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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125화 (125/201)

<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 >

47. 숨겨진 한 방! (2)

글렌의 검을 막아 낸 암살자가 그대로 뒤로 밀려났다.

친위대의 합공에도 상처 하나 없던 암살자였지만 글렌의 일격에는 가벼운 기침까지 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벽을 뚫었나?”

암살자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는 글렌.

그런 그를 보면서 암살자가 피식 웃었다.

“아직 미숙한데 제법 묵직하군.”

벽을 뚫었다고는 하지만 이제 막 마스터에 오른 글렌.

그렇기에 암살자는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그 여유는 다시 한번 격돌하는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너…….”

“말이 많군.”

그렇게 말한 글렌이 전력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었다.

동시에 검을 휘두르는 순간 공간이 일렁이면서 암살자가 전력으로 공격하는 수백 개의 참격을 일시에 소멸시켜 버렸다.

그러자 암살자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예상이상으로 글렌이 강했기 때문이다. 글렌이 마스터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것조차 염두에 두었으나 그 이상으로 글렌이 강했다.

“이게 전부인가?”

황궁이 박살나면서 아르슈나의 마법으로 밖으로 나온 카리엘이 글렌에게 묶여 있는 암살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암살자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신의 사도를 잡는데 고작 이것만 준비했을 리가 없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마룡들의 사체가 떠오르면서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마룡들이 한데 뭉치면서 괴상한 형체의 괴물이 만들어졌다.

“폐하를 지켜라!”

토토가 고함을 쳤지만, 친위대를 비롯한 황궁 기사들은 암살자들을 막기에 급급했다.

뒤이어 황궁 기사들이 몰려왔지만, 남은 마룡들을 뚫고 오는 것보다 거대한 괴물이 카리엘이 있는 곳으로 오는 게 더 빨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글렌과 싸우는 암살자를 향해 물었다.

“이게 전부인가?”

다시 한번 묻는 카리엘을 보는, 글렌과 싸우던 암살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전부인가 보군. 그럼 되었다.”

그렇게 말한 순간 카리엘의 머리 위로 작은 불덩이들이 나타났다.

“막아.”

카리엘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3개의 불덩이들이 일제히 몸집을 부풀리면서 거대한 형체를 만들어 냈다.

그것을 보던 암살자가 다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미 이것조차 예상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미소를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글렌이 그러했던 것처럼 카리엘의 수환수들 역시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늑대와 불의 정령이 날뛰었고, 중앙에서 그런 그들을 통제하는 불의 거인.

-날뛰지 마! 나중에 카리엘한테 혼나고 싶냐!

여기저기 날뛰는 소환수들이었으나, 마룡의 사체로부터 탄생한 사체 거인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 주었다.

“수련한 보람은 있네.”

몬스터들을 학살하면서 글렌과 월크셔 공작과 함께 수련했던 나날들.

이 둘이 마스터가 되면서는 크게 힘을 쓰지는 못했지만 이들이 벽을 넘지 못했을 땐 카리엘의 소환수들을 상대로 동시에 싸워도 어려워했을 정도로 막강한 위용을 보여 주었다.

「약자 멸시!」

누군가 카리엘의 현 경지를 표현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것이다.

마스터에는 어려우나 그 밑의 경지에는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는 게 카리엘이었다.

그렇기에 사체 골렘들이 얼마나 몰려오든 거대한 소환수들이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 주면서 불태우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뒤로 물러나 멍한 표정을 짓는 암살자.

그런 그를 보면서 카리엘이 글렌에게 명을 내렸다.

“글렌.”

“예! 폐하.”

“반드시 생포해라. 물어볼 것이 많은 놈이다.”

“그리하겠습니다.”

카리엘의 명에 작게 고개를 숙인 글렌이 전력을 드러냈다.

어느새 암살자들이 하나둘 죽어 나가면서 카리엘 주위로 황궁 기사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았으니 글렌 역시 전력으로 암살자를 공격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카리엘을 지키기 위해 수비적으로 임했으나 이제부터는 거칠 것이 없다는 듯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암살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암살자가 도망치려는 루트의 공간이 일렁이자 사색이 되면서 양검을 교차시켜 방어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암살자를 향해 화염 마법이 날아들었다.

