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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118화 (118/201)

<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 >

44. 생각보다 강한 황제?

제국의 위대한 영광을 되찾아 준 황제.

숱한 위기를 극복해 내고, 아이론과 공국까지 흡수한 제국 최고의 영웅.

그것이 현 황제인 카리엘을 생각하는 제국민들의 이미지였다.

똑똑하다.

황실의 문양을 부활시킨 적통성.

알 수 없는 힘을 갖고 있다.

카리스마가 있다.

이런 수많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과 다르게 제국민들 그 누구도 카리엘이 무력으로 강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귀족들과 마탑을 무너뜨리고, 다른 국가들까지 압도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황제지만 그건 무력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제국민들은 황제가 어디를 갈 때마다 항상 불안해했다.

지금의 제국은 사실상 카리엘을 중심으로 뭉쳐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작게는 제국 내의 파벌부터, 크게는 아이론이나 공국 같은 연맹국들까지, 전부 카리엘을 중심으로 뭉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신들은 물론이고, 기사들까지 카리엘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했다.

“폐하! 갑자기 실전 같은 훈련이라니요.”

“몸도 성치 않으신데 위험한 훈련은 자제하심이 옳은 줄 아뢰옵니다.”

카리엘이 오랜만에 친위대과 함께 실전 같은 훈련을 하려고 할 때마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찾아와서 만류하는 대신들.

‘친위대에게 은근슬쩍 얘기했건만…… 어떤 놈이지? 토토인가? 아니면…….’

친위대에게 실전 같은 훈련을 하고 싶다며 근처에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가서 훈련할 테니 계획을 세워 보라 명했었다. 그런데 그걸 친위대원 중 하나가 몰래 대신들에게 흘린 것이다.

그들 입장에선 카리엘이 훈련하다 다쳐서 앓아눕는다면 일이 배로 늘어나니 이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카리엘의 수련을 막는 건 대신들뿐만이 아니었다.

“폐~~~하! 절대 아니 되옵니다!”

“아니…… 몇 가지 확인해 볼 게 있어서 그래.”

득달같이 달려와 만류하는 타리온을 보면서 카리엘이 고개를 한숨을 쉬었다.

“그냥 여기서 하시면 되지 않사옵니까. 친위대나 황궁 기사들을 상대로 시험해 보십시오!”

“수르트가 실전이 꼭 필요하다고…….”

“그런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저희들이 막겠습니다! 실전은 절대 아니 되옵니다!”

카리엘이 타리온의 극성에 한숨을 쉬면서 알겠다며 물러가라 명했다.

“……안 될 거 같은데?”

-그럼 이대로 수련하든가.

“후…… 수련만 할 수 없다는 거 알잖아.”

수르트의 말처럼 하루 종일 수련만 한다면 계속 성장을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언제 지옥문이 열릴지 알 수가 없으니 좀 더 빠른 성장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중요한 시기이기에

하루 종일 수련만 할 수는 없었다.

이미 영약으로 때우는 것도 한계에 도달했기에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실전을 치러 봐야지. 극한까지 몰린 상황에서 화기를 컨트롤하다 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다고. 그럼 너의 육체 역시 더 성장할 거다.

수르트의 말에 카리엘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카리엘도 실전이 필요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수많은 이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가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지금도 친위대만 대동하고 몰래 나가려고 하면 황궁 기사들이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못 가게 막고 있었다.

친위대 역시 은근슬쩍 시간을 끌면서 기사들이나 타리온이 오기를 기다렸다.

게다가 이들만 막는 게 아니었다.

타리온이야 항상 자신에 대한 걱정을 달고 사는 인물이라 그런갑다 하는 카리엘에게 의외의 인물이 카리엘을 만류하러 찾아왔다.

“폐하, 옥체의 안전만을 생각하십시오.”

“후…… 경까지 이럴 건가?”

자신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인물.

제국의 세 기둥 중 하나이자 황궁 기사단장인 아켈리오였다.

“폐하의 옥체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옵니다. 제국을 위해선 조금의 위험도 용납할 수가 없사옵니다.”

황태자 시절도 아니고, 제국의 황제다.

그러다 보니 아켈리오 입장에선 옥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둘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말했지? 그냥 한번 저질러.

