버의 명을 떠올렸다.
‘몇몇 사람 외에는 모르는 건물이니 절대 누구에게 말하지 말고, 나오지 말고. 밤에는 불을 끄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