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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127화 (127/201)

<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 >

48. 서대륙 통일! 다음은 동대륙? (2)

“전하!”

탈로스 국왕의 모습을 본 클레타 공작이 고함쳤으나 국왕의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압도적인 제국군의 힘은 저항할 의지를 잃어버리게 만들 만큼 강했다.

여기서 도망친다 한들 금방 잡혀서 죽을 것이다.

그럴 바에는 명예라도 찾아야 했다.

“나로 끝내 주시오.”

국왕의 말에 카리엘이 피식 웃었다.

“거절하지.”

국왕 하나로 끝내기엔 제국이 입은 피해가 너무 컸다.

단호한 거절에 국왕의 눈동자가 떨렸다.

“클레타 공작! 왕족을 살리고 싶다면 앞으로 있을 전쟁에 최선봉에 서라! 그대의 목숨 하나로 왕족과 그대 가족들의 목숨만큼은 살려 주지.”

그렇게 말하면서 성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로만과 관련된 귀족들은 예외다. 이들만큼은 무조건 참형에 처할 것이다.”

카리엘의 자비는 병사들과 상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끌려왔던 자들뿐.

클레타 공작을 움직일 수 있는 가족과 일부 왕족들을 제외한 고위 귀족들은 전부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그대의 처우는 서대륙의 통일이 끝난 후 생각해 보지.”

무릎 꿇은 탈로스 국왕을 향해 그렇게 말한 카리엘은 타리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죄인의 신분으로 대하라.”

“예! 폐하.”

왕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따윈 집어치우고 일개 범죄자로 대하듯 병사들로 하여금 밧줄로 묶었다.

치욕스러운 모습이었지만 누구도 반발하지 못했다.

그동안 탈로스가 지은 죄가 있기 때문이다.

「서대륙의 불문율을 어겼다.」

서대륙 출신의 국가들은 동대륙의 도움을 받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그런데 탈로스가 그것을 어긴 것만으로도 모자라 손잡고 로만을 서대륙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탈로스 국민들은 제국에서 배척받아야 마땅한 지경이었다.

그런데 온갖 범죄행위가 드러나고, 마지막까지 추한 모습을 보였으니 탈로스 국왕의 굴욕적인 모습도 당연하다 볼 수 있었다.

“폐하.”

갑작스럽게 달려온 타리온이 다급하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닥거렸다.

그러자 심각한 표정을 지은 카리엘이 곧바로 남부 사령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로만의 군대, 잡을 수 있겠나?”

“거리가 있어서 힘들 것이옵니다.”

“그래도 시도해 보도록.”

“예! 폐하.”

카리엘의 명령에 정예 병력만 데리고 황급히 움직인 남부 사령관.

하지만 로만의 밀정들이 자국의 군대에 보고하는 게 한발 더 빨랐다.

탈로스 국왕의 항복 소식을 들은 로만의 군대는 지체 없이 철군 결정을 내렸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철수조차 못 하고 전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부 사령관이 전력으로 가 보았지만 로만의 군대가 배를 타는 게 더 빨랐다.

마지막까지 마법사를 이용해 공격해 보았지만 이미 거리가 벌어져 공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아쉽군.”

놓쳤다는 보고를 들은 카리엘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로만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깎아 놓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목표한 바는 이뤘으니 만족해야겠지.”

그렇게 말한 카리엘은 묶여서 무릎을 꿇고 있는 탈로스 국왕을 바라보았다.

마지막까지 저항한 탈로스를 굴복시켰으니 이로써 남부를 평정했다.

이제 남은 것은 성국뿐.

“정리할 최소한 군대만을 남기고 돌아간다. 수도로 데려갈 탈로스의 귀족들을 추리도록.”

“명을 받듭니다!”

카리엘의 명령에 모든 지휘관들이 고개를 숙인 뒤 곧바로 분류 작업에 들어갔다.

기준은 간단했다.

1순위. 로만의 끄나풀

2순위. 반란할 가능성이 있는 자들

3순위. 평소 범죄를 많이 저지른 귀족들

1순위와 2순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3순위는 왜 포함시키느냐는 질문에 카리엘은 간단하게 답했다.

“이미지 관리해야지.”

탈로스 국민에게 제국군이란 악마처럼 보일 것이다.

언제라도 자신들을 죽일 수 있는 무서운 존재였지만, 자신들을 괴롭혔던 이들을 잡아가 준다면 조금이라도 이미지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았다.

탈로스라는 나라를 집어삼킨 이상 완전히 제국에 통일시켜야 했다.