초고열의 붉은 빛이 레이저처럼 날아들자, 전력으로 마법을 받아 냈음에도 암살자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아까의 복수예요.”

아르슈나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하는 순간, 토토의 거검이 떨어져 내리고 뒤이어 이리스와 브리온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자존심도 없느냐!”

친위대의 공격을 받아 낸 암살자가 글렌을 향해 노성을 터뜨렸으나 글렌은 표정 변화 없이 대꾸했다.

“그깟 자존심 따윈 폐하의 명에 비하면 하찮은 것에 불과하지.”

글렌이 친위대의 도움을 받으면서 암살자를 몰아넣는 동안, 황궁을 습격했던 마룡들과 암살자들은 하나둘 죽어 나갔다.

그것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며 모든 힘을 끌어모으는 암살자.

“자폭이다. 막아!”

“물러나십쇼!”

카리엘의 명령에 글렌이 친위대에게 외치면서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빠르게 암살자의 주위에서 물러나는 친위대.

그와 동시에 글렌의 오러가 암살자에게 정확히 적중했다.

콰직!

단번에 암살자의 왼팔과 심장 부근을 일그러뜨리는 글렌의 참격.

동시에 주변 공간을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전력을 다한 글렌의 공격은 공간 자체를 일그러뜨릴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마스터가 목숨을 걸고 일으키려는 폭발이었기에 글렌의 공격에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기어코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자 황궁 기사들이 황급히 결계를 만들면서 카리엘의 앞에 섰다.

“폐하를 지켜라!”

다급하게 외치는 황궁 기사들.

동시에 마법사들 역시 몸을 날리면서 카리엘의 앞에 방어 마법을 펼쳤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 이게…….”

“대체…….”

모두가 당혹스러워하면서 암살자가 있는 곳을 바라보자 불의 거인의 거대한 손이 암살자가 있는 곳을 감싸고 있었다.

-드럽게 아프네.

거인의 목소리와 함께 잔잔한 충격파만 퍼져 나왔다.

충격파마저 흡수한 수르트가 표정을 찡그리면서 카리엘을 한차례 바라보고는 작게 변해서 사라졌다.

그러자 거대한 늑대와 정령 역시 사라졌다.

“나중에 상이라도 줘야겠네.”

그렇게 중얼거린 카리엘이 앞을 바라보았다.

자폭하려 했음에도 살아남은 암살자.

본래라면 산산이 찢겨 나갔어야 할 육체가 알 수 없는 힘으로 유지되고 있음이 느껴졌다.

“폐하, 위험하옵니다.”

글렌의 경고에 카리엘이 더는 다가가지 않고 가만히 암살자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검은 힘에 허공에 떠오른 암살자가 기괴하게 목을 뒤틀면서 카리엘을 보았다.

-재밌네. 신이 희생을 감수할 가치는 있다는 건가?

“……넌 누구지?”

-과거의 망령.

카리엘의 물음에 망령이라 답한 암살자.

그런 그를 향해 카리엘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넌 누구지? 마족인가?”

자신이 아는 한 마족은 이러한 힘이 없었다.

마왕조차 이러한 힘이 없었기에 궁금했다.

‘전생엔 못 보던 놈이다.’

그렇게 생각한 카리엘이 암살자를 노려보자 그가 조용히 카리엘의 눈을 응시하다가 말했다.

-글쎄. 궁금하면 동대륙으로 와서 직접 알아보거라.

그렇게 말한 무언가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서서히 암살자의 몸에서 서서히 검은 기운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검은 기운이 완전히 빠져나간 순간, 마스터급에 이르렀던 암살자의 몸이 ‘펑!’ 하고 터져 버렸다.

검은 기운에 의해 강제로 뭉쳐져 있던 육체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터져 버린 것이다.

“폐하.”

멀리서 다가온 타리온이 황급히 카리엘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하지만 카리엘은 그런 그의 호들갑에 괜찮다는 말과 함께 명령을 내렸다.

“지금 당장 상황부터 파악해. 황궁 기사단은 황궁에 남아 있는 적을 확인하고, 중앙군은 수도부터 안정시켜!”

카리엘의 명령에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서둘러라!”

“예!”

“타리온, 넌 지금 당장 전쟁 상황을 파악해서 나한테 가져와.”

그렇게 명령을 내린 카리엘이 곧바로 집무실로 향했다.

