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146화 (146/201)

<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 >

54. 게이트 전쟁! (3)

그림자의 보고에 경악한 타리온.

하지만 경악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켈리오 역시 보고를 듣자마자 기함을 토하며 카리엘에게 가려고 움직이려 했다.

“폐하께서 자리를 지키시라 명하셨습니다.”

“…….”

아켈리오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했다는 듯, 명령을 내린 카리엘.

그의 명령을 전한 기사도 한숨을 쉬었으나 아켈리오와 달리 걱정스러운 표정은 없었다.

“폐하께서 직접 참전하셨다고?”

“예.”

“남쪽이라면 우리보다 더 많은 군대가 몰려갔을 텐데?”

“예. 하오나 이미 그쪽 방면은 대부분 정리가 끝났습니다.”

기사의 보고에 아켈리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옥의 거대한 아귀들은 아켈리오조차 애를 먹을 정도로 까다로웠다. 두 동강 낸다고 바로 죽지도 않을뿐더러 촉수처럼 길어지는 입들 때문에 방어하기가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아귀들 수천 마리가 몰려갔다.

거기다 북쪽과 달리 남쪽은 불타는 거대한 해골들까지 함께 갔기 때문이 더 방어하기 까다로웠을 것이다.

“정리가…… 끝났다고?”

“예, 폐하께서 압도적인 힘으로 무쌍을 찍으며 막아 내셨습니다.”

그렇게 보고한 기사를 보면서 아켈리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압도적?”

그렇게 의문을 표했던 아켈리오는 나중에 카리엘의 남부에서 펼쳤던 활약을 영상구로 보고 나서야 납득할 수 있었다.

타리온과 아켈리오를 경악하게 했던 카리엘의 결정.

사실 카리엘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참전을 하고자 하지는 않았다.

일단 거인의 요새에서 간 좀 보다가 어느 정도 실전을 치르고 보급선의 방어 작전에 투입될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로만이 이그니트가 틈을 보이자마자 개처럼 물어뜯으러 왔기 때문이다.

보급선이 위험에 처했다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거인의 요새에서 보낸 지원군과 함께 남부 보급선으로 이동했고, 비공선에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개떼처럼 몰려드는 아귀들과 불타는 해골 군대를 보는 순간, 심장이 요동쳤다.

그 순간, 비공선의 문을 열고 소환수를 소환했다.

수르트까지 소환할 필요도 없었다. 거대한 불의 골렘인 아그니에 올라타 아귀들을 짓밟으며 전진했고, 스콜을 앞에 소환해 길을 트게 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상황이 정리됐군.”

사방이 재로 가득한 풍경 속에서 나직힌 말한 카리엘.

그런 그를 보면서 수르트가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은 소환수가 다 했는데 뭔 똥폼이냐?

“흠흠! 이것도 내 능력이지.”

수르트의 말에 헛기침을 한 카리엘이 똥폼 잡던 것을 풀고 지휘관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폐하, 고생하셨습니다.”

경이로운 모습을 직접 목격한 병사들과 지휘관들이 존겸심을 가득 담은 채 카리엘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황궁 기사가 카리엘에게 다가와 말했다.

“위기는 지나갔으니 이제 요새로 복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폐하를 노리고 로만이 군대를 더 보내올지 모릅니다.”

그의 말에 보급선을 지키는 지휘관들도 황급히 그러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리엘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지옥의 군대를 상대하기엔 불의 사제들이 적합하다. 그리고 나의 능력 또한 그러하지.”

그렇게 말한 카리엘이 로만의 진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에 남아 로만을 직접 견제해야겠어.”

“하오나 폐하! 너무 위험합니다.”

“후방이 안정되어야 주력군이 마족들에게 집중할 수 있다. 로만의 견제를 막으려면 이게 최선이야.”

지옥의 군대에게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카리엘. 비록 지옥의 존재들 한정이라지만 마스터 이상으로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그가 있다면 로만의 힘도 한풀 꺾일 것이다.

“이곳이 안정되는 대로 북부로 올라갈 거다. 타리온과 아켈리오 경에게 준비하라고 해.”

“무엇을 준비하라는 말씀이신지…….”

“로만을 칠 준비.”

카리엘의 말에 지휘관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폐하, 지금의 전력으로 로만을 치는 것은…….”

“짐도 안다. 그렇기에 겁만 주려는 거야. 그리고 우리만 로만을 치는 게 아니지.”

그렇게 말한 카리엘이 빙그레 웃었다.

마인들과 마족들도 전부 북쪽으로 몰려갔고, 지옥의 존재들까지 이그니트를 견제하는 데 집중한다면 남쪽은 어떨까?