속국화하지 않고 완전한 제국의 연방에 속하게 하려면 왕국보다 제국이 더 낫다는 것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기존의 탈로스보다 더 나은 정책을 펼쳐야 했다.

평소 탈로스 국민들에게 악명 높았던 귀족들 같은 경우 카리엘이 직접 칼을 들고 목을 베는 퍼포먼스도 보여 주었다.

“이들과 연관된 이들도 모조리 잡아들여라.”

카리엘의 명령에 수도 안에 있는 범죄 조직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제국군이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자들은 모조리 잡아들였는데, 살기 위해서 배후까지 불어 대는 잡범들 때문에 탈로스의 수도 안에 있는 범죄자들도 줄줄이 잡혀 카리엘의 앞에 모였다.

“너희들의 뒤를 봐주었던 자를 말하거라. 그럼 적어도 목숨만큼은 살려 주도록 하마.”

자비로운 표정으로 말하는 카리엘의 모습에 범죄자들은 덜덜 떨며 하나둘 자신들의 배후를 읊어 댔다.

그 과정에서 그림자의 정보망을 피해 있던 귀족들이 하나둘 걸려들기 시작했다.

“개판이네.”

여기저기서 걸려드는 물고기들을 보며 피식 웃은 카리엘은 계획을 변경했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했다.

“보름. 그 안에 쓰레기들을 소각하고 갈 것이다. 다 잡아들이도록.”

“예! 폐하.”

카리엘의 명령에 타리온을 비롯한 군부가 고개를 숙이고는 명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보름의 기간 동안 탈로스 국민들은 제국에서 현 황제가 왜 혈태자로 불렸는지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잡혀 들어왔는데, 그중에는 인신매매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을 학대하는 등의 쓰레기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카리엘이 직접 불을 일으켜 화형을 시켜 주었다.

“끄아아아아!”

“사…… 살려…… 줘…….”

보름 동안 수많은 범죄자들이 카리엘의 화염에 재가 되어 사라져 갔다.

그리고 떠나는 마지막 날.

가장 흉악했던 이들만을 모아서 광장에 무릎 꿇렸다.

카리엘의 명령에 수많은 탈로스 국민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광장으로 모여들었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카리엘이 직접 검을 휘두르며 범죄자들의 목을 베어 냈다.

“나의 국민들을 괴롭히는 자들은 짐이 직접 처단할 것이니라. 그러니 짐을 믿어라. 적어도 이전보다는 훨씬 나은 삶을 살게 해 주겠다. 약속하마.”

불안해하는 탈로스 국민들에게 그렇게 외치고는 목이 떨어진 귀족들의 시체를 불태웠다.

“짐을 믿어라. 그대들은 짐의 백성들이고, 짐은 백성들을 위해 살아왔노라.”

그 말을 들은 탈로스 국민들의 눈에서 황제에 대한 두려움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미 제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소문을 들어 알고 있는 탈로스 국민들이기에 황제의 약속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우리도 제국민이 되는 건가?’

‘우리한테도 위로 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걸까?’

다소 잔인한 성정이지만, 그래서 더 믿을 수 있었다.

자신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자들에게 자비 없이 처단할 수 있는 단호함이 황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주었다.

그렇게 탈로스 국민들의 눈에서 두려움 대신 희망이 비치기 시작하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카리엘은 타리온에게 가지고 온 군량미 대부분을 탈로스에게 풀게끔 했다.

「제국은 탈로스와 다르다!」

탈로스 왕궁에 큼지막하게 걸린 현수막.

고통에 신음하던 탈로스 국민에게 막대한 군량미와 자금을 뿌리면서 희망을 준 카리엘은 남부 사령관에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일부 군대를 남겨 두라고 명령을 내린 후, 주력군과 함께 곧장 수도로 복귀했다.

제국군 일부가 남았지만 탈로스 국민들은 불안해하기는커녕 더 좋아했다.

카리엘이 일부 군대를 주둔시킨 것은 어디까지나 치안을 위해서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범죄 조직들을 잡아들이고, 반란을 일으킬 만한 고위 귀족들을 대거 잡아들여 수도로 복귀했기에 큰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았다.

그래도 갑작스럽게 왕국이 붕괴되었으니 불안정할 것은 감안해야 했다.

보통 이럴 경우 주력군이 몇 개월간 상주하면서 안정을 시키고, 새로이 고위 관료들이 와서 제국의 체제에 맞게 변화시켜야 했다.

카리엘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력군을 전부 데리고 올라간 이유는 단 하나였다.

