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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197화 (197/201)

<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 >

외전 7. 타 차원의 침공?

소환체들에 의해 황후의 분노를 잠재운 후, 그날 저녁 내내 황후의 곁에 있으면서 화를 풀어 주었다.

그날 밤 속으로 한 달이나 두 달 정도는 신혼 생활을 즐기게 해 달라고, 이제는 사라져 버린 신에게 처음으로 빌어 봤다.

하지만 신은 사라졌다는 것이 바로 다음 날 증명되고 말았다.

“꼭 오늘 보고했어야 했어?”

카리엘의 물음에 타리온이 슬쩍 옆으로 눈을 돌리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다음 날 아침 황제의 궁으로 황후와 같이 온 카리엘이 정원을 거닐고 있었으나, 다급한 일이라며 찾아온 타리온에 의해 간신히 풀린 아일라의 기분은 다시금 바닥까지 가라앉기 시작했다.

“……송구합니다.”

황후의 표정을 본 타리온이 쥐구멍을 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멀리서 카리엘을 바라보는 황후의 표정은 ‘내가 왜 이 남자랑 왜 결혼했을까?’ 같은 속마음이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식어 있었다.

남편이란 놈이 신혼여행 도중에 튀지를 않나, 돌아와서는 신혼 생활을 즐겨 보려고 하면 허구한 날 황궁 밖으로 나가 버리는 게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빨리 보고하고 꺼져.’

카리엘의 입 모양을 본 타리온이 다급히 보고서를 건네면서 말했다.

“남쪽 지방에서 초대형 게이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타리온의 보고에 카리엘의 표정이 굳어졌다.

“얼마나 크지?”

“마왕이 강림했을 때만큼 큽니다.”

그의 말에 카리엘이 입술을 깨물었다.

고작 한 달.

그 정도만 쉬어 보겠다는데, 이놈의 운명이란 놈이 그걸 못 기다려 주고 기어이 일을 저질러 버렸다.

“……대신들 소집해.”

“예.”

카리엘의 명령을 들은 타리온이 다급히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기까지 기다려 주었던 아일라가 조용히 카리엘의 옆으로 다가왔다.

“심각한 일이에요?”

“어쩌면?”

그렇게 말한 카리엘이 아일라의 양쪽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될 수도 있어.”

“……그 정도예요?”

아일라의 물음에 카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급 게이트가 나타났어.”

“아…….”

대전쟁 시절 카리엘이 마왕과 얼마나 치열한 사투를 벌였는지 잘 알기에 아일라의 눈가가 떨리기 시작했다.

“만약을 대비해야 할지도 몰라.”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카리엘을 보면서 아일라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나도는 남편에 대한 작은 미움 따위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야 할지도 몰라.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

카리엘의 말에 아일라는 눈동자가 떨렸으나 작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아일라는 약했다.

그렇기에 짐이 되지 않으려면 먼저 피신하는 게 맞았다.

“저녁에라도 들를게.”

“……네.”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아일라를 뒤로하고 대전으로 향하는 카리엘.

그러자 침묵하고 있던 수르트가 나타나 나직이 말했다.

-거짓말 잘한다?

“거짓은 아니지.

수르트의 말에 반박하는 카리엘.

실제로 마왕급 게이트라면 언제라도 수도를 공격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분명 신에 가까웠던 마왕은 두려운 존재인 건 맞았다.

하지만 대전생 시절만큼 어려울까?

-쯧쯧! 지금의 이그니트라면 굳이 네가 가지 않아도 알아서 잘 막을걸.

수르트의 말에 반박하지 않은 채 미소만 짓는 카리엘.

어쩌면 글렌이나 시카리오 후작이 투입되지 않아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을 위해 과거의 잔재들과 계약을 했으니, 이들과 이그니트의 주력군이라면 막고도 남을 것이다.

“뭐…… 그러긴 하겠지만 혹시나라는 게 있잖아.”

결국 인정한 카리엘은 웃으면서 대전으로 향했다.