방어선이 엷어졌다는 것을 연합군이 모를 리 없을 터.

사전에 이그니트에게 로만이 집중 공격하려 한다면 공격해 달라고 부탁을 해 놓은 상황.

“우리가 로만을 치는 순간 남쪽에서 연합군이 올라올 거다.”

“그렇다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로만이 다시금 요새에 틀어박히게끔 하는 것이다. 적어도 북쪽의 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만이라도 그 상황을 유지시킬 수 있다면 우리의 승리야.”

이미 거인의 요새에서 군부의 장교들과 회의를 끝낸 내용이었다.

남쪽의 연합군이 잘만 해 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작전이었다.

불의 사제들과 함께 작전에 투입된 카리엘의 압도적인 힘과 함께 보급선이 안정되면서 서서히 북쪽으로 병력이 올라갔다.

그렇게 보급선에서 연이은 승전이 울리는 동안 주력군 역시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었다.

글렌의 별동대와 교황과 태양검을 주축으로 하는 신성 기사단이 마계 게이트가 있을 만한 지역으로 진입했다.

“사악한 존재들을 전부 불태워라!”

태양검의 명령에 신성기사들이 새하얀 신성력을 내뿜으면서 마족들을 베어 나갔다.

“마군단장이다!”

신성 기사단의 앞을 가로막은 흑마법사들과 마족의 정예 군단.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흑마법사의 수장과 마군단장. 남쪽에서 제국을 막아섰던 마군단장이 거대한 창을 휘두르면서 신성 기사단의 돌진을 또다시 앞을 가로막았다.

“뚫어라!”

교황의 명령과 함께 전력으로 신성 마법을 사용했다.

새하얀 벼락과 폭풍이 만들어지면서 흑마법사들의 마법을 박살 냈다.

“게이트다!”

교황의 마법에 결계가 깨지자 거대한 게이트의 구조물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수상한 고치 형태의 괴상한 생물이 심장처럼 고동 소리를 내면서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를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었다.

“저것이 마왕이다! 막아라!”

교황이 본능적으로 저것이 마왕을 깨우는 의식임을 알아채고선 사력을 다해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온몸이 잘려 나가면서도 기어코 앞을 막아서는 마족들 때문에 신성 기사단의 돌진은 멈춰 버렸다.

“제길!”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뚫지 못하고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에 교황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항상 인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교황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질 정도로 지금의 상황이 최악이었다.

바로 그때, 서부에서 출발했던 별동대가 마족들을 뚫고 게이트의 구조물을 향해 다가갔다.

선두에 선 글렌이 단숨에 검을 뽑아 들어 횡으로 베었다.

그러자 공간을 일그러뜨릴 정도로 막강한 위력이 담긴 참격이 마왕으로 추정되는 고치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앞을 막아선 마군단장.

황소 같은 모습을 한 그 마군단장은 두 발로 서면서 거대한 두 개의 도끼를 휘둘렀다.

“……마군단장.”

글렌이 검을 움켜쥐면서 앞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황소 머리의 마군단장이 콧김을 내뿜으면서 달려들었다.

쉽게 흥분하는 성질 때문에 매번 많은 부하들을 잃어 세력은 약하나 순수 무력만큼은 마군단장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 그의 무력은 글렌조차도 쉬이 받아 낼 수 없을 정도였다.

‘시간이 끌리는군.’

글렌이 초조한 표정으로 마왕이 있는 고치를 바라보았다.

고동은 점차 빨라지고 그럴수록 마기의 파장은 더 짙어지고 있었다.

마왕이 깨어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기에 별동대들도 희생을 감수하고 막으려 하였으나 쉽지 않았다.

황소 머리의 마군단장이 이끄는 군단은 숱한 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정예들이었기에 숫자는 소수였으나 개개인의 힘은 막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별동대마저 마족들에게 막히며 시간이 끌리는 동안 거치의 고동은 더 빨라졌고, 그럴수록 고치를 이루는 막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막아야…….”

“가서 막으시오!”

글렌이 초조한 마음으로 팔 하나를 내줄 각오로 돌진하려 할 때, 위에서 글렌에게 들려오는 음성과 함께 강력한 마력의 창이 마군단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쿠우웅!

“이곳은 내가 막을 테니 어서!”

마도사가 된 월크셔 공작이 하늘에서 나타나자 글렌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치를 향해 달려갔다.

그것을 막으려고 했던 마군단장이지만 월크셔 공작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건방진!

글렌도 아니고, 고작 마도사의 경지를 이제 막 개척하기 시작하는 마법사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자 마군단장이 분노했다.

쿵! 쿵! 쿵!

월크셔 공작을 향해 달려드는 마군단장을 막기 위해 온갖 마법들이 발현했다.

