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블루로제트. 남부 출신인 달리아로서는 모를 리가 없는 약초였다.
온후한 기후의 해변가 근처에서만 자라는 블루로제트는 달리아가 살던 고향의 특산물 중 하나였다. 때문에, 그 약초를 어디에 쓰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보통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먹는 약초지만 여자가 먹으면 부정 출혈을 유발하기 때문에 절대 찾지 않는 약초였다. 더군다나 임산부가 먹게 되면…
“설마 아이가……?”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물었지만 답이 어떨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델마의 눈이 긍정을 표하자, 달리아의 눈매가 크게 일그러졌다.
귀족들이 저택의 하녀들을 심심치 않게 건드린다는 건 달리아도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공작도 한때 그랬고 소공작도 그런다는 걸 얼핏 듣기는 했다. 하지만 막상 침소 시중을 들었던 하녀들은 이를 쉬쉬했다.
자칫 소문이라도 나면 손해 보는 쪽은 주인이 아닌 사용인이었으니, 그녀들로서는 없던 일로 취급하는 게 가장 나은 방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소문을 들었어도 직접 체감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설마 그런 일이, 하필이면 가장 친한 친구에게 일어나다니.
“그래서… 그래서 저한테 그렇게 쌀쌀맞게 굴었던 걸까요?”
혹시 걱정할까 봐. 괜히 같이 우울해할까 봐 필사적으로 밀어냈던 걸까. 어차피 떠날 거니까 정을 떼려는 거였을까.
왜 그랬을까. 고민이 있으면 늘 서로 의논했는데. 그런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심정으로 침소 시중에 응했을지, 어떤 마음으로 아이의 존재를 받아들였을지, 어떤 마음으로 저택을 떠났을지…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달리아는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얼굴로 편지 봉투를 내려보다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봉투를 품속에 넣었다.
* * *
안녕, 달리아.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나는 이미 저택을 떠나고 없겠구나.
걱정되고 화도 나겠지만. 말없이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어.
아버지가 아프셔서 일손이 부족해졌거든. 게다가 슬슬 나이도 차서 결혼하라고 아버지가 성화셨어.
어머니도 몸이 약하시니까 겸사겸사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급하게 떠나게 됐어.
부디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이번 겨울에는 너랑 같이 고향에 가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다. 그치?
안정되면 다시 편지 보낼 테니까, 동생이랑 같이 꼭 한번 놀러 와.
그럼 잘 지내고. 건강해야 해.
-너의 친구 에디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