* * *

잠시 후 대전에 도착한 카리엘은 가장 높은 의자에 앉았다.

“모두 들었다시피 결국 예상했던 일이 발생했다.”

카리엘의 말에 모두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리엘, 대비는 어떻게 하고 있지?”

“일단 남부군 대부분을 게이트에 집중시켜 놓았습니다.”

“계약한 잔재들은?”

“남부 지방에 한해서 집결 중입니다.”

세리엘의 조치에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카리엘이 루피엘을 보며 말했다.

“루피엘.”

“예! 폐하.”

“넌 지금부터 나를 대신해 모든 집무를 대신한다.”

“예? 하오나 폐하…….”

루피엘이 놀란 표정으로 카리엘을 보았다.

그러나 장난기라고는 한 점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카리엘을 보면서 입을 더 열지 못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 얼마나 더 많은 게이트가 나올지 알 수 없어.”

“…….”

“나와 글렌, 시카리오 후작은 지금부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대기할 거다. 그러니 세리엘.”

“예! 폐하.”

“타리온과 함께 최대한 정보를 모아서 상황에 맞게 우리를 사용해라.”

자신을 사용하라고 말하는 카리엘을 보면서 세리엘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그건 루피엘을 비롯한 모든 대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부터 날 황제가 아닌 일개 마스터급 존재라고 생각해.”

“하오나…….”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야.”

카리엘의 말에도 세리엘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제국의 황제, 그것도 신으로 추앙받는 존재를 함부로 움직였다간 제국민들한테 몰매 맞을 각이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빨리 서대륙을 안정화해야 해.”

그의 말에 다른 이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대륙에서도 이그니트처럼 다수의 잔재들과 계약을 시도하면서 타 차원의 침공을 대비하고 있으나, 전력이 너무 달렸다.

최근 들어 이그니트로부터 최신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거대한 게이트가 열린다면 속절없이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본진을 안정화한 이후 대륙 전역의 게이트를 우리의 통제하에 둔다.”

카리엘이 최종 목표를 말하자 대신들이 침을 꿀꺽 삼키면서 고개를 숙였다.

본진인 이그니트부터 안정화한 이후 대륙 전체를 통제하에 두면서 남부 섬과 신대륙까지 영향력을 뻗칠 생각이었다.

“내가 전에 말했었지, 타 차원의 침공을 전쟁이 아닌 인류가 한 단계 발전하는 밑거름으로 사용하자고.”

그렇게 말한 카리엘이 루피엘과 세리엘을 바라보았다.

“해 보자. 어떤 차원이라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세계. 그것을 만드는 거다.”

이미 대륙 최강을 넘어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된 이그니트.

모든 것을 이뤄 냈다고 생각했지만 타 차원의 침공으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다음 목표가 만들어졌다.

세계를 지키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차원이 되는 것.

신이 없어도 세계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할 수 있겠어?”

“예!”

“네!”

두 동생들의 대답에 빙그레 미소를 지은 카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짐이 없어도 잘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렇게 말한 카리엘이 황좌에서 일어나 아래로 내려왔다. 스스로 전쟁 기간 동안만큼은 황제가 아닌 일개 무인으로 지내겠다는 것을 몸으로 보인 것이다.

그것을 본 루피엘과 세리엘이 작게 고개를 숙인 이후 황좌 양옆에 섰다.

대전쟁 때 그러했던 것처럼 내실은 루피엘, 전쟁은 세리엘이 주관하면서 타 차원의 침공을 본격적으로 막아 낼 준비를 했다.

대신들을 이끌면서 타 차원 침공에 관한 세부 사항들을 의논하는 루피엘과 세리엘.

그렇게 가장 시급한 것들을 정리한 후, 루피엘이 마지막 의제를 말했다.

“특급 게이트로 판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담 팀을 만들 생각이오.”

말을 멈춘 루피엘이 앞에 선 카리엘과 두 명의 그랜드 마스터들을 바라보았다.

“앞에 있는 이 세 분을 중심으로 팀을 만들 것이며, 이들은 가장 위험한 전장에 투입될 것이오.”