* * *

얼마 후, 타리온이 다급히 집무실로 들어왔다.

“동부에 골렘 군단이 나타났습니다. 아무래도 탈로스가 준비한 것 같습니다.”

“로만도 움직였어?”

“예.”

“동부군만으로는 어렵겠군.”

카리엘의 말에 타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중앙군 일부를 떼서 급파해. 추가적인 병력은 수도가 안정되는 대로 수도 방위군 일부를 차출해서 보낸다.”

“그건…… 위험하옵니다. 어떤 위협이 남아 있을지…….”

타리온의 걱정 어린 말에도 카리엘은 고개를 저었다.

“글렌이 있으니 괜찮아.”

“……알겠습니다.”

카리엘의 말에 타리온이 집무실의 문을 바라보았다.

문 앞에서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고 있는 글렌. 그의 예상보다도 강한 모습을 생각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인 타리온에게 카리엘이 추가적으로 명령을 내렸다.

“수도의 승리를 제국 전 지역에 알려.”

“그리하겠습니다.”

“가는 길에 대신들을 불러와. 저들의 숨겨 둔 한 수가 끝났으니 전쟁을 끝내야지.”

그렇게 말한 카리엘이 타리온을 손짓으로 내보냈다.

암살자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상당히 무리를 한 상황이었다.

세 소환수의 힘을 전력으로 사용하는 건 카리엘의 몸에 부담이 가는 일이었기에 몸 내부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폐하, 포션이옵니다.”

시종장이 카리엘의 몸 상태를 눈치채고 곧바로 포션을 챙겨 와 마시게끔 했다.

“남은 일은 대신들에게 맡기고 쉬십시오.”

“조금만 더. 마지막 명령을 내리고 쉬어야지.”

카리엘의 말에 시종장이 작게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얼마 후, 대신들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로테온이 마족과 손잡았음을 대대적으로 알려.”

“그리하겠습니다.”

카리엘의 명령에 내무대신이 고개를 숙였다.

“성국에게 전해. 지금이라도 멈추면 속국으로나마 국가 형태를 유지시켜 주겠다고.”

“예!”

외무대신이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다급하게 나가자 카리엘은 이번엔 군부대신을 바라보았다.

“정벌군에게 여론전을 펼치라고 해.”

“어떤 내용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항복. 항복하면 국왕과 고위 귀족들을 처단하는 선에서 끝내겠다고.”

그렇게 말한 카리엘이 나가려는 군부대신에게 한 가지 말을 더 전했다.

“마스터들이 제국이 봉사한다면 국왕을 살려 줄 수도 있다고 해.”

“살려 주시려는 것입니까?”

군부대신이 놀란 표정으로 묻자 카리엘이 피식 웃었다.

“귀한 전력인데 놀리면 아깝잖아. 고장 났어도 수리해서 써야지.”

카리엘의 말에 군부대신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로테온의 숨겨 둔 한 수를 막아 낸 시점에서 사실상 제국이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동부를 어지럽히는 골렘 군단이야 중앙군이 움직이면 서서히 진압될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삼국의 항복뿐.

순서야 어찌 되었든 승기를 잡은 제국에게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카리엘이기에 더는 피해 입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제부터는 전쟁 대신 여론전을 통해 저들을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달콤하군.”

승리의 달콤함 때문일까?

오늘따라 포션의 맛이 맛있게 느껴졌다.

카리엘은 대신들을 내보내고 포션을 마시면서 회복에 들어갔다.

* * *

점차 안정되는 수도와 달리 남부의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갔다.

「실패」

로테온의 정보부를 통해 들어온 급보에 피레스 공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결국 실패인가?”

마지막 발악까지 해 보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것은 제국에게 짓밟히는 일만 남았다. 모든 걸 체념하고 최후를 받아들이려 할 때였다.

정보 요원 하나가 다급하게 피레스 공작에게 보고를 올렸다.

“제국에 통신구로 공작 각하께 전해 달라 합니다.”

“말하라.”

피레스 공작의 말에 정보 요원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구…… 국왕을 살리고 싶으면 얌전히 항복하도록. 제국의 검으로 흑마법사 처단에 앞장선다면 국왕의 목숨은 살려 주지.”

정보 요원의 말에 피레스 공작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제안은 탈로스의 클레타 공작에게도 똑같이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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