수르트의 말에 카리엘이 한숨을 쉬었다.

서부에서 수르트의 힘을 잠깐이나마 사용했을 때를 생각하면 쉽사리 결정을 할 수는 없었다.

그때보다 훨씬 강력해진 카리엘이었고, 수르트를 소환하면 이 녀석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녀석들을 소환하면 될까?

그것도 아니었다.

정령왕의 파편으로부터 탄생한 아그니는 악동 같은 모습을 보였으며, 스콜은 소환하는 그 순간 거대한 육체에 황궁 일부가 무너질 것이다.

“그냥 확인만 해 보자는 것이네.”

“정예 기사들을 준비시키겠습니다.”

아켈리오의 말에 수르트가 빙그레 웃었다.

-그냥 저지르는 수밖에 없다니까?

오랜만에 몸을 풀 생각에 신난 수르트가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갑자기 스콜과 아그니가 나타났다.

갑자기 서로 소환해 달라며 보채기 시작하는 녀석들을 보면 한숨을 쉬었다.

“황궁에서 제일 넓은 연무장을 준비하게.”

“알겠습니다.”

“결계를 이중 삼중으로 쳐 놓아야 할 것이네.”

“그리하겠습니다.”

걱정 말라는 듯 말하는 아켈리오를 보면서 카리엘이 한숨을 쉬었다.

결국 카리엘의 ‘실전 같은 수련 계획’을 막고 황궁 내에서 대련하는 것으로 바꾼 아켈리오는 대신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으며 황제의 대련 준비를 시작했다.

“폐하의 옥체에 티끌만 한 상처도 남겨선 안 될 것이야. 알겠나?”

“예!”

아켈리오가 몇 번이나 당부하며 황궁 기사들 중 최정예로 이루어진 이들이 카리엘의 대련 상대가 정해졌다.

그리고 마법사들이 몇 겹으로 만든 결계를 만들고 신관까지 대기할 준비를 마치고서야 마침내 카리엘이 연무장에 들어섰다.

“폐하, 최정예로 준비했습니다. 대련 상대로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옵니다.”

아켈리오의 말에 정예 기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카리엘을 향해 묵례를 했다.

“누구부터 올릴까요?”

“전부 올리게.”

카리엘의 명령에 아켈리오가 군말 없이 정예 기사들을 카리엘의 앞에 세웠다.

“경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게. 후…… 이 녀석들은 나도 컨트롤이 안 되는 놈들이니……. 웬만하면 황궁이 부서지지 않도록 잘 좀 막아 주게.”

“그리하겠습니다.”

카리엘의 당부에 아켈리오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근처에 있는 다른 이들이 황급히 입을 가리거나 고개를 숙였다.

카리엘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후…… 다들 조심하라.”

“예!”

카리엘의 당부에 우렁차게 대답하는 정예 기사들이었으나 제대로 귀담아 듣는 이는 없었다.

-일단 맞아 봐야 안다니까. 나부터 소환해!

몸 풀 생각에 신난 수르트를 보면서 한숨을 쉰 카리엘.

어느새 아그니와 스콜도 서로 먼저 싸우고 싶다고 난리를 쳤다.

남들에게 보일 정도로 유형화된 세 개체를 보면서 다들 귀엽다는 듯 바라보았다.

“일단 수르트부터. 당부하는데 절대 난리 치지 마. 건물이 조금이라도 무너지면 몬스터는 구경도 못 할 줄 알아.”

카리엘의 당부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수르트.

그 모습을 보면서 더 불안해지는 카리엘이었지만, 몸 안에 있는 화기를 전부 작은 불덩이에 밀어 넣어 주었다.

-오랜만이군!

몰려오는 화기를 보면서 진한 미소를 지은 작은 불덩이가 응축된 힘을 폭발시켰다.

그 순간 강렬한 빛과 함께 결계를 박살 내면서 거인이 나타났다.

“헉!”

불의 거인이 나타난 순간 경악하는 황궁 기사들.

하지만 당황한 건 한순간이었다.

아켈리오가 고르고 고른 정예들답게 당황하는 것도 잠시 곧바로 불의 거인을 상대해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흥분한 수르트가 거칠게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야! 살살 해! 황궁 무너지잖아!”