가장 드높은 경지에 오른 자가 가장 위험한 전장에 들어가는 것.

다른 나라였으면 마지막까지 아꼈을 전력을 최선전에 투입해 조기에 적들의 예봉을 꺾어 버릴 생각인 것이다.

암흑기 시절 마스터들을 아끼기 위해 적국과 마적 떼가 국경선을 더럽히는 것조차 묵인했던 이그니트.

다시는 그러한 시절을 겪지 않기 위해서 이그니트는 변했다.

가장 높은 자가 헌신하게 하기 위해서 제국의 마스터급 이상의 전력은 언제나 선봉에 서서 활약했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를 만든 것이 바로 카리엘이다.

황제의 신분으로 언제나 위험한 전장을 가리지 않고 움직였던 그.

그런 그가 이번에도 제국민을 위해 가장 위험한 전장으로 가고자 했다.

“특급 게이트 전담반은 그랜드 마스터급 이상으로 구성될 것이며, 이는 제국의 가장 명예로운 단체가 될 것이오.”

대신들은 물론이고, 제국의 어떠한 단체보다 명예로운 곳.

과거 초대 황제 시절 건국을 도왔던 영웅들이 모였던 조직.

바로 그 조직을 부활시키고자 함임을 대전에 모인 모든 이들이 깨달았다.

“소신은 이를 ‘원탁’이라 부르고자 합니다.”

카리엘에게 허락을 구하는 루피엘.

그런 그의 표정을 본 카리엘이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초대 황제 때 만들어지고 대를 거듭하며 썩어 버린 조직이기에 자연스레 사라진 원탁.

그것이 더 명예로운 조직으로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짐의 직권으로 원탁의 부활을 허하겠다.”

공식적으로 원탁의 부활을 선언한 순간, 대전 안에 모인 모든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또한 대전에 모인 마스터들이 카리엘을 비롯한 그랜드 마스터들을 바라보며 부러움의 눈빛을 보았다.

조건은 간단했다.

“원탁의 조건은 오직 무력. 들어오고자 한다면 벽을 넘어라.”

단순한 조건을 만든 카리엘이 내무대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탁의 궁을 다시 개방한다. 준비하도록.”

“명을 받듭니다.”

내무대신이 고개를 숙이면서 대전 밖으로 나서자 시종들이 뒤따라 나섰다.

오랜 시간 폐쇄되면서 더러워지고 낡은 건물을 다시 부활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국에서 가장 명예로운 기관의 부활과 함께 본격적으로 타 차원의 침공을 막기 위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 * *

「타 차원의 침공! 예견되었던 일이 발생하다!」

이제는 일반 제국민들마저 볼 정도로 많은 게이트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자 제국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모든 것을 발표했다.

「타 차원의 침공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대전쟁보다 끔찍할 수도 있는 전쟁이 발발하고야 말았다.

“대전쟁이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번엔 버틸 수 있을까?”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신문을 읽었다.

대전쟁 때 희생된 사람이 몇 명이던가.

또한 전쟁 기간 동안 그들이 겪은 고통이 얼마던가.

그 고통이 완전히 가시기도 전에 타 차원 침공이라는 세계 규모의 위기가 발생해 버렸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그니트는 타 차원의 침공에 큰 위기를 겪지 않았다.

「남부에 나타난 거대한 게이트!」

「제국 서부 해안에 만들어진 게이트. 물류에 차질을 빚어!」

「동부 철도 인근에 게이트 발생!」

분명 신문으로는 여기저기서 위험 등급의 게이트들이 마구잡이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제국민들은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서부 23개 게이트 봉쇄 완료했습니다.”

“좋아.”

서부에 나타난 수십 개의 게이트를 봉쇄한 세리엘이 눈을 빛냈다.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제국은 서대륙에 나타난 게이트들을 전부 파악해 완벽에 가깝게 봉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제국민들은 전쟁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쉬이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개중에는 어쩌면 게이트란 게 별로 위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생각이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동대륙 2개 군단! 특급 게이트에 의해 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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