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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172화 (172/201)

172-64.최후의 전쟁!

홀로 거인의 산맥을 오르기 시작한 마왕.

동시에 마왕군이 아스가르드를 중심으로 집결했다.

그러자 연합군 역시 빠르게 군대를 모아 북상을 시작했다.

동쪽의 로만과 산드리아 군대 역시 빠르게 서진하며 마왕군을 상대할 준비를 했다.

반면에 이그니트 쪽은 조용했다.

“정황상 마왕 혼자 움직인 것 같습니다.”

타리온의 보고에 카리엘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만하군.”

“그럴 만한 강함입니다.”

타리온의 말에 카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이 마계에서처럼 모든 힘을 사용할 수 있다면 충분히 지금의 오만함이 납득 가능했다.

그랜드 마스터의 극에 다다랐을 것으로 추정되는 존재.

마스터의 끝자락도 아니고, 그랜드 마스터의 끝자락이다.

이미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는 신화시대의 용을 베어 죽인 영웅 시구르드보다 강할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상황.

그런 그이기에 홀로 과거의 잔재들을 지워버리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현재 마왕군의 전력은?”

“마군단장급 11명. 그외 흑마법사를 비롯한 마스터급 마인이 한둘 정도 더 있을 거라고 추정됩니다.”

카리엘의 물음에 지금까지 조사한 것을 토대로 보고하는 타리온.

모든 정보를 들은 카리엘이 로칸에게 물었다.

“그래서 작전은 어떻지?”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류의 모든 병력을 마왕군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마왕에 대한 대책은?”

마계의 주요 전력이 전부 온 마왕군은 분명 중요한 전력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마왕이 더 위험했다.

만약 신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마왕이 지금보다 더 강해진다면?

그건 곧 재앙이었다.

과거의 잔재들을 죽이면서 기존의 마스터들은 분명히 성장을 이루어 냈다.

비록 그랜드 마스터의 극에 이른 존재에 비하면 약하다고는 하지만 정체된 마왕에게 깨달음이 주어질 요소가 있다면 막아야 했다.

“가장 확실한 건 마왕의 뒤를 따르는 것입니다.”

“뒤를 따른다라······.”

“마왕을 상대할 전력을 구성해 아스가르드에 있을 신들을 마왕이 상대하는 동안······.”

“뒤를 친다.”

카리엘이 눈을 빛내면서 말하고는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반면에 타리온을 비롯한 대신들의 표정은 썩어 들어갔다.

그가 할 다음 말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 그럼 묻지. 현시점에서 마왕을 상대할만한 존재가 누가 있지?”

카리엘의 물음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로칸 바르사유.

“대답.”

대답을 종용하는 카리엘을 보면서 한숨을 쉰 로칸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그랜드 마스터 글렌 공이 있습니다.”

“또.”

“그랜드 마스터에 근접한 시카리오 후작이 있습니다.”

“또.”

카리엘의 물음에 쉽게 답을 하지 못하는 로칸.

그도 그럴 것이 마스터들을 말하기엔 이미 때가 늦었기 때문이다.

힘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할 때조차 마스터는 그저 시간을 잠시 끌어 주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마저도 활용할 수 없었다.

모든 힘을 회복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마왕을 상대로는 예전과 같은 작전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10인 이상의 마스터가 합을 맞춘다면 가능할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마왕군을 이기기 힘들었다.

“없나?”

“······있습니다.”

“그럼 답을 하게.”

카리엘의 말에 작게 한숨을 쉰 로칸이 다시 입을 열었다.

“폐하십니다.”

헬을 쓰러뜨렸던 카리엘.

특수한 능력이기에 그랜드 마스터급이다 뭐다 말할 수는 없지만 카리엘의 능력은 확실히 마스터를 넘어섰다.

그렇기에 마왕을 상대로도 충분히 유효한 전력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폐하!”

“마왕은 너무 위험하옵니다!”

극렬히 반대하는 대신들을 보면서 카리엘이 피식 웃었다.

“이제 와서 반대하는 것도 우습지 않나? 반대하려면 내가 헬을 쓰러뜨리기 전에 했어야지.”

“하오나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까?”

카리엘의 말에 타리온이 나섰다.

항상 카리엘의 안전을 염려하는 타리온이 나서자 모든 대신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모두의 응원 속에서 타리온이 입을 열었다.