카리엘이 고함쳤으나 이미 흥분한 수르트는 정신없이 기사들과 싸우고 있었다.

“이런 미친……. 경! 저 새끼 막아!”

그나마 말귀를 알아먹는 수르트를 처음으로 소환했지만, 오랜만에 전투에 흥분했는지 도무지 말귀를 들어먹지 않았다.

결국 다급히 아켈리오에게 부탁하자 당황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거대한 검으로 수르트를 막아서자 더욱더 흥분한 수르트가 난동을 부렸다.

물론 마스터를 감당할 수는 없기에 결국 거대한 몸이 여기저기 썰리면서 사라졌지만 때는 늦었다.

“…….”

황궁에서 가장 거대했던 연무장은 여기저기 부서져 있었고, 궁의 일부는 녹아내리거나 아켈리오의 검에 무너져 있었다.

이럴 줄 알고 몇 겹으로 결계를 둘렀건만 결국 처참하게 부서졌다.

“내가 준비를 잘하라고 명했을 텐데…….”

“……송구합니다.”

아켈리오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후…… 부상자들이나 치료시키게.”

한숨을 쉰 카리엘이 고개를 숙인 아켈리오를 뒤로하고 자신의 궁으로 돌아갔다.

“수르트!”

-크흠! 미…… 미안.

날뛴 것이 미안했는지 황급히 사과하는 수르트.

-그래도 내 덕분에 밖으로 나갈 명분은 얻었잖아.

“넌 몬스터 구경도 못 할 줄 알아.”

수르트의 변명에 눈을 부라리며 말한 카리엘.

그런 그를 보면서 수르트가 더는 변명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끼잉?

다음은 자신의 차례라는 듯 슬쩍 나타나 카리엘의 얼굴에 부비부비를 시전하는 스콜.

그러자 아그니가 나타나서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이들의 애교에 넘어갈 카리엘이 아니었다.

“수르트처럼 난동 부렸다간 다시는 소환 안 할 거야.”

카리엘의 말에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는 아그니와 스콜.

그런 그들을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카리엘은 뒤처리를 끝내고 찾아온 아켈리오를 안으로 들였다.

“수도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은데…….”

“적당한 곳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으로 알아보게.”

카리엘의 명령에 아켈리오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몬스터들이 많은 곳으로.”

“그건…….”

“두 마리가 더 있네. 내 안전은 문제없을 것이네.”

카리엘의 말에 아켈리오가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이 따라갈 테니 문제없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카리엘이 실전 같은 수련을 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었다.

북부에 있는 숲 한 곳을 토벌하기 위해 황궁 기사단과 친위대가 카리엘과 함께 움직였다.

“나서지 말게.”

“홀로 토벌하실 생각입니까?”

아켈리오의 물음에 카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극한까지 몰리는 상황에서 화기의 컨트롤을 연습해야 했기 때문에 홀로 숲 안쪽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러자 아켈리오가 자신의 감각이 닿는 선에서 멀리 뒤떨어져 움직였다.

쿵! 쿵!

카리엘이 숲으로 들어오는 순간 오랜만에 맞는 인간 냄새에 몰려드는 몬스터들.

그걸 보면서 카리엘이 말했다.

“날뛰어 봐라.”

그렇게 말한 순간 허공에 거대한 늑대가 나타났다.

동시에 카리엘의 주변에 만들어지는 불을 휘감은 용암 골렘이 만들어졌다.

-집중해.

어느새 진중한 표정으로 조언하는 수르트.

그의 조언에 따라 카리엘은 화기를 운용하며 날뛰는 스콜과 아그니를 보조했다.

간간이 그들을 뚫고 카리엘을 공격해 오는 몬스터들이 있었지만 수르트가 가볍게 처리했다.

-화기를 잘 분배해. 분배하지 못하면 그 즉시 뚫릴 거다.

수르트의 말에 카리엘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몬스터들과 그들을 학살하는 두 소환체.

그리고 간간이 공격해 오는 몬스터들을 방어하는 수르트.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느 때보다 집중력이 높아진 카리엘.

그 때문일까?

지지부진했던 실력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역시 실전이 답이었어.

그렇게 중얼거린 수르트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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