대지의 벽을 만들고 화염의 폭풍을 만들었다.

하지만 거대한 울음소리에 폭풍을 찢어발기며 두터은 대지의 벽은 마군단장의 도끼질 한 방에 무너져 내렸다.

‘어렵군. 하지만…….’

현재 월크셔 공작의 경지로는 홀로 막기 버거운 상대.

하지만 글렌이 마왕의 고치를 찢어발길 때까지 버티는 건 가능했다. 어느새 고치에 도착한 글렌이 망설임 없이 자신의 오러를 검에 한계까지 불어 넣고 그대로 휘둘렀다.

쩌적!

마치 공간이 갈라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막강한 힘이 고치를 베고 지나갔다.

그랜드 마스터에 이르면 완전히 공간을 가를 수 있는 검술이었으나 글렌의 경지가 부족해 잠시 동안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두꺼운 마기의 막이 단숨에 찢겨 나가며 고치의 막을 찢어 냈기 때문이다.

“됐다!”

글렌이 그렇게 외치는 순간.

쿠웅!

강력한 마기 덩어리를 반사적으로 베어 냈으나 반발력에 의해 튕겨 나가 반대편 벽에 박혀 버린 글렌.

“쿨럭! 분명 찢었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치가 있던 곳을 바라보자 어린아이처럼 작은 소악마가 고치가 있던 자리에 오롯이 서 있었다.

-쓸모없는 것들. 짐의 힘에 1할을 채울 때까지 버티는 것도 힘들더냐.

마왕의 말에 황소 머리의 마군단장이 월크셔 공작을 밀어내고는 마왕을 향해 머리를 박았다.

-죽여 주십시오.

-쯧! 너의 처벌은 짐의 힘이 전부 회복한 이후이다.

그렇게 말한 마왕이 월크셔 공작을 막으라는 눈짓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글렌이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험한 놈이구나.

아직 앳된 모습의 글렌을 보면서 어린 모습을 한 마왕이 붉은 눈을 번뜩였다.

-넌 여기서 반드시 죽어야겠구나.

글렌의 천재성을 곧바로 알아챈 마왕이 전력으로 힘을 발휘했다.

보랏빛 마기의 폭풍 속에서 수천개의 마기 덩어리들이 글렌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무지막지한 힘을 담고 있었지만 미친듯이 검을 휘두른 글렌이 그 모든 것을 찢어발겼다.

그러자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마왕이 직접 마기를 두 팔에 감고 달려들었다.

쿠우웅!

“마……투술.”

-호오? 알고 있느냐?

만약을 대비해 카리엘이 직접 알려 준 마족들의 투술.

대부분 마족하면 그들의 흑마법이 무섭다 알려져 있으나 진실은 달랐다.

대대로 마왕이 되는 이들은 육체를 극한까지 단련한 이들이 대부분.

그리고 현재의 마왕 역시 주력은 마투술이었다.

쿵! 쿵! 쿵!

-이건 예상하지 못했거늘……

마투술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꿋꿋하게 막아 내면서도 마기의 침식을 오러로 완벽하게 막아 냈다.

외부의 충격보다 내부를 박살 내는 데 장점이 있는 마왕의 마투술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글렌.

그러자 오히려 위험해진 건 마왕 쪽이었다.

잠시 동안 싸우면서도 무지막지하게 성장을 하는 글렌.

이대로 더 싸운다면 글렌이 자신의 약점을 공략할 것임을 예측한 마왕이 몸을 뒤로 뺐다.

동시에 게이트과 고치에서 남은 마기를 뽑아내 거대한 마법을 만들었다.

-모두 짐을 위해 죽거라.

마왕의 명령에 근방에서 싸우고 있던 마군단장들과 마족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마왕을 위하여!

마왕의 명에 모두가 죽을 각오를 하는 마족들을 보면서 글렌이 이를 악물었다.

전력을 다한 휘두름.

일순간 공간이 일렁이면서 마왕이 만들어 낸 고대한 구체를 갈라냈다.

그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면서 일대에 마기의 폭풍을 만들어 냈다.

북부 지역 일대를 뒤흔드는 지진과 함께 게이트가 있던 지반 자체가 폭삭 내려앉을 정도의 위력.

멀리서도 보일 그 폭발과 함께 북부의 전쟁이 끝났다.

그리고 이 소식은 곧장 카리엘에게 보고되었다.

「마계 게이트 반파.

마왕은 불완전하게 깨어남.

주력군의 피해로 현재 북부에서 후퇴하는 중.

별동대 수장 글렌 치명상, 월크셔 공작 중태, 교황과 태양검 역시 내상을 입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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