“마왕은 지옥의 힘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 그렇긴 하지.”

확실히 마왕은 헬처럼 힘의 상성을 이용한 우위를 이루긴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상관없었다.

“뭐. 그 부분에 있어선 나도 아쉽긴해. 그런데 이젠 그딴 힘의 상성이 아니어도 되지 않아?”

카리엘의 물음에 타리온이 표정을 구겼다.

그건 아켈리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의 반응에 대신들을 비롯한 다른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리엘의 말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조가비처럼 입을 다문 둘을 보던 재상이 눈치 빠르게 물었다.

“혹······ 폐하와 두 사람이 대결을 해 본적이 있는 것이오?”

재상의 물음에 다들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타리온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타리온이 한숨을 쉬며 작게 입을 열어 답했다.

“······예.”

“설마······ 폐하께오서?”

“이기셨소.”

담담히 답을 한 아켈리오가 그때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헬을 쓰러뜨린 후 그녀의 힘이 일부 흡수되면서 더 강력해진 카리엘.

과거의 잔재들을 처리하기 전에 걱정하는 타리온을 설득하기 위해 두 마스터와 대결을 했었고, 결론은······

“폐하의 완승이셨지. 나중엔 수르트와 스콜을 소환하지 않고도 이기셨소.”

타리온과 아켈리오와의 대련에 익숙해지자 아그니 하나만을 소환해서 이기는 기염을 토한 카리엘.

아그니의 무서움도 있었지만, 카리엘이 화염을 다루는 능력은 이미 마도사의 그것을 넘어섰다.

지옥에서 타락한 과거의 잔재들을 해치웠던 것도, 수많은 망령들을 막아 낸 것도 전부 카리엘의 능력이었기에 짧은 시간 내에 무지막지한 성장을 한 것이다.

“자! 증명은 된 것 같으니 작전은 새로 짜야겠지?”

그렇게 말한 카리엘이 빙그레 웃었다.

“작전은 나와 글렌, 시카리오 후작이 아스가르드로 올라가는 것을 중심으로 짜기로 하지.”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그동안 행정은 다시 루피엘 황태자가, 후방 병력과 군수 관리는 세리엘이, 전반적인 전장 관리는 로칸 총사령관이 하도록.”

다시금 일을 떠넘긴 카리엘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빙그레 웃었다.

그것을 본 대신들의 표정이 다시금 구겨졌다.

하지만 반대할 수가 없었다.

모든 명분이 카리엘에게 있으니 마땅히 따를 수밖에.

“그럼 움직이도록.”

“예! 폐하.”

카리엘의 명령에 모든 이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남부 연합군과 로만·산드리아 연합군이 움직이는 동안에도 잠자코 있던 이그니트의 대군이 요동칠 준비를 한 것이다.

혹한의 협곡에 있던 대군이 남하를 시작하고, 거인의 요새에 있던 대군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움직이는 이그니트!」

이그니트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대군이 움직이는 것을 기사로 내보내는 순간 환호했다.

동시에 슬퍼했다.

이젠 정말 최후의 전쟁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인류의 존망을 건 대전쟁이 시작되자 모든 사람들이 신을 찾았다.

“제발 인류에게 희망을······.”

“부디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어떤 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어떤 이는 자신의 자식이 살아 돌아오기를 희망하며 기도했다.

서대륙, 동대륙 가릴 것 없이 모든 이들이 전쟁의 승리를 기도했고, 그들의 기도를 뒤로하며 대군이 마왕군 앞에 당도했다.

-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군요.

여우 여인이 한숨을 쉬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류의 전력은 마계에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마스터급 숫자야 서대륙 동대륙을 합하면 얼추 맞출 수 있다지만 기본적인 체급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는 그 체급 차이를 무기로 커버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하늘을 가득 메운 엄청난 숫자의 비공선들이었다.

수많은 발전을 이룬 비공선들은 발전을 거듭하며 엄청난 크기의 공중 모함까지 만들었다.

무지막지한 공중 전력뿐만 아니라 지상을 가득 메운 포병 전력과 기갑 전력까지.

하나하나가 강력한 전력들이었다.

- 버텨 봅시다.

그녀의 말에 마족들이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누구보다 냉철한 그녀는 이미 마족과 인류의 전력차이를 인정했다.

