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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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들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정말, 창피해서…!” 

눈매를 찡그린 채 한참 동안 그를 쏘아보던 공작 부인이 혀를 차며 정원 건너편으로 발길을 돌렸다. 멀찍이 물러나 있던 시녀들이 카를라와 아이작을 흘깃거리다 잰걸음으로 공작 부인의 뒤를 따랐다.

묵묵히 상황을 감내하던 아이작은 또박거리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쯤이 되어서야 느린 걸음으로 발길을 뗐다. 아치를 지나 숲길에 발을 내디딘 순간, 멀거니 서 있던 카를라가 사뿐사뿐 그의 뒤를 따랐다.

철새들이 떠나가 버린 숲에는 낙엽 밟는 소리와 바람 소리만 울려 퍼졌다. 별채로 이어진 울타리에 다다랐을 때, 아이작이 걸음을 멈추고 카를라를 돌아보았다.

“무슨 용건이라도 있어?”

“딱히?”

“그럼 따라오지 마.”

담담한 어조를 비웃듯 카를라가 목소리를 키워 물었다.

“그거 막스가 그런 거지?”

카를라가 턱짓으로 다친 뺨을 가리키며 슬쩍 입매를 끌어올렸다. 케이프를 추스르는 손길이 우아하기 그지없었다.

뭐가 궁금해서 따라오나 싶었더니. 느릿하게 얼굴을 쓸어내린 아이작이 쓴웃음과 함께 말문을 열었다.

“너도 때리고 싶어서 따라오는 거면 얼마든지 맞아 줄게. 그러니까 빨리 때리고 내 눈앞에서 꺼져 줄래?”

“…때릴 생각은 없어.”

“그럼 그냥 꺼지든가.”

미소 띤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과격한 언사가 거침없이 이어졌다. 카를라는 한숨을 내쉬고 본론을 꺼냈다.

“왜 굳이 막스를 자극해? 걔 건드려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미리 말해 두자면 먼저 시비 건 사람은 막스였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가신 회의에서 내 의견이 채택됐다고 흥분해서 달려들던데.”

며칠 전, 공작과 체스를 두면서 새로운 철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철로 공사비가 너무 많이 든다며 걱정하는 공작에게 아이작은 우회해서 선로를 놓는 것보다 터널을 뚫는 쪽이 훨씬 합리적이라 제안했다. 몇 가지 실례와 구조를 설명하니 공작이 눈을 빛내며 체스판을 치웠다.

그게 전부였다. 공작의 비루한 체스 실력이 지겨워 아무 생각 없이 나불거린 것뿐이었다. 그런데 설마 그 일이 폭력으로 돌아올 줄은 아이작도 예상치 못했다.

‘주제 파악하라고 몇 번을 말해. 가신들한테 잘 보여서 뭘 어쩌려고? 사생아 딱지라도 떼고 싶은 거야? 재수 없는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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