“성국에 명한다! 항복을 할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대항할 것인지 정하라!”

성국에게 최후통첩을 내린 카리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아켈리오와 황궁 기사단만을 남긴 카리엘은 남은 병력을 죄다 북부로 올려보냈다.

최후통첩을 받아들이지 않을지 그대로 성국을 밀어 버리겠다는 협박이었다.

동시에 로테온에는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스스로 자복할 기회를 주마.”

로테온의 국왕에게 미지의 세력에 가담한 자들, 그리고 탈로스처럼 로만과 손잡은 이들이나 흑마법사의 끄나풀 등을 스스로 잡아 오라 명했다.

탈로스처럼 개판이 아니었던 로테온이었고, 그들이 자랑하는 정보부 역시 그대로였기에 가능한 명령이었다.

이미 탈로스를 피바다로 만들었던 경력이 있는 카리엘이 로테온에서 그러지 말란 법은 없었기에 국왕이 스스로 귀족들을 잡아들이게끔 한 것이다.

“후…… 탈로스처럼 될 수는 없겠지.”

국왕이 범죄자처럼 질질 끌려가고, 대부분의 귀족들이 잡혀 들어가면서 탈로스는 혼란에 빠졌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처형을 당했다.

모두 범죄자들이라고는 하지만, 모두 남부 상권의 한축을 이루던 귀족들이었다.

그들이 죄다 처형당했으니 남부의 힘이 쭉 빠져 버린 것이다.

로테온 국왕은 그것만큼은 막기 위해 스스로가 굴욕을 감수하고 나섰다.

“가문은 유지시키시게.”

“……전하.”

“저항하면 몰살이네.”

로테온 국왕의 말에 그의 앞에 모인 귀족들은 고개를 숙였다.

이미 이들은 탈로스에서 일어난 일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 발표되기로는 범죄자들만 처단했다 알려졌지만, 카리엘은 그와 관련된 가문의 모든 인물들을 전부 처형시키거나 잡아들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약상과 손잡은 가문은 귀부인이나 소가주도 썩었기 때문이다.

마약을 판 돈으로 사치품을 사들이고 향락을 즐겼으며, 심지어 그런 이들 대부분이 어린 노예를 사들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아주 어린 아이들을 제외한 가문의 모든 이들을 죽여 씨를 말려 버린 것이다.

남부에서 힘 있는 자들은 대부분 즐기는 것들은 제국에서 엄격히 금하는 일들이 대부분이었고, 카리엘은 제국법을 근거삼아 전부 죽여 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로테온 역시 그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저항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로테온의 군부가 직접 움직여 잡아들였으나, 결국 끝까지 숨어 잠적해 버린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제국으로 범죄자를 이송하는 마차에 실려 버렸다.

로테온의 군부를 피한다 한들 제국의 그림자들의 추적까지는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머지는 저희가 하지요.”

직접 군을 이끌고 온 타리온이 로테온의 수도를 이 잡듯 뒤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카리엘은 로테온 국왕을 믿지 않았다.

그들과 가까운 이들은 봐줄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이들마저 전부 조사해서 잡아들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그 굴욕적일 정도로 잡아들이는 모습에 발끈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피레스 공작이었으나, 그 역시 별반 힘을 쓰지는 못했다.

제국의 새로운 검이자 불세출의 천재가 타리온과 함께 왔기 때문이다.

“폐하께서 전하셨습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피레스 공작을 싸늘한 얼굴로 마주하며 글렌이 말했다.

“엎드릴 거면 확실히 엎드려라. 어설프게 서 있을 시 로테온을 지도상에서 지워 버리겠다.”

황제의 명을 전달한 글렌은 말없이 등을 돌렸다.

그러자 피레스 공작이 굴욕감에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상공을 가득 메운 비공선들부터 제국의 특수부대들까지 전부 로테온 주변에 잠복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타리온을 중심으로 한 제국군이 로테온에 남은 범죄자들을 죄다 잡아들일 때, 카리엘은 또 다른 명령을 내렸다.

“이제 당한 것을 갚아 줄 때가 된 것 같군.”

“준비시키겠습니다.”

카리엘의 명령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나가는 시종장.

그동안 로만에 의해 제국이 고통받은 것이 얼마던가. 이젠 반대로 갚아 줄 때가 되었다.

“너희도 엿 같은 게 어떤 건지 맛봐야지?”

그렇게 중얼거린 카리엘이 빙그레 웃었다.

로만이 서대륙을 분열시키려 했던 것처럼 카리엘 역시 동대륙을 그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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