「이그니트군 총사령관 로칸 바르사유!」

「연합군 총사령관 에쉬타르!」

두명의 총사령관에 의해 지휘되는 인류의 군대.

가장 강맹한 전력을 가진 이그니트의 전력을 총지휘는 누구나 예상했듯 로칸 바르사유였다.

의외인 것은 연합군이었다.

로만과 산드리아의 전력에 더해 남부 연합군까지 에쉬타르에게 지휘를 맡긴 것이다.

감옥에 갇혀 있던 그가 풀려난 것도 놀라운데 그가 총지휘를 하게 되자 모든 이들이 놀랐지만 현 상황은 그런 놀라움조차 빠르게 인정할 수 있게 했다.

최후의 전쟁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깟 것이 문제일까.

감옥에 갇힌 채 끝까지 이그니트에 합류하지 않았던 이반 형제 역시 이번 전쟁을 위해 무기를 들어 올렸다.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각국에 갇혀 있던 죄인들을 끌어모아 부대를 만들었다.

최후의 전쟁에서 활약한다면 모든 죄를 사해 주겠다는 조건은 죄인들로 하여금 목숨 걸고 무기를 들게 만들었다.

몇몇 사람들은 대역 죄인들을 용서해 주겠다는 결정에 반발하기도 했으나, 인류 최후의 전쟁은 그 모든 목소리를 묻히게 만들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한다.”

카리엘의 명령이 떨어졌는데 소수의 반발이 무슨 소용이랴.

그렇게 대륙의 모든 전력이 거인의 산맥에 집중되었고, 그것을 공중에서 지켜본 카리엘이 짧은 감상을 내뱉었다.

“인류의 평화인가?”

마왕군이라는 강력한 적 앞에 한데 뭉친 인류.

이제껏 이뤄진 적 없는 인류의 모습에 카리엘이 피식 웃었다.

- 강대한 적이 나타나는 게 꼭 나쁜 건 아니군.

“뭐······ 그래 봤자 적이 사라지면 다시 분열하겠지.”

카리엘의 말에 수르트가 피식 웃었다.

위기의 순간에는 힘을 합치지만 결국 인간이란 망각의 동물.

자신의 위협하는 위험이 사라지면 언제 어디서든 배신을 할 수 있는 생물이기도 했다.

- 그래도 네가 황제로 있는 동안은 별탈 없지 않을까 싶은데?

“분열하라고 해. 난 은퇴할 거니까.”

그렇게 말한 카리엘은 한숨을 쉬면서 명령을 내렸다.

“시작해.”

“예!”

카리엘의 명령과 함께 마왕군을 향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마도포의 빛줄기들이 마왕군의 결계를 두드리는 것으로 전장이 시작되었다.

“결계를 뚫어라!”

로칸의 명령에 모든 이들이 결계를 부수는데 집중했다.

이들이 이렇게 결계를 부수는 데 집중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폐하가 움직일 공간이라도 만들어!”

로칸의 목소리에 모든 이들이 사력을 다해 결계에 구멍이라도 내기 위해 전력을 집중했다.

이번 작전의 핵심.

그것은 바로 마왕을 저지할 전력을 아스가르드로 보낼 길을 만드는 것이었다.

“폐하, 준비되었습니다.”

“가지.”

타리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카리엘이 글렌과 시카리오 후작과 함께 소형기로 향했다.

아스가르드로 가는데 비공선까지는 필요없었다.

온갖 마공학으로 떡칠이 된 소형기.

그것이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위이이이잉!

기계음이 들리면서 마나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돈을 들여서 아직 부족한 기술을 자원으로 퉁 친 무지막지한 기체가 하늘을 날아오를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마족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결계 일부가 깨져 나가는 순간, 공중모함에서 한줄기 빛이 아스가르드를 향해 날아올랐다.

- 막아라!

여우여인의 명령에 황급히 날아오르는 마족들.

하지만 그런 그들을 막기 위해 비공선들이 자신들이 공격당할 것을 감내하면서 전진했다.

“첫 번째 싸움은 우리의 승리인가?”

그렇게 중얼거린 로칸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달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저 빌어먹을 마왕군을 처단하는 것뿐.

비록 전략적 승리는 거두었으나 대전쟁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어디 한번 싸워 보자고.”

그렇게 중얼거린 로칸 바르사유가 대군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그에 발맞춰 에쉬타르 역시 연합군을 본격적으로 마왕군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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